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발 미쳤어? 니 혼자가! 니 혼자 가라고!!"
평화로운 명장 남자 고등학교에 백현의 외마디 비명이 울려퍼진다. 방학을 앞두고, 2학년 8반의 반장 김준면이 야심차게 '우리반 추억만들기' 요딴 프로젝트를 세워 남자들만 우글거리는 백현의 반끼리 방학 끝나기 전에 2박3일로 바다에 놀러가자는 것이었다. 백현이 이토록 질색하는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준면의 말로는, 번호순 5명씩 모래사장에 있는 커다란 텐트에서 잠을 자고 2박3일을 놀고 먹고 자고 싸고 할것이라고 했는데, 번호순으로 5명씩 배치하면 이름 성씨 순으로 ㄱ,ㄴ,ㄷ,ㄹ,ㅁ,ㅂ 중 ㄹ,ㅁ 씨는 없으니 ㄷ,ㅂ가 같은방에 붙게된다. 그 ㄷ 는 도경수고 ㅂ는 변백현이다! 안그래도 어색해서 죽겠는데 한방을 쓰라니? 절대 네버 있을수 없는 일이다.
또, 남자놈들의 싸움은 다 그렇듯이 주먹질 한방이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는. 아니면 그냥 싸웠다가도 한 3분만에 "새끼 야동이나 보자" 하고 껄껄거리는, 다들 그런 단세포적인 생각들만 갖고있다. 백현도 그런 생각을 갖고있었다. 불과 강제 커밍아웃을 당하기 전 까지는. 여태까지 항상 등 · 하교 를 같이했던 둘은 부부싸움난 남자와 여자처럼 생까고 등 · 하교를 시작했다. 물론 시작은 경수였지만, 아무렇지않게 다가가고싶은 백현도 벌써 경수에게 자신이 비춰지는 이미지는 '게이' 이 한 단어 뿐일텐데, 차라리 경수가 마음의 정리를 할때까지 기다리는게 더 효율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오래가진 않았다.
시험이 끝날때까지 일주일을 계속 모른척하고 심지어 방학을 2주 남긴 시기까지 경수는 끝까지 백현을 모른척했다. 이상하게 일이 점점 꼬여가는 기분에 용기내서 [경수야] 하고 문자를 보내봤지만 묵묵부답에 또, 학교에선 같은반, 같은자리니까 어쩔수없이 마주하게 되는날 "경수야" 하고 조심스래 말을 걸었지만 항상 침묵에 침묵이었다. 씨발 여자새끼도 아니고 지금 심리전 하는고야? 백현이 이를 갈며 그래 될대로 되라! 라는 식으로 같이 경수를 맞생까기 시작하고 시간은 정말 물흐르듯 빨리 지나갔다. 호구같은 변백현은 달력에 '경수와 등,하교 안한지 D-24' 이딴거나 적어두고 삽질 제대로 하고있고. 그런데 갑자기 바다로 여행이라니? 그것도 경수와 같은 텐트안에서 잠자고 먹고?
백현이 발작할정도로 싫어!!!시러어어엉!!실타고오오!!오오오오옹!!으에에아아아아악!! 하고 소리치니, 준면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비키니"
"콜"
DOG BABY
도그베이비
개새끼
Written by.폭행몬스터
그렇게 해서 가게된 백현의 반 여행이었다. 학급수는 총 38명이고 귀찮아서 안간다는 놈들과 개인사정으로 못간다는 놈들 빼면 24명. 아침부터 전철역에서 왁자지껄하게 모여서 5시간을 달려 도착한곳은 싸기로 유명한 모래사장과 텐트, 화장실이 구비된 가격대비로 나름 괜찮은 바다였다. 평소같으면 기차와 전철도 옆에 꼭 붙어앉고 개드립치고 난리가 났을텐데, 경수와 백현의 사이가 어색해지고 나서 백현의 반도 덩달아 정숙 이었다. 그래서 바다에 도착하자마자 24명중 18명은 텐트에 짐풀고 배나 벅벅 긁으며 자고있고, 반장 김준면은 당황하며 텐트안에 누워있는 애들을 다 깨워 밖으로 내 몰았다. 반애들은 다들 귀찮다는 눈빛이었지만 준면이 이를 앙 물고 "그냥 소금물에 쳐 들어가서 개헤엄이나 치고 놀아라…응~?" 하고 착하게 말하면서도 반 협박을 하자 다들 좀비처럼 바다에 뛰어가서 동동 떠있었다. 경수와 백현도 수영복으로 갈아입기는 했는데, 물에 들어가기는 싫어서 의도치않게 같이 모래사장에 앉아있을 뿐이었다. 햇빛은 익을듯이 타오르고, 시간은 빨리 갔으면 하는데 아직 하루도 안지났고. 씨발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여기 온거야! 백현이 마음속으로 외쳤다.
