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랑 함께 보셔야 합니다*
천국으로부터의 편지 AM 05:23
ㅡ 혼자 지새야 할 밤보다 어쩌면 더 슬플지도 모르는 혼자 견뎌내야 할 하루를 여는 새벽시간 AM 05:23
exobiota 作
*
종인아, 보고싶다. 지금 시간은 새벽 5시야. 동이 틀것 같기도 하고 되게 애매한 시간이야. 나 요즘 매일 이 시간에 눈을 떠. 방금 우리 집 뒤에 너랑 자주 가던 산에 올라갔다오는 길이야. 우리 봤던 그 평화롭던 우리 동네는 미운데 진짜 그대로야. 변한것도 없이. 야속하지?
어제 비가 왔었어. 그래서 산에 안개가 자욱히 꼈는데 그게 너무 축축한거야. 혹시 울고있어 종인아? 울고있으면 울지마 종인아. 나도 안 울잖아. 니가 너무 보고싶은데 나 꾹 참고 안 울잖아.
아, 나 어제 머리 바꿨어. 니가 나 머리 피는거 보고싶어했잖아. 미용실 누나가 누구한테 잘 보일려고 머리하냐고 하길래 너라고 말했어. 근데 괜히 눈물이 나는거 있지? 그 누나 되게 당황해하는 표정 짱 웃겼는데. 너랑 같이 봤어야 했는데 아쉽다. 어? 너 혹시 내가 그 누나랑 얘기했다고 질투하는거야? 에이 나한테 너 밖에 없는거 알면서 그런다.
질투하니까 옛날 생각난다. 너 질투 진짜 심했잖아. 솔직히 나 니가 질투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서 괜히 세훈이랑 붙어다니고 그런건데 너 몰랐지? 근데 나 그때가 너무 후회스러워 종인아. 세훈이랑 붙어다닐 시간에 너한테 사랑한다고 한번 더 얘기해줄걸 그랬어. 응? 그렇지? 용서해준다고? 역시 우리 김종인.
우리 처음 만난 날은 기억나 그럼? 나 전학 오자마자 니가 나한테 이름은 뭐냐고, 어디서 왔냐고, 매점 가자고, 번호는 뭐냐고 너 끊질기게 물었었잖아. 나 그 때 사실 귀찮은 척은 했지만 되게 좋았어. 사실 나도 너보고 첫눈에 반했었거든. 몰랐지? 몰랐을거야. 나 정말 꽁꽁 숨기고 있었거든. 부끄러워서.
종인아 들려? 울지마. 보고싶어. 만지고 싶어. 근데, 이제 나 때문에 그만 울었으면 좋겠어 니가.
이제 그만 나를 놓아줘. 니가 다시 웃었으면 좋겠어 종인아.
사랑해, 사랑해 김종인. 종인아, 고마워. 사랑해줘서, 아껴줘서, 행복하게 해줘서 고마웠어. 사랑해.
*
제곧내. 천국에서 경수가 종인이한테 보낸 편지예요. 내용만 보면 종인이가 세상을 떠난것처럼 보이는데 실은 경수가..네..
이건 종인이 때문에 세상을 뜨지 못하는 경수가 종인이를 지켜보면서 쓰는 글이예요.
'어제 비가 왔었어. 그래서 산에 안개가 자욱히 꼈는데 그게 너무 축축한거야' 라는 구절은 영혼이 축축함이 느껴진다는 건 경수의 몸에 대고 울음을 터트리는 종인이 때문이구요.
아, 그리고 영혼인 경수가 어떻게 미용사랑 얘기도 하고 머리도 바꾸냐구요? 실제로 바꾸진 않았어요. 그저 영혼인 채로 미용실에 앉아 있었던거고, 미용사의 물음은 다른 손님에게 향했던 질문이였던거죠. 미용사의 행동은 다 다른 사람에게 한거예요. 당황한것도 염색약을 잘못 흘려서 당황했다거나.
마지막에 놓아달라는거는 달동네에 사는 카디의 좁은 집안에 경수의 싸늘한 몸을 끌어안은채 자신의 온기를 나누는 종인에게 하는 말이겠죠?
5시 23분에 의미를 부여하자면 5시에 편지를 쓰기 시작한 경수가 편지를 끝마치고 종인이를 놓는 시간. 그 시간이예요.
그냥 슬픈 카디가 보고싶었어요. 혼자 지새야 할 밤보다 어쩌면 더 슬플지도 모르는 혼자 견뎌내야 할 하루를 여는 새벽시간 AM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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