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_금주를 해요!
![[EXO] 문제아들 속 나는 선생이 맞는가?! 0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5080/38c3d78dd0373f4cf5869c5e9f2642a6.jpg)
그날 야자 감독을 하러 우리반에 들어갔어. 고2지만 야자같은 거에는 굉장히 민감하더라고 우리 학교가.
1학년때부터 시작된 닦달에 다들 익숙해진 듯 했지만 그 아이들은 익숙해지려면 멀었나봐.
학기초부터 맨날 하던 말이 쌤 야자 빼야되는 이유가 생겼어요.
그래서 나도 별 기대없이 들어갔거든? 근데 오늘 못 온 종인이랑 찬열이랑 보건실 들렸다가 교무실 가니까
아파서 야자 빼달라던 우리반 여자아이 말고는 다 있었어.. 다 있었다구..
"감동이야.."
"뭐 없어요?"
"선생님의 우렁찬 박수정도?"
박수를 여러번 쳐주니 저마다 피식피식 웃는거야. 난 또 부끄러움을 느끼며 걍 앞에 있던 빈 책상을 끌어다가 앉았지.
"자습해.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고."
나는 들고 왔던 책을 읽으려 펼쳤어. 근데 누가 옆에 서더라고. 옆을 보니까 우리반에서 그래도 좀 공부 잘하는 아이인거야.
"무슨일이야? 모르는 거 있어?"
"네. 여기 이 부분이요. 이게 왜 이런건지 잘 모르겠는데."
조금은 바짝 붙어 조용조용말하는 아이를 보니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될까봐 걱정이 됐나봐.
그걸 느껴서 나도 조용조용 말했어.
"잠깐 밖에 나가서 할까?"
"네. 그게 좋을 것 같아요."
"가자가자."
책을 엎어놓고 아이를 앞세워 나왔어. 그리고 아이가 질문한 문제를 조금 보았지.
역시 공부 좀 하는 애라서 그런지 다른 문제집을 가져왔더라고. 그래서 이해 좀 하느라 자세히 보았어.
"선생님 능력 있으신 거 맞아요?"
"어?"
"능력도 없는데 우리 가르치시는 거 아니냐구요."
"아.. 그렇게 보였니? 미안. 난 너네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느라 그런건데..
그럼 다음부터는.."
"다음은 됐고. 선생님 수업시간에 딴 거 해도 되죠?"
아.. 또 울컥했어. 난 내 과목에 대해 나름대로의 열정이 있거든. 아이들 가리키는 것도 학교 다닐때 과외 알바를 좀 해서 괜찮다고 느끼기도 했고.
생각보다 날카로운 말에 많이 아프더라. 그래도 난 선생님이니까 이런 아이들을 다 품어야 하잖아. 담임이니까.
"그건 조금, 곤란하고.. 앞으로 선생님이 진짜진짜 노력할게."
"지렁이가 꿈틀해봤자 지렁이죠."
"돌고래가 짖어봤자 귀 아프지. 머리 좋은 새끼는 이래서 안 돼."
언제 나온건지 내 어깨에 팔을 올리며 말하는 준면이야. 다 들었나..? 조금 부끄럽네..
"야."
"어..?"
"선생님은 괜히 되냐? 눈 빠질 만큼 노력해서 사범대학 입학하고. 피똥 쌀 만큼 노력해서 임용고시 합격해서
이번에 처음 담임 맡게 돼서 부담도 많이 될 텐데 이정도면 훌륭한거지 니가 뭔데 그 지랄이야 씨발, 입에 걸레를 처 물었나."
와, 그 다정한 우리 엄마도 저렇게 까지 날 알아주지 않았는데. 내 첫 제자인 아이가 저렇게 말해주니 울컥 올라오는 걸 참을 수 없더라.
눈물 때문에 고개를 숙이니까 내 머리에 손을 올리더니 계속 말하는 준면이였어.
