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엄마가 아빠를 어떻게 만났냐면... 02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년들...>
W.Adela Jhanis
그렇게 도경수와 말없이 공원 길을 걸은지 십여 분 정도가 흘렀을까.
하나, 둘씩 자그마한 상가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사람들 또한 하나, 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에 도경수는 익숙하게 마스크를 위로 더 올리더니 모자도 푹 눌러썼다.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만 보고있다 천천히 한 쪽 팔을 뻗어
푹 눌러쓴 모자를 살짝 들어올려 눈이 보이도록 하고,
마스크도 끌어내려 순식간에 벗겨냈다.
도경수는 예상치 못한 나의 행동에 놀란 것인지 두 눈을 커다랗게 뜨며 나를 쳐다봤다.
"여기서는 그러고 다니는게 더 눈에 띄어요."
"...아..."
"아마 여기 계신 분들은 당신이 그렇게하고 돌아다니면,
강도인 줄 알고 놀래서 경찰에 신고할걸요?"
"...."
"그러니까 이 곳에 있을 때만큼이라도 편하게 하고 다니라구요."
"..."
"물론 큰 도시쪽으로 나가면 조심해야겠지만..
알아보는 팬들 많을테니까요."
그렇게 말없이 5분 정도를 더 걸었을까, 마트의 외형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도경수는 조금 전의 내 반응이 이해가 된 것인지
'아...'하며 작게 탄식소리를 내었다.
그렇게 조금 더 걸어 도경수를 마트 입구까지 데려가자,
도경수는 고맙다고 작게 인사하고는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의 예의바른 행동에 나는 웃음으로 답하고, 아까부터 내 손에 들려있던 도경수의 마스크를
그의 손에 쥐어주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다시 내가 왔던 길을 돌아갔다.
아니, 돌아가려했다.
마트에서 뛰어나와 나를 붙잡은 도경수만 아니었다면 돌아갔을테다.
"아, 저기...!"
"..네?"
갑작스레 잡힌 손목에 놀라 고개를 뒤로 돌리자, 마트에서부터 뛰어온 것인지
작게 숨을 색색, 내쉬는 도경수의 모습이 보였다.
"아...그게..."
"....????"
"저...제가 독일어를 못 읽어서...."
도경수의 말을 듣고 한참동안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도경수의 얼굴만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러다 곧 그의 말의 의미가 이해되었고, 참을 수 없는 귀여움에 나는 결국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
"아하하하-, 맞아.. 내가 잊고 있었네...하하."
"....."
"아, 죄송해요. 순간 저 처음 여기 왔을 때의 모습이 생각나서.."
"..아..."
"마트에 독일어 밖에 안보여서 당황하셨죠?? 이해하세요.
여기가 다른 곳에 비해 마을이 작은 편이라 그래요. "
"..아..네.."
"가요, 장 보는 것 도와줄게요."
내 대답을 듣고나서야 안심을 한 것인지 도경수는 그제서야 내 손목에서 자신의 손을 떼어내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발길을 돌려 그와 함께 마트로 향했다.
마트 안에 들어가서도 별 말 없이 그에게 내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고,
그러면 그가 답하고, 나는 물건을 찾아오는 식이었다.
그렇게 마트를 다섯 바퀴 정도 돌고다니 한동안 살림살이 걱정은 하지않아도 될 정도의
많은 양의 음식 재료와 생필품이 쌓였다.
'무슨 이민 가나... 전쟁난 것도 아니고.
저렇게 많이 사는건 다른 멤버들이랑도 같이 지낸다는 건가..?'
혼자서 생각을 마쳤을 때즈음에는 계산이 끝난 상태였기에
나는 재빨리 캐셔 아주머니에게 봉투는 필요없다고 말한뒤,
그에게도 잠시만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라 말하고는
근처에 있는 가방 가게로 달려갔다. 그리고 거기서 커다란 가방 두 개 정도를 사서 마트로 돌아가니
다행히 그는 착하게도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나를 기다려주고 있었다.
급하게 가방 하나를 그에게 건네고, 다른 하나에는 내가 물품을 담고있으니
곧 그도 정신을 차린 것인지 나를 따라 가방 안에 물품을 담기 시작했다.
= ㅇㅇ, 못보던 남자인데.. 남자친구?
= 에이, 남자친구 아니에요. ...그냥 이번에 우리 마을에 놀러온 다른 지역 ...친구에요.
