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몬스타엑스 강동원 김남길 엑소 온앤오프 성찬
달다구링 전체글ll조회 749l
수위 있는글 아니에요! 

처음 적어보는거라 창피하네요,,, 

 

 

사람이 부지런해지는 날은 일년 중 몇 없는 것 같다. 내 경우엔 새해 첫날과 개학날만큼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지곤한다. 평소보다 조금 여유있게 준비할 수 있는정도에 눈을 뜨곤했지만 고등학생이 된다는것 때문인지 너무 일찍 눈이 떠졌다. '이렇게 된 김에 맘 편히 맨뒤 구석자리에나 앉지 뭐.'라는 생각으로 일찍 집을 나섰다. 

 

버스에는 피곤해보이는 정장을 입은 어른들과 일찍부터 분주하게 준비한듯한 소쿠리를 품고 계신 할머니들이 몇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불편한 교복을 입고 서있었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어스름한 밤이 지나고 해가 뜨고 있었다.  

 

반 열쇠를 가지러 교무실에 들렸다. 하지만 키 보관함 어디를 찾아보아도 1-3반 열쇠는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찾다가 누가 벌써 등교를 한건가 싶어 교실로 걸어갔다.  

뒷문에 나있는 작은 창으로 보니 누군가 이미 등교해있었다. 그래서 열쇠가 없었구나.  

내가 앉으려던 자리에 이미 그 친구가 앉아 엎드려 잠을 청하고 있었다.  

 

최연준 

 

책상 위에 올려진 명찰에 적힌 이름. 명찰 색이 나와 달랐다. 1학년은 초록색이라고 했는데, 파란색의 명찰이었다. 중학교 때 쓰던 명찰을 가져온건가?  

혹 잠을 깨울까 싶어 조용히 옆자리에 앉았다. 

다른 곳에 앉을까 싶었지만, 아무래도 눈에 띄지 않는 구석자리에 앉고 싶었다. 사람을 사귄다는건 매 학기마다 두려운 일이지만, 고등학교라고 생각하니 그 두려움이 좀더 무거웠기 때문에..  

 

나도 덜 잔 잠이나 다시 청해볼까싶어 이어폰을 꼽고 엎드리려는 찰라, 하얀 셔츠 사이로 검붉은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죽- 그어버린듯한 상처. 어디에 긁힌게 아니라 고의적으로 그었다고 말하는듯 곧게 그어진 상처가 보일듯 말듯, 그렇지만 하얀셔츠와 대조되어 눈에 띄게 분명 보이고 있었다. 뭐지.. 일부러 그은걸까, 지금이라도 다른 자리로 옮길까 머리가 복잡했지만 하나 둘 다른 친구들이 교실로 들어오고 있어서 못본척 몸을 돌려 엎드렸다.  

 

 

 

조회를 한다는 소리에 잠에서 깨서 눈을 비볐다. 옆자리 애는 언제 깻는지 벌써 자세를 고쳐잡고 바르게 앉아있었다.  

"안녕?" 하고 먼저 인사를 건네니 힐끔 한번 쳐다보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개학 첫날, 신입생이라 서로 다들 모를테니 한명씩 짧게 자기소개를 하라는 선생님의 말에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을 소개했다. 역시 뒤에 앉길 잘했다. 다른 친구들의 소개를 들으며 나는 뭐라고 말을 할까 생각을 정리했다. 한참이 지나 내 말이 정리가 됬을무렵 최연준이 일어났다. 

 

"안녕. 나는 최연준. 잘부탁해."  

 

정말 무미건조하게 표정없는 눈으로 짧게 소개를 하고는 다시 초점없이 앉았다.  

딱히 소개가 없었으니 명찰은 역시 아직 구매 못해서 중학교걸 가져온건가? 생각하며 자리에 일어나 내 소개를 했다. 

 

"안녕, 난 최수빈이야. 축구 못하지만 좋아해. 오늘 점심에 공 차고 싶는 사람 급식 같이 먹자!" 

 

몇몇 남자애들이 오오! 좋지! 하며 박수를 치고 꽤나 성공적인 소개였다 생각하며 앉았다.  

축구 이야기에도 최연준은 그저 가만히 앉아만 있었지만. 

 

 

 

고등학교라고 무언가 특별한건 아니었다. 중학교와 똑같은 날들. 다만 듣는 과목이 늘어나고 야자까지 하다보니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집에 다녀오겠습니다~" 하는게 헤어지는 인사였다. 