"그만큼 노력도 안하고, 나만큼 공부 잘하는 것도 아니고. 중간에서 설설 기는 애가 뭐가 잘났다고 이딴 허접한 문제집이나 들고 와서는.
수업시간에 딴 걸 하겠다? 야. 충고하나 하는데, 닌 날고 기어봤자 거기야. 들어가. 눈 앞에 보이지도 마. 역겨워."
"...씨발 엄마 믿고 설치는 새끼."
"씨발 엄마 믿고 진짜 설쳐줘? 니 집안 존나 잘 사나보다? 대들게?"
문제집을 움켜쥐고 반으로 들어가는 그 아이야. 문이 쾅 닫혀서 움찔 놀랐어. 근데 준면이는 놀란 기색도 없이 내 머리에 손 올린 그 자세로 있더라고.
빨리 추스려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여태껏 뭔가 서러웠던거랑 방금 그 애가 했던 말들이 지나가면서 못 멈추겠는거야.
"소리내서 울래요?"
고개만 저었어. 근데 갑자기 쾅 소리나게 문이 열리더라고. 또 놀라서 움찔했어. 근데 그 아이가 그보다 더 움찔하게 만드는 말을 하더라고.
"니 몸이라도 팔았냐? 그러니까 저러겠지. 씨발 내가 왜 이따위 취급을 받아야 해?!!!"
다들 놀라서 나와보더라고. 야자중이던 다른 반도 우리반도.
사태를 해결하려 하는데 준면이가 손에 힘을 줘서 머리를 못 들게 만드는 거야.
"아, 귀찮게 한다 진짜. 구경 났냐 시발?! 안들어가?!!! 핸드폰 검사 들어간다. 끄고 지워라."
"준면아 잠시만,"
"죄송한데 가만히 계세요. 지금 너무 귀찮으니까요."
"아니면 니가 돈 맥였냐? 잘 산다는 소문 돌더만."
"돈은 내가 더 많지 씹새야. 선생님 싫으면 전학을 가던가. 학교가 싫다면 자퇴를 하던가.
사회가 무섭다면 지금 당장 짜지던가. 역겹다고 분명 말했는데. 뜻 몰라?"
내가 선생님인데, 내가 말려야 되는데.. 나 지금 왜 이러고 있는거야? 목에 힘을 주고 가까스로 머리를 들었어.
그제서야 본 그 아이의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지. 비로소 느꼈어. 고등학생이 겪기엔 너무 심한 말들이었을 거야.
"준면아 그만해. 내 잘못이야. 너가 오해하고 있는데 절대 그런거 아니야.
일단 사과해 준면아."
"사과는 저쪽에서 먼저 해야죠. 그럼 저도 할게요."
"아니야. 저 아이는 그냥 내 수업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거야. 그게 조금 미숙하게 표현됐던 거고.
그러니까 너가 먼저 사과해야 돼, 준면아."
"어이가 없네. 기껏 자기편 들어줬더니."
나를 보는 눈이 차가워. 내가 또 잘못한 걸까? 언제쯤 나는.. 아이들에게 존경받는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야 미안하다."
그 아이에게 사과를 한 준면이가 내 어깨를 치고 지나가더라. 한참이나 잘 못 된 것 같았어.
내 편을 들어준 준면이에게 먼저 고맙다고 했어야 했는데..
"너, 넌 당장 교무실 가 있어. 막내선생님 괜찮아요?"
"아.. 김선생님.. 저, 저 되게 잘못한거 같아요.. 저.. 흐으.. 선생님 진짜 그만 둬야 할까봐요.."
한번 고장났던 곳은 다시 고장나기 쉽잖아. 그거처럼 한번 울었다고 더 펑펑 울게 되는 거야.
김선생님이 어깨를 다독여줬고 난 그런 다독임을 받으며 상담실로 향했어.
조금 추스러지니까 김선생님이 커피를 가지고 들어오시더라고.
