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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고

오년 째, 고백하는 여자 <2>












하늘에 맹세코 세훈을 따라 온 게 아니였다.

어쩌다보니 번개 같이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잡혔고 약속 장소에 와 보니 세훈이 과의 개강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누구의 노래 제목 마냥 우연한 만남이였다.

같은 과 사람들과 술잔을 부딪히며 이야기를 나누는 세훈을 곁눈질로 몇 번 쳐다보기는 했지만 세훈을 방해할 마음은 눈꼽만치도 없었다.

세훈의 옆에 앉은 신입생 같은 풋풋한 여자 아이가 조금 눈에 밟히긴 했지만 내가 방해한다고 방해 받는 세훈도 아니고.




"여기 맥주 1750 으로 하나 주세요!"




점원이 바쁜 탓에 손을 높이 들며 좀 크게 말했더니 주변의 시선이 우리 테이블로 쏠렸다.

고개를 살짝 끄덕여 눈 인사로 사과를 하는데 뒤통수에서 자꾸 따끔한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니 미간을 잔뜩 찡그린 세훈이 나를 잡아먹을 듯 쳐다보고 있었다.

아뿔싸, 싶어 꾸역꾸역 뒷머리를 앞으로 넘겨 커튼을 쳐 얼굴을 가리는데 친구들은 눈치도 없이 웃느라 뒤로 넘어간다.




"ㅇㅇㅇ, 너 뭐하냐. 여기서."


"어, 어?"




결국 우리 테이블 옆에 온 세훈이 내 손목을 잡고 끌고 나섰고 담배 냄새가 쾌쾌한 건물 계단에서 난 발가락만 꼼지락 거리고 있었다.

모양새는 화를 내는 것 같은데 입꼬리를 자꾸만 씰룩 거리는 세훈 탓에 나는 세훈에게 사과를 해야할 지 말아야 할 지 망설이고 있었다.






[EXO/오세훈] 오매고 &lt;2&gt; | 인스티즈




"나 지금 감시 당하는 건가."


"아니, 난 오늘 친구들 만나다가 우연히……."


"우연히?"


"응. 우연히. 정말인데."


"그게 다야?"


"응."


"너 진짜 재미 없다."


"재미 없어서 미안해."






지금 내가 사과할 타이밍 인가 싶었지만 세훈은 언제나 갑, 난 언제나 을이니 사과는 항상 내 전유물이 된 지 오래다.

세훈이의 기분이 풀릴 수만 있다면 사과 따위가 대수랴 싶었다.




"니가 나 좋아하는 거 우리 과 사람들 다 아는 거 알지."


"응."


"근데 니가 여기서 이렇게 같은 공간 안에 있으면 내가 불편해, 안 불편해."


"…………."


"아니, 말 잘못했고 내가 아니라 우리 과 사람들이 불편하니까. 너 학교 밖에서는 자제 좀 하라고."


"알겠어. 지금 시킨 거 다 먹으면 나갈려고 했어. 안 그래도."


"여기서 내 옆에 앉아 있는 여자 애 보여? "






훅하고 들이킨 숨을 긴 한숨으로 뱉어 낸 세훈이 고개를 뒤로 젖혀 가게 안을 들여다 보고서는 옷 매무새를 정돈했다.

세훈의 등 뒤에서 가게 안으로 슬쩍 고개를 들이밀어 보니 세훈의 옆에 앉아 있던 여자 아이가 세훈을 찾는 듯 연신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지금 두리번 거리고 있는 애?"


"어. 우리 과 신입생. 예쁘냐?"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고 나온 모양인지 탱글하고 반짝이는 신입생의 입술에 감탄하고 있을 때, 세훈의 헛기침 소리가 내 고개를 돌려 세웠다.




"예쁘냐고."


"응, 예쁘네."




정말로 예뻤다.

나랑은 다르게 새하얀 피부에, 글래머러스 한 몸매. 무엇보다도 고학번인 나와는 다른 풋풋함이 참 예뻐 보였다.

세훈이 이렇게 남 칭찬을 한 적이 있던가 하다 오늘 아침에 말했던 좋아하다던 여자가 쟤 인가 싶어 신입생과 세훈을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세훈이 술집에 다시 들어가기 전 옷 매무새를 고치는 거 보니 예감이 들어 맞는 것 같다.

언제나 슬픈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지.

