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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뷔슙] 보스 김남준 x 청소년 김태형 x 오른팔 민윤기 (下)

W. 베이직 (Basic)

브금 추천 : 방탄소년단 - 잡아줘

태형은 윤기가 떠나고 일주일은 죽은 듯이 자신에게 달려 들어 폭력과도 같은 관계를 행사하는 남준을 받아드리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태형에게는 남준을 거부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모든 희망을 잃은 사람은 살기를 거부하듯 태형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원체 밥을 잘 먹지 않던 태형은 남준에게 시위라도 하듯 밥을 거부하고 있었다. 물도 잘 먹지 않아 남준과 관계 도중 결국 기절까지 하고 말았다. 남준은 그런 태형이 기가 차 주치의를 불러 영양제를 맞혀 태형의 숨을 간신히 붙여놓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준은 태형의 몸을 탐하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 태형은 망가지는 몸처럼 정신도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인형이라도 된 듯 태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저 남준의 밑에서 흔들리며 숨소리를 내뱉을 뿐.

처음에 남준은 그런 태형을 무시하고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바빴다. 하지만 태형의 그런 행동이 3주간 지속 되고 있자 남준은 그게 자신을 더 미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차라리 태형이 자신에게 화라도 냈으면 싶은 심정까지 들기 시작했다. 남준은 더 이상 영양제로도 태형이 버틸 수 없다며 밥을 먹이기를 권했다. 남준은 태형에게 밥을 억지로 먹이기 시작했다. 태형은 남준이 밥을 억지로 먹이고 나면 항상 화장실로 달려가 게워내기 일수였다. 남준은 한숨을 내쉬고 그런 태형을 쳐다볼 뿐이었다. 태형이 화장실에서 나오면 다시 남준은 태형에게 밥을 먹였다. 소화시키기 전까지 태형을 붙잡고 놔주지 않았다. 태형은 그렇게 남준의 강요에 밥을 먹게 되는 횟수가 늘었다. 남준은 그런 태형을 보며 시간이 약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태형에게도 듣는 것처럼 보였다. 태형은 속을 내비치지 않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남준은 이제 직접 부엌에 내려와 밥까지 먹을 수 있게 된 태형을 쳐다봤다. 태형은 남준에게 말을 건네긴 했다. 비록 그게 네, 아니요, 보스, 다녀오세요, 다녀오셨어요. 에 한정 되었지만 말이다. 남준은 시작이 반이라며 속에서 자신을 재촉하는 마음을 달랬다. 남준도 처음보다 태형을 대하는 것이 많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남준은 태형의 미소를 볼 수 없었다. 태형은 철옹성 같은 벽을 세워두고 남준에게 거리를 두고 있었다.

남준이 아침 밥을 다 먹자 태형도 식사를 마쳤다는 듯 숟가락을 내려놨다. 남준이 현관 앞에 있는 거울에 자신을 비추고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그리고는 태형이 건네는 가방을 받아들고 다녀오겠다고 말을 하자 태형이 나가려던 남준을 붙잡았다. 남준은 한 번도 자신을 붙잡은 적 없었던 태형이 자신을 잡는 것이 의아해 태형을 빤히 쳐다봤다. 태형은 주춤거리는 듯 하다가 이내 남준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 오늘... "

" ... "

" 영화. 영화 보고싶어요. "

" ... "

" 그러게 해주세요. "

" ... 영화는 나 오면 같이 보는 걸로 해. 밖에 나가지 마 아직. "

" 하지만... "

" 김태형. 아직 안 돼. "

" ... "

" ... "

" 알았어요. 다녀오세요. "

태형이 금세 체념하고 남준을 향해 말했다. 남준은 태형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는 집을 나섰다. 차에 탄 남준은 자신의 차를 운전하는 윤 실장을 향해 물었다. 어떤 영화가 요즘 뜨고 있냐고. 윤 실장은 요즘 뜨는 코미디 영화를 추천했고, 태형이 웃는 걸 보고 싶었던 남준은 그걸 DVD로 준비하라며 지시했다. 남준은 왠지 오늘은 태형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슬쩍 미소 지었다.

