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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현성우] 나비춤, 그 첫 번째 날개짓 | 인스티즈





남우현 인생은 무료하다.



본래에도 어릴 적부터 밖에 나가서 뛰어 놀고 또 운동을 한다거나 어딜 걸어다닌다던가 하는 움직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냥 가만히 누워서 여유를 즐기고 그에 노곤함을 몸에 익히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다고 운동을 전혀 못하거나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다. 더더군다나 누군가가 제안을 했을 때 거절하는 그런 까다로운 스타일도 아니었다. 그로 알 수 있듯, 수다를 떨거나 여자들처럼 쇼핑을 다니는 일은 전혀 나의 케이스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냥 한낱 한국 땅에 뉘여져 있는 귀차니일 뿐.



“심심하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대답해주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하다못해, 집이 너무나도 좁아서 어딘가에 울려퍼질만한 메아리도 전혀 없었다. 왠만하면 책도 좀 읽고 그랬을테지만 오늘따라 몸에 기운이 없는 것이 방바닥에 축 늘어져있는 것이 좋다. 항상 덥다고만 느꼈던 한여름의 날씨는 오늘따라 방바닥이 따땃하게 느껴지는 게 점점 힘이 빠지는 듯 했고 잠에 들 것만 같았다.



눈에 팍 힘을 준 채로 뜨고 몸을 일으켰다. 이대로 잤다간 밤에 티비에 재미있는 것도 안할 때 잠이 안올 수도 있겠다. 그런 단순한 생각에 방바닥에 누운 채로 팔 다리를 휙휙 휘저어댔다.



덜그락 하는 소리와 함께 발가락에 무언가 걸려서 쓰러지는 소리였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게 느낌은 딱딱하고 차가운. 그렇게 두껍지도 않은 것이 무엇인가 궁금하지만 내 상체를 일으켜서 볼 만큼 궁금한 것도 아니었다. 결국엔 발가락으로 그 물체를 집어 올려서 물건을 날리듯이 벌린 팔 안쪽으로 들어오게끔 밀었다. 뭐지? 느긋하게 손으로 물건을 들어올려서 눈 앞에 비춘 것은 리모컨이었다. 이렇게 감각이 없어서야.



혼자 혀를 끌끌 차면서 빨간 버튼을 꾹 눌러 티비의 전원을 켰다. 이상한 '디링'하는 소리와 함께 '팟!'하며 갑작스럽게 켜진 티비. 뭘 보지, 혼자 중얼거리면서 채널 버튼을 꾹꾹 눌러댔는데 죄다 교양 프로그램이다. 아, 완전 지루해. 하면서 채널을 돌리다보니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왜 내가 틀자마자 노래가 바로 끝나냐! 가만히 리모컨을 제 옆구리와 팔 사이에 두고서는 또 방바닥을 휘젓다가 허리가 슬슬 뻐근하기에 다시 몸을 뒤집어 엎드려 누웠다.



「요즘 최고 대세남이죠? 화려한 모던 락으로 활동 중인 성규씨의 60초! 듣고 올게요.」



열심히 오밀조밀 말도 조리있게 잘하고 예쁘게 보이려고 눈도 꿈뻑꿈뻑거리는 MC의 멘트를 듣고는 우현은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어이없게 티비를 응시하고 말았다. 내가 해도 저거보다 낫겠다. 엎드린 채로 고개를 바닥에 푹 꽂아넣듯이 파묻었는데 꽤나 독특한 목소리의 미성이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서 티비를 보았을 땐 빨간 머리의 하얀 모찌같은 피부를 가진 남자가 나왔는데 진짜 못생겼다. 혼자 허허거리면서 웃고 있었다. 점점 보다보니까 귀엽기도 하네 하면서 계속 무대를 보는데 그냥 왠지 내가 상체까지 들어올리고 무대를 계속 보는 걸 보니까 내가 나 스스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 남우현 못 말린다. 집에서 뒹굴거릴 때는 언제고 겨우 하나 관심 가진 게 저런 하얀 남자? 저런 남자를 우상으로 삼아봤자 목소리만 좀 독특할 뿐이지 외적으로는 전혀 매력이 없…



다고 말한 것은 방금 내가 말실수를 한 것만 같다. 물론 내가 근육질 빵빵한 몸매를 원한 건 아니었지만 방금 본 허리는 정말이지 너무나도 매끈해서 할 말이 없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에 운동을 좀 했어서 몸에 근육도 좀 만들어놨었는데 지금은 그냥 흐리멍텅한 잔근육들이 남아있을 뿐. 아, 갑자기 저런 매끈한 몸매 보니까 운동하고 싶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나저나 이름이 김 뭐였지? 일단 노래 제목이 60초라는 걸 알았으니까 검색이라도 해보자 싶어서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몸을 일으키자마자 허리에서 '뚜둑' 소리와 함께 시원한 느낌이 와닿았다. 저 스스로 허리를 툭툭 쳐대면서 노트북을 가져와 다시 몸을 뉘였다. 포털 사이트에 '60초' 치자마자 빨간 머리의 김성규 사진이 여기저기 다 널려있다. 와, 진짜 하얗다. 눈은 작은데 속눈썹이 엄청 길고 예쁘다. 아, 나 게이 아닌데. 자꾸 이런 것만 좋아해. 진짜 이상하네, 남우현.