혼자서 매무새를 고친 탓에 비뚤게 잠긴 세훈의 셔츠 단추가 눈에 띄어 다시 채워주는데 세훈은 또 다시 못마땅한 표정으로 날 내려다 보았다.




"너 또 후회할 짓 하네."


"응?"


"전생에 곰이였냐?"


"곰?"


"됐다, 너랑 무슨 말을 해. 니 옷에 묻은 부스러기나 털어."





[EXO/오세훈] 오매고 &lt;2&gt; | 인스티즈





언제 묻었나 싶은 가루들이 니트에 잔뜩 묻어 있었고 아무렇지 않은 듯 툴툴 옷을 터는 나를 세훈은 아무 말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고개를 숙여도 언뜻 보이는 세훈의 찡그러진 미간에 나는 왠지 고개를 들어 세훈을 마주 볼 수 없었다.

곰이라니. 나도 여자라서 그 정도는 안다고 니가 좋아하는 여자가 누군지.

그래도 예쁜 건 안 예쁘다고 할 순 없잖아. 그리고 너가 예뻐하잖아, 내가 미워한대도 니가 예쁘대잖아.

말하고 싶은 속마음은 와글와글 안에서 춤을 추는데 막상 입 밖으로 낼 용기는 없어 죄 없는 니트만 당기며 괴롭혀본다.

아무 말이 없던 세훈은 짤랑이는 종소리를 내며 문을 열고 가게로 들어섰고 혼자 남은 채 계단에 주저 앉아 천근만근처럼 느껴지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계단 앞에 있던 화장실에서 나오던 남자가 그런 나를 보고 놀라 뒷걸음질을 치는 것을 보고도 나는 무거운 머리를 쥔 채 한참을 계단에 주저 앉아 있었다.




"오세훈은 한참 전에 들어오던데 넌 뭐하다고 이제 와?"




친구의 타박에 아무 말 없이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물 한잔을 들이키자 친구는 턱을 괴고 비워진 물컵에 다시 물을 따른다.




"그냥 바람 좀 쐬고 왔어. 나 이제 술 그만 마실래. 더 마시면 취할 것 같아."


"너 아직 오세훈 좋아해? 끌고 나간다고 끌려 나가는 너도 참 너다."



꽤 데시벨이 큰 친구의 목소리를 혹여나 세훈이 들을까봐 쉿 하고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자 친구들은 약속이나 한 듯 세훈을 흘겨 본다.

그런 내 모습이 눈에 거슬렸던 모양인지 신입생과 맥주잔을 들고 건배를 하던 세훈의 시선이 나를 향한다.

잠깐 마주쳤던 세훈의 눈이 다시 신입생을 향하고 작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입방정을 떨던 친구의 손을 약하게 때렸다.

학창시절 세훈이 나왔던 잡지의 표지를 찢어 코팅을 해서 들고 다니던 니가 할말은 아니지, 라는 내 작은 속삭임에 친구는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우리야 멋도 모를 때 연예인 좋아하는 것 처럼 오세훈 좋아한 거라지만 너는 좀 다르잖아."


"너 그러다 한번도 연애 못하고 늙어 죽어."


"죽지 뭐."


"얘가, 말하는 거 봐.  너 정말 오세훈때문에 연애 한 번도 못하고 죽으면 나 니 장례식장에서 오세훈 가만 안 둘 줄 알아. 아니다, 오세훈이 니 장례식에 온다고도 장담 못하지."


"그래, 너도 연애 좀 하고 그래. 저런 애 그만 쫓아다니고. 내가 커서 여러 남자 만나보니까 느낀 게 있는데 남자들 얼굴? 그거 잠깐이고 성격이 최고더라."


"나 세훈이 얼굴 때문에 좋아하는 거 아니거든."


"알아 알지. 근데 지금 오세훈 봐봐. 새로온 스물 살 짜리 여자 앞에서 꿀떡꿀떡 술만 잘 마신다 야. 오세훈이 널 봐 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그래도 좋아할래. 자, 이제 내 걱정은 그만. 술이나 먹읍시다."





답답하다며 가슴을 친 친구가 500ml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켰고 자신의 일인양 걱정해주는 친구들이 든든하고 또 귀여워서 그 모습에 핏 웃음이 났다.

막상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주위 사람들은 세훈이를 포기하라 말한다.