=어머, 그래?
그렇게 몇 차례 더 캐셔 아주머니와 대화를 주고받았을까,
옆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캐셔 아주머니에게는 다음을 기약하고, 꽉 찬 가방 하나를 들었다.
내 행동에 놀란 도경수가 재빨리 내가 든 가방을 향해서 손을 뻗었지만,
나는 그 손길을 피하며 발걸음을 입구쪽으로 빨리 했다.
뒤에서 조심히 가라는 캐셔 아주머니의 말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고개를 살짝 뒤로 돌려 그녀에게 인사했다.
"...무거운데 줘요."
도경수는 마트에서 나온 직후로 계속해서 내게 가방을 달라고 손을 뻗었고,
나는 마트에서 나온 직후로 계속해서 지금처럼 그 손길을 피했다.
결국 계속해서 반복되는 상황에 지친 나는 길 가던 것도 멈춘 채,
몸을 돌려 내 뒤에서 따라걸어오고 있던 도경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까 캐셔 아주머니랑 대화하는 거 봤죠?
아주머니가 누구냐고 하길래 그쪽 내 친구라고 했어요.
다른 지역 친구가 우리 마을에 놀러왔다고."
"...."
"그러니까 그쪽은 그렇게 생각안할테지만,
나는 그쪽이 이 마을에 있는 동안은 진짜 그렇게 생각할 예정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내 친구 짐 나눠들어주는 거구요.
부탁을 들어줬으면 그에 응당하는 보답이 있어야할 것 아니에요.
그걸로 퉁쳐요. 여기 있는 동안 내 친구 해주는 거."
"..."
"알았어요, 몰랐어요??"
"..."
"참고로 알았다고 답해주지 않으면 여기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생각이에요."
"...풉, 알았어요."
나의 고집어린 말에 결국 도경수는 두 손, 두 발을 든 것인지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답에 만족한 나도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그럼, 가요 친구!'하고 다시 걸음을 옮겼고,
도경수는 다시 재빠르게 한 쪽 손을 뻗어 내가 들고있는 가방 끈의 한 쪽을 잡았다.
"...엑? 뭐예요, 지금 친구 성의 무시하는 거에요?"
"친구라면서요. 그럼 그쪽도 같이 들자는 친구 성의 무시할 거에요?"
"...허,참-"
그의 말에 헛웃음을 터트리던 나는 결국 그의 고집에 꺾여 한 쪽 끈은 내가 쥐고,
다른 한 쪽 끈은 그가 쥔 상태로 길을 걸었다.
그렇게 몇 분간 말없이 걸었을까, 걷는 내내 그의 옆모습을 힐끔거리며 쳐다보다
결국 굳은 마음을 먹고, 천천히 입을 열어 '저기,'하고 그를 불렀다.
그러자 자연스레 도경수의 얼굴이 나를 향해 틀어졌고,
나는 갑작스런 그의 시선에 당황해 움찔하며 안절부절거리다
곧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다시 입을 천천히 열었다.
"저, 진짜 제가 오지랖 넓은거 알고있는데요.."
"...?"
"여기에 있는 동안 만큼은 사람들 시선 신경쓰지 않고
정말 제 친구인 도경수로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네..?"
"어, 여기 보시다싶히 마을이 그렇게 크지않아요.
저처럼 젊은 사람도 별로 없어요. 있어봤자 아기들이나 젊은 부부정도?"
"..."
"아니면 저처럼 특정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서 온 학생들 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그 학생들이 엄청 젊고 그런 것도 아니에요."
"...."
"그러니까 제 말은 여기에는 원주민 분들이 많이 계시고,
대부분 나이 많으신 분들이라 한국에 대해서도 잘 모르세요.
한국 가수나, 배우는 당연히 모르시고 관심도 없으세요."
"...."
"그러니까 아까 전처럼 그렇게 눈치보면서 지낼 필요없으시다구요.
그냥 사람 도경수로 지내시면 된다구요."
"...아.."
"이 마을에 한국인이라고 해봤자 저랑 그쪽, 그리고 박사님 두 분 밖에 안계세요.
그러니까 눈치보지 말고 연애하고 싶으시면 연애하시고,
놀고 싶으면 노시고, 쉬고 싶으면 쉬세요."
그렇게 또 한참을 말없이 앞만을 바라보며 걸음을 옮겼을까.
