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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2 전체글ll조회 1381l 1

 

 

 

주척주척 쉴세없이 내리는 빗줄기를 헤치며 대현은 뛰었다. 질척거리는 흙바닥이 자꾸만 대현의 발을 붙잡았다. 탕-!, 탕탕!! 쾅-! 총소리에 대포소리, 비명소리가 한데 모여 들리다가 이내 빗소리에 잠식된다. 대현은 뛰었다. 땀인지 비인지 모를것이 자꾸만 턱선을 타고 흘러내렸다. 눈물인지 비인지 모를것이 자꾸만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뚧린듯 비가 쏟아졌다.

 

 

 

지직-...

 

 

[...ㅇ..알파..여긴...F지구..대답해ㄹ..알파..쾅-!..]

 

 

"헉, 허억..."

 

 

 

대현이 담쟁이 넝쿨이 잔뜩 덮힌 벽에 주저앉아 몸을 기대곤 숨을 헐떡였다. 비에 젖은 통신기는 아까부터 먹통이더니 지금에서야 조그맣게 연결이 되었다. 늦어, 늦었다고...

 

 

 

[알파..대답해...지직, 거긴...어떻게...탕!]

 

 

"허억, F-A2조 정대현...! 우리팀은..전멸했어..!! 다..! 다 죽었다고!!!!"

 

 

[....그러....지직-,...우린....]

 

 

"어째서 후방지원이 도착하지않은거야?! 녀석들의 수는 100마리를 넘었다고!!!"

 

 

[...끝났..탕!!..]

 

 

"대답해!! 이봐!"

 

 

[....F지구는...전멸...남은..탕!..인원...지직-,..]

 

 

"......뭐?"

 

 

[...지직-,..도망..쳐서..쾅!...목숨을...부..지.....]

 

 

"......."

 

 

[..지직-.탕!탕탕!!...우리는...]

 

 

"......"

 

 

[우리는, 정의롭다....]

 

 

펑! 지직-,

 

 

"........"

 

 

 

매개한 연기와 함께 터져버린 통신기는 제 모습을 잃었다. 제 손에서 부수어진 통신기를 멍하니 바라본채 대현은 비를 맞았다. 땀인지 눈물인지 비인지 모를것이 자꾸만 흘러내렸다. 마지막 남은 인간들의 도심지-,F지구가 격파되었다. 3500년 경부터 갑자기 이 땅에 나타난 인간의 모습을 한 괴물들.  인간은 그들은 빅믹(vicmit)이라고 불었다. 그들은 인간의 모든 능력을 가볍게 웃돌았고, 점차 불어나기시작하더니 이내 인간들을 학살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먹이가 인간의 피였기 때문에, A지구에서 F지구까지, 인간은 자신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든 무기를 동원해 그들을 막으려 하였지만 그들의 앞에선 무용지물. 모두가 바람앞의 촛불처럼 죽어갔다. 제 가족, 동료, 친구...모두가....

 

 

 

"젠장..."

 

 

 

  대현은 울었다. 어린아이처럼 마구 소리지르며 울고, 몸을 비틀어댔고, 비명을 질렀다. 그런 대현을 덮은 빗소리가 도통 멎을 생각을 하지않았다. 끝내는 몸을 움직일 힘도 없어, 한 치 앞도 안 보일만큼 쏟아지는 빗속에서 대현은 몸을 늘어뜨렸다. 그리곤 숨을 들이마쉬었다. 죽지않기위해 호흡하였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죽지않기위해 숨을 들이마쉬는 일밖엔, 그것밖에는 할 수 있는게 없어서, 곧 어두워지는 시야에 대현은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3일. 제대로된 수면과 식사없이 빅믹과의 전투에 몸은 이미 진작에 맛이 갔다. 그리고 이제 정신마저 잡아둘 이유가 없어져버렸으니- 대현은 그냥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하는 마음이였다.

 

 

 

 

 

 

 

* * *

 

 

 

 

 

 

 

 

웅성웅성-, 두런두런

 

 

 

"으...."

