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술이나 한 잔 하시죠, 형님]
'까똑!' 하고 핸드폰이 진동과 함께 흔들리는 바람에 성규는 화들짝 놀라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개구진 우현의 카톡을 보고 웃음이 자꾸 터져나왔다. 이 놈은 정말이지 잔망스러워서 미쳐버릴 것 같아. 아무리 미운 짓을 해도 예쁘고, 까불어도 귀여운 그런 존재. 형님 하면서 술 마시자고 하는 걸 보니까 나더러 한 턱 쏘라고 하는 말 같은데. 마실까 말까, 보통 때 같았으면 우현이기에 무조건 OK! 외쳤을 성규였지만 오늘은 왠지 망설여졌다. 성규는 자신의 턱을 검지손가락과 엄지 손가락으로 만져대다가 마저 답장을 보냈다.
[니가 사?]
항상 우현에게 OK! 하던 김성규가 망설인 이유? 단순하다. 오늘은 내가 지갑에 돈이 없어. 그나저나 너무 찌질한 답장이었나 싶기도 하고 괜히 민망해져서 머리를 긁적거리다가 성규는 일어나서 옷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곧 무대 위로 올라가야했기 때문에. 진동 소리가 '지이잉-' 울리면서 '까똑!' 하고 핸드폰이 또 울기에 성규는 핸드폰을 다시 들어올렸다. 이 놈도 지금 바쁠텐데 이렇게 카톡하고 있을 땐가.
[대 슈퍼스타 김성규 선배님께서 어찌 그런 말씀을]
[이 동상이 오늘 한 몸 바쳐 쏘갔습니다]
웃음이 마구 튀어나오는 것을 결국에 참지 못하고 빵 터뜨렸다. 까불어, 자식이. 혼자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든 생각이 갑자기 왜 우현이가 술을 다 마시자고 제안을 하는가? 그것이었다. 물론 우리야, 연예계에서 알아주는 술나발 메이트이지만서도 우현이 제안하는 일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눈썹을 치켜세우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 거울 속에 비춘 저를 보고는 얼마 전에 귀 뒤에 생긴 뾰루지를 매만졌다. 덧나면 안 되는데. 성규의 우현을 걱정하던 마음이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 벌써 딴청이다.
무대로 나가야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에서 두 번째 무대가 지금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와 동시에 우현이의 카톡이 멈췄다. 드디어 멈췄네, 고개를 뒤로 젖히고 까딱이다가 갑자기 '투둑' 소리가 나는 바람에 목을 감싸쥐었다. 그런 와중 스탭이 들어와서 무대 위로 올라설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옷깃을 확실하게 세우고서는 거울을 보았다. 괜스레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생각이 들었다. '대기하세요!' 신호에 맞춰서 메인 무대 위로 올라갔다. 이미 사이드 무대에서는 우현이의 무대가 이어지고 있었고, 준비하는 와중에도 우현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우현이도 이제 나름대로 많은 소녀팬들을 거느리면서 자랑스럽게 제 앞에서 무대를 꾸려가고 있었다. 저런 팬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옛날에는 많이 궁금했지만, 지금은 답을 알고 있다. 자랑스러운 내 팬이 지금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기 때문에.
무대가 시작되고 첫 파트를 부르던 도중 조명이 아직 덜 꺼진 사이드 무대에서 우현과 눈이 마주쳤다. 나름대로 진지한 노래인데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살짝 웃던 것도 잠시, 다시 표정을 다잡고 무대를 이어갔다.
“축하드려요.”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축하는 끊이질 않았다. 오늘도 역시나 피날레 무대를 마치고 음원 순위 1위라는 이유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여기 저기서 열심히 인사해주시는 스탭분들에게 제대로 인사하지 못하고 건성건성 목례만 계속 나눴음에도 뒤에서 들려오는 작은 환호성은 나를 웃음짓게 했다. 그나저나 남우현은 술을 마시자고 했으면 재깍재깍 찾아와야지.
