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구름 위를 걷다 - 소심한 오빠들
"여보세요? 종대형, 오늘 형이 마감 좀 해줘요. 네 아니 어디 갈데가 생겨서. 네 수고해요"
김민석은 사무실에서 바로 나를 자기 차로 데려갔고 어디에다가 전화를 하는가 싶더니 김셰프님한테 가게 마감까지 맡겨 버렸다. 모든 상황이 급속도로 진행되서 이게 어떻게 되는건가 싶었다. 그리고 난 김민석의 질문에 대답한 적도 없는데 말이야.
"근데 셰프"
"왜"
"나 먹는다고 대답 안했는데"
"그래서"
"지금 나한테 데이트 신청한 거잖아요"
"까불지 또"
"아니면 말구"
"너 기분 나아지라고 데려가는거야"
"오~ 센스쟁이~~~ 어디로 가는데요?"
또또또 김민석님이 입 꾹 닫기 스킬을 시전 하셨습니다.
왜 차만 타면 꿀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안하냐고, 나중에 꼭 물어봐야겠어.
김민석이 날 데리고 간 곳은 한강 근처에 포장 마차였다. 김민석은 익숙한 듯이 자리를 잡고 앉아서 주인 아주머니를 불렀다.
"이모~ 나왔어요 여기 맨날 시키는걸로!"
솔직히 진짜 솔직히 정말 의외였다. 김민석이 저렇게 친근감 넘치는 말투를 할 때가 있구나, 그리고 이런데 말고 엄청 비싼 Bar 같은데 가서 와인이나 양주에 과일 안주 먹게 생겼는데. 그냥 나처럼 소주랑 닭발을 같이 곁들여 먹는 사람이였구나.
"셰프 여기 자주 오나봐요"
"응"
"혼자?"
"응"
"에이~ 솔직하게 말해봐요. 여자친구?"
"나 그런거 안키워"
"에이 거짓말"
"뭐"
"셰프 여자친구 있긴했죠?"
"알아서 뭐하게"
"최근 가장 가까운 연애는 언제 쯤 이십니까?"
"5년전"
"헐 엄청 오래됬네"
한국 여성들의 같이 밥먹고 싶은 사람, 여행가고 싶은사람 포털사이트에 사람이란 사람은 다 1위를 차지한 우리 김민석 셰프가. 연애를 하신지 자그마치 5년이 되셨댄다. 그 포털사이트 여성분들 다 뭐하셨는지 몰라. 여자친구랑 헤어진 이유도 분명 저 까칠한 성격이랑 요리에 살고 요리에 죽는 저 일사랑도 한 몫 했을테지. 사실 나도 대한민국의 평범한 여성인지라 김민석과의 연애를 상상해본 적이 있었다. 물론 망상의 결과는 대 실패였다. 날 혼내는 김민석과 자꾸 오버랩되서 설레기보다는 이가 빠드득 빠드득 갈렸달까
한창 김민석의 연애에 대해 파헤쳐보려고 할 때쯤, 빨갛고 매끈하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시며 닭발님이 등장하셨다. 아 황홀해라. 닭발은 젓가락으로 먹는게 예의가 아니다. 손으로 정성스레 하나 잡고 씹은 다음 소주를 한잔 탁 털어넣으면-
"크아~ 이 맛이지"
닭발 만든 사람한테는 상을 줘야한다, 매운 닭발을 먹으니까 아까 쌓였던 화가 그나마 뚫리는 것 같았다. 하 먹을 껄로 스트레스 푸니까 살이 뒤룩뒤룩 찌지...젠장할
"에이 셰프 술 혼자 따르면 3년동안 솔로래요, 제가 한잔 따라 드릴께요"
"너 술 잘먹어?"
"못하지는 않아요"
"꽤 하나 보네"
"^___^"
난 내가 술을 잘 먹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만
그렇게 한 두잔씩 기울이다 보니 한층 기분이 업 되서 김민석에게 내 얘기를 막 털어놓았다. 지금 내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도 잘안나고 내일 김민석 얼굴을 보면 살짝 창피할 것 같긴 하지만, 인생 뭐있어- 그리고 나 기분 좋게 해줄려고 여기까지 데리고도 와줬는데 이정도는 김민석이 이해해주겠지.
"쎼프~ 쎼프는 왜 내가 뭔 말만하면 반응을 안해요?"
"내가?"
"응 너가"
"너가?"
"으응~"
김민석은 여기서도 아무말 안하고 묵묵히 내 얘기를 듣기만 했다. 아니 쏴람이 말이야 반응이 있어야지!!!!!!커뮤니케이션이 뚝뚝 끊기자놔!!!!
