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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백, 미술책."

"꺼내가."

"아 맞다, 물리 프린트도."

"...."

"맞다 체육복."

"개시끼야!!!! 넌 친구가 나밖에 없냐??!!!!! 적당히 좀 빌려가!!!!!!!!!!"

"밥 안준다."

"쓰고 바로 처 갖고와요 서방님."





빨리 꺼져, 당장.


저새끼 하루치 준비물을 다 나한테서 해결할 심산인지 아예 사물함을 통째로 쓸어가는 것 같다. 원체 음악이나 미술같은 돈 드는 준비물은 잘 안 가져오는 나다. 그래서 찬열이는 뛰어난 복지수준을 갖춘 이 나라 대한민국의 모든 고등학생들에게 지급되는 교과서라는 물건은 전부 옆반인 나에게 빌리는 길을 택했다. 저런 썩을놈, 리코더같은 거 안 빌려줬으면 진작에 연 끊었다. 아니 인간적으로 고딩인데 리코더 탬버린 이딴 건 왜 하는거야, 초등학교 저학년 이후로 졸업한 줄 알았는데.





"이제야 너네같네."

"어? 뭐가."

"니네 얼마전까지만 해도 사이 안좋지 않았음?"





진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빠삐코를 쭙쭙 빨고 있는 종인이를 올려다보았다. 내껀 없냐? 있을리가.





"진짜 몰라? 아닌데, 박찬열은 그랬던 거 같은데."

"...전혀."

"복도에서 오다가다 너랑 마주치기만 하면 반대편으로 돌아가고 교실에도 안 찾아오고... 집에 같이 갈 때도 잘 안갔잖아."

"그건 찬열이 방송부 활동 때문에 나보고 먼저 가라고 해서 그런건데. 그래서 한동안 너랑 갔잖아."

"맞아, 그 주제에 길거리에 뭐만 있으면 배고프다 목마르다 존나 진상떨면서 다 사달라 그러고. 그래서 다시는 니랑 안 다닐려고."

"개새끼...."





시계 팔면 한 턱 쏴라, 시크하게 한 마디 날리자 알았다며 할렘가 흑인식 제스처를 취한다. 저거 저딴식으로 물들여놓은 게 다 고놈의 누나들이라 이거지, 그나저나 고거 며칠 같이 안 갔다고 그렇게 물어보는 걸 보니 찬열이랑 내가 친하긴 한가보다. 아, 하긴 김종인은 우리랑 하도 붙어먹으니까 그런가.





"야 근데 우리 이러고 있을 때 아닌데."

"뭐."

"1교시 체육."





....아 썅, 체육복 박찬열 개새끼가 빌려갔잖아.







*







"씨발, 니때문에 나 운동장 세바퀴 돌았어. 우리학교 운동장 얼마나 넓은지 알아 몰라."

"가슴이 찢어지게 아플 정도로 미안해."

"그럼 저거 사줘."





따지고 보면 시간표 못 외우고 넙죽 빌려준 내가 병신이긴 한데, 찬열이도 별다를 거 없는 병신이다. 언제나 나한테 져줬던 것 같다. 지금도 백프로 자기 잘못 아닌 거 알면서도 내 꼬장에 벌써부터 지갑을 열고 있거든. 그래봤자 200원짜리 츄파츕스지만 난 언제나 저거 하나 물려주면 조용했다. 애기때도 지금도.


사탕을 됴륵됴륵 입에서 굴리며 자연스럽게 가방을 찬열이한테 건네주고 나혼자 팔랑팔랑 걸어갔다. 군말없이 그걸 또 들어주는 너도 더 병신. 사실 필통 말고는 든 것도 없다. 어차피 부업할 명찰은 학교 사물함에 잔뜩 보관되어 있고, 집에도 많으니까. 내가 너 배려해서 가방에 아무것도 안 넣고 다니는 거 알라나 몰라, 곰단지같은 박찬열을 비웃음과 동시에 궁디팡팡 엉덩이를 토닥여 줬다. 우리 찬열이 말도 잘 듣고 이뻐요. 오늘따라 니가 예뻐보이는 건 절대 밥때문이 아닐거야.