"단거 좋아하시죠? 설탕 많이 넣었어요."
"네? 네.. 감사합니다."
"뭘 이런걸로. 그것보다 괜찮아요? 일단 걔는 주임선생님께 넘겼어요."
"...표현이 미숙할 뿐이에요. 태초부터 못된 아이는 없어요.."
"네. 그렇다고 해서 용서될 순 없는 거죠."
추스러졌다고 생각했지만 예상 못한 한방울이 더 흘렀어. 나도 당황해서 황급히 닦으려는데
티슈를 건네주는 김선생님 덕에 그냥 눈에 티슈를 붙이고 있었지. 조금 부끄럽지만 앞이 안보여서 다 말할 수 있었어.
"상담해도 돼요?"
"네. 하세요."
"저, 준면이한테 어떡해야 할까요.. 너무 미안해서.."
"남자애들은 단순해요. 사탕이나 하나 주면서 사과하고. 고마웠다고 말해요."
"그거면 될까요..?"
"저만 믿어요. 이래 봬도 6년차에요."
그래도 선배의 말이라 믿음직하더라고. 그제야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어. 그러나 금방, 어떻게 다시 들어가지? 라는 걱정이 들더라.
"아무렇지 않은 척 해요. 아이들도 놀랐으니 이 일로 뭐라 하진 못할 거예요."
와, 어떻게 바로 이렇게 내 걱정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거지? 6년차는 다르구나를 느낄 수 있었어.
반 문 앞에서 마음의 준비를 벌써 수십번째 하고 있어. 이런일이 어떻게 2개월만에 일어날 수 있는 거야?
그만큼 내가 많이 모자랐나봐.. 반성도 벌써 수십번째야. 이제 들어가야지 하고 문으로 손을 뻗는데
안에서 먼저 열렸어. 깜짝 놀라서 앞을 보니까 백현이더라고.
"백현아, 어디.. 응?!"
갑자기 날 끌어안는 백현이 덕에 너무 놀라서 말도 다 못 끝냈어.
"어디다녀와. 놀랐잖아요."
날 다독이는 백현이야. 앙대.. 이럼 또 눈물 나온단 말이야..
"나 괜찮으니까 좀 놔봐 백현아. 혼낸다!"
"그럼 안 되지."
바로 나를 놓고 날 살피는 백현이야. 아오, 오바는..
"쌤 눈 진짜 못생겨졌다. 일단 들어가요. 입단속 시켜놨으니까 괜찮을 거야."
입단속 씩이나..? 굳이 안그래도 됐는데.. 반으로 들어가니까 진짜 다들 나 쳐다도 안 보고 공부하더라.
아.. 공부하는 척인가..? 뭔가.. 좋은듯 나빠..
"그럼 저도 공부하러 갈게요. 준면이 지금 화장실 갔어."
"그래?"
살금살금 밖으로 나왔어. 저 복도 끝에서 손을 털면서 준면이가 걸어오고 있더라고.
나를 본 준면이가 잠시 멈칫 했지만 그래도 다가 오기는 하더라. 거기에 희망을 가지고 어느정도 다가왔을 때 입을 때려 했는데
그보다 먼저 준면이가 말하더라.
"늦었어요."
들어가려는 준면이 팔을 잡았어. 천천히 빼더라고. 생각보다 충격이 크더라.
나 알아주고 내 편 들어준 아이가 불과 몇 십분 만에 이렇게 변하니까..
"준면아, 선생님이 미안해. 준면이가 내 편 들어줬는데.. 그 아이가 생각보다,"
"변명, 되게 싫어하는데."
"미안해.. 정말 잘못했어. 내가 잘못한 거 뭔지 다 알아.."
"네. 그럼 됐네요."
다시 들어가려는 준면이야. 뭔가 찝찝한데 여기서 더 잡으면 진짜 화낼 거 같았어.
