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과자집 세실리아 03
w. Cascade
#부쉬 드 노엘
"오랫만이야 형들."
"너 홍콩에 있어야되는거 아니야? 한국에는 무슨 일이야?"
"그냥. 오랫만에 와보고 싶었어. 3년전에 이 곳 형들이랑 오고 처음 왔는데, 진짜 많이 변해있더라."
"그러게.. 잘 지내고 있어?"
"나야 뭐.. 그럭저럭. 알잖아 내 상황."
"너 홍콩에 있어야되는거 아니야? 한국에는 무슨 일이야?"
"그냥. 오랫만에 와보고 싶었어. 3년전에 이 곳 형들이랑 오고 처음 왔는데, 진짜 많이 변해있더라."
"그러게.. 잘 지내고 있어?"
"나야 뭐.. 그럭저럭. 알잖아 내 상황."
세훈은 가게 안을 두리번대더니 가게 안 쪽 테이블에 앉았다. 남자 둘이 차린 가게치고는 인테리어가 무척이나 귀엽고 아기자기한 것이 재밌는듯 연신 웃음을 지었다.
"이거 누구 아이디어야?"
"뭐?"
"가게 인테리어. 형들 머릿속에 이런 감성이 있으리라고는 상상이 안 가는데."
"루한이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래뵈도 소년 감성이라고."
"그건 그렇고, 오랫만에 형들이 해 주는 디저트 먹고 싶다. 자주 해 줬는데, 형들이 한국으로 나가고 나서는 도통 그 맛나는 케이크를 먹지를 못 했어."
"뭐로 만들어줄까?" 루한이 물었다.
"부쉬 드 노엘."
"그건 크리스마스에나 먹는 케이크잖아."
"누가 그렇게 정한 것도 아니잖아. 한 겨울에 먹었던 그 맛이 너무 그립더라. 오랫만에 보는 사랑스러운 동생의 부탁인데 좀 만들어줘라."
"뭐?"
"가게 인테리어. 형들 머릿속에 이런 감성이 있으리라고는 상상이 안 가는데."
"루한이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래뵈도 소년 감성이라고."
"그건 그렇고, 오랫만에 형들이 해 주는 디저트 먹고 싶다. 자주 해 줬는데, 형들이 한국으로 나가고 나서는 도통 그 맛나는 케이크를 먹지를 못 했어."
"뭐로 만들어줄까?" 루한이 물었다.
"부쉬 드 노엘."
"그건 크리스마스에나 먹는 케이크잖아."
"누가 그렇게 정한 것도 아니잖아. 한 겨울에 먹었던 그 맛이 너무 그립더라. 오랫만에 보는 사랑스러운 동생의 부탁인데 좀 만들어줘라."
세훈의 부탁에 찬열은 졌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조금만 기다려. 재료가 있을라나 모르겠다." 찬열과 루한은 주방으로 들어갔다. 세훈은 그 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는 다시 가게 안을 두리번대더니 주방 안에 있는 둘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말을 시작했다.
"손님은 많이 와?"
"먹고 살만큼. 그래도 단골이 많은 편이야."
"먹고 살만큼. 그래도 단골이 많은 편이야."
주방 안에서 루한이 대답했다. 시간이 흐르고, 찬열이 앞치마를 두른 채 접시 위에 케이크를 담아 나왔다.
"오랫만에 만드려니 좀 걸리네. 한 번 먹어봐. 루한이 꼭 데코레이션도 해야 된다고 우겨서 비싼 장식들도 달았어. 너니까 특별히 이렇게 해주는거야, 오세훈."
"형 고마워."
"형 고마워."
세훈은 굉장히 행복한 표정을 짓고는 포크를 들고 케이크 한 쪽 끝을 잘랐다. 그러자 안에 들어있던 크림이 톡-하고 터져 나왔다.
"진짜 맛있다. 그래 이 맛이야. 홍콩에서는 이런 맛을 찾을래야 찾을 수 없더라니까. 감동이다 감동. 형들 중 한명만 나랑 같이 홍콩으로 돌아가면 안될까?"
