[EXO/루민/카디] W.밤사자 오늘같이 화창한 날에. *** 멀찍이서 농구하는 반 아이들을 멀뚱멀뚱 바라보던 도경수가 입을 열었다. "김민석이라고 했지?" "…어? 어." "저, 김종인 저새끼만 조심하면 돼." 경수가 오른손을 쭉 뻗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엔 농구공을 옆구리에 끼고있는 김종인이 서 있었다. 저의 친구들하고 잡담이나 하는 중인지 다릴 떠는 모습이 여간 건들거려보였다. 그리곤 살짝 고개를 틀어 민석과 경수가 앉아있는 구령대쪽을 쳐다본다. 꽤 떨어진 거리이건만 자신을 향한 경수의 손가락질을 발견한 김종인은 들고있던 농구공을 바닥을 향해 내팽겨치곤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었다. "헐. …저, 저기. …네가 손가락질해서 오는 것 같은데…." "꼽으면 오라지" 한쪽 입술을 비틀리고 있던 경수가 교복바지를 털며 일어났다. 분명 김종인에 대해 무언가 잘 알고있는 것 같아보였지만 어쩐지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걸 민석은 눈치챘다. 곧이어 민석과 경수의 앞까지 불과 1m 안 되는 거리까지 걸어 온 김종인이 계단에 한쪽 다릴 떡하니 올렸다. 짧은 한숨을 쉰 후 빳빳히 세운 제 앞머릴 만지작대던 종인은 민석과 경수를 번갈아보던 중 기다란 팔을 뻗어 경수의 손목을 움켜쥐곤 피식 웃어 보였다. 그 표정변화를 보던 민석의 이마에 얕은 주름이 지어졌다. 아무래도 둘의 사이는 좋지 않아 보인다. "도경수, 전학생이랑 친구먹었나봐?" "…신경꺼." "우와, 요즘 도경수가 살만 한가보다. 그래봤자 너랑 같은과 같은데 얘도," "씨발!" "야!" 잡힌 손목을 강하게 잡아빼며 욕을 내뱉은 경수가 종인의 복부를 걷어차기까진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갑작스런 발길질에 중심을 잃은 종인은 잠깐 휘청거리다 자세를 고쳐섰다. 그에 자리에서 벌떡 선 민석이 이 상황에 어떻게 반응해야하지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이대로 가다간 누구 하나 신나게 얻어 맞을 것 같은데…. 물론 덩치로 보나, 뭐로 보나. 누가봐도 도경수가 불리할 거란 것 쯤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게다가 한 쪽이 복부까지 걷어차인 이 상황에 사내들끼리의 몸싸움은 불보듯 뻔했다. 그런 생각이 미치자 몸이 먼저 나간 민석은 종인의 어깨를 밀쳤고, 반사적으로 민석의 다릴 걸어버린 종인은 튀어버리는 경수를 보곤 소리질렀다. "야이 씨발!! 도경수 새끼야!!" 뒤도 안 돌아보고 냅다 달려나가는 경수의 뒷모습을 보던 민석이 눈만 깜박이며 바닥에 주저앉은 종인을 흘낏 보곤 슬금슬금 일어났다. 미친, 괜히 도와줬네. 상체를 펴던 민석의 작은 머리통 위로 커다란 손이 안착했다. 정확히 말하면 꽉 쥐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너 대가리에 총 맞았냐?" "…미안." "씨발 진짜 도경수랑 똑같은 새끼네" 민석은 아차싶은 마음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과를 했다. 일단은 저완 상관없는 다툼에 먼저 끼어든데다가 아침 조회시간 때 도경수가 건네준 쪽지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가서였다. [힘내] 이건 누가 보아도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위로였다. 