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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다각] 신기루의 암살자 02 | 인스티즈



알코올을 묻힌 거즈로 상처부위를 깨끗히 닦아내자 민규의 미간에 짙은 주름이 잡혔다. 장난의 강도가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이 정도면 괴롭힘 수준이잖아.
조심스럽게 약을 바르던 준휘의 표정이 미묘하다. 그런 준휘의 표정을 읽었는지 민규가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형, 저 괜찮아요"

"… 보스한테 말 했어야지"

"어차피 여기서 보내실거잖아요"



곧 립퍼스트를 떠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 준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민규는 말 없이 웃고있었다.
그는 칼을 다루는 솜씨가 뛰어났다. 물론 총구 사용법도 보통 수준을 뛰어넘었지만 단거리 공격형에는 안성맞춤인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다들 총을 사용하는 방법만을 익히는 가운데 뛰어난 검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드물었기에 민규는 귀한 인재나 다름없었다.
준휘도 그렇고 원우도 그렇고 민규를 놓치긴 싫었지만 루이지에게 동맹을 요청하는 것도 본인들이거니와 보스가 직접 발로 행차하는데 이 정도 대우는 당연한 것이었다.
게다가 지훈도 민규를 마음에 들어할 것이 눈에 훤했다.




"어, 어떻게 알았어?"

"사람 보는 눈은 정확해요. 보스는 절 속였지만 형은 절 속이지 못했거든요."




민규의 실력을 질투한 립퍼스트의 아웃사이더들이 요 몇일 새 못된 장난들로 그를 괴롭히고 있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붕대를 다 감은 준이 손을 내밀어 민규를 일으켰다. 씨익 웃으며 일어난 그가 붕대를 감은 손을 흔들며 '이제 안아파요' 를 읊조리며 준휘를 스쳐지나갔다.









"오- 민규야 왔어?"




문을 열자 평소와 같은 웃음을 지으며 민규를 반기는 원우와 낮선 얼굴이 소파에 앉은 채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꾸벅 인사를 한 뒤 원우에게로 다가간 그가 옆자리에 조심스레 앉았다.
곧 본인을 향한 그의 시선은 거두어졌으나 찻잔을 내려놓는 작은 손에 민규는 눈길이 갔다.

그의 손을, 팔을 따라 시선을 주욱 올려다보면 원우가 내 놓은 쿠키를 오물거리는 작은 입이 보이고, 맛있다는 듯 행복한 눈웃음을 짓는 예쁜 눈이 보였다.
귀엽다, 그가 속으로 처음 뱉은 한 마디 였다.





"여기까지 오게 해서 미안해, 차 타고 안왔지?"

"마피아 보스가 차를 타고 다닐거라는 고정관념을 역으로 이용했지. 형 여긴 A.C.T에서 별 몇개 붙였어? 케이트 쪽엔 다섯개가 붙었대"

"어, 우린… 4개 였나??"

"와… 우린 세갠데…"




짭새들이 만든 기준 인정안해- 라며 소파 뒤로 몸을 기댄 원우가 팔을 서랍쪽으로 쭉 뻗어 무언가를 꺼냈다.

빼곡한 글씨에 잠시 어지러움을 느꼈지만 이내 지훈이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서 종이에 눈을 붙였다.
50가지의 조항이 적힌 계약서였는데 이상하게도 마지막 50번째 조항은 비워져있었다. 의아한 표정을 보내자 원우가 말을 이었다.




"그저 그런 평범한 조항들이야. 부당하다싶으면 바꿔도 되고 동맹을 깨지말자는 49가지의 약속들이지. 생각해내기 귀찮을까봐 만들어두긴했는데 마지막 50번째 조항은 그래도 네가 말하는게 나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

"형 쓸데 없는 거 적어서 순영이 형한테 혼나지 말고!"




볼펜을 입에 물며 고민하던 지훈이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리 원우라고 해도 이런 공적인 자리에서는 사적인 감정을 내세우지 않는 것이 당연하고 원우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49가지의 조항은 그야말로 평범하고 어느 한 쪽에도 부당하게 치우지지 않는 공평한 조약들이었는데 50번째 조항을 적으라는 것은 조금 더 루이지에게 유리한 방법을 적어도 된다는 의미였다.




"전원우. 난 너 믿어"



지훈이 씨익 웃으며 한 손에는 펜을 한손에는 인주를 찍었다.





"그래서 이 동맹이 깨지는 날에는 우리 사이도 끝이라고 생각해. 극단적이지? 그러니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금 내 상황으로는"

"……"

"동맹 조약이 파기된다는 건 엄청난 일이야. 그러니까 아예 있을 수 없게 50번째 조항도 있어선 안되는 걸로 하자"

"자, 잠깐만 이지훈!"




꼬물거리며 적던 글씨의 내용이 드러나고 민규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원우는 당황한 표정이었고 버논은 숨이 막힐 듯 웃어재꼈다.
지훈의 손도장이 찍힌 계약서의 마지막 조항에는 '동맹이 파기될 시에는 전쟁을 선포한다' 라는 삐뚤빼뚤한 글씨가 적혀져 있었다.