"야 근데 넌 왜 찬수랑 안 다니냐?"

"걔랑 밖에서 아는척하기 쪽팔려."

"와 존나 동생이랑 똑같이 말한다, 박찬수도 그러던데?"

"...."

"너 그거 꼰질렀다고 말하지 마라."





찬열이는 동생이랑 진짜 똑같이 생겼다. 일란성 쌍둥이니까 당연하긴 하다만 찬수 오른쪽 볼에 자그맣게 나 있는 점을 제외하고 나면 그 반반한 쌍판부터 목소리 걸음걸이 행동꼬라지까지 똑같으므로 구별법을 알고 있는 나 말고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헷갈려했다. 그런 주위 사람들을 배려해서 일부러 둘이 따로 다니는 것 같다. 근데 만우절에는 그런 거 없다. 작년엔 저 미친놈이 지 볼에 네임펜으로 점 찍고 와서 진짜 깜빡 속았다. 씨발, 박찬수인 줄 알고 아침부터 야 나 박찬열 겨털봤다 이랬다가 먼지나게 처맞았지.


잠시 아련한 추억을 회상하다보니 어느새 찬열이네 집 앞이다. 우리 동네에 도둑이 출몰했다는 전례는 없으므로 거의 24시간 안 잠겨있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침에 박찬열이 일어나서 고대로 나왔을 이부자리가 아직도 펴져 있다. 신발을 벗음과 동시에 교복셔츠랑 바지를 벗어제낀 채 두 번 생각 안하고 드러누웠다.





"존나 니네집이세요?"

"그런듯. 나 신혼집 여기로 예약. 겁나 편해."

"진짜 안 어울리게 소박하다 변백, 난 신혼집으로는 오세훈 집도 성에 안 찰 거 같은데."





꿈은 크게 가져야지, 임마. 이 동네 애들의 집 계산법이 다 그렇다. 무조건 오세훈 집이 제일 넓고 좋은 줄 안다. 나도 사실 거의 그렇긴 하지만.





"야 너도 여기 누워라 걍. 찬수 올때까지 자자."

"씨바, 아까부터 왜그렇게 걔 찾어? 볼일있냐?"

"아니, 그냥 똑같은 얼굴이 둘이면 되게 신기할 거 같아서. 나 니네 둘 투샷 본지 존나 오래된 거 같애."

"병신...."





말은 그렇게 하더니 찬열이도 옷을 벗고 옆에 누웠다. 왜이렇게 편하지? 이상하게 혼자 누웠을 때보다도 더 편하다. 좁아터진 이불 사이로 손발이 삐져나오는데도 뭐가 그리 좋다고 실실 쪼개는 찬열이 마빡 한 번 후려쳐주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아, 졸려. 아무래도 체육시간에 운동장 돈 게 체력낭비가 컸나보다. 이게 다 박찬열 때문이다. 이건 정부의 음모야.





"나 잠들 때까지 꼼짝도 하지마, 일어나면 뒤짐."

"...여기 우리집인데."

"시끄러, 내 말이 법임. 짐이 곧 국가니라."





니예니예, 질렸다는 표정을 짓고는 찬열이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도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꼬꼬마 애새끼 시절부터 이렇게 둘이서 곧잘 자곤 했다. 그냥 여기서 살았으면 좋겠어. 솔직히 말하면, 아무도 없이 휑한 우리집보다는 찬열이네 집이 백 배는 좋다. 찬열인 높은 인구밀도에 숨이 막힌다고 불평을 늘어놓지만 적어도 쓸쓸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렇게 얼마나 처 잤을까.





"....어나."

"...."

"변백, 일어나."





