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주의
안리얼리티주의
오타주의
애교주의
감기주의
애기주의
그냥주의
욕망주의
어제, 현우가 연락이 안됐다. 수현이 여수에서 촬영한다고 톡을 보낸 뒤부터 카톡 확인도 안하고 오는 것도 없었다. 수현은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에 당장이라도 서울로 올라가고 싶었지만 그럴수도 없어서 애만 탔다. 처음에 카톡 확인 안할 때는 바쁜가 보다, 싶었는데 다른 톡을 보내도 확인을 안하길래 이제는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갑자기 자기한테 화난 게 있나 싶어서 이때까지 한 카톡을 쭉 읽었지만 닭살만 돋을 뿐, 잘못된 건 없었다. 무슨 바쁜 일이 생긴 거 겠지, 하며 애써 자기를 달랬지만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싶은 불안한 마음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밤샘 촬영이 오전까지 이어져 1시쯤 되어서야 성루에 도착한 수현은 현우의 집부터 갔다. 현우의 부모님이 반갑게 맞이하며 현우 지금 아프다고 하였다. 수현이 좀 전까지만 해도 화났떤 게 사그라들며 걱정되기 시작했다. 현우의 방으로 들어서자 현우가 비몽사몽하여 수현을 맞는다. 형아아… 목소리 끝이 살짝 갈라지는 보니 열이 있는 것 같다. 현우의 이마를 짚어보고 현우의 손을 잡은 수현이 물었다.
"어떻게 아픈거야?"
"술병이야, 숙취. 감기랑."
현우의 대답에 수현이 어이없어 헛웃음을 지었다.
"어제 밤새 친구들이랑 부어라 마셔라 했는데 … 밤새 마시고 친구 집에서 잤는데 추워서 입 돌아갈 뻔 했어."
"그래서 내 카톡 못 본 거야?"
"톡했어? 폰 신경을 못 써서…"
"하아…"
안도감과 허탈함이 함께 물밀듯이 몰려왔다. 동시에 사그라들었던 분노가 다시 치밀었다. 그렇다고 아픈 애 한테 화낼 수도 없고… 수현의 굳은 표정에 현우가 힐끔힐끔 눈치를 봤다.
"너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냐?"
"…."
"됐다. 나중에 몸 좋아지면 얘기하자, 나 간다."
싸늘하게 말하고 현우의 집을 빠져나왔다. 차에 타서도 한참 고개를 처박고 가만히 있었다. 아무일도 없어서 다행이기도 하고 술 먹는다고 자기 연락을 못 받았다고 하니 어이없기도 하면서 화가 나기도 하는게…. 감정이 좀 추스려지자 그제야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집에 와서 씻고 빵으로 배를 채우고 조용히 앉아 음악을 들으면서도 현우 생각뿐이였다. 어느새 잠들었다가 진동 소리에 깼을 때, 밖은 이미 어둑어둑 해가 지고 있었다. 폰을 보니 현우의 셀카가 떠있다.
"여보세요."
- 형….
"응."
- 나 이제 몸 괜찮아졌어요.
"집이지?"
- 네에-.
"집 앞에 잠깐만 나와있어. 갈게."
대답 들을 새도 없이 끊어버리고 차를 타고 바로 현우의 집 앞으로 갔다. 현우가 편한 차림으로 집 앞에 서 있었다. 현우를 태워서 한강으로 가는 차 안은 침묵 만이 존재했다. 수현은 굳은 표정으로 운전만 하고 현우는 손만 꼼지락거리며 수현의 눈치 보기에 바빴다. 한강에 도착해 차를 세웠다. 침묵은 여전했다. 침묵을 참다 못해 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형, 미안해요…."
수현이 대답없이 응시하자 현우가 덧붙였다.
"어제 연락도 안하고-"
"술마시고-"
"그것도 밤새 마셔가지고-"
"몸도 아프고-"
"형아 걱정시키구-"
"그래서… 미안해."
현우의 눈꼬리가 축 처지고 입술이 툭 튀어나왔다. 속상한 표정인 것을 알지만 아무래도 수현은 화가 풀리지 않았다. 이어 현우가 수현의 손을 덥썩, 잡았다. 미안해~ 미안하다구~ 이제는 애교도 부리며 수현의 마음을 풀어보려 한다. 평소라면 이쯤에서 넘어갔겠지만 오늘따라 화가 풀리지 않는다.
"형아~ 이제 안그럴게. 진짜."
새끼손가락을 들어보이며 웃는 현우의 얼굴이 마냥 귀엽다. 현우의 애교에 살짝 넘어갈 뻔했던 수현은 다시 정신줄을 붙잡았다. 그런 수현을 눈치채고 현우는 좀 더 세게 나갔다. 수현의 어깨를 잡고 흔들며 눈웃음을 지었다.
"자기야~"
순간 수현은 사레가 들릴 뻔 했다. 놀라서 현우를 보자 현우가 한 번 더 쏘았다.
"자기야~ 미아냉"
K.O.
수현이 미소지으며 현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엄청 보고싶었는데,"
"응."
"연락도 안되고, 술마시고, 아프고, 응?"
"미안…."
"마음 놓고 다닐 수가 없다. 걱정 시키지마."
"응응."
수현이 현우를 끌어당겨 안고 뒷통수를 살살 쓰다듬었다. 현우가 그의 어깨에 볼을 부볐다. 한참을 안고 있다가 수현이 현우를 떼어내고 그이 이마에 입을 맞추고 뒤이어 입술에도 입을 맞췄다. 짧게 쪽쪽거리다 깊고 길게 이어졌다. 차 밖에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지만 짙게 썬팅된 차 안을 들여다 보는 사람은 없었다. 현우는 그 스릴을 즐기며 수현의 어깨를 더 꽉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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