 

점심시간마다 공을 차며 여러 아이들이랑 친해진 덕에 반장도 하게됬다. 임명장을 가져가니 우리 아들 장하다며 궁둥이까지 토닥여가며 입에 걸린 엄마 때문에 조금은 쑥스러웠다. 아무래도 반장이 된 뒤로 학급일을 도맡아 했기 때문에 선생님들께도 이쁨 받고, 반에서도 두루두루 친하게 지낼 수 있어서 나름 재밌게 학교를 다니고 있다. 딱 하나, 최연준만 빼면. 

 

 

한달동안 관찰한 최연준은 정말 말이 없다. 키는 나보다 한뼘이 조금 모자라게 작으니 작은 키는 아님에도 덩치는 내가 훨씬 컸다. 그럼에도 급식실에서는 한번도 본적이 없는 듯 했다. 수업 시간에는 엎드려있지 않지만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엔 항상 엎드려만 있는것 같았다. 짝궁임에도 별다른 말을 붙일 기회조차 없을정도였다. 고등학교 입학하면서 전학을 온것인지 반에서도 최연준에 대해 아는 애가 한명도 없었다. 축구라도 한판 같이하면 그 핑계로 매점도 같이 가고, 그러다보면 친해져서 피시방도 가고 카톡도 할텐데 축구엔 흥미가 없는건지 몇번 제안을 해보았지만 번번히 거절을 당했기에 나도 더이상 묻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래도 반장이니까 모두와 친해지고 싶은 맘에 몇번이고 말을 걸어보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건 무미건조한 표정과 고개짓 뿐이어서 나도 지쳐가고 있었다.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도는게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평일엔 학교 오가는 동안에만 타기 때문에 재미라곤 전혀 없이 그저 이동수단이지만 가끔 답답할 때 자전거를 꺼내 여기저기 발길이 닿는대로 페달을 죽어라 밟고나면 어딘가 뻥 뚫리는듯 하다. 그날도 아마 어딘가 답답해서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 페달을 의미없이 밟고 있었다. 

 

가장 좋아하는 풍경인 퇴근길의 다리 너머를 보고 싶어서 도착한 곳에 누군가 서있었다.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가보니 최연준이었다.  

 

"야! 여기서 뭐해? 와 학교 밖에서 보니까 더 반갑다. 너도 저녁 먹고 산책하는거야?"  

 

어깨를 툭 치며 자전거를 세우고 고개를 드니 붉은 눈가가 보였다.  

 

"야.. 너 울어..?"  

 

당황스러웠다. 조용하게 조금의 들썩임도 없이 눈물만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순간 무슨 생각이었는지 손목을 낚아채 소매를 걷어보았다. 처음 최연준을 만난 날 곧게 그어져있던 상처들을 닮은 곧은 선들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었다. 최연준은 놀랐는지 손을 빼 등 뒤로 감추었다. 그제서야 입을 열고는  

 

"신경쓰지마. 미안." 하고 뱉었다. 울음에 잠겨 무거운 목소리로. 얼마나 여기서 서있던건지 잠깐 스친 손이 너무 차가웠다.  

 

"가자, 저쪽 다리 밑은 사람 잘 안다녀. 거기로 가자." 하고는 반대쪽 손을 붙들고 자전거를 끌었다.  

 

 

"잠깐만 앉아있어. 어디가지말고 나 올때까지 여기 가만히 앉아있어야해. 알았지?"  

 

여러번을 다독인 뒤에야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걸보고서야 편의점으로 달렸다.  

따듯한 음료랑 대충 소독할 수 있을만한 것들을 집어서 뛰었다. 멀은 거리가 절대 아닌데도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혹시나 최연준이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을까봐 죽어라 뛰었다. 

 

다행히 최연준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작은 얼굴을 폭 떨군채로 잔뜩 웅추린 몸이 평소보다도 더 작게만 느껴졌다. 어째서인지 너무 외로워보여서 가만히 안아주었다. 

 

"네 잘못이 아니야. 괜찮아. 전부 괜찮아."  

 

무엇때문에 울고 있던건진 모르겠지만 그 순간 최연준을 본 나는 그저 괜찮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너의 우울이 무엇이든 다 괜찮다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몇번이고 얘기해주었다. 그제서야 무언가 터진듯 소리내서 울었다. 조금씩 어깨도 들썩이면서.  

울음이 잦아들었을 때서야 사온 음료를 건낼 수 있었다.  