누군가 내 엉덩이를 툭툭 차길래 한쪽 눈만 간신히 떠 위를 올려다보니 박찬열이 나를 짐짝 치우듯 구석으로 밀어넣고 있었다. 어? 근데 찬열이는 옷에 뭐 묻으면 절대 안 입는데, 웬일인지 염색약이 얼룩덜룩 묻은 후줄근한 티를 입고 있었다. 아, 1년 365일 방학용 머리인 돈지랄 개털 박찬수구나. 고멘.





"니네 형아는 어디가고 너만 있어."

"박찬열 엄마 심부름 갔는데."

"그런건 동생이 해야지, 어디서 형 시켜먹고 지랄이야 지랄이."





감히 꽃보다 잘생긴 우리 찬열이를 그깟 천한 육체노동에 투입시키다니! 탄핵시켜 마땅하다!! 에잇 이런 천하의 나쁜놈 같으니, 넌 유교의 나라 조선에서 태어난 인물이 아닌게야.





"나도 육체노동은 동생 시키는 게 맞다고 보는데, 우리 막내가 머리가 나빠서 심부름 못해."

"아, 엄마!!!!"

"내가 틀린 말 했어?"





맞는 말이잖아, 너 올리고당이랑 참기름 구분 못하는 놈이잖아. 라면과 짜파게티의 차이를 몰라서 라면을 볶아먹고 짜파게티 면 삶은 물에 그대로 스프 부어버리는 그런 놈이잖아....한 치의 거짓도 없이 진실만을 말하신 찬열이네 엄마랑 무언의 하이파이브를 한 후 행여나 저 장대같은 놈한테 얻어맞을까 봐 필살의 방어책을 펼쳤다. 난 친구인 찬열이도 아닌 친구 동생 박찬수한테 맞고 컸다. 열한 살 때까지 이불에 지도 그린 거 열네 살때까지 놀려먹다가 학교 옥상에서 떨어질 뻔했다. 난 그렇게 큰 놈이다. 덕분에 생존본능 하난 끝내주지.





"야, 됐어 이새끼야. 또 너 때리면 박찬열이 무슨 지랄할까 겁나서 안 때려."

"어? 뭐가."

"몰랐냐? 그날 니 머리 한대 툭 쳤다고 진짜 두개골 뽀사지도록 집에 와서 처맞았는데."

"...."

"박찬열이 말 안하든?"





찬수는 몰랐던 사실을 졸지에 말해준 꼴이 되자 쪽팔렸던지 볼을 긁으며 대충 얼버무렸다. 야, 지난 일이니까 내가 이렇게 허심탄회하게 말도 꺼내고 하는거지. 하하, 소문내면 디진다. 하하하. 그러고보니 그랬던 거 같다. 찬수가 짝사랑하던 같은 학원 누나한테 고백했다가 넌 키가 너무 커서 싫어 라는 말과 함께 차인 날, 숨 넘어갈 정도로 웃어제끼며 내가 발목 잘라줄까? 그럼 그 누나가 너한테 다시 올라나? 라며 깝쳤던 좆병신이 바로 나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순간 눈앞에서 별이 핑핑 돌아가는 신기한 경험도 했었다. 아니 솔직히 쟤한테야 툭이지 나한텐 뽝!!!!!! 이었어, 빡도 아닌 뽝 이었다고. 장난으로 던진 돌에 맞아죽는 개구리가 바로 나라고. 하긴 그 옛날 중학생 때부터 이미 나랑 머리 하나는 차이났던 저 무적의 형제를 이겨먹을 생각을 했다니 지금 생각해봐도 나 정말 개념없었다. 근데 그날 찬열이가 지 동생을 그렇게 죽기 직전까지 팼다 이거지, 어쩐지 다음날 학교 결석하더라. 난 실연의 아픔인 줄 알았는데.


쩝, 암튼 그건 그거고.


....열, 좀 감동인데.


박찬열의 재발견이다.





"엄마, 사오란 거 다 사왔어."

"거기 놔두고 들어가, 찬수가 또 백현이 때리나 잘 봐라."

"변백, 너 나 없는동안 안 맞았지."





물론 난 방금 일어났고 박찬수는 내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 그런데 말이다.