남준이 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왔다. 태형은 소파에 앉아 있다가 마른 몸을 일으켜 남준을 맞이했다. 남준의 가방을 받아든 태형이 망설임없이 옷방으로 향했다. 남준은 그런 태형을 힐끗 보고는 따라 들어오는 윤 실장에게 눈짓 했다. 그러자 윤 실장은 서둘러 DVD를 틀고는 태형이 내려오자 태형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서둘러 집을 나섰다. 태형은 아무렇지 않게 남준이 앉은 옆자리에 앉았다. 영화가 시작 되고 간간히 잘 웃지 않던 남준도 웃기 시작했다. 태형은 그저 무표정으로 영화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남준은 영화를 보면서도 태형의 표정을 살피기 바빴다.

영화가 끝이 나고 남준은 옆을 돌아봤다가 다시 표정을 굳혀야 했다. 코미디 영화를 분명히 같이 봤는데 태형은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준은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는 태형을 향해 물었다. 왜 우냐고. 태형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기를 회피했다. 남준은 그런 태형의 손목을 신경질적으로 잡아채 태형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태형에게 화를 내자 태형은 아무 말 없이 그 화를 다 받아 들이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남준이 윤기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그러자 태형이 남준과 눈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남준은 헛웃음이 절로 나오는 것 같았다.

" 민윤기 때문인가. "

" ... "

" 민윤기랑은 영화 같이 안 봤나보지? "

" ... "

" 그래서 후회하고 있어? "

" ... "

" 그래서 우는 거야?! "

" ... "

" 대답해, 김태형. 민윤기 갈기갈기 찢어서 죽여버리기 전에. "

" 보스! "

" 이제야 대답하네. 민윤기가 죽길 바라? 너 때문에? "

" 이러지 마세요 보스! 윤기 아저씨는 보스가 그 자리에 오르도록 도와준 사람이라고요! "

" 지금 내 눈에는 거슬리는 핏덩이일 뿐이야. "

" ... "

" 너와 내 사이를 방해하는 새끼일 뿐이라고. "

" 보스는 미쳤어요! "

" 맞아. 난 미쳤어. 설마 이제 알았어 김태형?! 난 너한테 미쳤어. 네가 친구 사이를 망친 거야 알아? "

" ... 도가 지나친 거예요 보스가. "

" ...도가 지나쳐? "

" 네. 난 보스의 소유가 아니에요. "

" 아니, 넌 내 소유야. "

" 제발 정신 차려요 보스... "

" ... "

" 윤기 아저씨가 보고 싶어요... 가게 해주세요. "

" 안 돼. "

남준이 단호하게 대답을 하고 2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태형은 서러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리모컨을 집어 남준이 지나간 길에 던지며 소리를 질렀다. 남준은 그 자리에 멈춰 서있다가 태형의 말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 우리가 무슨 사이에요?!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

" 우리가 왜 아무 사이가 아니야? 우린 몸 섞는 사이야 김태형. 몸 섞다 보면 마음도 나누겠지. 안 그래? "

" 아니요. "

" 뭐? "

" 그래도 안 돼요. 보스는 아니에요. 죽어도 보스한테 가지 않아요. "

" ... "

" 맹세할 수 있어요 나. "

" 그 맹세 내가 깨주도록 하지. "

남준이 가던 길을 돌아 서있던 태형의 손목을 잡아챘다. 태형은 놓으라며 발악을 하기 시작했지만 남준은 아무렇지 않게 2층으로 올라갈 뿐이었다. 그리고 남준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태형을 짓누르며 오늘도 강제로 관계를 시작했다. 윤기가 나간 뒤 태형의 울음이 집안을 안 채우는 날이 없었다.

태형은 무표정으로 오늘도 남준을 배웅했다. 남준은 아무렇지 않게 그런 태형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은 뒤 집을 나섰다. 태형은 아무 감정 없는 눈으로 닫힌 문을 쳐다보다가 집 안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는 자조적으로 웃은 뒤 부엌에 있던 가정부에게로 향했다. 태형은 가정부에게 그만 가라고 강요했다. 가정부는 남준이 오기 전까지 갈 수 없다고 버텼지만 태형은 악까지 지르며 가정부를 내쫓으려고 했다. 소란에 밖을 지키고 있던 조직원들이 들어왔고, 태형은 조직원들에게 가정부를 내쫓으라며 지시했다. 조직원들은 남준의 아끼는 태형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어 가정부를 끌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태형은 언제 소리 질렀냐는 듯이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실성한 듯 웃기 시작했다. 태형의 웃음 소리로 집 안이 가득 찼다. 태형은 웃다가 울더니 자신의 가슴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슴에 멍이 들 정도로 자해를 하던 태형은 행동을 멈추고 텅 빈 눈동자로 욕실로 향했다. 태형은 욕실로 향하려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현관문 앞에 서있던 조직원에게 핸드폰을 빌려달라고 말했다. 남준에게 전화한다는 명목에서였다. 조직원은 그러라며 태형에게 핸드폰을 넘겨줬고, 태형은 욕조 배수구를 막고는 물을 받으며 핸드폰의 전화번호부를 뒤졌다. 핸드폰이 없어 윤기의 번호를 모르는 태형이었으나 조직원이 저장해둔 윤기 형님이라는 표시에 서둘러 전화를 거는 태형이었다. 윤기는 전화를 받고는 무슨 일이냐며 꽤나 까칠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태형은 오랜만에 듣는 윤기의 목소리가 반가웠다.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았다. 하지만 태형은 울음을 삼키고 애써 밝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아저씨. "