 

"너 꽤 오래 밖에 있었던것 같길래.. 이거라도 마시라고 따듯한걸로 사왔는데 좀 식은 것 같아. 그래도 내가 일부러 주머니에 넣구 와서 아직은 따듯해. 하나는 마시고 하나는 손에 잡고 있어. 너 이러다 내일 감기 걸린다. 그리고 팔 잠깐만 보자." 

 

순순히 내 손 위에 올려놓은 팔을 걷어 상처를 가까이에서 보니 생각보다 더 형편없었다. 왜 그랬냐고 묻는 것조차 상처가 될까 싶어 입술을 괜히 깨물었다.  

 

"아.." 

 

"아프지? 조금만 참아. 소독하는거 따가울것 같긴한데.. 으.. 미안해 미안해. 그래도 덧나면 안되잖아."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니 처음으로 최연준이 살아있는게 눈에 보였다. 처음부터 무채색이었다는냥 아무 색도, 소리도 없던 최연준이었지만 분명 살아있었다. 

 

 

"네 이야기 해줄 수 있어? 말하기 싫으면 할 수 없구. 너가 털어 놓아서 괜찮아진다면 언제든지 들어줄게. 지금이어도 좋고, 나중이라도 괜찮구. 학교에서도 괜찮아. 나 반장이잖아." 

 

내 말에 짧게 한숨을 뱉더니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내 눈에서 무엇이라도 읽는것처럼 꽤 오랫동안 빤히 쳐다보았다. 

 

"나는.. 별로 살고 싶지가 않아." 

 

그래. 그러니까 네 팔을 저렇게 죽죽 그은거겠지.  

 

"집에 혼자 있다가.. 혼자인게 싫어서 밖에 나왔어. 더이상 집에 있다가는 무언가 끊어질것 같았어. 그래서 그냥 뛰어나와서 여기로 왔어." 

 

왜 하필 여기였을까. 나와 같은 이유일지 궁금했다. 

 

"나도 답답하면 자전거 타고 여기 자주와. 차 불빛들이 강에 비추는게 은하수 같지 않아? 뭔가 불빛들이 따듯해 보여서 좋아. 특히 밤에는 더. 저 불빛들은 다 사랑하는 사람한테 가는 걸거 아냐. 가족이든 연인이든 친구든. 불빛 속 여러 이야기들을 상상하면 기분이 좋아서 자주와." 

 

내 말에 최연준은 짧게 풋 하고 웃었다.  

 

"나랑은 반대네. 난 오히려 막상 여기와서 불빛들 보고 있으면 저 수많은 사람들 속에 나만 속할 곳이 없는것 같아서 더 우울하던데." 

 

아차. 실수했구나 싶었다. 눈치를 보며 연준이의 얼굴을 살피었지만 도통 얘는 표정이 없다.  

 

"혼자라는 생각 때문에 힘든거야?"  

 

내 물음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게 이야기를 털어놓아도 되냐고 물었다. 아무렴, 괜찮고말고. 오히려 털어놔주면 고맙지. 좀처럼 친해질 기회도 없어서 우리 한달이나 짝이었는데도 너랑 대화 처음해보는거 알어? 하고 조금은 투정을 부리니 최연준은 미안하다며 자기의 속을 털어놓았다. 

 

"나 오늘 생일이었어. 괜찮아. 생일선물 이미 받았어. 지금 너랑 이러고 있잖아. 이게 선물이지 뭘. 고마워. 그냥... 난 내 생일이 싫어. 아무도 축하해주지 않으니까 내가 끼면 안되는 자리에 낀것만 같거든." 

 

얘기를 하려니 또 울컥했는지 잠깐 숨을 크게 들이 마시고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사실 반 애들보다 한살 많아. 작년에 학교 쉬었거든." 

 

아.. 그래서 명찰 색이 혼자 달랐구나. 궁금하긴 했는데 딱히 선생님도 별 말 없으시길래 중학교 때 명찰을 그대로 차고 다니는 줄 알았어. 라고 하자 굳이 말하고 싶지 않았다고 대답하기에 내색하지도, 누군가에게도 절대 얘기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뭐가 힘드냐고 물어도 할말은 없어. 나도 내가 뭐 때문에 힘든지 잘 모르겠거든. 죽고 싶은데 죽고 싶진 않아. 손목이 쓰린것보다 마음이 더 쓰려. 그런데 나도 이유를 모르겠어. 작년 생일 때 안좋은 행동을 했어. 운이 좋았던건지 나빴던건진 모르겠지만... 다시 시도하기엔 혼자 죽어가던 그 시간이 너무 무서웠어서 지금은 그렇겐 못하겠어. 아픈것보다도 조용하고 어두운 방에 혼자 있는게 더 무서웠거든." 