"엇, 명호야 괜찮아?!"



쉬는시간마다 보건실로 내려오던 석민이 문을 열자 침대에 앉아 머리를 매만지고 있는 명호를 보고서 깜짝 놀라며 그에게로 다가갔다.



"으, 으응… 아까 넘어질 때 머리를 박았나봐. 아파"

"요새 뭐 안좋은 일 있어?"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전자렌지에 데우며 석민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명호는 멋쩍게 웃어넘겼지만 석민이 계속해서 쳐다보자 한숨을 쉬었다.
몇초간 정적이 유지되는 가운데 전자렌지의 소리가 울러퍼졌고 데워진 우유를 컵에 따라 건네며 석민이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재촉하는 눈빛의 석민에 명호의 동공이 흔들렸다. 혹여나 우유를 쏟을까 컵을 잡은 명호의 손 밑에 자신의 손을 받친 석민이다.



"나…난… 주, 줄곧……"



명호의 눈에서 굵은 눈물 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당황한 석민이 우유컵을 들어 옆 테이블에 올려놓았고 몸을 부들부들 떠는 명호를 꽉 안았다.




"괜찮아 명호야 괜찮아! 말 안해도 돼, 내가 미안해! 괘, 괜히 물어봐서…!!"



쩔쩔 매는 석민의 목소리가 들리는지 안들리는지 그의 여린 어깨만 하염없이 들썩이고 있었다.









"이제 모든 일의 연령대가 낮아지는 것 같아. 이러다간 3살배기도 인수분해를 배워야하겠군"




'전원우, 립퍼스트의 보스' 라는 문구가 박힌 원우의 프로필을 들여다보던 네로가 뿌연 담배연기를 방안에 꽉 채우며 그의 사진을 찢어버렸다.
몇모금 빨지도 않은 시가를 거칠게 쓰레기통에 쳐박고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그의 이름은 '네로(Nero)' 타오후크 패밀리의 보스였다.
통화 연결음이 얼마 가지 않아 전화를 받은 건너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네 보스

"연락은 받았나"

- 네, 2시간 이내로 온다고 합니다. 3일 안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3일이라… 알았다"




전화를 끊고서 턱수염을 매만지던 네로가 다시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통화목록을 뒤지던 그의 손이 향한 건 'Cane' 라고 저장되있는 전화번호부였다.











장을 보고 오던 길에 지수의 시선이 머무른 곳은 치킨가게였다.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손님은 많지만 점원은 3명이다보니까 언제나 새벽까지 일해야 하는 상황에 배가 고프다고 찡찡 거리는 찬의 얼굴이 떠올랐다.
먹어야 잠이 깬다며 중간중간에 에너지바를 입에 쑤셔넣어주는 정한을 생각하자 지수가 피식 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래, 가게 열기 전에 오늘은 맛있는 거 먹고 시작하자. 좋아서 입이 헤벌쭉할 정한과 찬을 생각하자 지수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이제 곧 있으면 해가 질테고 곧 문을 열어야 하니, 가게에서 나와 하늘을 쳐다보던 지수가 발걸음을 빨리 했다.
시계를 계속 확인하며 걸어가고 있을 때 시끄러운 소리에 시계에서 눈을 떼고서 앞을 쳐다본 지수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한 커플이었다.
평범한 커플이었으면 그냥 지나갔을텐데 문제는 남자의 뒷쪽 허리춤에 여자 팬티로 추정되는 물건이 끼여있었다는 점이다.
조금만 튀어나와있으면 상관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 노골적으로 튀어나와 바지에 걸려 휘날리는 수준이 되어 있었다.
옆에 꼭 붙어 눈치를 못채는 여자가 신기할 정도로 민망한 자태를 뽐내는 속옷은 당당히도 그의 뒤에 걸려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아무 말도 못하는 이유는 남자의 덩치 때문인가, 온 몸을 뒤 덮은 문신때문인가.






"… 말 해줘야해?"





지수는 딱히 무서워하지 않았다. 더한 일들도 봐 왔고 이 사실을 말했다고 해서 남자가 해코지를 한다면 지수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말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지수가 남자의 팔을 툭툭 건드렸다.
여자인 줄 알았던 것이 자세히 보니 사내놈이라는 사실에 조금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남자가 왜 건드리냐는 표정을 지어보였고 지수는 말 없이 손가락으로 그의 허리 뒷춤을 가리켰다.




"…자기, 이거 내 거 아닌데?"

"…어, 어??? 자, 잠깐만!! 오해하지마!! 이거 뭐야!!"




지수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던 여자가 속옷에 눈이 머물렀고 인상을 찌푸리며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내 짜증스러운 얼굴로 꼈던 팔짱을 풀며 욕을 하기 시작했다.
선의를 베풀었던 건데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던 지수가 당황하며 점점 시끄러워지는 싸움통 속에 자리를 재빨리 떴다.