"....찬열아......"





울먹이면서 그렇게 말했더니 박찬수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야!!!! 내가 언제 때렸어 미친놈아, 연기할래??!!!!!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찬수를 차마 똑바로 쳐다볼 만큼 내가 양심마저 닳아없어진 놈은 아니라서, 그냥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벽을 보고 돌아앉았다. 살짝 몸을 떨어주는 센스. 그리고 그 다음 순간은 내 입으로 말할 수가 없었다. 내가 벌여놓은 상황 치고는 입에 담을 수도 없을만큼 참혹해서.







*







"맛있지? 아줌마 요리실력 그래도 많이 늘었는데."

"설마 맛없을리가요! 존나, 아니 진짜 맛있어요."





비속어까지 섞어가며 내 앞에 놓인 김치찌개의 맛에 대한 감탄사를 줄줄이 늘어놓았다. 존나 맛있다. 그리고 제가 지금 어디 맛 따질 땝니까, 밥이 눈앞에 있는데. 그러나 옆에서 터진 입술에 눈탱이 밤탱이가 되어 나를 힘껏 째려보고 있는 누구때문에 마음편히 먹지를 못하겠다는 개뿔 아줌마 한 그릇 더 주세요. 지가 째려보면 어쩔 거야, 찬열이만 있으면 되지롱. 5분만 빨리 태어나지 그랬니.


나도 인간은 인간인지라 죄책감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서 말이다. 물론 지금까지 저자식이 나한테 한 짓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찬열이는 동생을 전치 8주 정도로 만들어놔야 하지만 그럴 병원비가 없으니까 패스. 원래 카드빚도 할부라는 게 있잖니. 껄껄껄.





"오늘 여기서 자고 간다며? 아까 찬열이가 그러던데."

"에?"





계란말이에 처박고 있던 시선을 돌려 찬열이를 힐끔 쳐다보자 얼굴도 안 들고 고개만 끄덕인다. 아까 학교에서 한 말이 진심이었나보네. 뭐 상관없으니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 왜! 저 재수없는 새ㄲ....."

"...."

"...가 아니라 형의 친한 친구가 왔으니 난 오늘 하루만 엄마아빠 방에서 신세좀 질게, 하하."





아, 점점 미안해진다. 찬열이네 부모님껜 죄송하지만 오늘은 귀여운 막내아들 끼고 주무세요. 우린 뜨거운 밤을 보내겠습니다. 낄낄.





"너 근데 오늘은 알바 안하냐?"





방금 감아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탈탈 털면서 방으로 들어온 찬열이가 묻자, 내 다리에 비해 미친듯이 긴 찬열이의 츄리닝 바지를 입고 바닥에 드러누워 만화책에 고개를 처박고 있던 나는 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어, 주유소 사장이 바람펴서 사모님이 잡으러 간다고 문닫았어."

"미친...그럼 편의점은?"

"그것도 잘렸다. 아 썅 나 이제 뭐먹고 살지? 어제오늘 알바 침체기야, 불경기로 해고당하는 건 고사하고 어째 받아주는 데가 없어. 그나마 저 부업이라도 없었으면 나 진짜 굶어죽었다. 존나 손 빡시게 놀리면 일주일에 10만원 벌어. 쩔지?"

"그냥 우리 집 들어오라니까, 몇년째 말하냐. 엄만 너 혼자 살게 하는 것도 좀 그렇다던데."





사실, 모르고 있는 건 아니었다. 열세 살 때부터 혼자 살아서 그런지 이제 웬만한건 무섭지 않은 나지만 찬열이 엄마는 내가 많이 걱정되셨나보다. 어릴 적부터 친부모님이나 다를 바 없던 사이지만 난 솔직히 좀 그랬다. 내가 아무리 김종인 박찬열을 뜯어먹고 다니는 놈이지만 내 생계는 내가 알아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독립 일찍 하면 뭐 좋지, 아 근데 난 너무 일찍인가.


난 가끔 너보고 대신 명찰 붙히게 하는 것도 미안한데.