 

"그럼 그 일 때문에 일년 쉰거야?" 

 

"응. 기억은 없지만. 그러니까 혹시나 걱정은 안해도 돼. 난 죽을 용기조차 없어서..." 

 

그런 말이 어딨어. 생일인데 너무 초라하잖아. 케익은 먹었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어보이는게 내가 다 속상했다. 지금이라도 사서 둘이 먹자는 말에도 넌 한사코 거부했다. 별로 단거 좋아하지도 않는다면서. 케익을 단거 좋아해서 먹는거냐... 태어나서 축하한다고 기분 내는거지. 그럼에도 넌 계속해서 괜찮다며 거절하니 더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핸드폰 줘봐. 이거 내 번호야. 1-3 반장 최수빈 으로 저장했어. 앞으로 혼자있기 싫으면 언제든지 불러. 전화도 괜찮고 카톡도 상관없어. 나도 니 번호 저장했다. 카톡해도 되지?" 

 

내가 찍어놓은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너는 작게 웅얼거렸다. 너무 작아서 두번이나 되물은 뒤에야 고맙다는 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생일 축하해. 살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 내가 하루하루가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해줄게. 내년엔 같이 케익도 먹자. 약속해. 자 손 줘." 

 

쭈뼛거리는 최연준의 손을 붙잡아 새끼손가락을 걸어보이며 웃었다.  

 

 

그날 자전거를 타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최연준은 생각만큼 우울한 애는 아니었다. 

손목도 더이상 상처는 눈에 띄지 않았다. 

 

내 짝궁이야. 라고 말하며 여기저기 친구들이랑 놀때마다 끼워서 같이 다녔다. 처음엔 서로 어색해했지만 금세 친해져서 같이 어울리는 무리가 되었다.  

 

여러모로 되게 특이한 애였다. 

인터넷에서 짤으로나 보던 부장님 개그 같은걸 좋아하는지 간혹 진지하게 개그를 던져 모두 아하하! 재밌다. 라며 연기를 해주어야하는것만 빼면.. 참 좋은 애였다. 

 

가장 의외였던 부분은 공부를 꽤나 잘한다는 거였다. 이 부분은 나를 제외한 다른 애들도 동의하는 듯 했다. 순한 인상은 아닌데다 늘 맨 뒷자리에서 엎드려만 있으니 조금은 노는 애일거라 생각했단 애들도 꽤 있었다.  

첫 중간고사 때 반 1등을 한 것도 놀라웠는데 영어말하기 대회는 다들 입을 벌리고 박수를 쳤다. 옆반에 혼혈이라던 휴닝이보다 연준이가 영어를 더 잘하더라. 나중에 듣기론 휴닝이는 어릴때부터 한국에서 살아서 영어는 잘 못하고 한국말이 더 편하다고 했다. 그에비해 최연준은 초등학교까진 미국에서 다녔다는 것 같았다. 원래 고등학교도 인문계가 아닌 국제고를 가려다가 아프게 된 뒤로 인문계로 왔다는 것 같고.. 가장 의외였다. 정말.. 

 

 

그리고 춤을 굉장히 잘추고 노래도 잘한다는 거? 축제 때 반마다 장기자랑을 꼭 해야한다해서 반장인 나는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다들 몸으로 뛰는 종목에만 관심이 있지 장기자랑은 소극적이었다. 회의를 한시간이나 하는데도 답이 나오지 않아 자포자기 할때쯤 최연준이 손을 머뭇거리며 드는게 보였다. 

 

"응?? 연준아 무슨 아이디어 있어???" 

"어.. 우리 다같이 해야하는거니까 플래시몹 같은건 어떨까 해서.. 춤은 내가 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말 한마디에 다들 유튜브에서 본적 있다며 신이나서 이 노래, 저 노래를 떠드는 통에 나중가선 곡을 고르느라 애를 먹을 정도였다.  

하교길에 고맙다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냐 물으니 미국에서 케이팝 가지고 플래시몹 하는걸 우연히 본 기억이 나서 말해봤는데 도움이 되서 다행이라며 멋쩍은지 목 뒤를 긁으며 씨익 웃었다.  

 

 

주말에는 항상 둘이 만나 자전거를 타고 처음 우리가 대화를 나눴던 한강으로 달렸다. 정확히는 뚝섬유원지.  

최연준은 퍽 그 곳을 좋아하는 듯 했다. 

 

"나 집 학교랑 꽤 멀잖아. 그런데도 왜 여기로 왔는지 알아?" 