"이 새끼 어디갔어!!!!!!!!"




괴물처럼 울부짖는 남자의 목소리에 귀를 틀어막으며 지수는 내달렸다.







"왔어? 왜 이렇게 뛰어왔어?"

"잘못걸렸거든…"

"어, 형 이거 뭐에ㅇ…… 아, 아니??! 이것은?!!!"

"밥 먹고 가게 문열자. 밥은 내가 만들어 줄게"





예상대로 좋아하는 찬이와 좋아서 입이 씰룩대는 정한을 보자 아까의 일들이 눈 녹듯이 사라져만갔다.
테이블을 세팅하며 자꾸만 문 쪽으로 시선이 가는 지수에 정한이 의아한 듯이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응? 아니… 뭐, 괜찮겠지"





너도 참 싱겁긴… 콜라를 가져와서 따르는 정한에 지수와 찬이 자리에 앉았다.
식사를 하며 나중엔 잊어버릴,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는 이 사소한 일이 굉장히 귀찮은 사태를 만들어버렸다는 것을 지수는 알지 못했다. 








"아, 인사가 늦었네. 얘가 민규야"

"김민규입니다"



민규가 자리에서 일어나 90도로 허리를 숙였고 당황한 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아까부터 부끄러워서 고개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지만 이렇게 대놓고 인사를 하라고 하면 쳐다보지 않을 수 없으니까…

곁눈질로 그를 보던 지훈이 그의 큰 신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한다.
민규가 자리에 앉아 무거운 얘기를 꺼내야 하는 원우가 우물쭈물 거렸고 그런 그를 민규가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다 알고 있으니까 보스는 미안한 마음 가지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싫어서 보내는게 아니란 걸 알고 있으니까요"

"어이쿠, 뭐야! 다 알고 있잖아 형? 누가 말해줬어?"




깜짝 놀란 나머지 쿠키를 떨어트린 버논이 바지를 털고서 놀란 표정을 하고서 민규를 쳐다봤다.
여유로운 표정의 민규가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미 짐도 다 싸놨는 걸. 그래서 전 이 시간이 끝나면 가면 되는건가요?"
"아아 잠깐만 잠깐만! 이런 법이 어딨어? 무슨 친동생 호적파서 갑자기 남한테 보내는 것도 아니고… 우리 사이에 뭘 그래 괜찮으니까 얜 여기 냅둬!"




당황스러운 지훈이 손사래까지 내 저으며 이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하려 애썼고 원우가 웃음을 터트렸다.
어쩔 줄 몰라하는 지훈을 보더니 원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를 따라 자연스럽게 지훈의 시선이 위로 올라갔고 원우의 시선이 지훈의 눈에 머물렀다.
그는 다정하고 부드러운 성격이었고 여느때보다도 진지한 눈빛으로 지훈을 일으켰다.




"…원우야?"



그리곤 이내 지훈을 꽉 끌어안았다. 뿌리치기도, 밀쳐내기도 애매한 상황에 지훈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렸으나 그것을 눈치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조용한 적막속에 원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렇게 사적인 감정으로 끝까지 널 대하진 않을거야"

"……"

"민규는 물건이 아니야. 사고 파는 것도 아니고 주고 받는 것도 허용이 안돼. 룰로 따지면 그런 딱딱한 말로 밖에 표현이 안되겠지만 난 지금 너에게 좋은 사람을 소개시켜주는거야"

"야 그래도…"

"착하고 좋은 애야, 니가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거야"

"저기요 본인 앞에 놔두고 그런 소리 하시는거 아니죠 보스"





웃음끼가 섞인 민규의 목소리가 둘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면 여전히 미안한 표정의 지훈이 원우를 올려다본다.




"얼른 가봐. 권순영 난리친다"

"지훈이 형, 밖에 차 대기시켜놨어. 갈 땐 편하게 가야지"





버논이 지훈의 옷을 들어 그의 어깨에 걸쳐주고서 그를 살살 문쪽으로 밀었다. 민규가 원우를 쳐다봤고 말 없이 원우는 민규의 어깨를 툭 하고 쳤다.






"저 이제 뭐라고 부르면 돼요?"

"형"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던 원우가 마찬가지로 민규를 문쪽으로 밀었다.




"담에 올게요 형"




그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문이 닫혔다.








*사진 출처는 트위터에요! 오른쪽위에 로고가 있긴한테 저도 짤줍한거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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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어잌 지훈이랑 원우랑 무~~~~슨~~~~~~사~~~~~이~~~~~~!~~~!~!~!~~~~!
8년 전
메리베리
공식커플링은 아니지만 홍윤 석순을 제외하고 우지총수의 삘이~~~~~~~~~~~~
8년 전
독자2
제가 홍윤 좋아하는건 어찌알구.....사랑해요♡
8년 전
메리베리
앗 공컾은 홍윤이죠 저도 사랑해요♡♡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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