"농담이라도 무섭다 야." 찬열이 손사레를 쳤다.
"장난이야 장난. 형들은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들이니까. 홍콩에서는."
"다들 잘 지내?"
"뭐.. 잘 지내지. 조직도 예전같지 않아서.. 특히 형들이 없어진 후로는 더더욱.."
"보스는?"
"농담이라도 무섭다 야." 찬열이 손사레를 쳤다.
"장난이야 장난. 형들은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들이니까. 홍콩에서는."
"다들 잘 지내?"
"뭐.. 잘 지내지. 조직도 예전같지 않아서.. 특히 형들이 없어진 후로는 더더욱.."
"보스는?"
*
세훈은 '보스'라는 말이 찬열의 입에서 나오자 손에 들고 있던 포크를 접시 위에 조심히 내려놓았다. 이 셋은 홍콩의 최대 마피아 조직인 '흑룡단'에서 함께 동고동락한 사이였다. 찬열과 루한은 같은 날 흑룡단에 들어왔다. 서울 거리에 떠돌던 아이들이었던 둘을 흑룡단의 보스인 세훈의 아버지가 홍콩으로 데리고 온 것이다. 8살부터 찬열과 루한은 흑룡단 카포레짐(마피아 패밀리 작은 구성원들은 지휘하는 사람들)들 손에 의해 길러졌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고아들이었기 때문에, 찬열과 루한은 자기 집 처럼 생각하고 12년의 세월을 보냈다. 처음 만날 당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4살 짜리 꼬마였던 세훈을 친동생처럼 생각하고 나름 즐거운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이 행복도 잠시, 찬열과 루한이 13살이 되던 해부터 이들은 소위 '미션'을 배당받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전 세계를 떠돌았다.
어릴 때부터 보며 자라던 광경이기에, 찬열과 루한에게 미션 수행은 어렵지 않았다. 별 감정 없이 폭탄을 설치해 건물을 무너뜨리기도 했고, 말끔하게 차려입은 채 여성들에게 접근하여 그들을 유혹하여 대수롭지 않게 정보를 얻기도 했다. 찬열과 루한의 활약은 보스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고, 이들은 '콘실리에리'(고문. 마피아 패밀리 내 3인자 자리)에 어린 나이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 일이 자신의 천직이라 생각했다. 사람들이 자신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것을 즐겼고, 밖으로 나가 거리를 다닐 때 사람들이 자신들의 눈을 마주치지 못한채 바닥에 시선을 고정시키는 광경에 쾌감을 느꼈다. 이것이 권리인 줄 알았고, 행복의 유일한 길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것이 자신들의 매우 큰 착각임을 깨달은 것은 얼마 가지 않아서였다.
3년 전, 찬열과 루한은 미션을 받고 한국을 방문했다. 흑룡단의 하위 조직 보스가 중간에 고가의 마약을 들고 도주했다. 그를 찾아 즉시 죽이고, 그 조직 전체를 말살시키라는 명을 받았다. 이 미션에는 어느덧 청년이 된 세훈도 함께였다. 쥐 잡듯 한국 8도를 뒤졌다. 결국 부산에 숨어있던 보스를 찾아냈고, 그 일족을 말살했다. 보스에게 총을 들이댔을 때였다. 부엌에 숨어있던 꼬마 여자아이가 뛰어들었다.
"아빠!! 우리 아빠 죽이지 마요! 우리 아빠 나쁜 사람 아니야! 당신들이 더 나빠!"
그에게 총을 겨누고 있던 찬열이 멈칫했다. 옆에 서 있던 루한에게 눈짓을 보냈다. 이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딸이 자신에게 달려드는 것을 본 보스는 소리쳤다.
"민지야! 다시 돌아가! 여기 오지마! 빨리 나가 여기서! 오지마!"
하지만 그 민지라는 꼬마아이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달려가 안겼다. 그리고 뒤를 돌아 원망에 찬 눈으로 찬열과 루한을 째려봤다. 눈은 시뻘겋게 충혈되 있었고, 그 작은 손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 광경을 가만히 보고 있던 루한은 찬열에게 속삭였다.
