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민석찬열경수세훈종인백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 두 사내의 시선이 불안정 할 때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51622/c37d45a068be05882ab58dcd1101bcf4.jpg)
일체유심조
一 切 唯 心 造
세상사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쏘크라테스
9
두 사내의 시선이 불안정 할 때
처음으로 여자가 되어본 기분은 묘했다. 부스스한 머리를 정리하고, 다리나 팔에 난 잔털을 정리하고 얼굴에 분을 칠하고 입술에 인주를 바를 때 그제서야 정신이 멍해졌다. 난생 입어보지 못한 여자들의 한복을 입고 머리장식을 할때에도 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나를 꾸며주던 기생들은 전부 하나둘씩 두 손을 입을 가리고는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세상에, 너무 예쁜 거 아니야."
"사내 맞아? 현이 보다 더 예쁜데?"
"그러게 말이야. 왜이렇게 선이 곱고 뽀얀지."
구석에 숨어 나를 바라보고 있던 챈이는 엄지를 세우며 키득거리며 웃었고, 그런 챈이의 행동이 귀여워 나도 미소를 지었다. 내 뺨에 붉으스름한 가루를 바르고 있던 정아라는 기생은 다됐다며 손을 털고는 옷 매무새를 정리해주었다. 그리곤 내게 들고 있던 거울로 모습을 보여주었다. 거울에는 평소 보지 못했던 내가 서있었다. 이게 정녕 나란 말인가. 다홍색 치마와 속살이 조금 비치는 저고리를 입은 모습은 영락없는 기생의 옷이었지만 나는 기뻤다. 처음이다. 이런 모습을 한 것은.
"자 이제 도련님들께 가도록 해라."
"예, 예? 진짜 갑니까?"
"그럼 가짜로 가겠느냐. 우리는 곧 남자를 상대하러 가야 한다. 도련님들이 계신 방은 쭉 가다가 갈라지는 복도 맨 왼쪽 끝에 있다."
"아, 예."
나는 쭈뼛쭈뼛 발을 구르다가 기생들의 방을 나갔다. 기생들에게 작게 목례를 하자, 조금 친해졌다고 생각했는지 다들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저 멀리서 나를 지켜보고 있던 챈이는 두 팔을 벌려 손을 흔들었다. 나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문을 닫아 쭉 펼쳐져있는 복도를 걸었다. 이제 슬슬 이 기방의 구조를 알 것 같았다. 정말 이 곳은 방도 많았고 길고 얽히고 섥혀있어 나가기가 매우 어려웠다. 게다가 곳곳에서 나는 묘한 냄새는 쉽게 갈피를 잡지 못하게 만들어주었다.
나는 정아의 말대로 길을 찾아갔다. 왼쪽 끝에 있는 커다란 방. 문창지에 화려한 장미와 나비가 그려진 화려한 방. 나는 그곳의 문을 두들겼다.
똑똑똑, 딱 세번 문을 두들기자 저 멀리서 들어오란 찬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입술을 물고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참을 머뭇거렸다. 그리고는 문고리를 잡고 문을 옆으로 밀었다. 보이는 광경은 참으로 대단했다. 천장 곳곳에 걸려있는 붉은 색 천 사이로 찬열과 세훈이 보였다. 중앙에 위치한 금색의 긴 의자에 몸을 뉘인 찬열과, 옆에서 술을 홀짝이고 있는 세훈의 시선이 나에게로 집중되었다. 나는 붉은 천들 사이를 지나쳐 그들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앞을 가린 붉은 천들이 사라졌을 때 고개를 들었다. 찬열과 눈이 마주쳤을 때, 나는 옅게 미소를 지었다.
"세훈에게 말을 들었을 거라 생각한다. 어때, 여자 같나."
찬열의 표정이 묘하다. 놀란 표정을 기대했건만, 찬열은 그저 뚫어져라 내 얼굴만 바라볼 뿐이었다. 몸을 뉘던 찬열이 곧게 허리를 펴고 앉았다. 옆에 있던 세훈은 내 모습을 바라보곤 표정을 굳히더니 술잔을 내려놓았다. 세훈의 눈은 내가 아닌 찬열을 향해 있었다.
"세훈아, 잠깐 나가 있어."
세훈은 찬열의 말에 느리게 눈을 한 번 감았다가 떴다. 그리곤 느릿하게 일어나 나를 향해 걸어와 귓가에 이렇게 속삭이곤 가버렸다.
"남자 행세는 다 틀렸네."
미친, 지가 시켰으면서. 세훈이 나가자 찬열은 세훈이 일어섰던 것 처럼 느릿하게 일어서 내 앞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찬열의 느릿하고 위협적인 표정에 나도 모르게 몸을 굳혀야 했다. 찬열은 내게 몸을 딱 붙이고는 나와 얼굴을 가까히 했다. 코 끝이 아슬아슬하게 만날 정도로 가까웠다. 찬열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내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뭐, 뭘 그렇게 봐."
찬열의 부담스러운 눈빛 때문에 제대로 얼굴을 세울 수가 없었다. 결국 찬열의 눈길을 피해 고개를 숙이자, 갑자기 찬열의 손이 내 턱을 잡아버렸다. 턱을 잡는 바람에 얼굴을 숙일 수가 없어 나는 똑바로 찬열의 눈을 바라보아야 했다. 뭔가, 더웠다. 눈 하나 맞추는 데 이렇게 더울 수가 있나. 나는 눈동자를 아래로 굴려 찬열의 눈을 어떻게 해서든 피했지만 끈질기게 따라오는 바람에 결국은 눈을 감아버렸다.
"나 똑바로 쳐다 봐."
"그, 그만 해."
"왜. 무서워?"
"그만 하라고."
내 대답에 찬열이 입꼬리를 올렸다.
"너 남자잖아."
"..."
"맞지, 남자라고 나한테 박박 우겼으니까."
"..."
"근데 나 아직 확신이 안 서. 그래서 지금 확인해보려고."
그리고 그때, 찬열이 내 손목을 빠르게 잡고는 바닥에 눕혀버리고 말았다. 찬열의 눈이 똑바로 나를 향하고, 나는 놀라 찬열을 밀어 낼 생각조차 하지 못햇다.
"너 정체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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