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따라 날씨가 유난히 더웠다. 친구 사귀는 것부터 시작해서 어울려 다니는 걸 싫어하는 나였기에 오늘도 점심시간은 운동장에서 보내기로 했다.추위는 참을 수 있어도 더위는 못참는데… 창문으로 본 운동장은 더위에 이글이글거리고 있었다.매점에 들러 쿨피스 두 개를 사고 평소엔 별로라고 생각했던 츄파춥스도 두 개를 사서 주머니에 넣었다.그냥, 그 날은 뭐든지 다 두 개를 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추적대는 발걸음으로 운동장 맨 끝 벤치에 가서 앉아 주머니에서 츄파춥스 딸기맛을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사탕이 3분의 2정도 녹아갈 때 쯔음 손가락 위에서 축구공을 이리저리 돌리는 남학생 다섯 명 정도가 운동장으로 오고 있었다.한 시가 다 되어가서 그런가, 더 뜨거워지는 날씨에 무릎에 놓여있던 쿨피스를 뜯어 마셨다. " 나도 하나만 줘. " 처음 보는 애가 나에게 허리를 굽히고 손을 내밀며 턱 끝으로 내 입에 물려진 츄파춥스를 가리켰다.보자마자 든 생각은 와, 잘생겼다! 19년 인생에 첫 사랑이 찾아온 것 같은 정도. 순식간에 귀까지 빨개졌던 것 같다.지금 생각해보면 빨갛게 들인 머리하며 딱 맞게 줄인 교복하며 삐쩍 마른 몸하며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명찰에는… 오세훈. 오세훈이라 쓰여있었다. * * * 오세훈을 처음 본 날 이후로 나는 5세 이하가 사용한다는 일명, 어린이 망원경을 사 오세훈을 엿보기 시작했다.또 새 학기가 된 후로 한 번도 말 섞은 적 없는 같은 반 아이에게 창가자리로 바꿔줄 수 있냐며 부탁까지 했다.알고 보니 오세훈은 쉬는 시간, 점심 시간, 가끔은 수업 시간까지 운동장에 머무는 축구부였기 때문이다.망원경으로 오세훈이 뛰는 언저리를 맴돌면, 오세훈은 내가 저를 보고 있는 걸 아는 지 모르는 지 망원경 쪽으로 시선 한 번 주지 않았다. 오세훈을 열심히 엿본지 이 주일 째 되던 날, 여느 날과 다름없이 책상엔 빵을 올려두고 망원경을 꺼내들었다.점심시간 종이 친 지 10분 정도 되자 오세훈이 보였다. 오늘도 잘생…? 나는 여느날과 다름이 없었지만 오세훈은 다름이 있었다.다리에 깁스했어! 무슨 생각이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혼자 난리를 치며 망원경을 손에 들고 황급히 운동장으로 달려갔다. 내려가자 마자 이 주일 전에 매일 앉아있었던 벤치에 앉아 망원경을 들고 깁스를 한 오세훈을 열심히 쫓았다.목발을 짚고 절뚝거리며 축구를 하지 못하고 운동장을 걸어다니는 오세훈을 보면서 또 혼자 안절부절하며 손톱을 뜯었다. 제법 가까운 거리라 망원경이 필요없었음에도 나는 망원경을 꼭 붙들고 망원경 너머의 오세훈을 보며 불안해하고 있었다.오세훈 어떡해… 하고 오지랖넓은 걱정을 하면서. 오세훈을 좋아하게 된 후로 늘 주머니에 넣어다니는 딸기맛 츄파춥스를 꺼내려 잠깐 망원경을 내려놓았다 들었다.뭐야, 안 보여. 항상 선명하게 보이던 망원경이 아예 까맣게 되어 보이지 않았다.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소매로 렌즈를 닦아봐도 그대로였다.왜 이러지. 왜 하필 오늘같은 중요한 날에 망원경이 말썽이지. 운도 지지리도 없다.열심히 렌즈를 닦아내고 잠깐 기다려보니, 어…. 보인다! 보이긴 하는데 속눈썹이랑 눈이랑. 와, 오세훈 눈같이 예쁘… " 악! "" 뭘 그렇게 놀라. " 하나님, 이거 꿈이죠. 제발 꿈이라고 해주세요. * * * 뒷 일은 기억나지 않는다. 깜깜하던 망원경에 갑자기 오세훈 눈이 비췄고 그렇게 난 바로 쓰러졌다.그리고 일어나보니 나는 보건실에 누워있고 오세훈은 내 옆에서 눈을 도르르 굴려가며 앉아있었다.정신이 든 지는 오래되었지만 눈을 뜨면 몰려들 쪽팔림에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뜰까 말까, 그냥 떠야지. " 망원경으로 맨날 나 보고 다니니까 그렇게 비실비실하지. "" 뭐래, 너 본 적 없거든. "" 삼학년 육반 창가에서 맨날 봤잖아. 다 알아, 나. "" 착각 심하네. " 오세훈은 바람 빠진 소리로 웃고는 입가로 내려온 내 머리를 쓸어넘겨 주었다.아 엄마,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님, 아빠, 스님 감사합니다. 오세훈이 내 머리를 만졌다. 머리를, 머리카락을, 이렇게 막…. " 나 좋아해? "" 개소리야, 더위 먹었냐. " 오세훈의 물음에 고개를 미친듯이 끄덕이며 네, 진짜 사랑합니다! 하고 절이라도 한 판하고 싶었지만 새빨개진 얼굴에 황급히 보건실 침대에서 내려왔다.미쳤다. 오세훈은 분명 미쳤다. 나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좋아한다고 대답하는 여자가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있을까.실내화를 아무렇게나 구겨신고 보건실 문을 향해 걸어가는데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길래 뒤돌아봤다. " 사탕 떨어뜨렸어. "" … 아. "" 나 먹어도 되지? "" 먹어, 먹던지 말던지 마음대로 해. 나 간다. " 겨우 대답하는 내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진짜 바보다, 난. 오세훈도 한심하게 보겠지. " 야. " 제발 세훈아, 니가 안 그래도 나 죽을 것 같으니까 가만히 내버려 둬….입술을 꽉 깨물고 최대한 괜찮은 척 뒤로 돌아 오세훈을 쳐다봤다. " 내일도 교실 말고 운동장에서 나 봐줘. "" 뭐라고? " " 이제 나 축구할 땐 운동장 나오라고, 사탕 두 개 들고. " 뎨후니는 늘 옳습니다 (윙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여운데 내 눈에만 귀엽겠져그냥 쎈세훈말고 뭔가 쎈데 여린 세훈이 써보고 싶었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망함굿바이써머 번외는 열심히 써볼게여.. 헹... 좋은밤 되소서...ㅁ7ㅁ8 고구마호박 l 작가의 전체글 신작 알림 설정알림 관리 후원하기 모든 시리즈아직 시리즈가 없어요최신 글최신글 [EXO/백현] 손 끝이 시려올 때면 312년 전위/아래글[EXO/백현] 손 끝이 시려올 때면 312년 전[EXO/경수] 좀 더 높은 곳에 있는 너에게 612년 전[EXO/경수] 그대는 따사로운 봄인가 512년 전현재글 [EXO/세훈] 망원경 712년 전[EXO/백현] Goodbye summer 2112년 전공지사항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