“어이고, 축하드립니다. 김성규 선배님.”
일단 내 거 챙길 것부터 챙겨야겠다 싶어서 들어간 대기실 안에는 아하하! 중후한 웃음을 지으며 능청스럽게 박수까지 쳐가면서 나를 향해 웃어보이는 우현이 있었다. 칭찬이긴 한데 왜 기분이 이상하지?
“남우현 많이 컸다? 이제 아주 형을 놀려.”
웃으면서 우현의 팔뚝을 꽉 쥐었더니 '아아-!' 하면서 아프다고 버둥거리는 시늉을 하는데 정말 아까 카톡할 때도 느꼈다만 이렇게 잔망스러울 수가 없다.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씨익 웃으면서 우현의 팔뚝을 놓았다. 다시 또 능청스럽게 '어후, 팔뚝살 뜯어질 뻔 했네.' 하면서 비아냥거리는 우현의 말투에 성규는 씨익 웃어버렸다.
“팔뚝살 뜯어버린다.”
남자들끼리의 어색하고 민망한 몸싸움과 말싸움을 뒤로하고 둘은 가방과 옷차림새를 챙겨서 밖으로 나섰다. 성규가 차에 먼저 올라타고, 우현은 보조석에 따라 탄 채로 시동이 '부르르' 소리와 함께 걸렸다. 방송국 지하 주차장에서 밖으로 나오자 가로등 불빛이 쫙 깔려있는 도로 위로 차를 몰았다. 괜히 노곤한지 우현은 거의 졸다시피 의자에 기대어 누웠다. 형님이 피곤한데도 몸을 불사지르며 운전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졸아? 계속 허리춤을 콕 콕 찔러댔더니 그제야 우현은 눈을 뜨고서는 저를 그윽하게 쳐다보았다.
“형, 우리 처음 만난 날 기억해요?”
“그럼, 얼마나 끔찍했는데.”
조는 줄 알았던 우현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성규의 팔뚝살을 꼬집어댔다. '끔찍? 끔찌익ㅡ?' 하면서 계속 물어보며 팔뚝살을 계속 흔들면서 꼬집어 대었다. 성규가 한 손으로 운전을 하고 한 쪽 팔은 우현에게 들린 채로 마구 흔들어대는 동안 우현은 그새 자신이 복수하는거라면서 유치하게 '하하하!' 거리며 웃어대었다. 아, 교통사고 나! 소리지르며 성규가 놔달라 애원 애원을 해서 겨우 놓아지자 우현은 그제서야 옅은 한숨과 함께 다시 의자에 기대어 누웠다.
“오늘 오랜만에 집에 갔는데 플랜카드가 있길래요, 여기.”
우현은 자신의 가방을 열어서 '남메기'라고 쓰여있는 플랜카드를 꺼내들었다. 성규는 운전하면서 곁눈질로 플랜카드를 보고서는 정말이지 '빵' 웃음이 터지는 바람에 차를 잠시 옆으로 비켜 세워 두었다. 그리고 눈길을 플랜카드로 돌려놓고서는 플랜카드를 만져대기 시작했다. 흠집 하나 없이 말끔하게 보관되어져 왔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진짜 오랜만이다, 이거. 이게 언제적 플랜카드야?”
“이거?”
이 이야기는 바야흐로 6년 전으로 돌아간다.
안녕하세요 으악입니다 ^*^
저도 얼른 오고 싶은 마음에 생각보다 더 일찍이 찾아뵙게 되었어요
기존에 인스티즈 내에서 '나비춤, 그 날개짓'을 5화까지 연재했었는데요
문체 외에는 내용 면에서는 거의 달라진 내용이 없을거라
기존에 나그날을 읽어주신 분들께는 양해를 구할게요 죄송합니다 ㅜㅜ!
♡ 뇨뇽님, 찹쌀떡님, 감성님 ♡
암호닉 감사합니다 땡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