"미션 원칙 제 2. 대상자는 발견 즉시 죽인다. 지체없이."
루한은 그 자에게 터벅터벅 다가가 꼬마여자아이를 떼어내 안고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그 조직의 보스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저항하지 않았다.
"죽기 전에 이 말만 들어줘. 내 가족은 아무 죄가 없어. 내 목만 가져가. 나도 살아야했어. 내 가족이 며칠 째 밥을 못 먹고 굶고 있어. 너네 조직의 보스가 몇달 째 댓가를 주지 않았어. 어쩔 수 없이 마약을 빼돌려야 했어. 살아야했으니까. 그리고 살려야했으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탕.탕.탕.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며 세 번의 방아쇠가 당겨졌다. 쏜 사람은 찬열이가 아니었다. 루한은 여자 아이의 얼굴을 한 손으로 가린채 총을 쏘았다.
"뭐야 박찬열. 너 답지 않게 주저하고."
루한의 품에 안겨있던 여자아이는 목청 놓아 울었다. 그리고 탈진했는지 기운 없이 추욱 늘어졌다.
"얘는 어쩌지? 애 엄마는?"
"죽었을거야. 지금쯤 세훈이랑 같이 있던 조직원들이 처리했겠지."
"죽었을거야. 지금쯤 세훈이랑 같이 있던 조직원들이 처리했겠지."
어찌나 세게 루한을 할퀴고 물었는지 루한의 왼쪽 손에는 시뻘건 피가 흐르고 있었다.
"어린 꼬마애가 힘은 세네." 루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손수건으로 피를 닦았다. 그 때, 여자아이가 정신을 차린 듯 눈을 떴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아저씨 미안. 아팠지?"
의외의 말에 루한과 찬열은 눈을 휘둥그렇게 뜰 수 밖에 없었다.
"아빠가 사과할 일은 똑바로 사과하라고 알려주셨어.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 가장 불쌍한 거라고."
그 아이는 원망에 가득찬 눈으로 찬열과 루한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고 상황이 파악됬는지 다시 눈물을 연신 흘렸다. 총에 맞아 피로 얼룩져 있는 자신의 아빠에게 달려가 양 손에 피를 잔뜩 묻히며 서글프게 울었다. 찬열은 죽어 있는 그 자에게 다가가 주머니를 뒤졌다. 뭉툭한 지갑이 나왔다. 이 안에 마약을 빼돌린 곳의 단서가 있으리라. 지갑을 열었을 때, 찬열이 처음 본 것은 그 자의 가족사진이었다. 찬열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 날, 찬열과 루한은 세상을 보는 다른 눈을 뜨게 되었다.
그 아이는 원망에 가득찬 눈으로 찬열과 루한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고 상황이 파악됬는지 다시 눈물을 연신 흘렸다. 총에 맞아 피로 얼룩져 있는 자신의 아빠에게 달려가 양 손에 피를 잔뜩 묻히며 서글프게 울었다. 찬열은 죽어 있는 그 자에게 다가가 주머니를 뒤졌다. 뭉툭한 지갑이 나왔다. 이 안에 마약을 빼돌린 곳의 단서가 있으리라. 지갑을 열었을 때, 찬열이 처음 본 것은 그 자의 가족사진이었다. 찬열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 날, 찬열과 루한은 세상을 보는 다른 눈을 뜨게 되었다.
자신들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던 세상이 사실은 전부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거리로 나서자,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것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구나... 조직 내에서의 세상과는 딴판이었다. 어렸을적부터 쓸데없는 감정을 갖지 않도록 길러졌다. 이 곳에서 벗어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자신들이 좇는 행복은 허구였음을 깨달았다.
세훈은 찬열과 루한의 말을 가만히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한 번 몸 담았던 조직에서 나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단, 한 가지 방법은 있다. 죽어서 나가는 것. 그렇게 찬열과 루한은 임무 수행 중 납치되어 고문 후 죽임을 당했다고 본부에 보고되었고, 오직 세훈만이 홍콩으로 되돌아갔다.