그래서 내일이나 준면이 좀 괜찮아지면 다시 사과해야지 생각하고 있는데 준면이가 빙글 돌아 나를 보더라?
"왜 또 안 잡아요? 끝이에요?"
"어? 아.. 잡았어!"
급히 준면이 팔을 잡으니까 그제야 무서운 눈을 풀고 웃는 거야. 안도감에 나도 웃으니까 다시 무서운 눈을 하더라. 또 긴장됐어..
"뭘 잘했다고 웃어요."
"미안.."
"미안하다는 말 더럽게 많이 하네. 됐어요. 마음은 아까 다 풀렸으니까."
"근데 왜..!"
"나 속 되게 좁아요. 그러게 누가 나한테 사과시키래요."
"....미안."
"아오, 됐어요. 그만 둬. 들어가서 공부할거니까 쌤도 들어가서 책이나 마저 읽어요."
팔을 놓아주니 문을 열고 비켜서는 준면이야. 먼저 들어가니까 따라 들어오더니 문을 닫더라고.
그런 준면이 뒷모습을 쫒다가 책상에 앉아 멍때렸어. 와, 오늘 인생 진짜 스펙타클하다. 최악이었어..
그러다 보니까 종이치더라. 결국 책은 하나도 못읽었네. 덮여 있는 그대로 책을 들며 말했어.
"오늘 많이 시끄러웠지? 미안해. 늦었으니까 여자아이들 밤 길 조심하고 가능하면 여럿이서 가. 야자하느라 수고했다. 잘가!"
"네 안녕히 가세요!"
"조심히 가세요!!"
빠빠하고 교무실로 향했어. 짐을 챙기고 있으니 교무실 한켠에 있는 주임 선생님과 그 아이가 보이는거야.
아.. 어쩌지..? 어떡하지..? 나 지금 안 봐도 훤해. 동공지진이 일어났겠지. 다가가려는데 누가 날 막았어. 보니까 김선생님인거야.
"저 아이는 주임선생님이 알아서 하실테니 더 늦기 전에 어서 가요."
"네? 아.. 그래도.."
"괜찮아요. 내일 상담이라도 하면 되죠."
"네에.."
걱정되는 마음에 한참이나 그 앞에서 망설이다가 집으로 가기 위해 교무실을 나섰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걱정돼서 계단에 쪼그려 앉아 그 아이가 나올때까지 기다렸지.
정확히 14분 후 교무실에서 나오는 그 아이야. 망설이다가 다가갔어. 나를 힐끔 본 그 아이는 또 적대감이 가득한 표정이였어.
"많이.. 혼났어?"
"말걸지마요."
"...미안."
"짜증나니까 말걸지 말라고요. 소문 다 낼.."
"썅!!!"
썅?? 눈을 돌려 목소리가 들린 복도를 바라보았어. 종대가 손을 흔들고 있는거야. 잘못 들었겠지..?
"쌔앰!!!!"
아, 잘못들었나봐.ㅎㅎ 종대에게 나도 손을 흔드니 내쪽으로 막 뛰어오더라. 곧 내앞에 서서 이쁘게 웃으며 물었어.
"왜 아직도 안 가셨어요?"
"어? 아.. 일이 좀 있어서."
"아아. 어? 집 가는 길이야? 조심히 가! 쌤 저랑 같이 가요. 요즘 밤길 무서워요!"
아니 나 이 아이랑 할 말이 있는데..! 그 아이는 우리에게 인사도 없이 앞서 걸어갔어.
그나저나 종대는 준면이 친구이기도 하면서 되게 착하네. 조심히 가라고 인사도 해주고.
"가요가요!"
"왜 애들이랑 같이 안 가?"
"아아, 애들 먼저 갔어요. 전 남아서 챙길게 좀 있어서."
쇼핑백을 들어올려 보여주는 종대야. 아, 그렇군. 이해를 하고 종대와 함께 걸었어.
바람이 따뜻하더라. 밤인데.
"오늘 되게 덮네요. 여름 같아요!"