니가 과연 세훈이를 정말 좋아하는 것이 맞는지를 묻는다.

오년이라는 세월이 내 감정을 무뎌지게 만들었나 문득 드는 의문에 옆을 돌아보았고 신입생의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아주는 세훈이 보인다.

신입생이 웃으니까 세훈도 따라 웃었고 세훈이 웃자 바보처럼 나도 웃었다.

바보처럼 웃다가도 혹여나 나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세훈이 불편해 할까봐서 눈길을 돌렸다.

급하게 소주 한 잔을 털어 넣고 웃는 얼굴 모양의 감자튀김만 깨작대는 나에게 친구가 립스틱 하나를 내밀었다.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친구 얼굴을 보자 빨간 립스틱을 바른 친구가 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하게 웃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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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내용의 기억들이 아련하게 떠오르네요ㅠㅠㅠ 눈물 이작춤으로 쭉 만날 수 있으면 좋을텐데요 ㅠㅠ 빨리 완결지을려고 하지마시고 저희랑 같이가요 작가님 무튼 오메고 오세훈은 어린애야 참,
9년 전
잠뽀로로
완결은 멀고 멀었답니다. 쭉 함께해요-
9년 전
독자2
세훈이도 여주를 좋아하는건가요ㅠㅠㅠ 제발 좋아해라ㅠㅠㅠ 바보야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 이거 꼭 연재 끝까지 해주세요♡♡♡하트뿅뿅
9년 전
독자3
이번엔 꼭 끝까지 작가님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세훈이는 정말 어린거 같아요..틱틱거리고 여주만 힘들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4
아이고..여주 불쌍해서 어떻게햐ㅜㅜㅜㅠㅠ 오세훈 나쁜남자으으ㅡ으ㅡ 작가님 오래오래함께해요 헤헤헿
9년 전
독자5
세훈아...끙끙 틱틱거리지마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9년 전
독자6
여주 너무 불쌍해요ㅠㅠㅠㅠㅠㅠ여주와 세훈이가 맘이 같았으면 하는데ㅠㅠㅜㅠ끙ㅠㅠㅠㅠ
9년 전
독자7
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 여주 진짜 불쌍해여.....아.....
9년 전
독자8
여주애잔ㅠㅠㅠㅠㅠㅠㅠㅠ하면서좀 답답하기도하고..
9년 전
독자9
ㅠㅠㅡㅠㅠ세훈아ㅏㅏㅜㅜㅡㅜㅠ
9년 전
독자10
으아 작가님 감사합니다! 다시 연재해주셔서. 기다렸어요
9년 전
독자11
전에 있던 내용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여ㅜㅜㅜ
항상 잘보고있어요 !! 사당해요

9년 전
독자12
으응ㅋ읻ㅂ신ㅋㅅ!!!!!!오세흐니..신입생이 조화 내가 조화..확실하게해 임마ㅠㅠㅠㅜㅜㅜㅜ흑흑ㅠㅠㅠ후나ㅠㅠㅠㅜ여기 좀 봐주세요ㅠㅠㅠㅜ5년이면 볼만하잖아ㅠㅜㅜㅜ
9년 전
독자13
아아 이제 다가와요ㅠㅠ제가 진짜 설레했던 립스틱부분ㅜㅜ진짜 와 작가님ㅜㅜ우리 자주 봐요ㅜㅜ
9년 전
독자14
아이쿠... 세훈이 저렇게 여주 떠보는 행동 미워요ㅠㅠㅠ 나빠 나빠! 자꾸 받기만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여주가 확 마음을 며칠만이라도 접는다면 반응이 크게 올텐데!!
9년 전
독자15
선배가 후배로 바뀌었네요..그나저나 세훈이 여주 조련시키나요ㅠㅠㅠㅠ미워라ㅠㅜㅠㅠ
9년 전
독자16
으ㅠㅠㅠㅠㅠㅠ다시 봐도 미운 오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세훈아ㅠㅠ어린 애 좋아하지마ㅠㅠㅠ
9년 전
독자17
아 여주 불쌍해요ㅜㅜㅜㅠ ..ㅜㅜㅠㅜㅜ
9년 전
독자18
아ㅠㅠ오세훈 심한데..?ㅜㅠㅠㅠ언젠간 세훈이도 여주의 소중함을 알게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ㅠㅠ추천누르고가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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