 

 

 

귀에 이명처럼 울리는 소리에 대현이 무거운 눈꺼풀을 껌벅거렸다. 시야뿐만아니라 모든 부분이 무겁다. 물을 잔뜩 솜마냥 축 쳐져 움직이고 싶지도 않았다. 입안이 푹석하게 마른것이 느껴져 대현은 거친 기침을 토해냈다. 바늘로 목구멍을 찌르듯이 목이 아파왔다. 두어번더 쿨럭인 대현이 상체를 일으키자, 웅성거리던 소리가 잠시 줄어들었다. 대현은 정신을 차리려 두어번 고개를 털다가 어느새 제게 집중된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다.

 

 

 

"....."

 

 

 

인간. 그것도 민간인. 자신처럼 무장한 군인은 한명도 없이, 비무장의 민간인이 눈에 들어왔다.

 

 

 

"이봐요, 정신이 들어요?"

 

 

 

제일 가까이에 있던 중년의 여자가 소리쳤다. 날카로운 쇳소리같은 목소리에 머리를 짚은 대현이 얼굴을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푸른 이끼가 자리잡은 벽. 겨우 시야를 비추는 벽에 걸린 촛불 하나, 그리고 서있으면 어른의 눈높이에나 닿을법한 높이에 자리잡은 쇠철장 덮힌 창문하나.

 

 

"여긴 감옥이에요."

 

 

중년의 여자가 주변을 살피는듯한 대현의 모습에 말하였다. 대현의 눈이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잔뜩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몸은 흙탕물속에서 구르다 온듯 잔뜩 더럽혀져있었다. 그녀의 품안에는 다섯살쯤 되어보이는 아이가 안겨 큰 눈망울을 깜박이며 대현을 바라보고있었다. 여자는 무릎을 꿇은채로 엉거주춤 대현에게 다가왔다.

 

 

 

"다른-,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죠? 당신같이 다른 군인들은...살았죠? 살아서 우릴 구해주려고 준비하고 있겠죠!?"

 

 

"......"

 

 

 

여자의 눈동자가 형형하게 빛났다. 두려움과 간절함으로 떨리는 얼굴을 피해버린채 대현은 말하였다.

 

 

 

"..F지구는 전멸했습니다. 저와 함께 갔던 저희 조도 전멸했구요...중간에 통신기가 고장나버려 알 수 없겠지만..."

 

 

 

감옥 속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깔려있던 두려움이 점차 몸을 점식해갔다. 대현은 그들을 훓었다. 노인, 어린이, 청년, 소녀,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갇힌 그들은 어림잡아 30명도 안되보였다.

 

 

 

"....아마 우리가 마지막일겁니다"

 

 

"...!!!"

 

 

"무슨!"

 

 

"그럴수가...."

 

 

 

두려움은 끝내 남은 희망을 잡아먹고 사람들의 고개를 떨구게 만든다. 아이를 부여잡고 눈물을 떨어트리는 여자에게서 고개를 돌리며 대현은 제 몸을 살폈다. 심하게 다친곳은 없지만 며칠간 영양분없던 식사로 정상적이라곤 못할 몸상태에 대현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참 용케도 안죽고 살았구나, 점차 감옥안을 채우는 울음소리에 대현은 다시 몸을 눕히고 눈을 감았다. 여전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아무것도, 나는 약해, 약해빠진, 나약한 인간. 그래, 빅믹들이 항상 말하던- 우리는 '나약한' 인간.

 

 

 

철컹-!

 

 

"어이, 나와"

 

 

 

귀를 거슬리게하는 쇳소리와 함께 밝은 빛이 감옥 안을 비추었다. 빛무리앞에 선 남자의 모습이 처음엔 눈에 잘 인식되지않아 대현은 눈가를 비비었다. 다시금 바라본 그의 모습은 마치 사람의 모습이여서, 그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엔 잠시 희망이라는 빛이 일었다. 그 빛을 읽은 건지 문에 기대있던 남자는 가볍게 웃었다.

 

 

 

"너희의 언어로는- 그래, 빅믹(vicmit)의 세계에 온걸 환영해"

 

 

 

아무렇지도 않게 그 빛을 쥐어터트리곤, 다시금 웃었다, 칠흙같이 검은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빛났다. 사람들이 한줄로 감옥을 빠져나왔다. 감옥 밖은 꽤나 밝아서 대현은 여러번 눈을 깜박었다. 기다란 복도 중간중간에 인간의 모습을 한 괴물들이 지나쳐갔다. 그리곤 그들을 보며 작게 웃었다. 그 모습 또한 인간같아서 대현은 괴이한 기분이 들었다.