곧바로 민석의 자리로 우르르 몰려온 급우들의 건들거리던 비아냥이 떠올랐다. 웬만한 애들이 아니고서야 갓 전학온 급우에게 그런 예의없는 행동을 하기란 쉽지 않으니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민석은 지금 이 상황이 당황스럽고 무서웠다. 친하게 지내자며 다가온 김종인은 누가봐도 반에서 꽤 지분이 있는 존재임에 틀림없어 보였으니 말이다. 그렇다고해서 민석은 눈물까지 질질 짜내는 소심함을 가지고 있진 않았지만. "너, 첫 날이니까 운 좋게 넘어가는 거야. 내가 오늘은 도경수를 족 쳐야 되거든." "……." 종인은 그 말을 끝으로 민석을 한 번 째리며 정강이를 걷어차곤 경수가 뛰어간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종인의 단단한 운동화 코끝으로 강타당하자 숨을 훅 들이마쉰 민석이 이를 꽉 물었다. 이게 운 좋게 넘어가는 거라고? 도대체 어디가? 이런 물음이 떠오르기도 전에 운동장 흙바닥에 엉덩일 붙이고 앉아 고통이 가시길 기다렸다. 아 너무 아파, …씨- 찡한 아픔에 눈물이 핑 돌 뻔한 민석은 제 앞으로 드리워진 그림자에 몸을 굳혔다. 누…구? 고갤 돌려보려 했지만 어쩐지 김종인의 패거리 중 한 명일 것으로 추측이 되자 표정이 점차 어두워졌다. 민석의 바로 뒤에서 가만히 있던 긴 그림자가 짧아졌다. 바로 뒤편에 무릎을 꿇은 것임이 분명했다. 눈만 꿈벅이던 민석은 제 오른쪽 어깨에 올려지는 손에 흠칫 놀랐다. "…미안해. 내가 대신 사과할게. …괜찮아?" 듣기좋은 다정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민석이 햇빛에 얼굴을 찡그리곤 시선을 피하며 일어섰다. 운동장으로 나오던 복도에서 잠깐 눈이 마주치자 의미모를 웃음을 흘린 루한이었다. 괜찮아? 다시 한 번 되묻는 루한의 목소리와 딱 매치가 잘 된 유한 인상은 정말 저를 걱정하는 듯해 보였지만, 그 모습을 보자 기분이 팍 상한 민석이었다. 민석은 신경질적으로 제 어깨를 털며 구령대로 걸어가다 멈칫했다. 민석보다 더 빠른 걸음으로 제 앞을 막아오는 루한 덕분이었다. 잠깐만-, 그렇게 양해를 구하는 듯한 말로 민석의 바지 아랫단이 더럽혀진 것을 발견한 루한은 몸을 숙여왔다. "아프겠다…." "뭐, 뭐하는 거야!" 타인의 손에의해 걷어진 교복의 바짓단을 확 내리곤 한 걸음 물러선 민석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너 멍들어. 양호실 가봐야 돼." "……." "민석아," "아 뭐야!" 전학생이란 그랬다. 굳이 이름을 얘기하지 않아도 모두에게 공개된 이름으로써 쉽게 이름이 불려진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었다. 그것도 전학 온 첫 날부터 성을 빼고 이름만으로 친근한 척 불려진다는 건 굉장히 생소한 느낌이었다. 민석은 루한과 말을 섞기 싫어졌다. 웬 오지랖이야. 인상을 팍 쓴 민석이 루한을 밀치곤 본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루한은 민석의 밀침에도 끄덕하지 않았다. 무시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민석의 뒤를 쫓았다. 뒤를 돌아 확인하진 않았지만 제 걸음에 발맞춰 오는 소리덕에 계속해서 따라오는 것을 알고있어 한숨을 쉬곤 교실까지 올라갔다. 민석에게 체육수업도중에 교실까지 올라와버린 것은 꽤나 큰 반항이었다. 그것도 전학 첫 날부터 말이다. 이로인해 담임이나 체육선생에게 밉보일 수 있단 생각이 미치자 역시 남고엔 전학 오는 게 아니다.란 결론에 도달했다. 여느모로 보나 남고는 좀 아니야. 