*
그리고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세훈을 오늘, 세실리아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세훈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나도 형들처럼 살고 싶어. 사실 3년 전, 형들이 너무 미웠어. 나만 이런 어둠 속에 버려두고 둘만 행복을 찾을 것만 같았어. 지금은 형들의 결정이 최선이었음을 이해하지만... 아버지의 그늘이 너무 커. 나가고 싶지만, 그래도 내 핏줄의 근원은 이 조직이야. 나도.. 잘 가공되고 편협한 행복이 아니라 나만의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나가고 싶어."
찬열과 루한은 옛 생각에 잠긴 듯 했다. 세훈을 두고 나오는 것이 굉장히 마음에 걸렸던 터였다.
"아직, 조직에서는 형들 시체를 찾는다고 가끔 한국에 조직원들을 파견보내. 조심해. 그리고...나 도망쳤어."
어느덧 세훈의 접시는 깔끔하게 비어져 있었다. 세훈은 손수건으로 입 주위를 닦으며 말을 시작했다.
"일본에서 미션을 받았어. 비행기 표까지 다 끊었어. 아버지 몰래 같은 시간 한국행 비행기 표를 끊었어. 현금으로. 그리고 혼자 이 곳으로 찾아 온 거야. 형들이 보내 준 편지에 쓰여진 주소로."
루한이 주방에서 커피 세 잔을 들고 나왔다. 한 잔은 세훈이 앉아있는 테이블 위에, 한 잔은 그 옆에 기대어 세훈을 쳐다보고 있는 찬열에게, 그리고 나머지 잔은 다른 손에 옮겨 쥐었다.
"그래서?"
루한의 물음에 세훈은 주저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공부할거야. 여기서."
"등록금은? 더 이상 아버지한테 지원도 못 받을 거잖아?"
"벌어야지."
"너 할 줄 아는 것 있어?"
"등록금은? 더 이상 아버지한테 지원도 못 받을 거잖아?"
"벌어야지."
"너 할 줄 아는 것 있어?"
가만히 대화를 듣고 있던 찬열은 세훈의 등을 툭- 치더니 "여기서 일해." 하고 자리를 옮기려 했다. 루한은 찬열을 붙잡고 작은 가게에 일 하는 사람은 두 명이면 충분하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찬열은 웃으며, "뭐 어때. 잔 일 시켜. 너 잔 일 싫어하잖아 루한." 이러고 앞치마를 풀으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루한은 세훈 앞에 앉았다.
"박찬열 쟤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오세훈 너.. 괜찮겠어? 나중에라도.. 여기 우리 셋이 같이 일하는 것이 밝혀지면.. 너네 아버지 성격 알잖아."
"여기 못 찾아. 내 명의로 러시아로 가는 비행기표를 같이 끊었거든. 분명 내가 러시아로 도망간 줄 아실거야. 그리고 더 이상 한국에서의 거래도 없어서 이 곳으로 조직원이 올 일도 없어. 그래도 위험하다 싶으면 내 발로 들어갈거야. 그러니까 형들 안전은 걱정마."
"여기 못 찾아. 내 명의로 러시아로 가는 비행기표를 같이 끊었거든. 분명 내가 러시아로 도망간 줄 아실거야. 그리고 더 이상 한국에서의 거래도 없어서 이 곳으로 조직원이 올 일도 없어. 그래도 위험하다 싶으면 내 발로 들어갈거야. 그러니까 형들 안전은 걱정마."
찬열은 주방에서 손을 씻고는 다시 루한과 세훈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이 곳 세실리아는 무슨 다 사연 덩어리들 뿐이냐, 어째." 하며 웃었다.
"이 곳 세실리아는 무슨 다 사연 덩어리들 뿐이냐, 어째." 하며 웃었다.
"근데 루한 형은 아까부터 누구랑 그렇게 톡하는거야?"
"응??? 아..친구.."
"수상해~ 형 한국와서 취향이라도 바뀐거야? 역시 한국여자들이 한 미모하지.."