" 김태형? "

" 아저씨 잘 지내요? "

" ... 태형아. "

" 아저씨 난 잘 지내요. "

" ...거짓말. "

" 응, 사실 조금 거짓말이에요. 아저씨가 너무 보고싶거든요. "

" 태형아. "

" 아저씨, 대답만 해줘요. 묻지 말고. "

" 그래. "

" 아저씨는 나 보고싶어요? "

" ... 어. "

" 정말? 진짜에요? "

" ... 두 번 말 안 해. "

" 아저씨. "

" ... "

" 정말 보고싶어요. 나 보러 와요. 알았죠? "

" ... "

" 꼭 나 보러온다고 약속해요. "

" ...알았다. 약속할게. "

" 히. 그래요. 알았어요. 끊어요, 바쁠텐데. "

태형이 마지막 윤기의 대답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은 뒤 핸드폰을 욕실 바닥에 집어던졌다. 그리고 태형은 미리 욕실에 가져다둔 과도를 집어 들었다. 태형은 죽자고 결심했지만 실제로 시도하려니 몸이 떨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죽는 것의 무서움이 피부에 닿아오고 있었다. 자신이 눈을 감으면 이승에서는 윤기를 볼 수 없을 터였다. 태형은 결국 눈물이 터져 펑펑 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태형은 독하게 마음 먹자며 입술을 깨물고 칼을 손목에 가져다 대었다. 칼이 살을 파고드는 감촉이 소름 끼치게 싫었다. 하지만 태형은 칼을 더 내리 누를 뿐이었다. 반쯤 눌렀을까 태형은 힘에 붙여 더 파고들 수 없을거라 생각하고는 꽂혀 있던 칼을 빼냈고 피가 끊임없이 나오기 시작했다. 태형은 정신이 아득해짐에도 웃고 있었다. 비겁하게 현실에서 도망치더라도 태형은 행복했다.

남준은 조직원의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태형이 핸드폰을 빌려가 돌려주지 않길래 집 안으로 들어섰다가 욕조에 죽은 듯 늘어져 있는 태형을 발견하고 서둘러 병원으로 옮겼다고 했다. 남준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태형은 죽으면 안 됐다. 죽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남준은 마음 먹었다. 남준이 병원에 도착하자 태형이 죽은 듯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태형은 핏기 없이 인공 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을 뿐이었다. 남준은 그런 태형을 보다가 서둘러 병실을 나섰다.

태형은 일주일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는 것과 제대로 먹지 않아 생긴 영양실조가 피 회복에 영향을 끼쳐서였다. 남준은 멍하니 앉아 창 밖을 쳐다보는 태형을 보다가 뺨을 때렸다. 태형은 남준에게 뺨을 맞고도 아픈 기색 없이 다시 창 밖을 보기 시작했다. 남준은 그런 태형을 향해 악을 썼다.

" 네가 그런다고 내가 민윤기한테 보낼 거 같아?! "

" ... "

" 김태형!!! "

" 오늘도, 내일도, 내일 모레도 죽을 거예요. "

" ... "

" 아니, 일주일 전에 이미 난 죽었어요. "

" ... "

" 보스는 시체를 끼고 사는 거예요. "

" ... "

" 감정없는. 그저 보스 욕구 충족하기 바쁜 그런거요. "

" ... "

남준은 입술을 깨물고는 병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무슨 생각에서였는진 모르겠지만 윤기를 향해 전화를 걸었다. 윤기는 짧은 신호음만에 전화를 받았고, 남준은 머리를 거치지 않고 말을 마구잡이로 내뱉기 시작했다.

