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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캐들

초능력물








"내가 왜?"




좌탁에 다리를 쭉 뻗고 배에 잡지를 올려놓아 한가로이 구독하고 있었다. 오세훈이 터무니없는 말을 뱉기 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난 나한테 어울리는 옷을 고르고 있었다. 잡지 구석탱이에 적힌 야메 퍼스널컬러 진단까지 하며 어울리는 원피스 한 벌 사려고 바득바득 눈에 불을 켰었다.




"내가 왜 잠복을 해?"

"김여주 넌 흰색보다 검정이야. 애가 우중충하고 장마마냥 울적해서 환한건 영.. 더 못생겼어."

"닥쳐 시우민. 그딴식으로 나 후려치기 하지 마."





입을 비죽이던 시우민이 내 배 위에 있던 잡지를 검지와 엄지로 인형뽑듯 가져갔다. 여전히 창밖만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오세훈의 뒷모습을 째려보는데 오세훈은 굵은 빗줄기만 구경할 뿐이다. 이대로면 영영 잠복을 해야만 할 것 같아 나참 억울해 가슴팍을 주먹으로 퍽퍽 쳤다. 





"가뜩이나 없는 가슴 더 줄어드는 거 아니야?"

"아 씨발 닥치라고!"





내 욕지거리에 눈을 크게 뜬 시우민은 인중까지 길게 늘였다. 한 대 줘 패고 싶다 진짜. 저 새끼, 이 씨발새끼.





"진짜 개같아. 이태민은 언제 와? 뭔 임무를 하기에 아직꺼녕 오질 않아. 나 걔 얼굴 이제 기억도 안 날라그래."

"머리맡에 두고 자는 액자 속 이태민 그대론데."

"그니까 왜 너네만 만나? 이태민 뭐 나 이제 안 봐도 된대?"





오세훈은 대답할 기미가 안 보이고 시우민을 쳐다보자 어깨를 으쓱이기만 한다. 시선을 피하려는 요량으로 고개를 잡지에 처박은 시우민의 뒷통수를 꾹 눌러 잡지에 코 박게 해줬다. 그러자 내 손을 팩하니 쳐내며 낮아질리 없는 콧대 살리겠다고 코뼈를 꾹꾹 눌러댄다. 별 유난이야.





"비 그쳤다."





오세훈은 가끔, 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자주 늘 종종 이내 곧 뜬금없는 말을 뱉는다. 줄기차게 내리던 굵은 빗줄기가 이슬비가 되었고 점차 볕이 들자 조금 전과 달리 약간 업된 목소리와 낯빛으로 내 맞은편 쇼파에 앉는다. 





"4년. 길면 6년."

"최소 4년이란 소리잖아. 내가 멍청해?"







"그렇지, 김여주 해커지."

"시우민 넌 거들지 마."

"그럼 딱 5년 하자."

"아니 내가 왜?"




양손을 들어 1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움직이자 오세훈이 혀로 제 입안을 쓴다. 사탕마냥 한쪽 볼이 볼록하다.





"아무리 우리고, 너라고 해봤자 모이는 정보량엔 한계가 있지. 세상 모든 정보가 모인다는 곳에 가서 지내보라고. 5년 휴가라 생각 해."

"골드로저야? 코스모스에 모든 정보를 숨겨놨으니 찾아보라 이거야? 내가 루피야? 해킹이라면 좋다고 달려들게?"




[EXO] 사기캐들 2 (초능력물) | 인스티즈

"몽키 D 여주"

"아 씨이발."




진심으로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눈썹을 힘있게 찌푸리며 쳐다보자 보지 못한척 한다.





"갑자기 왜그래 너네. 꼭 어디 나 가둬놓으려는 수작 부리는 거 같이. 너네 둘 나 몰래 뭐, 해?"





갑자기 꿀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해져.. 불안하게.






"태민이가 중앙 핵에서 임무 조달받고 해외 나가 있는 동안 우리 팀은 수색꾼 없이 그동안 제대로 된 일 하나 못했어."

"야, 그건 아니다. 그냥 니네가 탱자탱자 논 거 아니야."

"그동안 벌은 돈 좀 쓴 게 왜. 아직도 많이 남았어. 보여주까?"




언제 가지고 온 건지 통장을 펼쳐 보이던 시우민의 안면에 손바닥을 펼쳐 눌렀다.




"아 잘했다고. 마저 잡지 읽으라고."

"사실 태민이가 부탁한 일이야. 코스모스쪽의 첩자가 있다더라. 중앙 핵에선 우리 쪽에 첩자 제거를 요청했고."

