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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온앤오프 샤이니
메리베리 전체글ll조회 1553l 1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세븐틴/김민규] 변하지 않는 여름밤 03 | 인스티즈






축구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지 자다가도 벌떡 벌떡 일어나던 승철이 다크써클이 퀭한 눈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귀신도 다크써클이 생기나"

"…오 가람아… 아침 일찍 나가네"

"응 이제 곧 방학이니까 뭐"

"나도 갈래"





민규도 가봤잖아. 그냥 구경만 할래. 애를 집에 묶어두는 것도 아니고 최승철이 맘대로 움직이겠다는데 굳이 제지 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인 후 신발을 신었다.

손으로 얼굴을 몇번 비벼 고양이 세수를 하더니 최승철은 이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서 입가에 헤실거리는 미소를 머금었다.






"오 여기야? 좀 멋있는데?"

"나 지금 너랑 대화하면 혼잣말 하는 미친년이니까 대답 안해도 무시하는 거 아니다"





하품 하는 척 하면서 입을 가리고 중얼거리는 날 보며 최승철은 깔깔 댔다. 이 놈도 김민규랑 다를 거 없이 사람 속을 긁어놓는구만.

거치적대는 머리를 한 쪽으로 쓸어넘기며 쯧 이라는 일종의 감정표현과 함께 학교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뒷통수에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세븐틴/김민규] 변하지 않는 여름밤 03 | 인스티즈





"ㅇ…!!!!!"

"윤가람 배신자야 왜 먼저가"

"…이지훈"




순간 최승철인 줄 알고 고개를 들자마자 그를 쏘아보려고 했으나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빡침과 비웃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표정의 이지훈이 서 있었다.





"우와 니 친구 배구선수 해도 되겠다"





최승철이 하는 말은 정말 일반인이 내게 말하는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대답이 나올까봐 너무 무섭다는게 함정이다.

내 뒷통수를 멋지게 때린 것에 대한 경의인지 아니면 방금 그 발언은 이지훈의 작은키를 디스하는 반어법인가 심히 날 헷갈리게 만들고 있었다.






"아 미안 내가 요새 침대에서 못 자가지고 잠을 제대로 못자서 일찍 일어나…"

"신종 셀프학대?"

"셀프학대는 아닌데… 무튼 들어가자!! 나중에 밥 사준다"

"그래 화 풀게"




팔짱을 낀 채 도도한 척 걸어가는 지훈의 모습이 참으로 아장아장 걷는 아기같아 보이는 승철이었다. 지훈과 함께 들어가던 중 승철을 흘끔 쳐다보자 승철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난 몰래 등 뒤로 작게나마 손을 흔들어주었다.

가람도 갔고 이제 세상 구경을 좀 해볼 일만 남았다는 생각에 신이난 승철이 여기저기를 뛰어다녔다.



죽은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다시 보는 거리는 완연히 새로워 보였다.





"여긴 내가 헌팅 30번째로 성공한 곳"




자아도취감에 빠져 크으… 거리며 미간을 잡던 승철이 바쁠새라 또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긴 자주가던 바, 저긴 처음으로 삼각김밥 먹어본 곳, 저기 앞에서 처음으로 공개 고백 받아 봤었지…"




손가락으로 건물들, 거리들을 하나하나 되짚을 수록 추억이 물밀 듯 올라왔다. 무엇하나 부족한게 없었던 승철에겐 죽기 전 삶이란 '후회'라는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허나 죽고나선 몰랐던 것들이 하나 둘 씩 보이기 시작했다.




'승철아 그래도 정말 좋아해'




돈이 그리 많지도, 얼굴이 아주 특출나게 예쁘지 않았던 여자.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아무런 가식 없이 내 물질적인 것에 욕심없이 날 좋아해주었던 여자.

꽉 한번 안아보기 어려운 곰같은 면모에 나도 모르게 덮치듯 키스해버리자 걘 울어버리고 말았다.