 

왜 냐는 내 물음에 저기 봐봐 하며 어깨를 콕콕 찌르는 네 손끝을 따라서 바라보니 탁 트여 물이 흐르고,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추억을 만드는 푸른 세상이 눈에 비친다.  

 

"지하철 타면 뚝섬유원지 지나서 잠실나루까지 지하철에서 보이는 한강이 너무 예뻐서. 그래서 왔어. 여기로." 

 

내가 좋아하던 밤의 한강 같은 느낌인걸까. 아이같이 반달이 된 눈을 하고 웃는 네가 참 좋았다. 시원한 풍경만큼이나 너의 웃음도 해맑고 시원해서 좋았다.  

 

 

풀밭에 앉아서 우리는 참 많은 계절을 보냈다.  

여름에는 뚝섬으로 갔다가 즉흥적으로 지하철을 타고 바닷가로 떠나기도 했다. 해가 지려고 하는 밤이 되서야 도착한 바다에 우리는 소리도 힘껏 질러보고, 폭죽도 터트려보고 다 타든 폭죽으로 모래사장에 낙서도 해가며 웃었다. 집에 가는 길에 어디선가 소라를 주워와서는 탁탁 털더니 집에 돌아가는 내내 귀에 대고는 바다가 들려 라고 속삭였다.  

 

집에서 뜨거운 물이랑 컵라면 가져왔다며 아무대나 자리 깔고 앉아서 컵라면을 먹어보기도 하고.. 보온병이었지만 식어버린 물에 제대로 맛이 안나서 다음엔 뽀글이 먹자고도 하고. 

 

주로 우리는 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너는 공부 잘하니까 당연히 서울대 갈거지? 무슨 과 갈거야 하고 싶은게 뭐야? 라는 대답에 너는 여름이 끝나도록 대답하지 못했다. 나중에 생각나면 꼭 너한테 가장 먼저 알려줄게. 지금은 잘 모르겠어. 하며 말을 돌리곤 했다.  

 

불확실한, 아직은 너무 먼 이야기 같아 지금의 내가 제대로 걷고 있는게 맞는지 확신이 없어서도 불안했던 우리였지만 적어도 나는 최연준이랑 나누는 대화들이 좋았고, 더이상 색이 없는 최연준은 없는 것 같아서도 마음이 놓였다.  

 

 

2학기가 끝나던 겨울, 너는 한동안 연락이 안될지도 모르겠다는 카톡을 보냈다.  

왜? 라는 내 질문에 부모님 따라서 미국에 다녀올것 같다고만 말할 뿐이었다. 

미국도 카톡은 되지 않아? 라는 내 카톡은 끝끝내 겨울방학이 끝나도록 1이 사라지지 않았다.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 지루했다. 처음에는 바빠서 그러겠지. 짐 푸느라 정신 없을거야. 라고 생각했고, 몇 주 쯤 지날때엔 짐 다 풀고 오랜만에 부모님 뵈서 여기저기 여행 다니느라 바쁘겠지.. 그렇게 방학이 끝나갈 무렵엔 불안했다. 다른 애들한테도 혹시나 최연준한테 연락 온게 없는지 물었지만 아무도 소식을 아는 애는 없었다. 그리고 만약 아는 애가 있었다면 그건 그거대로 서운했을 것 같다. 최연준한테 가장 친한 친구는 나 최수빈이라고 믿으니까. 

 

 

결국 너는 새 학년이 시작되고, 이쁜 벚꽃 눈이 내릴 때 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새로운 반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었지만 네가 없으니 무언가 재미가 없었다. 

이렇게까지 연락이 없을 너가 아닌데 나중에는 화가 났다. 너의 집을 몇번이고 찾아가봤지만 오래 전에 발자국이 끊긴 듯 썰렁한 대문만 늘 그대로였다.  

기다림에 지친 나는 너를 잊고 지냈다.  

자주가던 뚝섬에도 그즈음부턴 가지 않았다. 아니..가지 못했다. 매일 너와 붙어 다니던 곳이라 어딜 가든 네가 생각이 나서 괴로웠다. 금방이라도 "야!!! 최수빈!!" 하고 달려올것 같은데..나는 키도 크고 덩치도 커서 어디에 있든 네 눈에 가장 먼저 보일텐데 이렇게까지 나를 찾지 않는 너가 너무 미웠다. 나쁜 최연준. 

 

 

너가 너무 보고 싶을때면 축제 영상을 돌려보곤 했다.  