"그치? 나도 그 생각 중이었어.ㅎㅎ"
"통했네요.ㅎㅎ"
종대랑 마주보며 웃었어.
"뭐라도 사주고 싶은데, 다 닫았겠지?"
"에이, 아침에 초콜릿 받았잖아요. 여기 하나 드세요. 오늘 우울했을 거 아니에요."
내가 줬던 초콜릿을 건네주는 종대야. 그것을 받아 바로 까서 먹었어.
종대도 그런 나를 보더니 하나 까서 먹더라. 하긴, 오늘 진짜 우울하긴 했어.. 아마 오늘 침대에 누워서 또 감수성 폭발해서 울다 잠들지도 몰라..
"오늘 같은 일 다시는 일어날 일 없도록 할게. 많이 놀랐지?"
"음, 놀라긴 했는데.. 솔직히 전 김준면 반응에 좀 놀랐어요.
전 쌤이 사과하라 했을 때 여차하면 말릴 생각이었거든요. 근데 순순히 사과를 할 줄이야..!"
"아, 그런거였어..?! 또 주의할 거 없어??"
"음, 세훈이 아시다시피 부모님에 대해 안좋은 감정 있어서 부모님얘기하면 절대 안돼요.
또오, 딱히 없나..? 생각나면 말씀드릴게요!"
"종인이는 뭐 없어??"
"걔는.. 걘 걍 신경쓰지마세요. 반말.. 언젠가 제가 고쳐볼게요.ㅎㅎ"
"그래! 종대 있으니까 듬직하다. 근데 길 이쪽이야? 쌤 집은 저건데."
"아, 되게 가깝네요? 앞까지만 데려다 드리고 갈게요."
그래도 남자라고 기특한 말을 하는데, 저번에 말했다 시피 나는 교복입은 아이들은 다 여려보이더라고.
"여기 정류장 어딨는지 알아?"
"가다보면 나오겠죠 뭐.ㅎㅎ"
"데려다줄게!"
"에이, 저도 남자인데. 제 걱정은 마시고 쌤 들어가세요. 정 걱정되면 집 도착하고 문자 보내드릴게요."
"좋아! 약속!"
손가락을 내미니까 걸고 흔들흔들까지 해주더라고. 그러더니 자기가 싸인을 해주고
복사를 하고, 코팅을 하더니 영구보관한다고 내 손을 가운데다 두고 자기 손으로 감싸는거야. 이건 처음봤어.. 세대차이인거야..?
"이런 것도 있어..?"
"아, 이건 저랑 애들끼리 하는거에요. 이제 쌤도 같이 해요."
"좋아!"
"들어가세요 쌤!"
"응! 종대도 조심히 가!"
오예! 왠지 더 친해진 느낌이 들어 더 기분이 좋더라구.ㅎㅎ
그렇게 종대가 눈앞에서 사라질때까지 기다리다가 우리집으로 올라갔어. 내가 3층이라 엘베를 안 타.
개인적으로 늦은 시간에 엘베타기 무서워서 좀 낮은 층수로 하기도 했지. 주온을 보는게 아니었어..
지친 다리를 끌고 올라와 번호를 입력하고 안으로 들어갔어.
혼자사는 집이라 원룸이긴 한데, 그래도 나름 인테리어 잘 해놔서 침실이라 말할 공간도 있지.
엄마께서 혼자산다고 더 신경써줬거든..ㅎ 그래도 혼자사는 건 무서워.. 이 나이면 독립하는게 맞긴한데.. 그래도 난 아직 엄마품이 좋은 그런 여리디 여린..
미안ㅎ
그래도 집이라고 편안함은 있나봐. 외투벗고 양말벗고 하면서 내가 갔던 길을 만들면서 침대에 드러누웠어.