너무 화가나서 그 자리에서 이별을 고하고 나 혼자 씩씩거리며 뒤 돌아섰었는데

그 때 우리가 서 있었던, 그 여잘 덮치듯 내몰았던 그 벽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꼬물꼬물 손글씨로 편지를 적어서 준 덕분에 외워버린 너의 글씨체로 적힌 한 마디가 있었다.

이제와서 후회하면 어쩌겠냐 싶지만 그리 쉽게 추스를 수가 없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눈치 챈 것도 왜 미리 몰랐을까 라는 후회가 된다.





"핸드폰이 있다면 사진 찍고 싶다"




처음으로 추억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신은 거울에 비치진 않지만 심령사진이란 것도 있으니 아마도 사진은 찍히지 않을까 승철은 고민했다.

그러던 중 위에서 들려오는 울음섞인 노랫소리에 승철은 자동적으로 고개를 위로 들었다.

아마도 건물 2층에서 나는 소리가 아닐까 싶어 그는 조심스럽게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2층은 폐쇄된 미니 콘서트장이었는데 무대 앞에 쪼그려 울고 있는 한 아이가 있었다. 소년은 울면서도 손에 든 마이크를 꼭 쥔 채 놓지 않았다.

머리를 긁적이며 다가간 승철이 그의 앞에서 주의를 끌기 위해 두어번 박수를 쳤고 그제서야 소년은 퉁퉁부은 눈으로 승철을 쳐다봤다.




귀신이었다.





"왜 울어? 너도 한 맺혔냐?"






승철의 물음에 소년은 이내 곧 부에에에엥- 하는 괴상한 울음소리와 함께 힘껏 울어댔다.

깜짝 놀란 그가 외마디 욕설과 함께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자 소년은 눈물을 질질 흘리면서 손을 뻗었다.


[세븐틴/김민규] 변하지 않는 여름밤 03 | 인스티즈




"가지마 혀엉…"











"그래. 가수하려고 제주도에서 올라왔는데 무명시절이 너무 길어서 자괴감에 자살한거라고? 근데 너 마이크 어떻게 들고 있을 수 있어? 잡혀?"

"500g 미만이면 잡을 수 있어. 이거 이래뵈도 가벼워."





사실 처음엔 눈물 때문에 목이 막혀 제대로 못 들었지만 발음을 제대로 못할 때 마다 승철이 째려봤기 때문에 마지막에 가서는 소년이 하는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소년의 이름은 '부승관' 이었고 네이X에 치면 엄연히 프로필 사진이 뜨는 가수라고 했다.

그리고 작게 저번에 피씨방에 있는 사람한테 잠시 빙의해서 자기 이름을 쳐 봤더니 이미 고인이라고 뜨더라고

네이X 새끼들은 존나 이런 건 빠르다고 울먹거리며 덧붙였다.





"나 노래 듣는 거 좋아해. 노래 한번만 불러줄래?"





턱을 괴고 승관의 이야기를 듣던 승철이 씨익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울어서 빨개진 눈이 점점 커지더니 승관의 입에 서서히 미소가 퍼지기 시작했고 우렁찬 목소리로 '응!!!' 이라며 벌떡 일어나더니 몇발자국 떨어진 승철의 앞에 섰다.

큼큼 하며 잠시 목을 가다듬더니 손에서 놓질 않던 마이크를 꼭 쥔 채 승관은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했다.




"매일 아침마다 지저귀는 창밖의 저 새가 너라면 참 좋으련만-

벌써 연락안된지가 한달 두달이 넘었어 정말 우린 헤어졌나-

친구들은 말했지만 듣지 않았어 믿지 않았어 그래서 후회만…"






울면서 떠들어댔던 탓에 별 기대 안했던 승관의 목소리는 무심한 듯 쳐다보던 승철의 눈을 크게 만들었다.

덕분에 그는 턱에 괴고 있던 손을 떼고 입가에 미소를 물었다. 그런 승철의 반응을 눈치 챈 승관이 같은 웃음을 머금은 채 노래의 하이라이트 부분에 다다랐다.