 

 

 

"저게 마지막으로 남은 인간들이라며?"

 

 

"그들을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

 

 

"그냥 죽여버리긴 아깝다고, 그분이 그러셨다는군"

 

 

"저녀석들을 어쩌려는 거지?"

 

 

"어쨌든 곱게 죽이진 않겠지"

 

 

 

저희들을 보며 떠들썩이는 빅믹들에 아까 그 남자가 말하였다.

 

 

 

"너희들, 아직 소식을 못들었나 본데, 모두 광장으로 모이라는 전언이 있었다. 다른 녀석들에게도 알려줘"

 

 

 

남자는 빅믹들 사이에서도 꽤나 높은 직위였는지, 다른 빅믹들은 빙글 웃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갔다.

 

 

 

"알겠어, 영재님. 당신의 말씀이라면야"

 

 

 

대현은 그들이 말한 그 남자의 이름을 곱씹었다. 인간과 똑같은 이름을 쓰는것이 정말로 인간같아서, 어째서 그들과 인간이 다른 존재가 되어야만 했는가를 대현은 고민했다. 인간의 모습을 한 그들의 먹이는 어째서 인간의 피인걸까, 딱히 영양분이 있는것같지도 않은데, 뱀파이어와 같은 종이라고 생각해보기엔- 그들사이에서도 다친 사람이 제법해 피를 흘리는 사람이 있는데도 그들은 전혀 흥분하거나 피를 원하는 모습이 아니였다. 한참동안 꾸불거리는 복도를 걸어가며 대현은 영재라는 남자를 흘깃바라보았다. 저와 비슷한 키에 인상은 차가워보이지만 마냥 험학한 얼굴은 아니다. 오히려 조금은 선해 보이는 얼굴. 하얗기보다는 황색에 가까운...정말로 인간에 비슷한 모습. 대현은 고개를 돌려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점차 느려지는 발걸음들이 이내 멈추었다. 그들의 앞에는 두꺼워 보이는 철문이 하나 존재하였고, 그 주변은 칼이라던가 총같은 무기들이 있었다. 그들이 그것들을 의아하게 보고 있자 영재라는 아까의 남자가 문 앞에 섯다.

 

 

 

"우린 너희에게 기회를 주는거야"

 

 

 

살아서 나갈 기회-,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그가 쥐어터뜨린 희망이라는 빛이 다시 발밑에서 스멀거리며 차올랐다. 영재는 그 빛무리를 보며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멍청하다면 참 멍청다하고 볼 수 있는 인간들의 모습에 기가 찼다. 피어오르는 웃음을 참지못하는 인간들 와중에도-, 영재는 유일하게 멍하니 있는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다른 녀석들은 작게나마 웃고있는 가운데 굳게 다문 입이 꽤나 눈에 들어왔다. 모습으로 보자면 저의 나이와 비슷해보였다. 그리고 다른 녀석들과는 디자인이 확연히 달라보이는 검은색 복장을 하고있었는데, 영재는 그 옷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특히나 제겐 익숙한 옷이였으니. 최전방에서 자신들에 맞서 제 동족들을 쓰러트려갔던 인간의 부대가 입고있던 옷이아닌가, 그나마 우리의 상대가 되어주었던. 재미있겠네, 영재는 그들에게서 한발 물러서 턱 끝으로 무기를 가리켰다.

 

 

 

 

"무기를 잡아, 이 문밖에는 너희가 괴물이라고 불리는 녀석이 있다. 그 괴물에게 너희가 이긴다면 우린 너희를 해방시켜줄꺼다. 여기있는 어떤 무기를 사용하든 상관없이. 너희 전부가 덤벼도 되고, 한명씩 덤벼도 되. 어느 길이 더 빨리 죽음을 좌초할진 모르겠지만, 몇명이 살아남든, 만약 그 괴물을 쓰러트린다면, 너희는 자유가 되는거야."