"응??? 아..친구.."
"수상해~ 형 한국와서 취향이라도 바뀐거야? 역시 한국여자들이 한 미모하지.."
세훈의 장난에 루한은 어쩔줄 몰라했다. 그 광경이 재밌는듯 찬열은 이에 더 거들었다.
"루한 취향은 똑같지뭐. 저번에 가게에 왔더라고. 뭐... 남자취향은 바뀐것 같지만. 되게 곱상하게 생기면서 뭐라 그래야되지... 미소년???"
"친구야 친구!"
"친구를 그렇게 끔찍히 생각한다고? 대단한 우정나셨네. 힘내라 루!"
"친구야 친구!"
"친구를 그렇게 끔찍히 생각한다고? 대단한 우정나셨네. 힘내라 루!"
찬열은 루한의 등짝을 장난스레 내리쳤다. 그런 찬열이 귀찮다는듯 루한은 슬쩍 피했다.
"근데 그 ..이름이.."
"김민석이야."
"페루에서 만났다고 했나?"
"응. 왜?"
"아니 그냥. 루한 형 되게 사람 깊게 안 사귀잖아."
"그랬지."
"의외다. 뭔가 기쁘다. 내가 다 뿌듯하네."
"형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다 오세훈!"
"근데 그 꼬맹이는 요새 안보인다?" 루한이 커피를 한 잔 들이키며 말했다.
"꼬맹이?" 세훈이 물었다.
"고등학생이던데. 박찬열이 요새 작업거는 놈.."
"작업은 무슨! 웃기지말라그래. 난 그런 꼬맹이 관심없으니까. 그리고 나랑 동갑이야. 난 연하에 관심 없어."
"어련하시겠어. 동갑인데 그렇게 다섯 살은 많은 것처럼 행동했냐."
"왜 재밌잖아. 컨셉이지. 아 맞다. 이거 가게에 두고 출출할때마다 꺼내먹던지."
"꼬맹이?" 세훈이 물었다.
"고등학생이던데. 박찬열이 요새 작업거는 놈.."
"작업은 무슨! 웃기지말라그래. 난 그런 꼬맹이 관심없으니까. 그리고 나랑 동갑이야. 난 연하에 관심 없어."
"어련하시겠어. 동갑인데 그렇게 다섯 살은 많은 것처럼 행동했냐."
"왜 재밌잖아. 컨셉이지. 아 맞다. 이거 가게에 두고 출출할때마다 꺼내먹던지."
찬열은 봉지에서 시리얼 박스 여러개를 테이블에 꺼내 놓았다.
"이건 또 어디서 났어?"
"몰라. 그냥 얻었어. 나 오늘은 좀 일찍 들어갈게. 오세훈이랑 마감 좀 부탁해. 저녁은 둘이 먹고...알았지?? 쏘리쏘리~"
"몰라. 그냥 얻었어. 나 오늘은 좀 일찍 들어갈게. 오세훈이랑 마감 좀 부탁해. 저녁은 둘이 먹고...알았지?? 쏘리쏘리~"
찬열은 부리나케 가게문을 나섰다. 지금 이 순간,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변백현. 그 꼬마가 왜인지 자꾸만 생각났다. 왠지 지금 보러 가고 싶었다.
******
지금 백현은 어디에 가 있을까.. 찬열은 생각하다 먼저 집으로 가보기로 했다. 분명 알바 갈 준비를 하고 있을 터였다. 어느덧 집 골목에 다다르자, 시끌벅적한 사람들 소리가 들렸다. 평소에는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이 조용한 거리인데, 찬열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혹시나, 조직의 사람들이 찬열의 존재를 알아채고 이 곳으로 온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찬열은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손목 보호대를 조심히 끼고는 조심스레 골목의 코너를 돌았다. 눈 앞에 펼쳐진 것은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줄줄이 집에서 나오는 광경이었다. 변백현 집에서.