체육대회 때 플래시몹에서도 센터를 맡을정도로 춤을 잘추던 넌, 축제 때는 자신감이 생겼는지 혼자 춤으로 무대 위에 올랐다.  

여름 매미 소리를 들으며 가로등 밑에서 춤을 추던 네가 생각이 나면 가끔 훌쩍이기도 했다.  

무슨 이유로 네가 떠났는지, 왜 연락은 되질 않는지, 어디에 있는건지 너무 궁금한데 카톡의 1만 야속하게도 사라지지 않았다.  

배터리 옆 삼각형은 내 맘은 아랑곳하지 않고 까맣게 가득 차있었다. 그 삼각형이 내 마음을 이리저리 구르며 할퀸건지 속이 쓰렸다. 

 

 

너와 같이 보낸 계절들을  

나 혼자 두번이나 보냈다.  

그때까지도 너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 와중에 키가 좀 더 자라버려서 교복을 새로 사야했었다. 원래도 나보다 한뼘정도 작던 너도 나처럼 키가 조금 더 커졌을까?  

너에게 궁금한 것도 많고 해주고픈 내 이야기도 많는데 여전히 너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어색했던 교복만큼이나 더 어색한 학사모와 가운을 입고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3년 내내 반장을 하고, 마지막엔 학생회장까지 한덕에 대표로 단상에 올라 졸업장을 받았다.  

 

졸업식이 다 끝나고 가족들이랑 밥 먹어야지. 어서 가라는 선생님들의 만류에도 제가 학생회장인데요, 마지막이잖아요. 하면서 끝까지 남아 정리를 도왔다. 사실 늦게라도 네가 올까봐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걸지도 모르겠다. 

 

정리를 다 끝내고 담임 선생님들을 찾아가 그동안 감사했다고 인사를 드렸다. 고등학교에 입학해 아직 어린애 티를 못벗었던 최수빈을, 반장이라며 늘 칭찬하고 격려해주시던 1학년 담임선생님께 인사를 드린 후 조심스럽게 연준이에 대해 물었다. 

 

"선생님, 저희 반에 연준이요.. 혹시 부모님 번호 알 수 있을까요?"  

 

내 말에 선생님은 놀란 토끼눈을 하더니 이것저것 뒤적거리셨다.  

 

"어머? 연준이랑 연락 안하고 지냈니? 너희 둘이 제일 친했잖아. 진작 물어보지 그랬니. 이민 간거라서 연락이 끊긴건가..? 잠시만, 부모님 번호는 있는데 번호가 그대로일지는 나도 모르겠다. 여기!" 

 

선생님이 적어주신 종이를 만지작 거리며 걷다가 정신차려보니 처음 만난 다리 위였다. 

전화하는게 이렇게 어려웠던가?  

겨우 11자리 누르는게 손이 떨려서 지우길 반복했다. 신호음도 너무 길었다. 날이 추운데도 등에서는 땀이 비질 나는 듯했다. 

 

"여보세요?" 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저 연준이 친구 최수빈이라고 하는데요. 연준이랑 통화하고 싶어서 전화드렸어요. 연준이 있나요?" 

 

 

스무살의 봄. 

이제는 교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어설프게나마 아침이면 거울 앞에서 씨름하며 머리를 올렸다가 내렸다가 난생 처음으로 색이 들은 립밤도 사보았다. 학교를 가는 길에 지나게 되는 한강을 매일 핸드폰으로 찍는다. 대학생 되면 자취하고 싶었는데.. 통학도 썩 나쁘지 않은것 같다며 위안 삼으며. 

 

 

미국에서 날라온 편지는 끝끝내 바로 읽진 못했다. 대학에 입학하고.. 벚꽂이 질 때 쯤에서야 겨우 읽을 용기를 냈다.  

 

최수빈에게. 

수빈! 안녕. 날이 참 쌀쌀밀밀보리보리하지? 

나 연준이야. 벌써 1학년이 다 끝났네.  

처음 널 마주쳤던 그날이 자꾸 생각나.  

나한테 아무것도 묻지 않고 뭐든 다 내 잘못 아니라고 했었잖아. 그치? 

그래도 이건 내 잘못이라고 혼낼것 같아.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었어. 내 잘못이 아니었다는 말. 나도 너무 잘 아는데, 그런데도 자꾸 힘들더라고.. 

 

살고 싶은 이유를 만들어준다했잖아. 꼭 내년엔 케익도 같이 먹자고. 미안해 약속 못지켜서. 

그래도 나 너랑 꼭 같이 케익 먹고 싶었어.  