다들 그러지? 나만 이걸로 엄마한테 혼났던거 아니지? 이것때문에 같이 살 때는 등짝 엄청 맞았는뎋ㅎ
걍 이대로 자고 싶어서 눈을 감다가 정신차리고 화장실로 들어갔어. 씻어야해.. 아무리 내일 쉬어도 씻어야돼.. 주문을 되뇌이면서
칫솔 물고 변기 커버에 앉아서 양치질을 했어. 옷 좀 갈아입고 할껄, 난 바보인가..
양치 다하고 상남자스럽게 어푸어푸 세수를 하는데 내 벨소리가 울리는 거야. 애들이 물어볼 거 있나?! 싶어서
빠르게 달려 화장실을 나와 맨 처음 벗느라 현관 앞에 있던 외투로 뛰어갔어.
하필 이쪽 주머니가 아니야. 허당짓까지 하면서 끊어질까봐 걱정되는 마음에 번호 확인도 안하고 받았어.
"여보세요?! 으아.."
물이 아주 뚝뚝 떨어지네.
-뭐야, 목소리 개야해. 쌤 맞아? 외간남자랑 있어?!
"예끼!! 뭔 소리야!"
-전화는 왜이렇게 늦게 받아요?
백현인가봐. 역시 나는 선생님이야. 목소리만 듣고 뙇! 알아맞히니까.ㅎㅎ
"씻고 있었어."
-그래서 거기 주소가 어디야? 금방갈게.
"아 됐어!! 왜 전화했어?"
한동안 웃는 소리만 들리더니 곧 진지해진 백현이 목소리가 들렸어.
-쌤, 나 지금 진짜 진지한데.. 공부가 안돼요.
그니까 백현아 지과 50점 맞으면 쌤이 결혼해줄게. 라고 한번만 말해주면 안돼?
"백현아."
-네?
"끊어도 돼요?"
-와, 이런느낌이구나. 야동에 존댓말이 괜히 나오는게 아니야.
"아오!!! 끊어!!"
또 막 웃는 소리가 들리더라. 아오, 내가 얘 때문에 늙는다, 늙어..
-방금까진 진심이 담긴 장난이었고. 학습지 3쪽 문제 3번."
"쌤 지금 학습지 없는데.."
-와, 쌤 이거 안되겠네. 맴매하러 가야되니까 주소불러.
"사심 담지 마."
-아, 까비.
갑자기 주변이 시끄러운 거야. 백현이 목소리가 잘 안들릴정도로.
간간히 애들 목소리 들리는 걸로 봐선 만났나봐. 아니 지금 시간이 몇시인데..!
"얘들아 지금 몇시인데, 백현아? 잘 안들리는데.."
-네? 안들려? 기다려봐. 야 시발 아가리 좀 여물어!!! 형아가 지금 여자랑 대화중이잖니?!
말을 좀..! 아오.. 말을 말자.. 나를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해..
그전에 내 몸에서 사리가 나올 것 같아.. 큰일이야..
"백현아..? 그래서 그거 문제가 뭔데? 읽어봐봐."
-이거? 뭐 원시지구가 어쩌고 마그마바다가 저쩌고 하는건데..
"아..! 그거.. 그거 답 2번 이지?"
-헐 어떻게 알았어? 역시 쌤은 쌤으로써의 자질이 충분함과 동시에
내 아내가 될 자격도 갖췄어.
"백현이 상상속에서나 많이 그러고. 그거 설명하려면 긴데.."
-괜찮아. 오붓하게 쌤 목소리 들으면서 이해하지 뭐.
...백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설명을 해줬어. 이정도면 알아들었겠지..?
"어때..? 알겠어?"
-쌤.
"어?"
-설명 존나 잘한다. 날 이해시킨 쌤은 쌤이 처음이야.
"아싸아!!"
-무슨 애 처럼 좋아해. 아, 선물은 내 키스니까 기다려. 내일 해줄.. 아 씨바 내일 쉬는 구나.
나 처음으로 주말이 싫어졌어.