"다시 사랑하지 않을래, 사랑하지 않을래- 매일 아침 퉁퉁부은 두 눈 부끄러워 미치겠어

그래 미워하지 않을래 , 미워하지 않을래- 사랑보다 미움보다 쉬운 기다림이 괜찮겠어 그래 기다리고 있을래…"





가수가 되기 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그런 꿈을 이룬 후였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든 길을 선택한 승관은 지금도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죽은 후에도 노래를 포기 할 수 없었던 그의 목소리에는 쉽겐 얻을 수 없는 애잔함이 깊게 배여나오고 있었으며 노래를 부르는 지금 그는 또다시 울고 있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남자새끼가 울긴 왜 우냐는 표정으로 승관을 보던 승철의 눈빛이 대견함으로 바뀌었다.

1절이 끝났지만 밀려오는 울컥함에 뒤를 잇지 못하는 그에게로 다가간 승철이 승관을 꽉 안아주었다.




"그래 이번에도 억울해서 우는거야? 노래 다 못들려줘서?"

"…아, 아니……"

"그럼 울지마 새꺄"





눈물을 씩 닦고 웃어보이는 승관에 승철이 그의 머리를 한대 쥐어박고는 마이크를 홱 하고 뺏어들었다.





"내가 랩을 좀 할 줄 아는데 말이야"






-








"민규야 승철이 형 못 봤어?"

"몰라? 윤가람하고 같이 나간 거 아니야?"

"하긴 그렇겠다 축구 때문에 밤잠 좀 설치더니"


[세븐틴/김민규] 변하지 않는 여름밤 03 | 인스티즈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다가 기지개를 쫙 피며 일어난 민규의 시선이 가람이의 책상으로 향했다. 아무렇게나 흩트러놓은 책들 위에는 펼쳐져 있는 공책이 있었는데 멀리서봐도 필기가 아닌 것 같음에 슬금슬금 다가가 공책을 집어들었다.





'권순영 눈 10시 10분'

'윤가람 얼굴 데마시아 가렌'




초반엔 서로의 이름과 함게 욕들이 적혀있는 걸로 보아 권순영과 윤가람끼리 수업 중 주고받은 쪽지인 듯 싶었다.

윤가람 디스는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잘 하는 줄 알았는데 만만치 않은 순영의 공격에 민규가 풋 하고 웃었다.




'정한이 형 너무 눈치 없는데 지수 형은 어때 ㅋㅋㅋ'

'어머 나야 좋지'




민규의 눈쌀이 찌푸려졌다. 이 미친년이 잘생긴 남자면 다 좋아? 윤가람 이거 안되겠네.

순간 짜증이 욱 하고 올라온 민규가 공책을 덮으려는 순간 밑에 대화가 더 이어져있다는 걸 알고서 다시 대화에 눈을 두었다.





'근데 난 온리 윤정한. 야 ㅅㅂ ㅅㅂ 저거 봐 진짜 머리 쓸어넘기는 거 천사야 ㅠㅠㅠㅠㅠㅠ'

'내가 봐도 예쁘다… 지수형도 예뻐'

'왜 자꾸 지수선배랑 엮음? 내 사랑을 방해하지마. 윤정한 만세 윤정한!!'





어찌됬든 기승전윤정한인 가람이의 대화에 민규는 내심 속으로 안도했다.





"아니 뭔데 내가 얘 걱정해주고 있는거지?"

"뭐라고 민규야?"

"아… 아냐 형 그냥 혼잣말"






꽤나 찝찔한 표정을 짓더니 민규가 탁 소리 나게 공책을 닫았다.








-







"등장과 동시에 들러리들 바닥에서 침 흘리며 기절 그 위에서 수영해요 워!!!!!!!!!!"

"쿱스!!! 쿱스!!!!!"

"옆구리 지방튜브 끼고 못뜬!!! 애들이 알리 있나 못 뜬 이유 절대 모름!!!"






이미 공간은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시끄러운 비트와 함께 광란의 시간을 즐기는 승철과 승관이었다.

뜨거운 여름 밤처럼 분위기가 무르익어갈즈음 어디선가 드는 익숙한 오한에 승관이 고개를 자동적으로 돌렸고 이내 곧 자지러지듯 소리를 지르며 뒤로 내자빠졌다.

