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 불편해해요. |
"저기..준면씨." "네.00씨." "이제 저 안데려다주셔도 돼요." 준면은 한숨을 쉬며 머리를 쓸어올렸다. "또 그 소리에요.?" "미안해요." 여자는 준면을 바라보지 못한채 허공을 보며 말했다. "제가 말했잖아요. 00씨는 아무것도 안해도 돼요." "..불편 해요." "네?" 준면은 여자의 말을 정확하게 들었지만 믿고 싶지 않아 되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준면씨가 이러는거 저 불편하다구요. "내가..00씨 불편하게 만들었어요.?" "..." 그녀의 집에 도착할 때 까지 둘은 아무 말 없었다. 평소에도 그리 말이 많은 편은 아니였지만. 여자는 준면을 쳐다보지도 않고 문고리를 잡았다. "00씨." "미안해요." 여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들어갔다. 준면은 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도 그녀의 마음을 잡는데는 실패했다. 사실 그럴 걸 알면서도 무작정 그녀를 데려다 준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씁쓸한 마음은 숨길 수가 없었다. 툭-툭- 준면의 구두 앞 코에 빗방울이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투두둑- 하고 굵은 빗방울들이 사정없이 내려왔다. 준면은 하. 하고 바람빠지는 소리를 냈다. "날씨도 날 안도와주네." 준면은 오피스텔로 들어오자 마자 욕실로 향했다. 젖은 수트를 아무렇게나 벗어던지고 샤워부스에 들어갔다. 머리에서부터 따뜻한 물이 발끝까지 내려왔다. "따뜻하다." 가운을 걸치고 욕실을 나왔다. 혼자살기에는 너무 큰 집이었다. 이곳저곳이 휑했다. 침실을 뺀 나머지 방은 냉기가 돌았다. 침대위로 쓰러지듯 누웠다. 옆에 있던 핸드폰을 들고 잠금을 풀었다. 배경화면으로 설정된 여자가 웃고있었다. "나한텐 한번도 안 웃어줬으면서...웃으니까 얼마나 이뻐. 그치 00씨?" 핸드폰을 꼭 쥐고 잠이 들었다. 따사로운 햇빛에 절로 눈이 뜨였다. 아침이 밝았다. 간단한 시리얼로 아침을 해결하고 서재로 향했다. 커다란 책장에 꽉꽉 채워진 책들 사이로 새까만 수첩을 꺼내 책상으로 향했다. "이천십삼년 칠월..." 일기장이었다. 준면은 만년필로 글자를 하나하나 적어갔다. 00씨. 불편하게 해서 미안해요. 근데, 난 어떻게 해야해요? 오늘 같은 날은 데이트 해야되는데.그렇죠? 언젠간 그럴 날이 오겠죠. 믿고있어요. 준면은 시계를 확인하고 드레스룸으로 갔다. 준면의 피부색만큼 새하얗고 깔끔한 셔츠를 꺼내 입고 단추를 하나씩 잠궜다. "김준면 잘하자." 준면은 세단을 끌고 회사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는 동안 사원들의 인사가 끊이지 않았다. "사장님 좋은아침입니다." "네.좋은아침입니다." "사장님! 모닝커피 한잔 하세요." "아, 고마워요." 준면은 웃으며 사원들을 맞이하곤 제일 윗층인 사장실로 향했다. 곧바로 비서가 들어와 오늘 일정을 읊었다. "오늘 일정은 여기까지고요. 마지막으로 오늘 회식있습니다. 늦게 가시더라도 꼭 참여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김비서님는 쓸데없이 자기 의견을 표출하시네요." "..네?아..네 죄송합니다.." "장난이에요. 꼭 갈게요." "네 사장님! 그럼 오늘도 열심히 근무하십시오" "네 비서님" 준면은 사람좋은 웃음을 보이고는 서류를 보았다. "사장님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회식 장소로 가실까요?" "네. 그래요." 비서는 세단의 운전대를 잡고 출발했다. 중요한 계약건이 있었는데 그게 잘 되서 힘들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준면은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가 비서의 말에 차에서 내렸다. 회식 장소 입구 부터 시끌 벅적 했다. 상반기 결산 회식이라 빠진 사원들은 거의 없었다. 부서별로 앉아있는 걸 파악하고는 인사부 부터 찾았다. 여자가 있는 걸 확인하고는 박수를 두어번 쳐서 사원들을 집중 시켰다. "여러분들 이번 상반기 동안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재밌게 즐기다가 하반기에도 우리 열심히 합시다." 준면의 인사가 끝나고 모두 잔을 들어올렸다. 준면은 이리저리 여러 부서의 팀장들과 함께 자리했다. 