그들은 무어라 중얼대었지만,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양복 무리는 찬열 옆을 지나가면서 찬열을 위 아래로 훑어 보았다. 이에 질세라 찬열도 시선을 피하지 않고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다행히 조직의 사람들은 아니었다. 찬열은 백현의 집 앞에 부리나케 달려갔다. 현관문은 열려져 있었고, 찬열은 조심스레 백현의 이름을 부르며 들어갔다.
"변백현!"
"..."
"너 집에 있냐? 야! 대답 좀 해봐!"
백현은 집 한 가운데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빨간 딱지들이 덕지덕지 가구마다 붙어 있었다. 상황이 파악된 찬열은 표정이 굳었다.
"너.. 괜찮냐? 야.. 말 좀 해봐.."
"당신한테 그랬지."
"뭘?"
"당신이 물었잖아. 꿈이 뭐냐고? 이 상황에서 무슨 꿈이고, 미래야. 당장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그건... 일단, 너 가족들은? 어디계셔?"
"도망갔어. 나 어렸을때. 그리고 부모님이 진 빚을 내가 다 떠안았고, 그 빚을 갚으려고 밤새 알바 하던거야. 이제 나한테 막 없던 동정심이 생기지? 당신 눈이 있으면 보이잖아. 이 상황."
찬열은 주위를 둘러봤다.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없어보이는 집 안. 백현은 이 곳에서 줄곧 혼자 살아왔던 것이다. 백현은 울음을 참는 듯 하더니, 이내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강한 척 했지만, 여느 또래 아이들처럼 피씨방에서 게임 하고 싶고, 부모님의 잔소리가 그리웠던 소년이었다.
"짐 챙겨."
찬열은 방 안을 뒤적이다 큰 가방을 찾아냈다. 그리고 옷장을 열어 닥치는대로 옷을 집어 넣기 시작했다.
"당신 지금 뭐하는거야?"
"너 당장 어디서 지내게. 지낼 집은 있어? 친척은? 친구는?"
백현은 잠시 경수를 떠올렸지만, 신세를 지기 싫었다.
"몰라. 어디든 있겠지. 당신이 신경쓸 일 아니야."
그러자 찬열은 백현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세상 다 산 사람처럼 굴지마. 그런 눈빛도 짓지 말고. 보는 사람 짜증나 미쳐버리니까. 당분간은 내 집에서 지내."
"당신 미쳤어? 내가 누군지 알고 덥석 날 집에 들여보내는거야?"
"나도 몰라. 너 만난지도 얼마 안됐고. 공짜로 도와주는거 아니야. 너 자리 잡으면 나중에 다 청구할거야."
찬열은 백현의 손을 잡아 거리로 나왔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정확히 성인 보폭으로 다섯 발자국 걸으면 찬열의 집 대문이 나왔다. 백현은 끝까지 들어가지 않겠다고 버티었다. 그런 백현이 짜증나는 듯 찬열은 어깨를 감싸 안아 문을 열고 안으로 밀쳤다.
"고집 부리지마. 어리광처럼 보여. 이 상황에서 혼자 그 집에 있어봤자 나쁜 생각만 들고 좋을 것 하나 없어."
"당신 뭐야?"
"뭐가."
"당신이 누구길래 갑자기 나타나서 나한테 잘해주는거야? 나 도와줘봤자 당신한테 떨어질 것 없어. 무일푼이야."
"병신."
"뭐?"
"더 심한 욕 듣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있어."
찬열은 가만히 서 있는 백현을 꼭 안았다. 백현은 움찔하더니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혼자 감당하기에 오늘의 일은 무척이나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굳세게 살아왔다고 믿었다. 열심히 일하면서 학교도 꼬박꼬박 나가고, 착실하게 살면 언젠가는 자신의 노력이 보상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온 결과는 좌절과 절망 뿐이었다. 언젠가부터 백현은 누군가 톡- 건드리면 우와앙- 하고 눈물이 날 것 같은 위태위태한 감정 상태였다. 그리고 그 감정의 선을 찬열이 건드렸다. 찬열은 말 없이 백현의 등을 토닥였다.