비트의 흐름이 끊겨 씨발 뭐야? 를 읊조린 승철이 승관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쳐다보았고 혀를 쯧 하고 찼다.


[세븐틴/김민규] 변하지 않는 여름밤 03 | 인스티즈




"귀신 새끼가 귀신을 보고 놀라냐. 버논아 거기서 뭐해"

"노래소리가 시끄럽게 나길래. 누가 랩했어? 형이 했어? 진짜 못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맺힌 귀신 쪼다가 말이 많아… 그 윤가람 친구 괴롭히고 있던 거 아니었어?"




윤가람이는 또 누구래… 머리를 긁적이며 들어온 버논이 짧게 아, 지훈이 형 보러가야되는데 라며 작은 탄식을 내질렀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 승관이 버논에게 손을 흔들었고 버논이 웃으며 다가왔다.





"너 노래 잘 하더라"





승철에 이은 칭찬에 승관의 눈엔 또 한번 핑 하고 눈물이 돌았지만 애써 구겨진 얼굴로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싫단거야 좋단거야… 약간 당황한 기색이 보이는 버논이었지만 이내 곧 마이페이스를 되찾고 승철의 마이크를 뺏아들었다.







"내가 지훈이 형 괴롭힌다고 졸졸 쫓아다니면서 안 건데 지훈이 형은 노래를 참 잘해. 너한테 한번 찾아가보라고 하고 싶지만 더 이상 지훈이 형이 귀신을 본다면 그 형 멘탈이 남아나질 않을거야"

"그럴 거면 말을 말지…"

"몰래 몰래 숨어서 봐. 이 옆에 대학교에 쪼끄만 남자형이야. 어떤 누나랑 또 눈이 10시 10분처럼 찢어진 형아랑 셋이서 같이 다니니까 쉽게 찾을 거야."

"야 내 마이크 뺏어 들은 주제에 말이 많네. 어디 한번 해 보시지?"

"보채지마 할 거야"





버논의 랩을 시작으로 다시 분위기는 점차 무르익어만갔다.












어둑어둑해지던 날도 이제 완연히 저물었고 이미 새까만 하늘을 몇몇의 별들만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시간이 되었다.

콧노래를 부르며 건물을 나오는데 우연히 고개를 돌리자 마자 보이는 '승철아 그래도 정말 좋아해' 라는 글이 적힌 벽.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가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타깃을 잡은 그가 씨익 웃으며 핸드폰을 하고 있는 남자의 곁으로 가 귓속말로 중얼거렸다.




"죽고 싶지 않으면 내가 하는 말 들어"

"히이익-!!!!"




누구야!!! 남자는 미친 듯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반경 3m 내에는 아무도 없었고 지나가던 사람들만이 미친사람 취급을 할 뿐이었다.

온 몸에 소름이 돋은 그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뛸 준비를 하자 승철이 다시 속삭였다.




"도망치면 죽는다"





그러자 남자는 얼어붙은 듯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몸짓도 얼굴표정도 돌처럼 딱딱하게 굳은채로.

만족한듯한 그가 뿌듯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저기 벽에 있는 글씨 보이지. 저거 찍어"

"에…에?"

"너 갤러리 비밀번호 잠겨있냐?"

"아니…요…"

"그럼 핸드폰 여기 두고 집에 가. 내일 아침에 갖다 놓을게"

"저, 저기… 누구세요 정말…"






울먹이다시피 하는 남자의 목소리에도 승철은 눈 하나깜짝하지 않고 오히려 인상을찌푸렸다.



"야 그런거 귀여운 여자애들이나 해야 먹히는거야. 달린 새끼가 동정심 유발은… 아 빨리 해 내일 갖다 줄게. 예쁘게 찍어라? 필터 씌워서"






덜덜 떨리는 손으로 '승철아 그래도 정말 좋아해' 라는 글씨를 찍고서 바닥에 고이 내려놓고 우사인볼트 뺨치는 실력으로 전력질주한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승철이 미소를 지었다.