시간이 많이 지나 조금씩 사람들이 없어졌다. 다들 준면에게 인사를 하고 나갔다. 대부분 사람들이 나가고 인사부쪽 자리를 쳐다보니 여자가 술에 취해 계속 엎드려 있었다. 그런 그녀 옆에는 변백현 사원이 그녀를 안아 일으켰다. 준면은 재빨리 그 둘에게 다가갔다. "아. 사장님 오늘 잘 먹었습니다." "네. 수고했어요. 집에 가세요?" "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사장님." 준면은 변백현사원이 그녀를 안고가는게 썩 믿음직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변백현사원!" "네?" "피곤할 텐데 어서 가요. 000사원은 제가 데려다 줄게요." "네? 아닙니다. 제가 데려다 줘도 됩니다." "그냥 가세요. 제가 알아서 합니다." 백현은 정색을 하고 말하는 준면의 모습에 그녀를 넘겨주고 머리를 긁적거리며 나갔다. 비서도 일찌감치 보냈고. 대리운전을 불러 여자를 테우고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 와서 방에 들어가기 까지 그녀는 꽤나 많이 취해있었다. "00씨. 정신 차려요." "발...발 아파.." 안그래도 술에 취해 제 몸하나 가누지 못하는 그녀가 높은 구두에 통증을 호소했다. 할 수 없이 준면은 그녀를 안아들고 방에 들어왔다. 하얀 침대위로 그녀를 눕혔다. 부비적 대는 그녀의 구두를 벗기고 자켓도 벗겼다. "00씨. 좀만 일어나 봐요. 자켓은 벗고 자야될거아니에요." 근근이 자켓을 벗겨주고는 준면은 욕실에서 샤워를 했다. 술냄새는 없어지고 산뜻한 향이 났다. 가운을 입고 나와 물을 마셨다. 급하게 마셔서인지 물이 입 옆으로 흘러나왔다. 준면은 물병을 입에서 떼고 손으로 슥슥 물을 닦아냈다. 자신도 자려고 침대로 갔더니 그녀가 목이 마른지 물..물...하며 끙끙댔다. 컵에 물을 따라 그녀에게 가져다 줬지만 제대로 받아마시지 못했다. 원래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었는데 할 수 없이 입에 물을 머금어 그녀의 입에 전달했다. 곧 바로 그녀는 잠들었다. 그에 반해 준면은 그녀와 나름 키스를 했다는 생각에 잠이 오질 않았다. 자신의바로 옆에 누워있는 그녀를 계속 쳐다보기만 했다. 그녀가 몸부림을 치다 옆으로 누워있는 준면의 품에 파고 들었다. 준면은 그녀에게 팔배게를 해주고 꼭 안아주었다. 자신의 품에서 숨을 고르며 자고 있는 그녀가 너무 예뻤다. 그녀가 입사하기 전, 대학을 졸업하고 한창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을 때 부터 준면은 그녀를 따라다녔다. 그녀에게 완전히 반해버린 준면에 비해 그녀는 전혀 아니었다. 몇번 만나기는 했지만 그녀는 준면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는 준면이 무슨일을 하는 사람인지도 몰랐고 몇살인지도 몰랐다. 그 만큼 그녀는 준면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녀가 취업을 하고 처음 사장님을 만났을 때 깜짝 놀랐다. 준면이 자신이 취직한 회사의 사장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준면은 그녀가 자신의 회사에 취직한 뒤로 매일 그녀를 데려다 주었다. 준면은 그녀를 매우 잘 알고있었다. 걷는 걸 좋아하는 그녀때문에 퇴근할때는 항상 그녀와 같이 걸었었다. '사장님' 이라는 호칭이 어색할 줄 알고 편하게 준면씨라고 불러도 된다고 했다. 그녀가 먼저 준면을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부풀어 오른 마음을 붙잡고 밤새도록 그녀를 안고 있었다. 탁상 위에 놓여진 시계는 9시를 향했다. 준면의 품에 있던 그녀가 꿈틀거렸다. 그녀가 눈을 뜨자 자신을 보고 있던 준면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깜짝놀라 눈이 커졌다. 그대로 굳어서는 말을 더듬었다. "주..준면씨 혹시..우리..." "아무 일 없었어요. 00씨 봐요. 옷 입고 있잖아요." 그녀는 다행이라는 듯 숨을 내쉬고 빠르게 일어나려고 몸을 일으켰다. 준면은 더이상 그녀를 향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녀를 잡아당겨 다시 눕힌 뒤 꼭 끌어안았다. "준면씨. 그만해요." "나, 이제 막 나갈거에요. 00씨는 계속 불편해해요. 이제 내 마음 더 이상 숨길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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