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 : Playboy - EXO
떼어내야 하지만 떼어낼 수가 없어서 더욱 자극적인 사람
오늘도 나는 달린다. 계속 달리면 어느새 너의 집에 도착해 있고, 나는 문을 연다. 그 문고리에는 비밀이 덕지덕지 붙어있고, 나는 평생 그 비밀을 들춰내지 못 할것이다.
집 안에는 물론 너가 있다. 너의 집이고, 너의 냄새가 지독하게 베어있다. 진절마리 난다고 말해도 어쩔수없이 내가 오게 만들어주는 너의 그 행동과 모든 목소리는 화가난다.
너는 담배애호가였다. 여리여리하게 생긴 얼굴, 그러나 굵직하게 어딘가 오묘하게도 조합되어있는 너의 얼굴과 몸은 매번 볼 때마다 가슴을 저릿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남자다운 손가락, 그리고 항상 잡고있는 말보로 빨간색 담배곽을 열때마다 보이는 립스틱자국들은 수많은 밤을 보냈던 흔적을 일부러 내게 보여주는 것 같았다.
너 때문에 나도 일부러 담배를 피웠다. 담배라면 소스라치게 놀라며 싫어했던 내게는 엄청난 변화였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것으로써 너는 흡족해했다.
한 번 손댄 마약은 다시 돌이킬 수 없다. 너와 내가 갖고있던 공통적인 사상이자 가치관이였다. 담배는 피지만 마약은 씨발이라며 입술을 짓누르는 너의 모습이 내가 보인다.
불을 키지않은 너의 집 안에서는 흐릿한 담배냄새와, 너의 체취와, 시큼한 땀냄새, 그리고 수십 개가 뒤섞인 여자향수가 풍겨왔다. 그 여자향수 중에서 물론 나도 있다.
들키지 않으려고 매일매일 향수의 종류를 바꾼다. 어제는 샤넬 NO.5, 오늘은 맥앤로건. 아마 내일은 마크제이콥스 데이지일 것이다. 담배에 이어 향수애호가라는 소린 아니다.
하나의 공통점이라도 찾고싶어서 안달났다고 쳐도 괜찮다. 왜냐면, 나는 너와 한 몸이 되고싶다. 너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누군가 너를 속박하려고 들면 너는 금방 질려한다.
그래서 너는 더더욱 나를 찾는 것이다. 수 많은 여자들을 탐하던 손길, 수십번을 맞춘 입술, 홀리는 시큰하고도 허스키한 목소리, 그리고 숨길 수 없는 색기어린 미소도.
어때, 우린? 너가 열심히 허릿짓을 하다가 멈추고 건넨 말이였다. 얼굴이 달아오른 상태에서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다. 너에게 내 감정을 비추기엔 쉬운 여자로 보인다.
네 어깨에 매달리던 손도 떼어내고 너를 피했지만 너는 굳이 날 잡지않았다. 오히려 거만한 웃음으로 날 지켜보고 기다렸다. 거친 맹수가 먹이를 기다리듯이.
"정말, 화가나."
집에 오자마자 뱉은 말이였다. 너는 담배를 또 물고있었다. 짙은 눈썹은 평행했다. 감정도 없고, 그냥 진짜- 거만한 태도로. 내 행동을 즐기고 있었다.
내가 뭔 지랄을 하고, 물건을 깨뜨려도 너는 숨만 조용히 내쉴뿐이다. 나를 봐달라고 발악해도 돌아오는 건 차가운 비웃음이니까. 그걸 잘 알고있는 나로썬 참아내야한다.
오늘은 어떤여자를 만났니. 또 외로워서 나를 불러낸거니. 아니면 내가 좋아진거니? 차마 뱉을 수 없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돌고 맴돈다. 나는, 참아내야 한다.
구준회는 담배를 이 사이에 문 채 몇 번 튕기더니, 손가락으로 나를 불렀다. 조용하고도 음침한 이 분위기가 발갛고 달아오르게 만드는 주범은 다름아닌 너였다.
가지마. 머릿속은 그렇게 말했지만 무의식적으로 너에게 다가갔다. 가까워질 수록 진해지는 모습, 그리고 풍겨오는 너의 체취가. 다리를 벌리고 있고, 오늘은 수트차림이다.
빼곡히 박혀있는 담배꽁초에 힐끔 눈길을 줬다. 몇 번이나 핀 건지 셀 기미조차 안 보인다. 너는 내 팔을 툭 치고는 손가락을 까닥인다. 자신을 보라는 무언의 압박.