"쒜프는 맨날 막 이렇게 무표정으로만 있고 맨날 나 혼내기만하고 응? 나 가끔 진짜 쏙쌍하다"
푸-후 그래 내가 맨날 김민석 너때문에 하루 하루가 조마조마하다고
"어?? 방금 웃었다. 우리이 셰프 웃으니까 훨씬 잘쒱겼네~~"
"야 막내"
"예 쒶"
"넌 애가 왜그러냐"
"내에가 뭐어"
"신경쓰여"
"우웅-"
"자꾸 신경쓰인다고"
"신경?"
"계속 옆에 두고싶고, 더 알고 싶어"
"쎼프으- 좋아하는 사람 생겼구나?!!!"
"좋아하는 사람?"
"응 좋아하는 사람"
"봐바여, 옆에 계속 두고 싶고 밥먹었는지 궁금하고 뭐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알고 싶고 그렇치? 맞죠?!!"
"응"
"거봐거봐 쉪 좋아하네 좋아해!!!"
김민석은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좋아하나보다"
"이열~~ 우리 셰프 이제 연애하겠네?? 자 우리 솊의 연애를 위하여 건배!!!"
"너 취했지"
"아니아니"
"취했어"
"아니야"
"휴"
"안취했어!! 셰프 좋아하는 사람 생긴것도 다 기억해!!!"
"취했네"
엄마 나 안취했는데 김민석이 자꾸 취해떼 아 놔 진짜 안취했따고
김민석은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만 가자"
아 머리 아파.. 나 어제 얼마나 마신거야...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나 왜 집이야??? 나 어떻게 집왔어?? 오마이갓 오 주여 오 하느님.
눈을 떴을 땐 나는 내 방 침대에 누워있었다. 눈을 꿈벅꿈벅 뜨고 어제 일을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봐도 중간까지 밖에 기억이 나질 않는다. 김민석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말했던 것 같고 그 이후로 기억 전무. 필름 뚝이다. 그럼 나 김민석이 데려다준거야..? 와 쉣 진상이다 변백희 나 이제 짤리겠구나 싶어서 쓰리는 속과 난도질 당한 것같은 몸을 일으켜 핸드폰을 확인했다.
-싸이코: 집은 니가 알려줬고, 니 발로 알아서 걸어 들어갔어
일어나면 전화해 오전 01:12
엄마 아무래도 나 일자리 새로 구해야 할 것같아.
*
금방 그만 둘 줄 알았다. 주방 일이 워낙 힘든 일이라 들어오는 여자 요리사들 마다 한 달을 채 못 버티고 제 발로 나가버렸다. 얘도 한달용이겠거니 싶었는데 한달을 버티고 6개월을 버티고 1년을 버티더니 벌써 2년째가 되었다. 처음엔 그냥 신기하고 기특했다. 밝고 씩씩해서 주방을 활기차게 해주는 성격이며, 작은 키로 총총 심부름을 하러 돌아다니는 것도. 이제 생각해보니 어쩌면 처음부터 관심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채 썰다가 손을 베였을때는 화가 나긴 했었다. 주방에서는 사소한 실수가 큰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것부터 완벽해야한다. 그래서 일부러 퇴근도 못하게하고 연습을 시켰다. 연습이 끝난 후 데려다줄려고 집에 가냐고 물었는데 당돌하게 '태워다 주실꺼잖아요"라고 대답하니까 장난이 발동해서 약속이 있다고 하고 혼자 차로 와버렸다. 약국에 들려서 손에 베인거 치료할 약들이랑 칼질을 많이 해서 내일 손목이 아플테니까 파스를 샀다. 백희를 차에 태우고 약을 어떻게 줘야하나 계속 생각했다. 갑자기 베푸는 친절에 부담스러워 하지는 않을까- 자 여기 아니야 약 사왔어 아 이것도 아닌데. 결국은 내리고 나서 약을 던지다 싶히 주고 와버렸지만.
수산시장에 데려 간 것도 창고에서 박찬열과 투닥거리는 모습이 괘씸해서 질투를 한 것 같다. 수산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오징어를 보며 '맛있겠다'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병아리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늦은 점심을 먹으면서 나눈 대화에서 요리에 대한 마인드가 나와 많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땐 마음 속에서 뭔가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간질거리는 마음을 가지고 몇 일을 더 같이 다녔을까,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았는데 식당에서 말도 안되는 손님들께 주눅이 들어있는 변백희를 보고 내가 그런 모욕을 당한것처럼 화가 났고, 속상해 하는 그녀를 달래주면서 확신이 들었다. 아 내가 지금 사랑을 시작했구나.