"....쉽게 얘기하던가. 넌 꼭 말을 그렇게 미괄식으로 얘기하더라? 아님 빙빙 돌려 이야기하던가. 꼭 머리 써서 다음 얘기 구상하는 사람처럼."






[EXO] 사기캐들 2 (초능력물) | 인스티즈

"당장 내일부터야."

"내일? 빠르네."

"코스모스 쯤은 별 거 아니지? 알아서 잠입해."

"해킹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니야, 세훈아."

"김여주 똑똑하잖아."





"김여두 또또카댜나."




기어이 한 대 맞은 시우민이 억울한지 눈알을 부라린다. 



그동안 놀만큼 놀았고 쉴만큼 쉬었고. 할 건 다 해봤고 갈 곳 다 가 봤고. 더 이상 연락할 사람도 없다. 이미 신분은 세탁해 놓은지 오래고 사용을 안 하면 기계처럼 초능력도 쇠퇴를 한다니 이제 서서히 움직일 때가 되긴 했다. 때가 온 거라 표현해도 될 정도로 흥미로운 임무긴 했다. 정반대의 집단, 우리의 적이라 표현 가능한 그 집단에 들어가 적응하라니. 적응도 모자라 첩자 색출? 솔직히 구미가 당기는 임무였다. 






[EXO] 사기캐들 2 (초능력물) | 인스티즈

"어디 가?"

"내일 입고 갈 옷 골라 놓게."



[EXO] 사기캐들 2 (초능력물) | 인스티즈

"짧은 건 입지 말고."

"즐."












"......"


"......"







〈hr style="display:block; border: black 0 none; border-top: black 1px dotted; height: 1px">






상황이 예기치 않게 돌아간다. 최근 당선된 대통령이 한창 공약으로 내걸었던 약속을 지키고자 벌써 언론을 플레이 중이고, 실제로 산하기관에까지 지시를 내렸다. 같은 종족이기는 하나, 같은 부류라고는 생각 않는 코스모스에 핵 말살을 지시내린 대통령은 그래도 안위가 걱정되기는 하는지 최근 우리 팀에 제 경호를 맡겼다. 



오세훈과 나, 이태민, 그리고 시우민이 세상에 1도 존재감 없는 에스피라지만, 대대적으로 숙청을 내리는데 언제고 정체가 들통날지 모르는 판국이었다. 







아, 김여주 존나 간 콩알만해졌네.


6년이 지났다. 오세훈과 약속한 시간이 반년이 훌쩍 넘었다. 오세훈은 내가 먼저 이곳을 박차고 나가겠다 말을 할 때까지 날 부르지 않을 요량이었다. 간간이 연락하던 것도 1년 전부터 뚝 끊겼다. 어떻게든 연락해보려 했으나, 주변에 보는 눈도 많고 세상이 흉흉해 요새는 우리 팀도 감시아닌 감시까지 하는 것 같아 연락이 닿기 쉽지 않았다.





"이 똥멍청이들."





해커 에스피도 뚫지 못할 암호를 전달하려 했으나 해커도 못 뚫는데 걔네라고 뭐 어쩌겠냐는 심정에 1작전도 폐기했다.





"야, 잘 지냈냐?"

- 용건

"만나자."

- 더 이상 보낼 돈 없어, 여주야..

"꽁트치지 마."

- 넌 텔레파시 두고 뭐해? 자꾸 이렇게 전화로 연락하는 이유가 뭐야. 내 목소리 한 번이라고 더 듣고 싶어 그래?

"그러겠어?"

- 니가 패시네이트*만 없었어도 죽이고도 남았을 텐데.

*패시네이트(현혹.)





"여주."



"―이따 보자."

- 또 지 말만 하고 끊는 것 ㅂ.....




"리더랑 데이트 하기로 했어?"

"데이트?"

"응. 데이트"




언제언제 만나 놀자는 약속을 잡긴 했지. 

우물쭈물 거리며 대답을 피하자 웃던 입꼬릴 끌어 내리던 경수가 중얼거리듯 조용히 말한다.




"..그렇구나."

"아, 그게.. 딱히 데이트라기보다는."




멋쩍어 관자놀이를 긁적였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경수가 입을 연다.




"그럼 나,"

"응?"

"그럼 난,"







"데이트 신청하는 거야."






아.. 데이트...





데이트...3시간 전부터 옷 고르고 화장....밥 먹으면 배 뽈록.. 데이트라 배 넣고 다녀..