공원의 푸른 잔디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말없이 앞만을 바라보고 있는 도경수도 신경이 쓰였지만,
가장 신경쓰이는 것은... 이 짐을 어디까지 들고가줘야하냐고..!!!
집까지 들고가주기에는 뭔가 내가 스토커가 된 기분이고, 그렇다고 지금에서야
그에게 건네주자니 미안한데.. 어쩌지...? 물어볼까..?
"ㅈ.."
"저기,"
'아, ㅇㅇㅇ. 하필 그 타이밍에 말을 여냐!!! 아오, 진짜!!!'
"아...먼저 말씀하세요!"
"아뇨, 하실 말씀 있으시면 먼저 말하세요."
"아뇨아뇨, 없어요. 그냥 저기 나무 멋진 것 같지 않냐구요. 하,하하하!"
'아오씨.. 진짜 병신같은 ㅇㅇㅇ. 무슨 말을 해도 이런 말을...!'
"아, 정말 멋진 것 같네요."
'..읭?'
도경수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내가 가리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니
아름드리가 아주 큰 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와, ㅇㅇㅇ 오늘은 운이 좋아서 다행이지..다음 번에는 이러지 말자..'
그렇게 속으로 다짐하고 다짐하고 또 다짐할 무렵,
나무를 빤히 응시하고 있던 도경수의 얼굴에 그림자가 짙어지는 것 같더니
굳게 다물려져 있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아까,"
"...네?"
"아까 마트에서.. 왜 친구라고 했어요?"
"흠..."
"방금 전에 왜 저한테 그런 말..해준거에요?"
"음..."
도경수의 말에 눈을 천천히 감았다 뜨며 그 이유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답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도경수의 얼굴을 찬찬히 훑어내렸다.
"솔직하게 말해요?"
"네. 솔직하게."
"이럴 때 아니면 제가 언제 연예인이랑 친구해보겠어요."
"..."
"그리고 또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연예인이 사람 노릇하면서 살아보겠어요."
"..."
"도경수씨한테 해준 말들 전부,
내가 한때 좋아했던 내 가수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었어요.
그런데 운좋게 내 가수들 중 한 그룹의 멤버를 만났는데,
이 좋은 기회를 놓칠 팬이 어딨겠어요?"
"...."
"이정도면 대답된 것 맞죠? 저 이제 가봐야겠어요.
이대로 경수씨 지내는 곳까지 가는건 뭔가 죄책감이 느껴져서..."
내 손에 쥐고있던 가방의 끈 한 쪽을 그의 손에 넘겨 쥐어주고
그를 향해 미안함이 담긴 웃음을 지어보이고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갑자기 든 생각에 뒤돌아 그를 향해 큰소리로,
"아참! 여기 친환경 도시로 지정된 곳이라서 상점에서 봉투 사지말고 그 가방 써요!
여기 봉투값 더럽게 비싸요!!"
라고 말하니 도경수가 곧 크게 웃음을 터트린다.
오호, 이렇게 가까이서 웃는 모습은 처음 보는데?? 덕후 출신이 아주 계를 탔구나, 계를 탔어~
그의 웃음에 기분이 좋아져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려는 찰나,
"친구!!!"
라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네????"
내 귀가 진정 잘 못 된 것인가..?
"친구, 라면서요. 친구가 이럴 때 안도와주고 어딜가요."
"...예???"
"친구면 끝까지 도와줘야되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떠넘기기 있나??"
**
으헉, 드디어 2편을 다썼습니다!!!!! 그런데 벌써 새벽이네요...?
정말 밤을 하얗게 불태운다는게 이런 기분인가봐요...??ㅎ
그런데 너무 하얗게 불태운 것인지 분량마저 하얗게 불태우고 말았어요...ㅠㅠ
원래 오늘 2번째 오빠님이 등장하셔야하는데!!! 너무 몰입해서 적다보니 요로케
오빠님의 등장없이 이야기를 끊게 되었네요..ㅠㅠ
그래도 독자님들 이해해주실 수 있죠!? ...이해해주세요...
아참, 저번 화에서 추가로 암호닉 신청을 받았어요!
기존의 [옹꿀탱/혱구리/밍쏘기/토드/사과잼/웬디]님,
추가된 [알찬열매]/[밤이죠아]/[꺄링]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다른 독자님들도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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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승 충격 근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