"술한잔하자" 라는 멋없는 말로 그녀를 주방에 아닌 나만의 장소로 데려갔다. 내가 청소년 딱지를 떼고서부터 지금까지 곧 잘 가던 포장마차였다. 진짜 사랑을 시작하면 이 포장마차를 와서 털털하게 그 사람과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게 오늘이 될 줄이야.
"쒜프 쒜프"
술잘먹는다고 큰소리 치더니 결국 1병을 조금 더 넘겼을까 혀가 꼬부라 져서는 셰프 셰프 하는게 취했나보다. 이 여자가 남자 앞에서 위험한지 모르고 이렇게 취해서야, 술을 먹으면 끝까지 먹는 나였는데 오늘은 분위기에 취한건지 조금은 알딸딸한 기분이였다. 내 성격상 이렇게 얼굴을 보고 말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무슨 용기였는지 솔직하게 말해버렸다. 내가 말을 하니까 동그란 눈을 꿈뻑꿈뻑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더니 셰프 좋아하는 사람 생겼구나라고 소리 쳤다. 막 생각나고 궁금하고 그러면 좋아하는 거라며 푸흐흐 웃더니 나의 연애를 위해 건배하자며 술잔을 들었다. 술에 취해서 그게 자기라고 한 부분은 듣지 못했나보다. 이 여자를 어쩌면 좋아
더 이상 있다간 내가 나쁜 마음을 먹어 버릴 것 같아서, 가자며 변백희를 일으켰다. 나 안취했어요 라고 말하길래 그래 너 안취했어 라고 대답을 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안취했다고 말을 하길래 그냥 묵묵히 듣고만 있었더니 또 대답을 안한다며 입을 삐죽거렸다. 아까도 그러더니, 사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대답을 할 수가 없다 아니 안하고 싶다는 말이 더 맞는 말이지. 내 옆에서 조잘조잘 떠는 그녀의 목소리가 좋아서, 내가 대답해서 끊기는 것이 싫었던 건데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나보다.
"너 집 어디야?"
"우리집? 왜요???"
"너 데려다 주게"
"으흐흐 셰프 응큼해!!!"
"너 진짜 그러다가 큰일나"
"우리집이 ㅇㅇ동"
데려다 달라고 집을 물어보니 응큼하다며 옷을 여미는 변백희 였다. 진짜 미치겠다. 절대 다른데서 남자랑 술 못먹게 해야겠네 술먹으면 남자 여럿 꼬이겠어.
운전을 하다가 너무 조용해서 옆을 보니 새근새근 잠이 들어있있었다. 집에 도착해서도 깨지 않길래 20분정도 기다렸을까.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어? 우리집이네" 하고는 차에서 내려 버렸다. 비틀 비틀거리는 모습이 위태로워서 따라 내려서 집 앞 현관 불이 꺼지는 것 까지 확인하고 차에 다시 탔다. 벌써부터 이렇게 걱정 시키는데 혹시라도 연...애를 하게 되면 변백희 걱정하느라 일이 손에 안잡힐 것같다.
내일 일어나면 속 많이 쓰릴텐데 해장국 집이라도 데려가야겠다.
-집은 니가 알려줬고, 니 발로 알아서 걸어 들어갔어
일어나면 전화해
나 이거 배웠쪄요 여기 cilk! |
하 일단 우선 저 지금 굉장히 화가 나요... 왜냐면 나이거 다쓰고 날려서 다시 썼거든...흐엉ㅇ..특히나 이번편은 쓰기가 힘들어서 4시간 걸렸는데 다시 쓰니까 동이 텄네요 나 진짜 죽고 싶었어요...ㅎㅎㅎㅎ...우울하다... 포장마차 얘기만 쓸려고하니까 뭔가 부족하고 민석이 얘기를 쓰자니 너무 길어져서 그냥 5,6화 하나로 묶었어요! 민석이 시점 쓰기 정말 어려웠어요ㅠㅠ 조금 길더라도 찬찬히 읽어주셨길 바라요.( 다시는 민석이 시점 안쓸꺼라고 다짐) 암호닉 신청 항상 감사하고, 제 글 읽어주시는 모든 여러분 사랑합니다-♡ 오늘 되게 찡찡 거렸는데...이해해주세요..ㅠㅠㅠㅠㅠㅠ♡7화는 다음주 아무때나 올께요 주말엔 rest |
8암호닉8
요남석/한강우/백허그/막내/챈/코쟁이/져미
숑이숑이맘/0324/궁금이/사랑현/1600/민석오빠/시우밍
우리니니/9189/0613/제인/썬구리/재뀨!/개구락지
김시우민석아결혼하자/복동/시동/귬귬/내꾸야/다래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