혹여나 들 수 없는 건 아닌지 집 앞으로 유도해야했나 생각했지만 가람이의 집이라는게 밝혀지면 괜한 구설수가 떠돌 것 같아서 고개를 설레설레 내 저었다.

침을 꿀꺽 삼키며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들자 다행스럽게도 손에 잡혔다.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승철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서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세븐틴/김민규] 변하지 않는 여름밤 03 | 인스티즈





늦게 들어온 승철이 의아한 듯 집에 있던 가람 민규 원우는 동시에 고개를 갸우뚱 했다.

그 모습이 귀여운 지 그는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고 소파에 앉아있던 가람을 번쩍 들더니 이내 바닥으로 내동댕이치고는 어이쿠억! 하는 괴상한 소리와 함께 소파에 드러누었다.

물론 던져진 가람이의 욕설은 덤으로 난무했다.

그대로 누워 10초간 멍을 때리던 승철이 몸을 홱 돌려 허리를 문지르는 가람을 마주하고 뚫어져라 시선을 보내자 가람이는 짜증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이내 부담스러운지 왜, 왜… 라는 말을 내뱉었다.




"사진관 가서 사진 좀 뽑아줘 가람아. 이건 부탁하는거야"

"승철이 형 어디갔다온거야?"




어디서 구해왔는지 복숭아를 깎던 원우가 궁금한 듯 승철에게 물었고 승철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냥 놀러갔다왔는데… 많은 걸 보고 또 정말 재밌게 놀다왔어"




깎는 족족 복숭아를 집어먹던 가람도, 그만 먹으라며 가람이에게 핀잔을 주던 민규도, 과일을 깎던 원우도 모두 승철에게 시선이 꽃혔다.

마치 행복한 듯 웃고있는 그는 많은 감정이 담긴 목소리로 나긋하게 말했다.

[세븐틴/김민규] 변하지 않는 여름밤 03 | 인스티즈




"그래서 살아있는 줄 알았어"





잠시동안의 정적이 흐르고 입에 있는 복숭아를 꿀꺽 하고 삼킨 가람이가 팔찌를 끼고 있어 잡을 수 있는 원우의 팔목을 잡더니 이내 원우의 팔로 승철을 퍽 하고 내리쳤다.

억! 하는 소리와 함께 벌떡 승철이 일어났고 동시에 일어난 가람이가 풋 하고 웃었다.




"가자. 사진 뽑으러"









-







"야 이 늦은 밤에 열렸겠냐…"

"거기 아저씨 불면증이라서 1시까진 열어놓을 때가 많아. 게다가 너 그 핸드폰 뺏은 걸거 아니야"

"역시 우리 가람이는 똑똑해!"




은근슬쩍 어깨동무를 하는 최승철에 옆구리를 퍽 하고 치고서 앞을 봤는데 뭔가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희미한데… 또 귀신인가? 눈쌀을 찌푸리며 앞을 보는 나를 보더니 승철이 의아한 듯 쳐다보았다.




"저기 앞에 뭐 있는 거 맞지?"

"……어?"




같이 눈을 찌푸리며 앞을 보던 최승철의 표정이 환해졌다.


[세븐틴/김민규] 변하지 않는 여름밤 03 | 인스티즈




"승관아 여긴 어떻게 알았어??"

"역시 맞네. 버논이가 말해준 그 세명 나 근처에서 자주 본 것 같아서. 이 누나 이 길로 항상 들어가길래 그냥 한 번 와봤는데 진짜 여기 사네? 근데 형은 왜 같이 있어?"

"어 나 얘랑 같이 살거든"

"혀엉???? 이거 완전 발랑 까졌네????"





식겁을 하며 뒤로 물러난 승관이는 나에게 동거의 안좋은 예들을 줄줄히 읊어주며 속사포로 이 동거 반댈세!를 외쳐댔고 눈치 없는 최승철은 호탕하게 웃어대기만 할 뿐이었다.





"그래서 나 보러 온거야?"

"응 올라가기전에 인사 할려구"

"아 올라가있게?"

