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힘차게 내리는 빗줄기와 함께 내리치는 천둥번개에 창 밖을 쳐다보고 있던 민규가 움찔하다가 그런 제가 웃긴지 피식 웃었다. 이런 날은 나가기도 싫단 말이지…
집을 둘러보던 그가 이러면 빨래도 못 넌다며 우울해하는 원우를 쳐다봤다.
"형, 윤가람 놀러간거야 학교 간거야?"
"아까 학교 갔어. 어, 근데 우산 들고 갔나?"
"안 들고 갔으면 좋겠다. 한번 젖어보라지"
"너는 여자애한테…"
농담이지 농담~ 설마 여자앤데 가방에 우산 하나 없을라고… 침대에 민규가 털썩 누움과 동시에 원우가 혀를 끌끌 찼다.
"원우야 세탁기 돌아가는데?"
"앗 깜빡했다!! 승철이 형 취소 버튼 좀 눌러줘!!"
"엥? 그게 어딨는데??"
"아오 @##!@$!!!!!!!!"
쿠당탕 달려나가는 원우에 민규가 배가 터져라 웃어댔다. 그러자 타이밍 좋게 천둥번개가 내리쳤고 또 다시 흠칫한 민규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딩동
"……"
그 순간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에 시끄럽던 셋이 동시에 정적을 이루었다.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조심스럽게 세탁기 취소버튼을 꾸욱 누른 원우가 뒤로 도는 순간, 조용한 공간을 메우는 건 초인종 소리가 아닌 비밀번호를 치는 소리였다.
"형… 도둑이면 어쩌지…?"
"팔찌 니가 끼고 있잖아 니가 패면 돼"
"아 그런 건 형이 더 잘하잖아… 민규야! 민규야 이리나와!!"
온 몸이 경직되있던 민규가 원우의 부름과 동시에 빛의 속도로 달려나와 승철과 원우의 뒤에 쏙 하고 숨었다.
살금살금 발걸음을 조심히 해 현관문쪽으로 다가간 세 귀신은 침을 꿀꺽 삼키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문이 열린 후 보인 사람은,
"뭐야, 가람아 너 없어?"
가람이의 친구 순영이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민규가 원우의 뒤에서 슬금슬금 나왔고 도마에서 식칼을 스윽 집어든 원우의 손을 말렸다.
승철이 입모양으로 '누구야?' 라고 물었고 민규는 '윤가람 친구' 라고 속삭였다.
집을 휙휙 둘러보던 순영이 이내 벌컥 신발장 문을 열었고 우산을 꺼내들었다. 저거 저거 절도 아냐??? 아무래도 한 대 쳐야쓰겄다. 원우야 팔찌 좀 줘.
"아… 우산 역시 안가지고 갔네. 귀찮게 한다니까"
우산을 집어드는 순영의 반대손에는 우산이 하나 더 들려있었다. 하긴 이 빗속을 뚫고오려면 순영도 우산을 안 쓰고 오지는 않았을것이다.
신발장 문을 닫고서 집을 나서는 순영에 문이 닫기자마자 귀신들은 긴장을 풀었다.
"윤가람 걔 뭐야?? 아무리 친구라도 그렇지 남자애가 자취방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
"불알이라잖아 불알"
사실 조금 약 올리다가 우산을 가져다 주려던 심산이었던 민규는 깜짝 놀란 마음이 가시자마자 허탈한 감이 들었다.
**
"오오 권순영!!"
"너 이럴 거 같아서 내가 너네 집에서 가지고 왔지~ 나 쩔지?"
"그래 임마. 나 수업끝나가. 너 오늘 공강아냐?"
"당근이지. 난 할 일 다했으니까 간다!!"
"고마워 호시짱!!!!"
이상한 포즈를 취하며 멋진 척 하고 퇴장한 순영이의 뒷 모습을 바라보던 가람이는 못말린다는 웃음을 짓더니 다시 강의실로 들어갔다.
덥지만 발목에 물이 튀는 것이 싫었던 순영은 긴 바지를 입고 나왔다. 덕분에 많이 찝찝하지는 않았지만 그 만큼의 더위를 얻어 살짝 불쾌지수가 올라간 듯 했다.
머리를 긁적이며 집 가는 방향으로 몸을 틀려던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고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대학 담벼락에 비를 맞으며 기대어 서 있는 한 남자 때문이었다.
아오 저 미친놈은 저기서 뭐 하고 있는거야? 소리를 지를 뻔 한 순영이 한 껏 마음을 추스리고 침을 꿀꺽 삼켰다. 왜냐면 그 옆을 지나가야 했기에.
조심 조심 앞만보며 로봇 처럼 걸어가는데 빗소리를 가르고 정확하게 귀를 때려박는 남자의 '저기…' 하는 목소리에 순영이 으아아아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거기 맨홀 조심하세요"
"…에, 에???"
"제가 거기 빠져 죽었거든요. 근데도 다시 공사 안해놨어요"
"으얽우어어억!!!!!! 제발요!!!!!!!! 아!!!!"
지나가던 사람이 보면 오히려 본인이 더 무서울 법한 순영의 리액션에 되려 당황한 건 남자였다.
"귀신이죠… 귀, 귀신맞죠…?"
"네, 그러니까 이상한 사람 취급 안 받으려면 우산으로 얼굴 가리고 말 해요. 혼잣말 하는 것 같잖아요"
아 짜증나게 쓸데없이 자상해… 다리가 후덜덜 떨릴 지경인 순영이 가까스로 호흡을 가다듬었다.