" 김태형 죽었어. "

" ... 보스. "

" 자살했어. "

" ... "

" 죽었다고, 김태형. "

" 보스 이러지 마십시오. "

" 진짜야. 김태형 죽었어 민윤기. 어때? 사랑하는 사람 죽은 기분이? "

" 김남준!!! "

" 그 호칭도 오랜만이다 윤기야. "

" 제발... 거짓말이라고 해! "

" 애석하게도 사실이야. 김태형 장례식에 오지 마라 너. "

" 남준아 부탁할게. 제발 가게 해줘. 마지막 모습이라도... 보러 가기로 약속했단 말이야!! "

" 그 약속 지키지 마. 죽어서도 김태형은 내 거야. 끊는다. 당분간 일 없어. "

남준이 전화를 끊고 다시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태형은 여전히 창 밖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남준은 윤기와 통화한 자신이 무엇을 내뱉었는지도 모르고 태형에게 신경을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태형이 퇴원을 해 남준의 집에 머무르고 있는지 시간이 꽤 흘렀다. 남준은 지치지도 앉는지 시체처럼 앉아있기만한 태형에게 전과 다른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태형은 어쩐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남준이 애잔해 보이기 시작했다. 사랑 받을 수 없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 등 돌리는걸 봐야하는 사람. 남준은 그런 사람이었다. 태형은 남준에게 연민의 눈빛을 보내고는 이내 고개를 돌렸다. 남준은 태형에게 죽을 내밀고 있었다. 태형은 그저 고개를 저으며 어제도 했고, 그 전날에도 했던. 수없이 해서 이제 몇 번인지도 모를 말을 남준에게 내뱉기 시작했다. 남준은 태형에게 건네던 숟가락을 신경질적으로 쟁반에 내려놓고는 오늘도 부정적인 대답을 늘어놨다. 태형은 거절에도 아무렇지 않게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뿐이었다. 이 과정이 태형에게 꽤나 익숙한 듯 보였다.

" 보스, 윤기 아저씨한테 보내줘요. "

" 안 돼. "

" 알았어요. "

" ... "

" ... "

" 너 그 소리 몇 번째인줄 알아? "

" 하도 많이 해서 이제 기억도 안 나요. "

" ... "

" 거절도 익숙해요. "

" 태형아 제발... 나 너한테 잘 하잖아. 민윤기처럼 해주려고 하는데 왜!!! "

" 보스는 민윤기가 아니잖아. "

" ... "

" 김남준은 민윤기가 아니야. 김남준이지. 김남준이 어떻게 민윤기가 돼? "

" 민윤기 그 새끼는 너 잊었잖아! 한 번도 안 찾고 있어 알아?! "

" 그래도 내가 좋아. "

" ... "

" 보스는 불쌍해요. 참 많이 불쌍한 사람이야. 또, 최악이에요. 육체적인 관계로 시작한 게 사랑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불쌍해요. 애석하게도 난 아니거든. "

" ... "

" 강제적 관계는 끝이 나기 마련이에요. 내가 죽든, 보스가 포기를 하든. "

" 내가 민윤기를 죽인다면? "

" 따라 죽을 테니 상관 없어요. "

남준은 태형의 말에 한숨을 내쉬고 쟁반을 든 채 방을 나섰다. 그렇게 남준과 태형의 말싸움은 한 달째 이어지고 있었다. 오늘도 태형은 남준의 앞에 앉아 의무적으로 밥을 먹고 있었다. 남준은 그런 태형의 모습을 보다가 착잡한 어조로 태형에게 말했다.

" 가. "

" ... "

" 민윤기한테 가라. "

" ... "

" 너네 둘이 그리고 있는 거 꼴불견이니까 내 눈 앞에서 꺼져 김태형. "

" ... "

" 가서 죽든 살든 네 마음대로 해. "

" 보스. "

" 내가 민윤기한테 너 죽었다 그랬어. 그랬더니 이제 걔가 죽겠더라고. "

" ... "

" 술이랑 담배에 쩔어 살아. 원래 그런 거 잘 안하던 새끼였는데. 어지간히 너 좋아하나 봐. "

" ... "

" 마음 바뀌기 전에 가. "

태형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짐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 없이 태형은 현관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부엌에서 나와 자신을 잡는 남준의 목소리에 뒤를 돌자 남준이 애절한 표정으로, 태형이 처음 보는 모습으로 어렵게 말을 꺼내고 있었다.