 

 

 

희망이라는 빛이 잠시 사그라들었다가 그래도 우리 전부라면 한 놈쯤은...이라고 누군가 중얼거리는 소리에 다시 피어오른다. 인간은 정말이지 어리석어, 영재는 나약하게 유지되는 그 빛을 바라보았다. 제 말 한마디면 꺼져버릴 나약함이 우습기짝이없다. 그들에겐 그저 재미를 위한 쇼다. 인간들을 학살하다 질린 동족을 위해 준비한 이벤트같은 것이다. 저녀석들은 목숨이 걸려있지만, 영재는 아까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역시 다른 녀석들과는 다른가, 낮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무기들을 훓고있다. 인간들이 다시 움직인다. 누군가는 총을, 누군가는 대포를, 하나같이 원거리용 무기들만 잡는 모습들에 영재는 설마,하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어떤 괴물이라도 우리정도의 인원이 동시에 쏘면 다 피하지는 못하겠지! 모두 총이나 대포를 들어!"

 

 

 

아, 정말 대놓고 웃을수도 없고, 영재는 작게 고개를 숙히곤 미소지었다.  잠시후면 쥐어터질 저 어설픈 희망참이 정말, 정말이지..

 

 

 

"......"

 

 

"......"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마주친 눈동자에 영재는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아까의 그 남자다. 제 미소섞힌 모습과, 무기를 집어드는 인간들의 모습을 빠르게 번갈아보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는 것이, 저게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것을 알고있나보다. 영재는 그가 인간들을 말리고 새로운 대책이라던가를 세울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남자는 가만히 인간들을 바라보다, 제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곤 제 옆에 벽에 기대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푹 숙여버리는게 아닌가. 영재는 의아함에 그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움직이지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작게 숨만 들이내쉬고 있었다. 마치 그것만이 제가 할 수 일이라는듯, 인간들은 무기를 고르는데 바쁜건지 아무도 그에게 신경쓰지않았다. 조금 더 그를 바라보다가 영재는 문에서 기대던 몸을 떼고는 문을 열었다. 복도보다 더 환한 빛이 복도를 비추었다.

 

 

 

"이제, 나갈시간이야"

 

 

 

어찌되었든, 우리를 즐겁게 만들어준다면야-

 

 

 

 

 

 

 

 

* * *

 

 

 

 

 

 

 

하필이면 바로 옆에서 있다가 제일 먼저 나가게된 대현이 주위를 무미건조하게 주위를 살폈다. 환호성 소리가 들려오고 천장이 사라지더니, 회색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와아아-

 

 

인간, 인간이다-

 

 

대현을 따라 나온 그들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제 앞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마치 고대 콜로세움의 모습처럼, 그들 앞에 펼쳐진 넗은 흙바닥을 둘러싸고 셀 수도 없이 수많은 빅믹들이, 그들을 보며 광기어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사람을 뒤로 문이 닫혔다. 닫히기전 우뚝히 서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대현을 마지막으로 본 영재가 서둘러 위로 올라가 그들이 광장이라고 불리는 곳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앉았다. 전투를 좋아하는 그들의 종족을 위해 만든 경기장이자, 오늘만큼은 그들이 그렇게나 싫어해하는 인간들의 마지막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장소. 영재는 팔짱을 껸채 대현을 바라보았다. 하늘에 뭐가 붙어있나. 도통 눈을 떼지를 않는다. 철컹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인간들이 나온 반대편의 감옥이 서서히 열리고, 우리의 환호성은 더욱 커졌다.

 

 

 

"저게..뭐야...."

 

 

 

누군가 중얼거린 말 뒤로 그들은 정적이였다. 하늘을 바라보던 대현이 고개를 내렸다. 철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반대편 감옥에서 나온것은, 어른의 키만한 덩치의 괴물. 그래 괴물이었다. 사자같은 짐승에 가까운 모습이였지만 알 수 없는 녹색의 염증같은것이 등에 잔뜩 돋아나있고 얼굴이라고 부르는 부위는 반쯤 짓이겨져 알 수 없는 짓물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비이상적으로 부풀어오르거나 허물어진 몸에는 흉터가 가득하였다. 새파랗게 질린 표정들이 총을 떨어트리곤 뒷걸음 쳤다.

 

 

 

"저걸...우리가 어떻게....."

 

 

"말도 안되..."