"가끔씩 놀러올게. 형 정말 고마웠어. 나 진짜 재미있었어 정말이야"

"또 우냐?"

"아니????!!!!"






떨리는 목소리에 최승철은 장난식으로 상황을 부드럽게 이어갔다. 언뜻 보면 쌩양아치지만 자세히 보면 꽤나 속 깊은면이 있는 것 같은 놈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나 동거는 안돼요 동거는!! 끝까지 동거를 반대하며 사라진 승관에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어줄 수 밖에 없었다.






"근데 올라갈 수 있으면서 왜 안올라가고 있었던거야? 한이 있는 귀신은 못 올라가나?"

"아니. 미련때문이지. 사실 윗세상이 훨씬 좋아. 말 그대로 천국이야"

"미련?"

"아무리 좋으면 뭐해.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이, 하고 싶은 것들이 다 밑에 있는데. 니가 죽은 건 몸 뿐이지 정신이 아냐. 단지 죽어서 남에게 보이지 않게 된 것 뿐이라고.

그래서 넌 죽기전과 같은 풍경을, 거리를, 사람을 볼 수 있어. 넌 엄마 아빠를 볼 수 있는데도 그걸 포기하고 혼자 천국을 누릴 수 있어?"





최승철은 나에게 맞춰서 천천히 걸음을 걸어주었다. 짜증나는 더위가 조금은 사그라든 여름밤 매미소리와 함께 울려퍼진 최승철의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박혔다.





"그래서 처음엔 잘 모르겠어. 정말 죽기 전 모습 그대로니까. 그런데… 난 그사람이 보이고 그 사람에게 말을 거는데 내 몸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를 통과해 지나칠 때. 그 때 죽음이 실감이 나"

"귓속말은 먹히잖아"

"무서워하잖아? 그건 또 미안하더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그렇게 저벅저벅 걸어오다보니 어느새 도착한 사진관 앞. 가게 문을 닫으려 가게를 정리하고 있는 아저씨에게 달려가 핸드폰을 건네 사진 인쇄를 부탁하였다.

핸드폰을 컴퓨터에 연결해 사진을 옮기고서 다시 내게 핸드폰을 쥐어주시는 아저씨. 내일 찾으러 오라는 약속을 하고서 경쾌한 가게 문 소리와 함께 그 곳을 나서면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최승철이 보인다.




"원우한테 팔찌 가끔씩 빌려서 집안 일 도와라"

"우리 가람짱 말인데 뭔들 ^^"




능글맞은 목소리에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만 나도 몰래 웃음을 풋 하고 터트리고 말았다. 최승철이 고갯짓으로 사진을 가리켰고 난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가 뽑고자 한 사진이 뭔지 난 모른다.

뭐, 내일 사진을 하루온종일 손에 쥐고 다닐 그가 보일테니 당장 재촉하지는 않겠지만.





확실히 원우는 심성이 고운 아이다. 뭐, 가슴 깊숙히 우러러나오는 똘끼를 자제하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김민규를 보면 알 듯이 화도 내고 짜증도 내고 틱틱거리기도 한다. 최승철은 장난을 치고 의외로 융통성 있는 사고방식을 가지기도 했다.

그리고 아까 승관을 보면 울기도 한다.




그렇기에 난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들이 사람이'였음' 이 아닌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당연하게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또 같이 함께 있는 시간또한 많다.




"잃어버리지나 마라"

"예~"






평소처럼 툭 치려고 하면 장난스럽게 웃으며 몸을 통과하는 건 그가 남이보기엔 내가 혼자 대화하는 것 같이 보이게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얄밉게 웃으며 먼저 앞으로 뛰어가는 저 남자. 집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을 두 남자.




난 귀신들과 함께 산다.