일단 팬카페 가입해야지. 옛날에 게임 버그 따려고 가입했던 한 카페는 벌써 망한 지 오래되어 보였고, 성규 형 팬카페에 가입해서 바로 등급 업 신청을 했는데 언제 될랑가몰라. 혼자 지루함에 유투브고 뭐고 김성규의 모든 정보를 캐내고 다녔다. 팬페이지? 이런 곳도 발견해서 가입 중인데 와, 사진들 진짜 잘 찍는구나. 그런데 이렇게 큰 카메라 살 필요까지 있나.




[인피니트/현성우] 나비춤, 그 첫 번째 날개짓 | 인스티즈





오랜만에 밖으로 나오니까 몰골은 정말 말도 못할 만큼 좀비같이 생겨서는 기운 없이 힘만 쪽 빠져서는 빠른 걸음으로 총총 걸었다. 새벽 일찍 나오니까 공기가 확실히 맑긴 하군. 숨을 깊게 흐읍 들이쉬고는 내쉬었다. 찹찹한 바람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물론 그 바람이 제 코끝까지 들어오는 바람에 코가 좀 아리긴 했지만 말이다.



오늘 남메기님이 오랜만에 밖으로 나선 이유가 무엇이냐? 물어보신다면 대답해드리는 게 인지상정! 오늘은 이 몸이 직접 성규 형님의 팬 싸인회에 나서게 되었다는 것. 으, 설렌다. 물론 언제부터 내가 성규 형한테 관심이 있었다고 물어본다면 할 말이야 없지만. 그 동안 너무 많은 걸 봐버렸어. 난 성규 형의 모든 걸 알고 있으니까 자신 있어. 어제 하루종일 고심해서 만든 플랜카드도 가방에 꼭 집어넣었고 나 완전 준비 철저하게 했네. 올.



도착하니까 벌써 소녀 팬들은 몇몇 와 있지만 별로 없는 걸 보니 내가 좀 일찍 온 게 맞구나 싶어서 실실 웃으면서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가서 서 있었다. 남팬이라는 이유로 따가운 시선을 받을 줄 알고 성규 형보다 더 연예인처럼 선글라스에 마스크, 후드티 모자까지 푹 눌러쓰고 왔더니만 그것 때문에 더 시선을 받는 것 같아서 선글라스랑 마스크를 벗어내고는 후드티 주머니에 손을 폭 찔러넣고는 기다렸다.



“성규 형 여기 오면 이 순서대로 줄 서서 싸인 받는 거 맞죠?”



그냥 별로 관심 없다는 듯 끄덕끄덕거리는 소녀 팬들의 대답에 혼자 민망하게 헛기침을 내뱉으면서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갑자기 환호성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성규 형이 매니저와 함께 나타났다. 나는 환호성을 지르지 못했다. 그냥, 가만히 벙쪄서 성규 형을 쳐다보는데 어쩜 저렇게 후줄근하게 입어도 예쁘냐. 일찍 오길 잘 했다, 싸인 빨리 받을 수 있겠구나. 혼자 가방에서 앨범과 플랜카드를 주섬주섬 꺼내서는 줄을 따라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아, 성규 형이 내 앞에 있다.



“남팬이신가봐요.”

“네, 성규 형 남팬하면 당연히 저 남우현이죠.”

“귀엽다.”

“형이 더 귀엽거든요? 그나저나 형 진짜 이번 앨범 대박나세요. 제가 벌써 다섯 개 사놨거든요. 물론 저 아니어도 소녀 팬들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형이 대박이 안 나겠어요. 아, 뮤직 비디오는 또 어쩜 그렇게 멋져요. 저번 앨범 때에는 춤 추더니 이번에는 락 밴드라니. 호오, 정말 제가 그거 보고 반했잖아요. 형, 속눈썹 하나만 떼주시면 안 돼요? 제가 평생 간직할게요. 아, 정말 하나하나 다 가지고 싶다. 형은 뭐 먹고 그렇게 하얘요? 모찌 모찌하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저는 원래 엄청 까맸는데 집에서 뒹굴거려가지고 하얘졌거든요. 아, 그리고 형은 무슨 음식 좋아해요? 저는 초밥 좋아하는데 왠지 형은 나랑 똑같을 것 같아. 그죠, 좋아하죠? 형, 이거봐요. 플랜카드 진짜 정교하게 잘 만들었죠.”