남자는 우울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을 이었다.
"저는 이 맨홀 구멍에 빠져 죽었어요"
"…네에……"
"그 날도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었죠… 빗물을 빼기 위해서 맨홀 뚜껑을 빼 놓은 거라면 차라리 덜 억울하겠어요. 하지만!!"
"……!!!!"
"분명 닫혀있었는데!!!!! 뚜껑이 조금 작아서 전 그대로 같이 빠져 죽었어요!!!"
"뭐라구요?? 그럼 부실공사 때문이란 말이에요??"
"네!!! 므어으어엉……!!!"
어린아이처럼 쭈그리고 앉아 울어재끼는 남자에 순영이 잠시 할 말을 잃었지만 이내 깊은 빡침이 끓어올랐다.
거칠게 핸드폰을 들어 순영이 전화한 곳은 다름아닌 119.
"저기요!!!!!!!!"
자길 부르는 줄 알고 화들짝 놀란 남자는 고개를 들었지만 순영은 다른 곳을 쳐다보고 씩씩 대고 있었다. 그것도 휴대전화를 거꾸로 들고서.
"ㅇㅇ 대학교 정문 옆에 맨홀 구멍에 사람 빠져 죽은 거 아세요?? 맨홀 뚜껑이 본 크기보다 작아서요!!!!!"
- 네? 자세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누구요
"누~구~요~???? (소근) 너 이름 뭐야"
"(소근) 이석민…"
"이석민!!! 아니 나는 이름을 알고 있었지만 신고 한 사람한테 사고 난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게 말입니까?? 내가 신이야???"
"(소근) 이거 뉴스도 났었어요"
"뉴스도 났다네!!! 한 번 쳐봐요!!!! 근데도 다시 안 고쳐놔?!! 당장 오세요!!! 그래서 그 빠져죽은 귀신이 돌아다닌다구요!! 몇몇 사람들이 봤어요!!"
- 아, 지금 비가와서…
"비와도 해요!!!!!"
아니 정말 비가 와도 위험하고 비가 안와도 위험한 맨홀구멍이잖아. 근데 왜 안 고쳐지는거야. 신경질적으로 종료버튼을 눌러댄 순영이 주머니에 거칠게 핸드폰을 넣었다.
두 눈을 꿈뻑이며 그저 순영을 쳐다보던 석민이 스윽 하고 일어났다.
"형 고마워…"
"뭘! 제 2차 피해자가 나오면 안되지!"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두 손을 모은 채 순영을 신처럼 쳐다보는 석민에 괜히 순영의 어깨가 으쓱해졌다.
툭툭 떨어져 내리는 빗소리에 섞여 희미하게 사람들 소리가 흘러나왔다.
수업을 마치고 정문에서 나온 가람이가 익숙한 뒷 모습을 보고 다가가며 순영의 이름을 불렀다.
"야 권순ㅇ…"
"어? 너 마쳤어?"
귀신하고 얘기하고 있었다면 가람이가 이상한 사람으로 볼까 약간은 긴장한 순영이 석민이 있는 곳을 등지려고 다시 석민쪽으로 고개를 돌렸으나 그는 온데간데 없었다.
"…이상하다? 얘가 어디갔지"
"왜그래?"
"아, 아니야…"
주변을 둘러보며 순영이 머리를 긁고 있을 때 가람이가 석민의 눈을 마주했다.
순영이 모르게 순영을 가리키며 입 모양으로 '얘랑 얘기하고 있었어?' 라고 하자 석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람이가 오자마자 원래 귀신을 보던 (정확히는 귀신과 사는) 그녀의 기에 기운이 뒤집혀 순영이 석민을 못 보게 된 것이었다.
"누나 친구 좋은 사람이네요"
말 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가람이가 석민을 향해 작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얼떨떨한 표정의 순영을 툭 하고 친 그녀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왜그래. 귀신봤어?"
"ㅁ, 뭐…뭐라고?? 아, 아니이?!!!!"
"아니면 아닌거지 왜 이렇게 놀래?"
"누, 누가 뭐래?!! 얼른 집에나 가자!!! 아, 아니 이지훈한테 가자!! 걔 귀신한테 시달린거 니 덕분에 나았잖아. 치킨 쏜대매"
"나한테 쏘는거지 너한테 쏘는거냐?"
"그게 그거지~ 빨리 가자 빨리 빨리!!!"
가람이의 등을 마구 밀던 순영이 얼마 가지 않아 뒤를 흘끔 돌아보자 그 자리에는 희미한 석민이 순영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있었다.
피식 웃음이 나온 그가 작게 등 뒤로 손을 흔들어주었고 그를 확인한 석민이 그제서야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사라졌다.
으아아.ㅠㅠㅠㅠㅠㅠ 저번에 비해 오늘 분량은 너무 없어서 죄송합니다 ㅠㅠㅠㅠㅠ
지훈이 에피소드도 그렇고 오늘은 순영이 에피소드였어요!! 다음부턴 쿱스 에피소드 나오고 원우나오고 민규도 나오고 할 거에요
[세븐틴/김민규] 인 이유는 어쨌거나 여주 컾이 김민규라서 그런거겠져? (사악한 웃음)
담에 짐승분량 데리고 올게요 사랑해요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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