" ...이제 나 최악 아니지. "

" ... "

" 태형아. "

" 최악은 아니에요, 보스. "

" ... "

" 악역도 편하지는 않은 역할이에요, 그렇죠? 그래도 난 보스 용서 못 해요. 악역이잖아. 난 가련한 주인공이고. 윤기 아저씨도 가련한 주인공 중 하나고. 주인공은 원래 착해서 악역을 용서해 주더라고요. 하지만 난 착하지 못해. 이기적이라 악역따위 용서할 수 없어요. "

" ... "

" 그래도 최악은 면했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

태형이 망설임없이 집을 나서자 남준은 벽에 등을 기대며 천천히 무너져 내렸다. 넓은 집에 남준 혼자만 남게 되었다. 남준은 친구도, 사랑도 잃어버렸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팠다. 친구 관계는 다시 회복된다고 하더라고 자신의 사랑은 다른 사랑을 만나 행복해 할 것이기에 남준에게는 가망성이 없었다.

태형은 집을 나왔지만 안타깝게도 윤기가 이사간 곳의 주소를 몰랐다. 태형은 대문 앞에 주저 앉아 어떻게 해어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태형이 앉은 자리로 그늘이 졌다. 윤 실장이 태형을 보고 있었다. 태형은 그런 윤 실장을 쳐다볼 뿐이었다. 윤 실장은 말없이 태형을 뒷좌석에 태웠고 차가 도착한 곳은 외부부터 고급스러워 보이는 아파트였다. 윤 실장이 태형에게 윤기가 사는 곳을 말해주자 태형은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윤기가 사는 곳으로 올라갔다. 태형은 떨려오는 마음을 다 잡았다. 그리고는 떨리는 손으로 윤기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 인기척이 느껴지더니 곧이어 문이 열리고 머리카락과 수염을 깎지 않은 것인지 덥수룩한 윤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윤기는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자신의 앞에 서있는 사람이 태형이 맞는지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태형은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는 윤기가 마신 것으로 보이는 술병들과 피웠을 담배곽이 나뒹굴고 있었다. 태형은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윤기를 항해 입꼬리를 당겨 웃어보였다. 꽤 오래 전부터 웃지 않아 웃는 것이 어색했지만 윤기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이유는 없었다, 그저 윤기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태형은 윤기에게 다가가 윤기의 목을 끌어 안았다.

" 안아줘요 아저씨. "

" ... "

" 보스가 거짓말 했어요. 아저씨랑 내 사이를 질투해서 우리가 멀어지길 바랐어요. "

" 태형아? "

" 자살 시도한 건 맞는데 죽지는 않았어요 나. "

" ... "

" 안 죽고 아저씨 보러 왔잖아요. 아저씨가 안 지킨 약속 내가 지키러 왔어. "

" ... "

" 사랑도 중요하지만 보스에 대한 충성이나 우정도 중요해 고민하던 아저씨 데리러 왔어요. "

" ... "

" 아저씨랑 행복해지고 싶어서. "

" ... "

" 몸은 이미 더러워졌지만, 내 마음은 안 더러워요 아저씨. "

" ... "

" 아까부터 말이 없네 아저씨. 내가 온 게 싫어요? "

" 태형아. 정말 너 맞지? 내가 꿈 꾸고 있는 거 아니지? 행복한 꿈을 꿔서 깨면 슬퍼지는 그런 꿈 아니지? "

" 아니에요, 이거 정말이래도요. "

태형이 윤기의 품으로 더 파고들자 윤기는 아직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태형을 꽉 안았다. 그리고 현실감이 돌아오자 태형의 얼굴을 자신의 어깨에 대고는 울기 시작했다. 태형은 윤기가 우는 것을 처음 봐 가만히 안겨 윤기가 스스로 진정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 태형아... 아저씨가 잘 할게, 잘 왔어. "

" 아저씨 진짜 나한테 잘 해야 해요. "

" 용기 없는 나한테 와줘서 너무 고마워. "

" ... "

" 네가 정말 보고싶었어 태형아. 나도 따라 죽을까 생각 했거든. 생각보다 죽는 거 무섭더라. "

" ... "

" 이제 내 곁에서 행복해지자. 내가 너 꽉 잡고 안 놓을게. 끌어 안고 안 놓을게. "

" 아저씨, 사랑해요. "

" 나도. 사랑한다. "

" 정말 사랑해요. "

" 사랑한다, 김태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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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65.2
나 이거 너무 죠아 ㅠㅠ
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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