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민석찬열경수세훈종인백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 챈 그리고 채나리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51622/c37d45a068be05882ab58dcd1101bcf4.jpg)
일체유심조
一 切 唯 心 造
세상사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쏘크라테스
8
사내가 맞는 것이냐,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자, 잠깐만 놓아주십시요! 이, 이게 무슨 무례한!!!"
"우리도 부탁 받은 것이라 어쩔 수 없다, 얘 챈이야! 욕탕에 좀 데려가라! 그리고 이 옷 입혀서 와."
"네, 언니. 자 이리로 따라오시지요!"
기생들은 이런 놀이, 아니 놀이라고 말하기도 웃기지. 챈이라는 앳된 여인이 꽤 연령이 있어보이는 여인에게 옷을 받고는 나를 끌고 방을 나와 욕탕으로 데려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제정신이 아니였다. 머리가 복잡하고 지금 벌여지는 일에 혼란스러워 할 때 즈음, 그때 욕탕에 도착하여 챈은 나를 안에 가두었다.
"저, 저기!"
"씨, 씻고 나오시면 옷을 가, 갈아입혀 드리겠습니다!"
"아니! 지금 무슨 소리를!"
"죄송합니다! 아, 아직 사내의 수발 드는 것을 제대로 배우질 않아..."
"수바, 수발이라니요! 저는 괜찮습니다! 지금 빨리 그냥 문만 열어주시면!"
"아, 안됩니다! 그러면 저는 도련님께 크게 혼이 나고 맙니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문 밖에서 안절부절하는 챈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쓰렸다. 결국 나는 저고리의 끈을 풀어 겉 옷을 벗고 가슴에 두른 붕대를 풀어 내었다. 그리곤 입고 있던 바지를 벗어 내고는 물이 담긴 커다란 통 안에 들어가 몸을 담궜다. 아, 그나저나 얼마만의 목욕이냐. 바가지에 담겨있는 수백장의 꽃잎과 과일들을 집어 몸을 닦아내고 있을 때, 문 밖에서 부르르 떨고 있을 챈이 떠올랐다. 챈은 아무런 말을 걸지 않았고, 나는 몸을 닦아내며 챈에게 말을 걸었다.
"저, 챈이라고 했습니까?"
"예? 예. 그, 그렇습니다."
"진짜 이름은 무엇입니까?"
"...채나리 라고 합니다."
채나리. 참 어여쁜 이름이었다. 아직 성인도 되지 못한 어린 나이처럼 보이는데, 챈은 기생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큼지막한 눈에 작은 손과 발. 나는 챈이 참 순하고 예쁘다고 생각했다.
"이 기생집에는 어쩌다가 온 것입니까,"
"저 또한 같은 이유입니다. 저작거리에서 잠시 심부름을 다녀오던 도중 도련님의 밑에서 일하는 사내에게 붙잡혀 이 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찬열, 아니 포주가 잡은 게 아니였습니까?"
"들은 바로는 아직 기방이 완전하지 못할 때에 도련님이 직접 다니셨다고 하는데, 지금은 아랫사람을 시켜 끌고 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담,"
"예. 도련님 눈에 제가 띄게 된 것이지요. 도련님은 저와 같이 선발된 아이들에게 일평생 만져볼 수 없는 돈을 쥐어주고는 집으로 돌려보냅니다.
그런 저희들은 다시 부모들에게 쫒겨나 기방을 찾아오게 되죠. 더 많은 돈을 받아올 수 있게 말입니다. 그때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무엇을 말입니까."
"기방을 찾아오는 사내들의 수발 드는 법에 대해서요."
챈은 그런 잔혹한 말에도 목소리가 전혀 떨리지 않았다. 순간 가슴이 답답하는 것을 느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모르는 사내에게 끌려와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어린 소녀들. 나는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다. 챈의 표정이 떠올랐다. 아마 문 밖에서 애써 미소를 짓고 있겠지. 나는 통 안에서 나와 벌컥 문을 열어버렸다. 문 여는 소리에 놀란 챈이 내게 입힐 옷으로 눈을 허겁지겁 가리고는 말을 더듬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챈의 손목을 잡았다.
"날 보시지요."
"아, 아니 오, 옷을 입으시는게...!"
"난 사내가 아니오."
내 말에 옷으로 눈을 가렸던 챈이 천천히 고개를 올리기 시작했다. 챈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두어번을 껌뻑거리더니 내 가슴을 바라보았다.
"아, 아니."
"나와 약속 하나 하지 않겠소?"
"약속이라면."
"내가 반드시 집으로 돌려보내주겠다고. 집이 싫다면 다른 거처를 알려주겠소."
"아..."
"대신, 내가 여자라는 것을 포주에게 말해서는 안되오. 그 누구에게도 말이오. 나와 약속할 수 있겠소?"
내 말에 챈은 떨리는 눈으로 나와 눈을 맞추었다. 큼지막한 눈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 챈의 눈가가 붉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그런 챈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챈은 건들면 떨어질 것 같은 흰 백장미를 닮아 있었다. 꽃술이 있는 부분은 붉으스름한 장미 말이다. 나는 그런 챈을 이런 곳에 둘 수가 없었다.
"정말, 정말 이 곳을 나가게 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약속 하나는 잘 지킵니다."
챈은 그제야 활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나선 물기도 닦지 않은 내 몸을 와락 안고는 이렇게 말했다.
"언니라고 불러도 됩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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