"정 그러면,"

"어."

"나한테 시집와라."

"...쿨럭!!!!!!컥.....야!!!!!!!!!"

"설마 너 하나 책임 못질까."





밥 먹었냐? 묻는 듯한 너무나 무책임한 표정인 박찬열 얼굴에다 손에 들고있던 만화책을 집어던질까 했지만 안타깝게도 이 동네에 딱 하나뿐인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린 책이라 찢어지기라도 하면 내돈으로 물어내야 해서 관뒀다. 그냥 자라, 자. 근데 아까 밥먹기 전에 실컷 자서 그런가 도통 지금 누우면 잠이 올 것 같지가 않아서 말이다.


그런 내 속을 읽기라도 했는지 찬열이가 심드렁하게 말을 건넸다.





"산책갈래?"







달동네 살아서 유일하게 좋은 점이 있다면 바로 끝내주는 야경이다. 초딩때 여름방학이면 매일 밤 나란히 손잡고 이 동네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야경보러 다녔다. 마지막으로 갔던 게 언제였지, 서너 번은 접어올린 츄리닝 바지에 삼선 슬리퍼를 찍찍 끌며 걷는 폼이 영락없는 동네백수였다. 바로 옆의 찬열인 똑같은 차림인데도 스트릿패션이 따로없다. 와, 존나 모델이세요? 흥, 쓸데없이 긴 놈.


꼭대기에 올라서면 편하게 경치 구경하라고 만든건지 아니면 떨어져 뒈지지 말라고 만들어놓은 건지 모를 난간이 있다. 난간에 기댄 채 번화가 야경을 감상하고 있는데, 오늘따라 달빛보다도 훨씬 밝은 도심의 불빛들이 짜증나게 예쁜 거다.





"어, 저거 새로 생긴건가?"

"그럴걸. 무슨 백화점 하나 생겼다던데, 저거 맞나보네."

"씨발, 존나 커."





쳇, 그래봤자 우리랑은 다른 세상일 뿐이다. 괜히 입술을 삐죽거리며 속으로 불평을 늘어놓다가 옆에서 나랑 똑같은 자세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찬열이의 등짝을 손바닥으로 팡팡 내리쳐줬다.





"저딴 거 부러워하지 마, 내가 고등학교 졸업하면 존나 돈벌어서 저거 너 줄게."

"큭...지랄."

"진짜거든, 아 너 저런건 취미 없나? 갖고싶은 거 말해봐. 다 사줌."

"야, 지랄하지 마."

"아 진짜라고!"





내가 생각해봐도 이 상황이 웃겨서 미친듯이 처 웃으면서 소리질렀더니 찬열이게 내게 다정한 미소와 함께 헤드락을 걸었다. 우리 백현이, 망상증 폭발하세요?





"넌 닥쳐, 저딴건 내가 사줌."

"어?"

"내가 사줄테니까 넌 받기만 해."





그리고는 씨익 웃는데, 아따 고놈 뉘집 자식인지 참 잘생겼네. 가슴 설렐뻔.





"...진짜?"

"어."

"그럼 난 요트랑 별장도."

"....콜."





훈훈한 분위기에 찬물같은 걸 끼얹는 듯한 내 발언에 찬열이의 표정이 아주 잠깐 삐끗했지만, 체념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찬열이는 내게 길들여짐에 틀림없었다. 박찬열 인생 제대로 조진 셈이다.





"...대신, 내가 원하는 게 있는데."

"뭔데? 말해봐."





찬열이가 난간에 나를 밀쳐 자신과 마주보게 한 뒤, 서서히 내 얼굴을 향해 다가왔다. 이게 웬...드라마에서나 봤던 벽밀이란 말이냐. 씨발, 이게 뭔 개추태야.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내가 기겁하자 찬열이가 바로 코앞에서 멈추고는 지나가던 개미새끼도 못 들을만한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랑...."