엉망인 내 손목을 보면서 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날 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난 아마 이후에 시간을 보내지 못했을 것 같아.  

언제라도 포기할 수 있을만큼 난 아무런 미련도 의욕도 없었거든.  

그래도 너가 있어서 남은 계절을 보낸것 같아. 

 

나 원래 춤 좋아해서 예고 같은거 가보고도 싶었어. 부모님은 학생은 공부해야한다면서 엄청 싫어하셨지만.. 그래도 꼭 한번 무대에서 춤춰보고 싶었거든. 멋있잖아? 조명이 나를 비추고 그 순간만큼은 내가 주인공이니까. 네 덕분에 친구를 사귀고 .. 그거에 또 용기내서 축제도 나가보고.. 지금 생각하면 다 꿈 같아. 

 

왜 우울하냐고 언젠가 물었었지? 

이유가 있겠어. 나도 잘 모르겠어.  

흐릿한 기억이지만 되짚어보면 나도 날때부터 이랬던건 아닌 것 같은데.. 지금 당장 나를 괴롭히는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난 힘들었을까. 

 

너랑 같이 있는 동안엔 아무런 걱정도 없었어. 

웃고 떠드느라 시간 가는 줄조차 몰라서 우울이 나를 집어삼킬 틈이 없었으니까. 

한참을 떠들다가 집에 오면 너무 외로웠어. 

불꺼진 집도 싫고, 침대에 누워서 벽지 무늬를 따라 그리다가 잠드는 밤도, 가끔은 울 때도 있었고.. 잠 못드는 밤이 내겐 참 많았어. 

그래도 나 너랑 약속했어서 나한테 상처내는 짓은 안했다. 잘했지? 

 

한번 잘못될뻔했었고, 이후에 많이 아팠었다했잖아. 그때의 기억은 없어. 흐릿하거나 아에 없어. 그럼에도 의식을 잃어가던 그 순간은 또렷히 기억나. 너무 무서웠어. 외로워서 내일을 포기하려던건데 죽어가는 그 순간이 더 외롭더라. 불꺼진 방안에서 앞으로의 내 상태가 어떻게 변해갈지도 모르겠고 심장만 둥둥 뛰어서 온 방안에 울리는 것 같았어.  

 

그래도 그 뒤에 어떻게 발견이 되고,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따위는 기억에 없으니까 이따금 우울이 나를 집어삼킬 때면 그때처럼 다시 시도해볼까란 생각도 많이 했어. 

 

시도하지 않았던 이유는 다 너였어. 

너랑 같이 보내는 시간들이 재밌어서. 내일이 기다려졌어. 너랑 3년 내내 같이 다니고 대학도 같은 곳으로 간다면 재밌을텐데. 

 

그런데 있잖아. 

결국에는 내 문제더라고. 

아무리 옆에 누군가가 날 붙잡아 준다해도 

결국 내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거였어. 

 

그래서 미안해. 

너가 나중에 네 탓을 하진 않을까 걱정이다. 

제발 그러지마. 알았지? 

나는 그저 쉬고 싶었을 뿐이었던거니까.. 

 

내게 먼저 말을 걸어줘서 고마워. 

내 잘못이 아니라고 안아줘서 고마워. 

내게 내일을 선물해줘서 고마워. 

상처투성이인 모습마저도 나라며 이해해줘서 고마워. 

별것도 아닌데도 멋있다며 호들갑 떨어준 것도 고마워. 

 

그리고 내가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었던 뚝섬유원지에 내 손을 잡고 같이 가줘서 고마워.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네 덕분에 

정말 분에 넘치도록 사랑 받았고 행복했어. 

따듯한 너니까, 그런 네가 행복하길 항상 기도할게.  

 

많이 고마웠어 수빈아.  

그리고 미안해.. 

 

봄이올까.. 내게도..? 하고  

스스로에게 묻던 날들이 많았는데  

너 덕분에 하루하루가 정말 나한텐 봄이었어.  

 

미안해.. 

잘지내 수빈아! 

보고싶다. 

 

 

바보같이 착하고 순했던건  

내가 아니라 너였다는걸  

왜 그때의 나도, 너도 몰랐을까. 

이기적일 수 밖에 없는 세상에서 너무 착해서 상처받고, 힘들면 언제든 내게 털어놓으라는 얘기에도 듣는 날 걱정해서 다 털어두지도 못했던 바보 같은 최연준. 

조금만 이기적이었다면 우리는 같이 봄을 걸었을까. 