 

 

 

괴물을 그들을 살피듯 한발자국, 한발자국 천천히 다가왔다. 광장을 메운 함성소리가 종소리처럼 귓속에 울렸다. 탕!하고 총소리가 들렸다. 겁에 질린 누군가가 쏜 총알이 괴물의 몸에 맞고 튕겨져나갔다. 사람들의 얼굴을 더없이 비참해지고, 빅믹들은 그 모습들에 즐거워 어쩔 줄을 몰라하였다. 괴물은 방금 그 총알로 인해 화가난것인지 쇳소리같은 울음소리를 내었다.

 

 

 

"이런게 뭐가 재미있다는 건지...."

 

 

 

발정난 놈들같아, 힘찬의 한숨섞힌 말에 용국이 작게 웃음지었다. 인간들이 겁에 질려 어쩔줄을 몰라 할수록, 도망치다가 그 괴물에 짓이겨 피를 뿜어낼수록 함성소리가 커져갔다. 피와 전투에 미친 녀석들이니, 게다가 마지막으로 남은 인간들이지 않은가, 계속된 전투에 질린 그들에겐 최고의 유흥거리였다. 용국은 어느새 절반채 안남은 인간들을 훓어보다 아까부터 눈길을 끄는 한명을 바라보았다. 검은색 옷. 인간들과의 전투중 가장 자신들을 즐겁게하던 녀석들의 복장. 용국이 팔짱을 낀채 여전히 한심하단 얼굴로 주위를 쳐다보는 힘찬을 툭툭 쳤다.

 

 

 

"심심하면 저녀석은 어때?"

 

 

"누구"

 

 

"저기 검은색옷. 보이지? 우리를 가장 즐겁게했던"

 

 

"까마귀..인가, 다 죽은 줄 알았더니?"

 

 

"한놈이 살아있었나봐, 아까부터 가만히 있는데?"

 

 

"겁먹어서 그런거아니야? 아무리 까마귀녀석들이라도 저건 무리라구, 우리도 잘 제어 안되는 놈인데. 어디서 정말 괴물같은 녀석을 길러낸거야? 그리고 꽤나 흉측하게 생겼다고...풍경에 안좋아..."

 

 

힘찬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럼에도 흥미어린 얼굴로 그 검은색 옷을 입은 남자를 쳐다보고있는 용국에 또 한번 한숨 푹....결국 힘찬도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새까만 복장때문에 그들이 까마귀라고 부르는 녀석들은 용국의 말대로 인간들 중에서도 그나마 재미는 놈들이였다. 무슨 손만대면 픽픽 터지던 인간들이 대부분이였으니, 그나마 인간들 중에서도 좀 싸우는 놈들이였지. 보아하니 저 까마귀녀석을 알아챈게 한두명이 아닌듯했다. 유영재 저게 왠일로 인간에 관심을 가졌다니..별일이네, 어느새 남은 인간들은 5명도 안되었다. 피가 낭자한 광장을 바라보다가 바람을 타고 날아온 피냄새에 힘찬이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셨다. 코를 타고 퍼지는 비린내가 향기롭다.

 

 

"아...냄새 좋다아....."

 

 

 

 

 

 

 

 

* * *

 

 

 

 

 

 

 

콰직!

 

 

 

"꺄아아아악!!!"

 

 

"아아악!!"

 

 

 

또 한명, 피가 분수처럼 터졌다. 남은 사람은 넷, 자신에게 처음 말을 걸었던 중년의 여자, 여자가 안고있는 다섯살된 남자아이, 그리고 중년의 남자하나. 막 제 앞에서 머리가 터진 사람에 중년의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제 손에든 총을 난사했다. 그래봤자 그 괴물의 몸을 꿰뚧진 못해 철컥,철컥 소리가 나는 총을 집어던진 남자가 대현과 대현의 옆에 있던 모녀에게 뛰어왔다. 그리곤 여자의 품 속에든 아이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꺄악! 이게 무슨 짓이에요!! 놔!!! 놓으라고!!!!"

 

 

"너나 놔!! 난 살아야되!! 살아서 나갈꺼라고!! 이 녀석을 저 괴물 놈에게 주면 잠시나마 시선을 돌릴 수 있어!!! 그럼 저기 폭탄을 터트리면 저 괴물 놈은 죽을거야!!! 이 년을 포기하면 우린 다 살 수 있다고!!"