그 서글서글한 눈매에 깎아놓을 듯한 조각같은 얼굴이 바로 앞에서 씩 웃는데, 진짜 내 친구지만 존내 잘생겼다는 생각이 새삼 드는 거다. 어쩐지, 티비에서 우리나라 탑 남자배우들을 봐도 별로 잘생겼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


바로 그 순간, 그 야밤에 이 달동네 위로 존나 요란한 소리를 내며 헬기 한 대가 빠르게 지나갔고 찬열이의 목소리는 묻혀버리고 말았다.





"......자."





.....엥?


차마 뭐라 지껄이는지 듣지도 못한 나를 놔두고 찬열인 다시 씩 웃더니 그대로 뛰어가버렸다. 야!!!!! 뭐라는 거야?!!! 재수없게 긴 다리를 따라잡으려고 미칠듯한 스피드로 달려가보지만 역부족이었다. 놈은 이미 계단을 한 번에 다섯 칸씩 내려가는 기이한 재주를 선보이며 저 밑으로 내려가 있었다. 아 저 치사한 새끼!!!!





"뭐라 했냐고!!!!!!"

"안 가르쳐줘!!!!!!!!!!!!"





알바 안 하는 날은 제발 쉬면서 체력을 보충하고 싶었지만 오늘도 박찬열때문에 그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야 말았다. 망할놈의 새끼.


오늘도 수만동의 밤은 그렇게 깊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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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사귀자!!사귀자!!!!사귀자!!!!!!!!!!!!!!!! 연애하자!!!!!!! 살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막 간질간질하네요ㅠㅠㅠ잘읽고갑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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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뭘하자고 찬열아?!!!뭘?!!!담편도 기다릴게요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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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와 너무 달달해요 ㅠㅠㅠㅠ와 좋다퓨ㅠㅜ 말하는것도 좋고 백현인 힘들어도 꿋꿋한 모습이 진짜 당당 하달까요 ㅠㅠㅠㅠ잘 읽고 갑니다ㅜ다음편도 기다릴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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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사귀자!!!!사귀자!!!!!사귀자 연애하자 사귀자 오귀자 육귀자는 뎨송해여..몹쓸드립..... 허으어으 설렌다 찬열아 뭐라고 했어... 궁금해....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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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귀자잖아!!!사귀자고!!! 어휴 변백아ㅠㅠㅠㅠㅠㅠ 어휴 공은 입병.. 수는 귀병..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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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ㅠㅠㅠ헐변백ㅠㅠㅠ어후제가다설레요ㅠㅠㅠㅠㅜ꿀잼ㅠㅠㅜ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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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달달하고 웃기고 재미있고~~~다음편도 보러가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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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사귀지!!!!!!!!!!!!!!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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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사구리자!!!! 연애하자!!! 결혼하자!!!! 같이살자!!!! 뭐야!!!!! 뭐냐 박찬열!!!!!!! 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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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2
헐 뭐지 뭐지 뭐지 박찬리예 뭔 말을 한거지 뭔데 뱟켜니 마음을 도키도키하게 만든거죠? 그나저나 단어선택 참 탁월하셔요. 찰지고....매력있어요♥ 아 이런거 너무 좋아여ㅠㅠㅠㅠㅠㅠㅠ하트하트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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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3
사귀자!!!!!!시귀자쟈나!!!!!!!!!!!!!!!!!!!!!!!!!!!!!!!!!!!!!!!!!!!!!!!!!!!!!!!!!!!!!!!!!!!!!!!!!!!!!!!!!!!!!!!!!!!!!!!1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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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4
헐 백현이 때렷다고 찬수 때리는거 진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짱좋아옄ㅋㅋㅋㅋㅋㅋㅋㅋ어찌보면 제취향저격...(쓰러진다) 개설레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사귀!!!자!!!!사귀쟈!!!!!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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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5
정말 독방징어 아니었으면 이런 꿀픽 있는지도 몰랐을텐데ㅠㅠ아 너무 재밌어여 진짜 왜 제가 설레져..?백현이 부럽네여ㅠㅅ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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