 

 

다음번엔 자전거를 타고 뚝섬에 다시 가봐야겠다. 너를 온전하게 보내줄 수 있을 그때즈음에. 

 

안녕. 연준이형 

여긴 지금 봄이야.  

스무살의 봄. 단어 이쁘지 않아? 

난 이제 대학생이 되었어. 

형이 좋아하던 그 역들을 지나서 매일 등교를해. 창 밖으로 비치는 한강이 너무 예뻐서 일부러 자리가 있어도 문쪽에 서서 가곤해. 

스무살.  

뭔가 되게 특별할 줄 알았어.  

어른이 되는거니까 그동안과는 확 다를줄 알았는데 막상 되어보니 별거 없더라. 

형이 애들한테 티내는거 싫어했어서 한번을 형이라고 불러본 적이 없네..생각해보니까.. 

그리고 이제는 내가 형이 되어버렸네..  

형, 어른이 되니까 어째서인지 더 자주 울어. 

이제 어른이라는 생각에 힘든게 있어도 속으로 삼켜서 그런가봐. 그럴때마다 형 생각이 나. 

열여덟의 형이 버티던 외로움들이 이런거였을까 싶어서.. 그때 더 안아주지 못했던게 속상해서... 좀 더 빨리 형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아서...그런게 다 후회되서.. 

어렴풋하게 불안했었나봐. 그래서 직접 마주할 용기가 나도 없었나봐. 너무 늦게서야 편지를 받았네...  

형 생일 꼭 내가 축하해주고 싶었는데. 

 

태어나줘서 고마워.  

사랑하는 연준이형. 

안녕.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5 1억05.01 21:30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2 퓨후05.05 00:01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막장 로맨스는 처음이라 219 온도도씨 01.05 16:36
엔시티 [NCT/정재현] 그를 만난 건, 20XX 영화제에서. 66 신청서 01.05 01:33
배우/모델 [공지철] 쟤 17살 차이 나는 아저씨랑 결혼했대_03 98 1억 01.05 00:27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막장 로맨스는 처음이라 117 온도도씨 01.04 23:39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뷔/김태형] 구원 _ 1,23 썸머야 01.04 17:28
투모로우바이투.. [TXT휴닝카이] 싱글파파-오 마이 도터2 42 01.04 16:59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호그와트; 일곱 개의 호크룩스 554 육일삼 01.04 02:52
엔시티 [NCT/나재민] 왜 하필 너야? |9 신청서 01.04 02:14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뷔/김태형] 구원1 썸머야 01.04 00:28
데이식스 [데이식스/강영현] 짝사랑 회고록8 꽃노을 01.04 00:15
방탄소년단 [민윤기/정호석] 나의 냥냥이와 댕댕이 08 + 암호닉204 빙고구마 01.03 23:47
엔시티 [NCT/정재현] 그를 만난 건, 20XX 영화제에서. 56 신청서 01.03 23:33
배우/모델 [공지철] 쟤 17살 차이 나는 아저씨랑 결혼했대_0281 1억 01.03 23:24
[방탄소년단] 그래서, 내 호랑이가 누구야 0258 짤탄 01.03 21:20
프로듀스 [프로듀스101/워너원] 먹방동아리 홍일점 kakaotalk 4214 먹방동아리 01.03 19:57
투모로우바이투.. [TXT/연숩] 안단테 그리고 칸타빌레 달다구링 01.03 19:01
세븐틴 [세븐틴] 괴물들과의 기막힌 동거 Ⅲ 1646 소세지빵 01.03 18:27
엔시티 [00즈] 청춘어불 특별편 새해 ver4 스청? 마이베이.. 01.03 07:57
[TXT범규] 싱글파파-오 마이 썬4 42 01.03 02:36
배우/모델 [공지철] 쟤 17살 차이 나는 아저씨랑 결혼했대_01122 1억 01.03 02:08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태형/김석진] 수채화 (水彩畫) _ Prologue36 공 백 01.03 01:46
몬스타엑스 [IM] Happy new year, 2020 上1 김세균 01.03 00:55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전정국] 전정국이랑 친구면 이럴 거 같음 0776 짤탄 01.02 22:17
기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3 청소포 01.02 14:04
투모로우바이투.. [TXT/연숩] 봄이 올까,내게도? 달다구링 01.01 21:12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그래서, 내 호랑이가 누구야 0191 짤탄 01.01 20:43
투모로우바이투.. [TXT휴닝카이] 하와이 나이트 42 01.01 17:36
전체 인기글 l 안내
5/13 22:58 ~ 5/13 23:00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단편/조각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