습관적으로 아랫입술을 깨물고있던 민석이 자물쇠에 잠겨있는 교실 앞문을 살폈다. 열쇠는 출석부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던 것이 생각나 애꿎은 복도바닥을 발로 꽝 찼다. 되는 게 없어! "수업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돼." 뒷 편에서 민석의 행동을 넌지시 관찰하던 루한이 입을 열었다. 조용한 복도에서 울리는 음성에 반사적으로 고개만 튼 민석이 다시 시선을 제자리에 고정시켰다. 칠이 벗겨진 초록색 자물쇠가 꽤나 단단해보였다. 민석의 반은 건물 복도 끝에 위치해있는 탓에 학생들의 왕래가 많지 않은 편이었다. 이를 잘 알고있는 루한은 복도에 털썩 앉았다. 다시 운동장으로 갈 생각은 없어보였다. "난 루한이야. 넌 김민석이지?" "…아까 이름 부르더니" "응. 들어서 알고있었어. 전학생이니까." "……." "너 조금 힘들어질 수도 있을 거야. 종인이는 좀, …아니, 많이, 애정결핍이 있거든. 그걸 잘 이겨내지 못 한 타입이야. 매번 이래왔어." 매번이란 말은 학교에서 누군가를 꾸준히 괴롭혀왔단 뜻이었다. 민석은 자세한 얘길 듣지 않고도 지레짐작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도경수 또한 김종인의 타겟일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 경수가 천식이 있다는 걸 진작에 알고있던 종인은 여유롭게 뒤를 쫓았다. 온 힘을 다해 달렸던 경수는 제풀에 지쳐 헉헉대다 털썩 주저앉았다. 잘 쉬어지지 않는 숨 탓에 작은 가슴팍이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얼굴에선 식은땀이 흘렀다. 4월의 공기는 조금 찬기운이 있었지만 뜀박질에 벌게진 얼굴은 쉽게 열기가 가시지 않았다. 유유히 경수의 뒤를 쫓던 종인은 주저앉은 채 힘겹게 숨을 쉬는 작은 등에 약하게 발길질을 했다. 아파보인다고 해서 배려를 한 건 아니었다. 바락바락 대드는 도경수는 괴롭힐 맛이 났지만, 아무런 저항의 힘도 없어보일 땐 철저히 무시하던 종인이었다. "것봐, 뛰어봤자 벼룩인데" "…하, 으…." "네가 망각하고 있는 게 하나 있어. 네깟 놈이 아무리 뛰어봤자 내 손바닥 안 이란 건 깨우칠 때도 됐잖아? …또, 신고 때리는 패기 보고싶어 죽겠는데 말이야, 자제하고 있는 거야?" "…병신." 땀에 젖은 앞머리를 쓸어올리던 경수의 손이 억센 종인의 손길에 잡혀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씨발 개같은 새끼가, 씨발. 쉼없이 욕을 뱉어내는 경수의 주둥이는 어느새 바짝 말라있었다. 쌀쌀했지만 건조한 날씨 탓이었다. "어쩜 한결같아, 도경수는" "…왜? 그래서 질려? 그럼 빨리 그 일찐놀이 좀 집어치워주면 안 돼?" "싫은데? 나한텐 이게 낙이고, 뭣보다 재미가 있어" 종인이 재밌다는 듯 하하 웃으며 무릎을 굽혀 경수와 시선을 맞췄다. 곧이어 종인의 손이 제 앞의 눈을 부릅뜨고있는 경수의 교복 카라깃을 움켜잡았지만 한치에 떨림도 없는 표정이었다. 항상 그래왔던 행동이기에 두려워하지 않았다. ------##-------##-------##------- 분량이 무슨.. 지나가는 개미 똥구녕만하네요... 이게 다 엑컴 덕분이죠.. 그리고 김종인 무릎주의;;; 허세킹;;;...ㅠ.ㅠ 1편 덧글달아주신 레어닉님 빵떡이님 떡덕후님 이랴님 됴르르님 바다가제님 ~~~ 제 사랑머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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