보정속옷 필수....









"부담스러우면 거절해도 되고."

"그게 거절이라기 보다는 경수야."

"아니이~ 괜찮아. 진짜 가볍게 던진 말이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돼."




여전히 웃던 경수는 내 손을 잡아 여기저기 매만지더니 눈꼬릴 제자리에 두며 만지작거리던 손을 떨어뜨렸다.




"어제부터 비가 오더라고 여주야. 너도 추울 수 있다니까 감기 조심해."

"...."

"박찬열 정보야."




사무실에 틀어박혀 베이글과 커피만 마시며 날씨 분석하는 녀석의 말이라니 꽤 믿음직스럽다.








햇볕이 쨍쨍했다. 눈부실만큼 환한 햇살 탓에 선글라스를 꼈다. 나시를 입었어도 콘크리트 지반의 강한 열기 탓에 걷는 게 지옥이다. 시우민과 만나기로 한 카페 근처에는 주차장이라던가 차를 댈만한 곳이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에어컨 빵빵한 버스에서 내리니 확 덮쳐온 열기가 숨까지 옥죌 정도였다.




오늘 뉴스엔 일사병에 걸려 죽은 사람에 관해 보도할 것만 같다. 카페에 도착해선 급하게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에어컨 직빵 자리를 찾아 앉았다.





'이태민이 돌아왔어'




예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간만에 찾아온 두통이었다.


이태민이 돌아왔다 말하는 시우민. 오늘 이 자리에서 시우민은 이태민의 회귀를 알릴 것이다. 

에어컨 바람이 이마에 닿는 게 비로소 느껴졌다. 더움이 가시는 듯했다.







"미니와쬬."








저 새낀 하여간 변하질 않아. 강산도 변하는데 지는 뭐라고 저리 꼿꼿해.





"여전하구나 김여주는. 여전히 모오옷생겼어."




바로 눈 앞에서 검지를 흔들어대며 얼굴까지 구긴다.




"시비 털지 마. 용건만 간단히 말하고 갈 거야."

"넘행. 올만에 만났으면 안부라도 먼저 묻징."




내 앞의 아메리카노를 가져간 시우민이 뚜껑을 분리해 한 모금 마신다. 

저도 더워 목이 탔었던 건지 날숨을 내쉰 녀석은 내가 입을 열자 의자에 등을 기대어 다리를 꼬았다.




"이태민도 없는 판국에 나대다 다칠까봐 말해두는 거야. 정신 똑바로 차려."

"...."

"이번에 당선된 대통령.. 그 사람 공약이 '핵 없는 사회'야. 패기돋게 이룩하려는 모양이고. 나참, 난 모양만 낼 줄 알았지 진짜 움직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



내가 하는 말 마디마디당 끼어들어 맞장구를 치거나 틱틱대는 게 정상인 녀석이 웬일인지 반응없이 가만 앉아 있다.

날 보는 건 아닌 것 같아 녀석의 눈이 향한 곳을 돌아봤다.






"김여주."






[EXO] 사기캐들 2 (초능력물) | 인스티즈

"저 새끼 누구야."

























어제부터 비가 오더라고 여주야. 너도 추울 수 있다니까 감기 조심해















〈hr style="display:block; border: black 0 none; border-top: black 1px solid; border-bottom: black 3px solid; height: 7px">




더보기


어제부터 비가 오더라고 여주야. 너도 추울 수 있다니까 감기 조심해


여기서 '비'는 코스모스 내부에 숨어있을 대대적인 핵 첩자 수색을 의미합니다

너도 추울 수 있다=김여주도 감시 대상에 포함된다

감기 조심=괜히 구설수에 휘말리지 말아라. 행동거지 조심해라.

라는 깊은 의미가 담긴 경수의 경고이자 조언이었읍니다!

찬열인 왜 나타난 걸까요...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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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37.190
와 전혀 예상도 못했는데..그말이 그런 뜻일줄은...제가 저기 있었으면..어우. 여주는 근데 그걸 알아들은게 맞는건가..?
아직 초반이라 그런가 세계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이 잘 안되네요..이해력 고자..열심히 보다보면 되겠죠?헤헿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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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7.11
분위기 ..... 우와.. 과연 여주는 어떻게 될까요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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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전혀 예상도 못했어요 작가님 글 진짜 잘 쓰세요 대박이다 생각도 못했는데 ㅜ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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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들키는건가요....아님 이미 찬열이와 경수는 알고있었을지도...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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