나 정말 살면서 이렇게 빨리 말하는 거 처음이야. 그런데 할 말이 더 많은데 어떡하냐. 혼자 가만히 발만 동동 굴려대는데 성규 형이 나의 정교한 플랜카드를 슥 쓸어주었다. 헐, 내 플랜카드가 무독성 딱풀로부터 정화된 느낌이랄까. 헐, 진짜 느낌 대박이다.



“어? 이러시면 안 되는데? 이거 원래 제가 형 드리려고 했는데 형이 만져가지고 제가 다시 가지고 가야겠어요. 봐요, 이거 접이식이거든요. 제가 만들었어요. 다음에 만날 기회 있으면 그 때 다시 만들어서 드릴게요. 형, 말도 재미있게 잘 하시던데 예능도 좀 나오고요. 광고도 많이 찍으세요, 제가 다 살게요. 저 여기에 싸인 하나만 더 해주시면 안 되요? 아니다, 저랑 사진 한 방만 찍어주세요. 네? 아니, 아…”



뒤가 싸하다 싶었는데 경비하는 형이랑 소녀 팬들이 다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오 마이 갓, 죄송합니다. 얼른 인사하고 나오고 싶었지만. 내가 성규 형을 언제 또 볼지 어떻게 아냐. 지금 할 말이 얼마나 많은데… 이깟 시선에 기 죽을 순 없어!



“형 제가 번호라도 딸게요, 이 핸드폰에. 번호, 버, 번호 좀요. 아니, 아! 잠깐만요! 형, 진짜 제가 사랑해요. 김성규 남팬 하면 남메기 저 꼭 기억해주셔야 돼요! 기억해! 사랑해요. 아, 근데 게이는 아니거든요! 형! 아, 형! 성규 형!”



결국 쪽팔리게 경비 형한테 끌려오는 참담한 결과를 소녀 팬들에게 보였지만 뭐, 성규 형이 내 손목도 잡아주고 플랜카드도 만져줬으니까 난 만족하겠어. 가만히 싸인 씨디를 안고 뒹굴거렸다. 어디 오늘 후기를 읽어보실까?



아니, 후기를 쓰랬는데 왜 내 얘기만 썼냐… 쪽팔려.










[인피니트/현성우] 나비춤, 그 첫 번째 날개짓 | 인스티즈


안녕하세요 으악입니다 ^*^

오늘은 조금 우울한 하루였죠? 하지만 달달한 현성이들의 첫 만남을 쓰면서 힐링했답니다 ㅠㅠ

앞으로 더 성장하는 인피니트 기대할게요!

 

그리고.. (두둥!)

 

오늘후로 제가 한국에 들어가는 동안 연재가 좀 늦어질 것 같아요 ㅠㅠ

하지만 기다려주시리라 믿겠습니다!

중간 중간 틈틈히 나그날을 써서 여유를 찾으면

그 때는 더 열심히 연재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


♡ 뇨뇽님, 찹쌀떡님, 감성님, 국밥님 ♡

암호닉 감사합니다 땡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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뇨뇽이에요! ㅠㅠㅠㅠ 남나무이자시규ㅠㅠ 기여워ㅠㅠㅠㅠ 그대 왔쪙 ㅠㅠㅠㅠ 앜ㅋㅋ 두근두근ㅋㅋㅋ 좋아용ㅋㅋㅋ 얼른담편! 헐 그대 힘쇼♥
10년 전
독자2
찹쌀떡이에요! 이따 집에가서 다시 읽고 다시 댓글달께요!
10년 전
독자7
앜ㅋㅋ 진짜 우현아ㅋㅋ남우현 진짜 말 많다 성규가 많이 당황스럽겟어요 ㅠㅠ 진짜 최고 작가님 재미잇게 잘 읽고가요!짱짱 연재가 늦어도 괜찮아요! 기다릴께요 재미잇게잘읽고가요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10년 전
독자3
으ㅏ으ㅏ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우와ㅠㅠㅠㅠ신알신이여!퓨ㅠㅠ
10년 전
독자4
국밥이에요! 오늘학교갔다오고인티들어왔을때 달갑지않은소식들이많아서착잡했는데 현성으로힐링하고가요ㅠㅠㅠ..잘읽고갑니다!
10년 전
독자5
귀여워요 ㅋㅋㅋㅋㅋㅋㅋ 잘 읽고가요 ㅋㅋㅋㅋㅋ!!
10년 전
독자6
ㅋㅋㅋㅋㅋㅋㄱ 감성 이에요 남우현 ㅋㅋㅋㅋ 겁나웃겨 ㅋㅋㅋ 아 진심 대박이다 ㅠㅠ 규가 지니어스 탈락했는데 흡 ㅠㅠ 그래도쥬ㅠ 글은 재밌엉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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