"어 백현아. 푹 쉬고, 또 물어볼 거 있으면 전화해.ㅎㅎ"
-쌤 주소나 말해.
"어 그래 푹 쉬어. 쌤도 푹 쉴게."
-그래, 쉬어라. 잘자고. 키커.
"어..? 어.. 쌤은 이미 끝이야.. 백현이도 키커.."
-어? 어..
서로가 마음에 상처를 입은 채 통화는 끝이 났어.. 괜히 심장을 부여잡으며 건조해진 얼굴에 다시 또 심장을 부여잡았지.
화장실로 가 세수 다시 하고 스킨케어 다 하고 나와서 집안 꼴을 보았어. 가관이네..
청소도 살짝 하고, 운동도 조금 하고, 종대의 집 들어갔단 문자도 받고, TV도 조금 보다보니까 벌써 1시더라고. 내일 쉰다고 아주 미쳤지.
잘려고 누웠는데 전화가 오느라 번쩍번쩍 한 거야. 겁나 놀라서 받았어.
"여보세요?"
-누구게?
"준면이!!"
-헐, 이 번호 모를텐데..
"아? 누구건데?"
-가정부 아주머니.
"엥? 굳이 왜 그걸로 전화를 걸었데?"
-놀래킬려고.
아니 근데 얘가 왜 아까부터 반말을 이렇게..
원래 이렇게 까지 반말하는 애는 아닌데..
"그래서 우리 준면이는 나 놀래킬려고 전화한건가?"
-아니. 쌤 박찬열이랑 금연 프로젝트 하지?
"어! 왜? 찬열이 담배 또 폈어?!"
-아니. 나랑 금주 프로젝트 할래?
"술 마셨어?!!"
-응. 그니까 하자. 나랑.
저 말 뭔가.. 뭔가 되게 의미심장하지 않아? 나만 그런가..?(ㅇㅅㅁ)
"얼마나 많이 마시는데?"
-매일.
"뭐?!! 그게 자랑이냐?!!"
-그러니까 하자고. 금주 프로젝트.
"...알았어. 하자. 내일부터 당장 하는거야!"
-난 어떻게 하는 지 몰라. 알려주던가.
"뭘 몰라? 안 마시는거지."
-박찬열이랑은 격주마다 만나잖아.
"아, 그렇게하자고? 그래! 그럼 내일 1시에 만나자. 준면이 집 근처 공원 벤치에서!"
-그래. 잘자.
"너도 잘자 준면아. 지금 잔 들고 있으면 내려놓고! 어린놈이 뭐가 힘들다고,
아니다. 나도 그 나이땐 다 힘들었다. 아무튼 내일 만나서 말하자. 오늘이네? 몇 시간 후에 봐!"
-응. 좋은 꿈 꿔라.
"응응! 준면이두!"
전화를 끊고 난 생각했어. 아.. 그러니까.. 내가 방금 고등학생, 그것도 2학년이랑 통화를 끝낸거지..?
하아.. 언제쯤 아이들이 학생다워질까.. 아이들이 학생다워 지는 날이면 이미 성인인거 아니야..?
아니야. 적어도 올해까진 내가 어떡하든 아이들을 고치겠어!!!!
| 빠라바빠빠빠바바 |
슬픈다짐..! 과연 막내선생님은 아이들을 고칠 수 있을 것인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내선생 캐릭터 귀엽네요.. 나도 저랬으면..★ 아, 종인이 분량.. 아.. 5화때 대폭 늘려보도록 해보겠습니다..ㅎㅎㅎ
내솨랑 암호닉!♥(언제나 받고 있으니까 [제로콜라]요런식으로 다가와 주세요!) 똥잠/콜덕/쌍수/매매/라임/체리/게이쳐/모카/빵/바람둥이 코끼리/구금/메리미/세젤빛/나호/스젤졸/안녕/양양/체블/Luci 꽯뚧쐛뢟/찌즈/우리니니/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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