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슙국] 반인반수 정국이 키우는 윤기 썰
2. 자신도 모르게
아기를 침대에 눕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따라 잠들었던 윤기가 무언가 옆에서 뒤척거리는 느낌에 잠에서 깨어났다. 평소 누군가와 함께 자는 것을싫어하던 제가 아기와 함께 잠들었고, 심지어 그렇게 자고 일어난 기분이 불쾌하지도 않은 윤기가 잠시 놀란 듯 몸을 굳히고 있었다. 저번에 제 사촌동생 태형이 와는 같이 자려다가 불쾌하고 답답함에 결국 포기했었는데,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윤기가 잠시 아기를 쳐다보았다. 이내 정신이 든 윤기가 방밖으로 나가 부엌으로 향했고, 밥을 먹으려다 어제 새 주인을 찾아 준다는 핑계로 아이에게 밥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던 것이 생각이 났다. 윤기는 자신이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온 뒤로 이 아이에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는 것을 떠올렸다. 저가 제대로 된 옷을 입혀주지도 않아 아직도 이 아이는 원피스 같은 천 쪼가리 하나를 두르고 있었고, 씻겨주지도 않아 이 아이의 상태도 알 수 없었다. 결국 윤기는 아침밥을 잠시 미뤄두고 아이를 깨우러 다시 방으로 향했다.
“야. 아니, 아가 일어나봐.”
“우응..안니야..”
“눈 떠봐 아가.”
“응..이잉...”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아이에 결국 윤기가 아이를 안아들고 거실로 나갔다. 아이를 잠시 쇼파에 내려두고 무엇부터 해야 하나 생각하던 윤기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은 아이를 보고 먼저 씻기기로 결심했다. 아직 조그만 아가를 병에 걸리게 할 수는 없지 않겠냐며 속으로 자신에게 변명하던 윤기가 아이를 안아들고 욕실로 들어가 변기 커버를 내리고 그 위에 아이를 앉혔다. 윤기가 욕조를 막고 물을 받고 있을 때 물소리에 놀라 정신이 든 아이가 윤기에게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쥬..쥬잉..무..물 싫어요...물 싫어... 꾸기 나갈래요.. 잘못했어요..”
“니가 뭘 잘못했어, 잘못한거 없으니까 조용히 기다려.”
“쥬잉..꾸기 무서워요 인데..쥬잉...”
“뭐가 무서워. 안 죽어 걱정 마.”
아이가 무섭다며 투덜대는 것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 윤기가 어느 정도 물이 받아진 욕조에 아이를 담갔지만, 물에 닿기가 무섭게 소스라치게 놀라며 욕조 밖으로 뛰쳐나가는 아이에 윤기가 당황해 아이를 세게 잡고 다그쳤다.
“뭐하는 거야 지금. 여기 물 안보여? 너 다칠 뻔 했잖아. 갑자기 이렇게 뛰쳐나가면 내가 놀라, 안 놀라, 물 다 튀었잖아.”
“자..잘못해써여.. 꾸기가 미안합..니다..근데 꾸기 너무 무서워요 인데..흐으..흡..미안합니다..”
“잘못한 거 알면 다시 들어가, 얼른.”
“쥬이..물 싫어요..물 안돼...흐앙!”
갑자기 마구 잘못을 빌며 울어 재끼는 아이에 크게 당황한 윤기가 얼른 아이를 안아들었다. 숨이 넘어갈듯 우는 아이를 서툴게 토닥이면서 달래던 윤기가 아이에게 최대한 다정하게 물었다.
“아가, 물이 무서워? 그러면 내가 너 안고 목욕할게. 그러면 괜찮겠어?”
“..안고?..가치 목욕해요..?그러면..꾸기 갠차나..참을 수 있어요..참을게요. 꾹이가..”
“그래. 놀라지 말고, 눈물 그치고.”
어쩔 수 없이 대충 옷을 벗고 아이와 함께 욕조에 들어간 윤기가 물에 닿자마자 놀라는 아이의 등을 조심히 쓸어 내렸다. 천천히 물을 끼얹어 주다가 바디워시를 짜고, 반인반수에게 사람용 바디워시를 사용해도 되는건가..생각하다가 한번쯤은 괜찮겠지 라며 자신의 생각을 합리화 하고 조심스레 거품을 내 아이의 몸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살짝만 닿아도 자꾸 떠는 아이에 속도를 내 아이를 헹구고는 얼른 욕조에서 빠져나온 윤기가 아이 몸의 물기를 닦아내고 다시 안아들었다. 처음보다는 안심이 된 듯 윤기의 품에 폭 기댄 아이가 윤기의 옷자락을 꼭 쥐었다. 자신의 옷자락이 당겨지는 것을 느낀 윤기가 아이의 손을 잠시 쳐다본 후 그 손을 한번 꼭 쥐었다 놓고 아이를 쇼파에 내려놓았다.
“옷가지고 올 테니까 얌전히 기다려.”
한마디만 남긴 채 윤기가 방으로 들어가자 안절부절못하던 아이가 몇 분후 긴 티 하나를 들고 나온 윤기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그 웃음을 보고 잠시 멈칫한 윤기가 정신을 차리고 아이에게 티를 입혔다.
“아가, 맘마 먹고 옷도 사러 가야겠다. 그치?”
“옷? 꾸기꺼? 좋아요...”
“그래, 이제 맘마 먹을까?”
“네...꾸기 맘마..어제도 꼬르륵...쥬이니가 그냥..아니야, 꾹이 꼬르륵..맘마”
아이에게 밥을 주려다 뭘 줘야 하는지 몰라 잠시 말을 멈춘 윤기가 자신이 이 아이를 씻기기는 했지만 아직 이 아이의 이름도, 나이도, 성격도, 과거도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에 뭔지 모를 괴리감이 들어 고개를 숙여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와 눈을 잠시 마주치다가 환하게 미소 짓는 아이를 보곤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띄고는 옆에 놓인 핸드폰을 집어 들어 호석의 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자신도 모르게 아이를 챙기며, 말투도 아이를 배려하는 말투로 변한 것을 윤기는 아직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암호닉-탄탄♥ 안녕?ㅎㅎ}
나 너무 늦게왔나? 늦어서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