화가나면, 화를 풀어야지. 너는 킥킥 웃었다. 나한테 화난 것 같은데 뭐 때문에 화났는지 좀 들어나보자. 너는 그렇게 말하며 입꼬리를 잔인하게 찢어뜨렸다.
다 너 때문이야. 주먹을 꽉 쥐다못해 부르르 떨리기까지. 나는 너의 얼굴을 금방이라도 치고 싶어서 화악, 열이 올라왔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게 느껴지고있다.
왜 나만 이렇게 애걸복걸 해야되는건데! 너가 뭔데, 너가 뭔데 내 일상을 방해하고 자꾸만 떠오르게 만드는거야, 너 뭐하는 새끼야? 니 새끼때문에 오늘도 할 일을 망쳤어.
입 밖으로는 감히 꺼내지도 못할 말이 맴돌고 있다. 입만 씰룩거리며 눈가를 무식하게 훔쳐내고, 주머니에 깊숙이 넣어두었던 담배곽을 꺼냈다. 당장이라도 누군가가 나를 위협하고 있는 것 마냥 빠른 손길로 꺼내고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올바르지 못한 숨의 간격이 올바르게 만드는 너의 시선과 역조적이다.
너는 주머니를 몇 번 뒤적이다가 라이터를 꺼냈다. 동네 술집에서 나눠준 거라며 싸구려니 가져도 상관없다는 말과 함께 돌아왔다. 건네받던 손을 멈추고 한참동안 무의미한 시선을 교환했다. 멈춰버린 내 손, 여전히 들고있는 너의 손. 눈가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입으로 찍- 이라는 소리를 내고 어서 가져가라는 너의 못된 행동.
"내가 그냥 걸려있는 여자들이나 똑같다고 생각해?"
"그렇게 생각하면 좀 섭한데,"
"니 새끼는 지옥으로 가서 뒤져버려야 돼. 그래야지 내 마음을 좀 알겠어?"
있는힘껏 뺨을 때렸다. 집 안이 가득 울렸다고 착각해도 될 만큼 세게 너의 뺨을 때렸다. 너가 들고있던 라이터는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은 채 고개가 옆으로 돌아간 너는 어딘가를 가만히 노려보더니 내 손이 한 번 움찔 움직이자 동시다발적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넓직한 어깨가 푸스스 떨려온다. 넥타이를 쥐고있던 너의 손은 천천히 풀며 이제, 곧 내 손을 압박해오겠지. 자연스럽게 드는 그 다음의 과정이 떠올라서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라도 너를 벗어나고 싶어. 근데, 너를 벗어나면 나는 살아가지 못 할 걸 알아. 이런 짜증나는 역순환에 토가 쏠리고 내 자신을 세게 쳐 죽여버리고 싶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라, 너가 잘못한거야. 너가 먼저 나를 건들지만 않았더라면... 너는 떨어진 라이터를 줏었다. 내 손에 억지로 쥐어주는 너의 손에서 차가움이 느껴진다.
마치 너의 기분을 대변한다는 듯이 날카롭기만한 손바닥, 그리고 곁에서 가까이 느껴지는 차갑고도 서늘한 입김. 내 모든 행동을 외면하고 우스워하는 너의 얼굴.
담배, 피워.
"당장 피워. 그 다음 천천히 옭아매줄께."
"개새끼."
"닥쳐, 애걸복걸 울면서 그만해달라고 해도 안 멈추고 끝까지 가봐야 정신차리려나."
먼저 건든건 너고, 난 그것에 순응해줬을 뿐이라며.
달콤한 말로 나를 속박하고, 나를 안으며 나를 태워버리는 너란 사람은.
우리의 사이는 너무 비정상적이다. 내가 도망쳐도 너는 나를 잡는다.
비밀따위없다. 우리는 비밀이란 만들지 않는다. 유일하게 이 세상에서 추잡스럽고도 악독한 습관들이고 뭐고를 다 알고있는 우리는,
날 자꾸만 불러낸다. 동정심은 이미 떨쳐버린지 오래고. 동정심이아닌, 너를 갖고싶다.
이게 진짜 우리의 정의일까.
갑자기 플레이보이 듣다가 꽂혀서 조각글로 써봤어요 :D!
지원이를 많이 선택해주셨는데 누가 준회랑 지원이의 분위기차이를 자세히 알려주셔서 준회로 써봤습니다.
그리고 지원이는 많이 달렸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