"저기 반장. 나 너무 피곤해서 그런데 집에가면 안될까?"
"들어올땐 마음대로지만 나갈땐 아니란다."
"……."
"걍 너도 소금물 들어가서 해파리랑 같이 쳐 놀아라"
"예"
반장새끼 깐깐하긴. 선글라스를 끼고 바캉스의자에 누워있는꼴이 말도아니다. 백현은 한숨을 푹 쉬고 어쩔수없이 바다에 들어가서 튜브를 허리춤에 낀다음에 '나는 해파리다… 나는 해파리다…' 를 머릿속에 주입하며 동동 떠다녔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를 포함한 반 아이들이 다 해파리처럼 동동 떠다니기만 한다. 이상기온때문에 바닷물은 미지근하고, 햇빛은 직사광선으로 졸라쎄게 내리쬐는데 여기에 놀이기구가 있는것도 아니니 존나게 재미없었다. 결국 백현이 모래사장에 선글라스를 끼고 엄마미소로 반아이들 사진을 찍는 준면에게 소리쳤다.
"물에서 그만놀고 술파티하자!!"
* * *
고딩들이 무슨 술이냐- 하겠지만 요즘 고딩들은 격이 다르다. 엄마 주민으로 인터넷에서 소주와 맥주를 한박스씩 시킨 변○○ 씨 부터, 노안으로 유명해, 백화점에서 샴페인 7종류를 싹쓸이해온 김○○씨, 아주 다양한 미친놈들이 여러곳에서 술이면 술, 안주면 안주, 음료면 음료는 다 사재기해서 살림차려도 될만큼의 양을 박스채로 끌고왔다는 사실! 그래서 이들은 바다에 놀러온건지 술먹으로 온건지, 모래사장에 커다란 돗자리를 깔고 24명이 다 옹기종기 앉아 저녁이 되길 기다리고있었다. 술은 밤에먹는 술이 짱짱이지. 라고 주장하는 백현때문에 눈앞에 떡을두고 못먹는 꼴이 되고말았단 말이다. 지금 시간은 6시. 여름이라 해는 오지게 안지자 준면이 먼저 고기부터 구워먹으면서 술판을 시작하자며 미리준비한 삼겹살을 엄청나게 꺼내더니 불판을 빌려와 굽기시작했다. 애들이 "닌 부모님이 돼지잡는 일하시냐? 왜이렇게 많이 가져왔어" 하고 물으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우며 "엄마 회사에서 회식한다고 미리 주문해둔건데 들고 튀었어. 이번 바캉스 끝나고 난 죽어서 봐야될거다." 하고 호탕하게 하하하! 웃는다. 혼자 쭈구려있던 경수가 "병신들…" 이라 중얼거렸다.
"야, 술판하면 게임이지. 게임은 바로 왕게임 아니겠냐?"
"와아아아아아!"
"이 형님이 벌써 스물네개의 종이에 번호랑 왕 다 적어놨다. 니들은 걸릴준비나 해라."