"어른인척 하지마, 변백현. 넌 어려. 아직은 남한테 기대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아. 나도 부모님 없이 자랐어. 그래서 네 심정을 더 잘 알아. 난 너 동정 안해. 이것도 동정이라 생각하지마. 그냥 이건 응당 열심히 살아 온 네가 받아야 하는 호의야. 그리고 그 주체가 나였을 뿐. 내가 아니였더라도, 누군가 나타났을거야."
백현은 순간 찬열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는 사실이 창피했는지 급하게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당신, 착각하지마. 나 모든 일이 정리되는대로 이 집 나갈거니까."
"그래. 그래야 좀 너 같다. 가서 좀 씻어. 땀 범벅이다."
찬열은 백현에게 수건 하나를 던졌다. 백현은 쭈뼛쭈뼛하더니 욕실에 들어갔다. 곧, 물 소리가 들렸다. 찬열은 닫혀진 문을 한동안 응시했다. 잘 한 짓일까. 괜히 오지랖을 부린 것은 아닌지. 찬열은 뒷 머리를 헝클이며 부엌으로 향했다.
"당신, 바디 샤워 없어?" 열린 문 사이로 백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찬열은 성큼성큼 욕실로 가더니 문을 벌컥 열어 제꼈다. 그러자 백현은 욕조를 가리고 있던 커튼으로 몸을 숨겼다.
"아 뭐야! 누가 들어오래? 바디 샤워 없냐고."
"저~기. 바로 앞에."
"무슨 바디 샤워가 이렇게 생겼어?"
"한 번도 써 본적 없겠지. 그거 프랑스제야. 하나에 20만원도 넘어."
"진짜 대단하다 당신도. 추우니까 빨리 문 닫아."
"같은 남자끼리 유난이다, 얼른 씻고 나와. 라면이나 먹자."
어느새 라면 냄새가 집 안에 가득찼다. 백현은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식탁에 앉았다.
"너 벌써 너네 집 같이 행동한다?"
"당신이 당분간 여기서 지내라며."
"너 그 호칭좀 어떻게 하면 안되냐? 당신~당신.."
"그럼 뭐라 부를까. 찬열씨? 찬열님? 박찬열?"
"아니다. 그냥 니 맘대로 해라. 라면이나 빨리 먹어."
"당신은 뭐 대단한 저녁 차려 먹을 것 같았는데. 라면이라니. 나랑 뭐 다를 것 없네."
"해줘도 말이 많아."
"당신은 프랑스에서 유학한거야?"
"뭐? 프랑스?" 찬열은 소리내 웃었다.
"왜 웃어? 프랑스에서 제과 배운 것 아니었어?"
"아니..내가 무슨.. 그냥 혼자 책 보고 배운거야."
"그럼..그.. 루한이라는 사람도?"
"걔도 그렇지."
"그렇구나. 의외네. 케이크가 맛있어서 어디 유학이라도 다녀온 부잣집 도련님들인 줄 알았어."
"전혀 아니야."
"고마워."
"뭐라고? 너무 작아서 못 들었어!"
"못 들었음 땡이야."
"아 뭐야~ 뭐라고?"
찬열의 장난에 백현은 어이없다는듯 웃었다.
"미워할 수가 없다, 당신은. 나 알바 간다."
백현은 서둘러 집을 나섰다. 떠들석하던 집에 정적이 감돌았다.
"너 좋으라고 여기 데려온 것 아니야. 내 이기심 때문이지." 찬열은 작게 읊조렸다.
******
"한국에서의 생활은 어때, 형?"
"좋아.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이 뭔지 깨닫고 있달까."
"그래? 나도 곧 깨달을 수 있을까?"
"오세훈, 너 답지 않게 왜 그래. 당연하지. 찬열이랑 가게를 연 것도 직접 부딪혀보고 싶었어. 사람들이랑."
"예전에도 그랬지만, 정말 형은 대단해."
"뭐가?"
"뭐든 열심이야. 조직에서 생활할 때도, 그리고 지금도. 부러워 가끔은."