흐아 너무 오랜만에 오네요 ㅠㅠ 게으름 부리느라 ㅜ흑흙..ㅠㅠㅠ 사실 한 명도 안 읽을 줄 알았는데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여 ㅠ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할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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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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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메리베리
앗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8년 전
독자2
이번편은 뭔가 좀 찡하네요ㅠㅠㅠㅠㅠㅠ부관이도 나올줄이야ㅋㅋㅋㅋㅋㅋ여주랑 순영이 쪽지디스도 겁나웃겨욬ㅋㅋㅋㅋㅋㅋ오랜만에 오셨어도 그만큼 분량이 정말 혜자니깐 괜찮아요!!이번편도 잘읽고갑니당♥
8년 전
메리베리
으어 ㅠㅠ 분량은 언제나 고민입니다 덜 쓴 것 같으면서도 자꾸 내게 되는 ㅠㅠ 이런 몹쓸 작가!! ㅠㅠ 메인은 귀신 3인방이겠지만 세븐틴 팬픽인데 세봉이들이 한 번씩은 나와야지요!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
8년 전
독자3
와 이번편 뭔가 슬프네야...잘보고가여...그리고 여주와 순영이의 쪽지디스...순영아 맞는말인데 왜그래...
8년 전
메리베리
신나보여도 그래도 한번 죽은 몸들이니까..ㅠㅠ 아냐 real 세봉이들은 안돼!! 앙대!! ㅠ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 항상 감사드려요!♡
8년 전
독자4
헐 뭐지 왜 이거찡하고 막 그러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승관아 지훈이한테 한번만 가봨ㅋㅋㅋㅋㅋㅋ
8년 전
메리베리
헐 조금이라도 찌통 느끼셨다면 뿌듯하다...♥♥♥♥ ㅋㅋㅋㅋㅋ♥♥♥♥
8년 전
독자5
헝헝 뭔데 찡하지 ㅠㅠ 자까님 글 너무 잘 쓰세여 ㅠㅠㅠㅠ 맨날 맨날 다시 보러 올 거야 헝헝
8년 전
메리베리
정말입니까??? 혼또니??♥♥♥ 스릉흡니다 알러뷰 아이시떼루!!!!♥♥♥♥♥
8년 전
비회원37.183
이 글 보고 쭉 정주행했네요ㅠㅠ 비회원이라도 글잡 자주 보는데 간만에 대박인 글을 보는거 같아요ㅠㅠ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8년 전
메리베리
많은 관심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독자님들 일케 감동주시면 전 정말...(문을 박차고 뛰어나간다) ㅠㅠㅠㅠㅠㅠ열심히 할게요♥♥♥♥♥
8년 전
독자6
브금 저가 되게 좋아하는 노래인데ㅜㅠㅜ 작가님 이렇게 좋은 브금과 좋은 글을 주시면 저 여기서 앓어 눕겠어요 정말 작가님 좀 짱! 아니다! 완전 많이 짱이요! 작가님 진짜 사랑합니다 그러니까 전 다음 편 읽으러 갈게요 작가님 싸라애여
8년 전
메리베리
쓰다보면 글 분위기에 맞는 브금이필요한데 없는게 다반수라 잘 ㅜㅜ 그래도 마음에 드셨다니 한 숨 놓이네여 어머 독자님이 더 짱..♥♥ 더..저도..사..사라해여..♥♥
8년 전
독자7
윽 승과나.. 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ㅠㅜㅠㅠ 누가 그렇게 귀여워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미치게 한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부승관 ㅠㅠㅠㅠㅠㅠ 귀요미야 ㅠㅠㅠㅠ 하 근데 승관이 너무 맴찢 ㅠㅠㅠㅠㅠㅠㅠㅠ 뭔가 좀 뭉클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승철이도 사진으로 찍을 생각하는 거 보니 좀 그렇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8
승관이도 죽었다니ㅜㅠㅠㅠㅜㅜㅠㅠ근데 승관이 울때 부에엥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깨알같네욬ㅋㅋㅋ
8년 전
독자9
아ㅠㅠㅠㅠ이번편 뭔가....짠해ㅠㅠㅠㅠㅠ아ㅠㅠㅠㅠ최승철ㅠㅠㅠㅠㅠ근데 부승관ㅠㅠㅠㅠ아쩔거야ㅠㅠㅠ너무 기엽쟈나ㅠ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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