학교에서도 게임만하고 노는 놈 한명이 제비뽑기종이를 주섬주섬 꺼내며 한 말이다. 주위에서는 남자애들이 수위는 쎈걸로! 하고 무섭게 외쳤다. 백현도 신이난듯 야 빨리 뽑아!! 라고 말하며 종이 하나를 가져갔다. 하지만 경수는 세상에서 왕게임을 제일 싫어한다. 중3때 전학을 온후 졸업여행을 갔는데, 그때도 왕게임을 했었다. 경수는 하기 싫지만 억지로 왕게임에 참여했고 그 결과는 경수가 친하지도 않은 남자아이의 양말을 입으로 벗기는 벌칙에 걸렸을 정도니 말 다했다. 경수는 왕게임에 눈이멀어 신나하는 아이들을 보고 마치 'welcome to hell' 이라는 문구가 떠올라서 얼른 이 게임을 빠져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수빠른 애들이 "게임 빠지면 우리가 직접 제조한 폭탄주 원샷! 침도뱉고 코딱지도 넣을거야 그러니까 빼지마!" 하고 외치는바람에 다 물거품이 되었다.
"와 내가 왕이다!! 첫판부터 쎈걸로간다. 8번이랑 15번 사람들 보는앞에서 찐하게 키스."
경수는 눈을 감고 종이를 펼쳤다. 귓가에서는 "헐 변백현 15번이야 으핳하하하하!" 하는 소리와 백현의 "씨빨…! 그래 8번 나와 이 엉아가 찐하게 키스해줄께."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경수가 눈을뜨고 자기의 제비뽑기표를 들여다보고 3초후, 백현과 경수의 표정은 동시에 굳었다.
"경수가 8번이야 와핳하하핳하!!"
키스해!키스해!키스해! 모두들 합창을하며 손벽을 친다. 아니,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수가 있나? 현실을 부정하려는 경수의 모습을 보고 준면이 "다시한번 말하지만 안하면 벌칙으로 폭탄주 원샷!" 하고 정확히 말해줬다. 둘다 정색한 표정으로 1분을 가만히 있으니 반 애들도 지루하다는듯 욕을 내뱉으며 "폭탄주먹고 끝내 시간끌지말고!" 라 말했다. 그 동시에 백현의 뒤에있던 애가 백현의 등을 떠밀었고 둘은 어쩔수없이 눈을 똑바로 마주치게 되었다. 경수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키스라니!!
"아씨발 도경수 너 할꺼야?"
"으…으응!?"
"아 진짜 미치겠네 너 술 못하지."
"으,응…"
백현과 경수가 소근소근 말을 주고받았다. 그 와중에도 백현은 도경수랑 25일만에 말을 나눴어!! 라고 생각하며 좋아하고있었다. 이제 이미지를 좋게만들 때가 왔어 기필코 경수에게 내가 섹드립만 좋아하는 변태게이가 아니라는것을 보여주겠어. 백현이 비장한 얼굴로 반 아이들을 돌아보면서 말한다.
"그냥 내가 폭탄주 마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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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 저 놀래키시면 감사합니다. 일요일날, 10시에 인나서 밥먹고 인티켰는데 1편에 댓글 10개나 있어서 놀랐어요. 나중에 두개 더 달렸더라구요. 그래서 호구처럼 낄낄거림서 캡쳐하고 지금 제 보물폴더에 고이 PNG로 모셔뒀습니다. 힘들때마다 봐야겠다.
마음같아선 일일이 답글 달아드리고 싶고 원래 제 성격엔 답글 다 달아드리는건데 손가락까지 늙었는지 한편쓰면 지쳐서 완전 흐물거리네요 그래도 님들 댓글 10번은 더 봤습니다. 제가 님덜 사랑하는거 알죠? ps. 픽에서 오타는 가볍게 넘어가주십쇼. 앞에서 말했듯이 손가락이 늙었습니다. 신체연령은 팔팔한데 손가락만 80대에요 하하! 손가락늙은 자까를 욕하세요. 요즘 신춘문예 때문에 힘들어 죽겠어요 신춘문예 썰어먹어 일단 그래서 전 독자님들을 사랑하니까 이제부터 리댓 다 달거에요. 좀 거칠어도 이게 다 작가놈이 나를 정말 친근하게 생각하는구나. 라고 생각하세요 하핫!
그리고 저 손이 고자라서 선물은 드릴게 없으니까 제가 낑낑거리면서 만든 짤이나 보세요 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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