"그래도 난 네가 부러워. 돌아갈 곳도 있고, 가족도 있고..."
"글쎄.. 나에겐 너무 버거운 그림자들이야. 그래도, 또 이렇게 형들 보고 하니까 기분은 좋네."
"앞으로 바쁠거야, 오세훈. 생각만큼 가게일이 쉽지 않거든. 개인적으로는 조직일보다 힘들어."
루한은 힘든 듯한 표정을 재미나게 지어보였다.
"손님들 만나는게 생각보다 재밌어. 찬열이가 항상 말하는 거지만, 이렇게 단 것을 찾으러 오는 손님들의 공통점은 딱 하나야. 행복해지고 싶다. 그래서 양과자집을 생각했던거고. 너도 알게 되겠지만, 단순히 케이크만 만들고 파는 가게는 아니야."
"그럼 또 뭘 하는데?"
"차차 알게 될거야. 그건 서프라이즈로 남겨놓을게. 난 먼저 퇴근한다. 마감 좀 부탁해!"
"어디가는데?"
"몰라도 돼!"
루한이 나가고, 세실리아의 작은 종이 경쾌하게 울렸다. 마치 세훈을 반기는 듯이.
*
"계산이요."
"뭐야 당신."
"내일 아침 먹을거리야. 집에 아무것도 없어."
"시리얼 어제도 샀잖아."
"그거 가게에 있어. 집에 없어."
"이건? 개 사료?"
"아. 집에 너를 꼭 닮은 개가 있거든."
찬열의 말에 백현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아직 울음기가 가시지 않았는지 눈은 아직 빨갛게 충혈되있었다. 찬열은 백현의 얼굴을 이리 저리 살폈다.
"뭘 봐? 사람 민망하게."
"민망하라고 보는거야. 너 이거 알바하면 얼마 받냐?"
"한 시간에 4500원이던가."
"에게? 그걸로 어느 세월에 돈을 갚겠다는 거야?"
"언젠간 갚겠지."
"그러지 말고, 세실리아로 와."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 세실리아에서 일하라고. 내 밑에서."
"싫어."
"이야, 변백현 단호한것 봐. 한 시간에 7000원! 어때? 어딜 가도 이런 알바 시급 없다 너."
7000원이라는 말에 백현의 귀가 솔깃해졌다. 그 모습을 눈치 챈 찬열은 귀엽다는 듯 웃었다.
"속 보인다, 속보여. 오늘부로 그만두고 내일부터는 세실리아로 출근해."
"근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찾아보면 있겠지. 그리고 너한테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고. 세실리아는 특별하거든."
"카드."
"응?"
"계산하게 카드 달라고."
"아.."
백현은 카드기에 카드를 대고 그었다. 그리고 찬열에게 카드를 건넸다.
"이따 봐. 조심히 들어와라 변백."
"징그럽게 변백이 뭐야, 그냥 이름 불러."
"내 마음이야. 곧장 집으로 들어와."
"알아서 가."
찬열은 가는 내내 뒤돌아 백현의 뒷 모습을 쳐다봤다. 잘 하는 짓이라 믿고 싶었다. 나중에 이 순간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고 싶었다. 지금은 그렇게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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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과자집 세실리아 4화 포레노아 예고
"보여주고 싶었어. 직접 네가 이 곳에서 느낄 수 있게."
"이 작은 가게에 다 큰 남자 4명이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
"가나슈! 오늘 우리 가게에 좀 들러! 보여줄게 있어!"
"이름이 뭐에요?"
"김종대요."
안녕하세요, Cascade입니다. 어느덧 세실리아에 일하는 남자가 4명이나... 이런 가게 어디 없나요...! 내일 모레 저는 다시 한국땅을 밟습니다! 3화까지는 써 둔 분량이 있어서 이렇게 올릴 수 있게 되었네요! 지금 한국은 밤이겠죠? 좋은 밤! 그리고 낮에 이 글을 보실 독자분들은 좋은 아침! :D 그리고 본격적으로 이 4명의 청년들이 만들어갈 싱그러운 여름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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