 

 

"웃기지마!! 절대 우리 애는 못죽여!! 못 죽인다고!!"

 

 

"이 미친년이..! 그럼 네가 가! 네가 대신 죽으라고!!!!"

 

 

아이의 울음소리가 터지자 여자가 아이의 머리채를 잡은 남자의 손목을 잡는다. 흔들리던 눈동자가 남자를 바라보았다.그리곤 마구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래요! 내가..! 내가 대신 죽으면 될꺼아니에요!!! 우리 아이는 살려줘요!! 내가 대신 죽을테니까 우리 애는 내버려 두라구!!!"

 

 

 

여자의 울부짖음에 남자가 손을 떼었다. 괴물이 한발자국씩 느릿하게 다가왔다. 괴물을 살피는 남자에게 여자가 여전히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를 꽉 안았다.

 

 

 

"연아, 울지말고 엄마 말 들어, 응? 울지마! 울지말고...저 아저씨 따라가, 연아"

 

 

"엄마..엄마아...나 무서워...집가고 싶어...."

 

 

"울지말라니깐! 저 아저씨 따라가는 거야! 연아, 살아..꼭 살아야되. 살아서..살아서...저것들...저 괴물들...."

 

 

 

아이의 얼굴을 부여잡은 엄마의 손길이 억세진다. 엄마의 눈엔 형형한 빛이 맴돈다. 저 괴물들, 우리의 행복을 짓밟은 저 괴물들..

 

 

 

"죽여버려...반드시 죽여버려....전부 다....연아..."

 

 

"엄마...그런 말 하지마..엄마아...."

 

 

"이봐, 이젠 시간이 없다고!!1"

 

 

"알았어. 알았다구요! 반드시...반드시 우리 애 살려줘야 되요! 반드시!! 살아서 나가게 해줘야되요..!!"

 

 

"알았다고! 빨리가, 저 녀석이 계속 다가오잖아!!"

 

 

 

마지막으로 아이의 어깨를 꽉 쥔 엄마가 곧 아이를 남자에게 밀어준뒤 괴물에게 다가갔다. 하염없이 떨리는 그 어깨를 바라보는 대현은, 그저 가만히 숨을 들이내쉬었다. 비명소리가 들리고, 함성소리가 들리고 아이 울음소리, 살점이 뜯히는 소리, 뼈가 우그러지는 소리. 대현은 고개를 들었다. 우중충하게 먹구름이 낀 하늘이 회색빛깔이다. 쾅!하고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나고, 남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저 괴물의 몸에 폭탄이 먹힐리가, 남은건 자신과 5살된 남자아이하나. 아까부터 가만히 있는 자신에게 전혀 신경을 안쓰는게 짐작한대로 저 괴물의 눈은 이미 맛이 간듯했다. 냄새로 찾기엔 주변에 이미 피가 낭자하고, 남은건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린 아이에게 다가가는 것뿐. 대현은 눈을 감았다. 그냥, 아무것도 하고싶지않았다.

 

 

 

"살려줘요..."

 

 

 

그런 어둠을 들어올리고 다시 피가 낭자한 흙바닥으로 고개를 돌린건, 막 숨이 넘어갈만한 저 남자아이의 엄마가 저를 불렀기때문이였다. 

 

 

 

"우리애...우리애좀 살려줘요...."

 

 

 

몸의 절반은 저 괴물에게 짓이겨진채, 하나 남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제 자식을 살려달라는 여자의 반만 남은 입술에 대현이 고개를 들었다. 저 괴물도 아이가 마지막남은 먹이감이라는 것을 아는지, 다가가는 발걸음이 느릿하다. 

 

 

 

"제발....우리 아기 좀...살려 주세요...."

 

 

 

끝내 여자는 뜬 눈으로 저를 바라본채 더이상 움직이지않았다. 어느새 울음을 그친 아이는 터져나오는 딸꾹질을 막으려 제 작은 양손으로 제 입을 틀어막았다. 히끅, 어깨가 풀썩거리며 떨리는 모습이 괴물에게 제 몸을 갔다바친 여자의 어깨가 생각나버렸다. 대현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움직였다. 

 

 

 

투둑, 툭   

 

 

 

꽤나 시커멓더니, 결국 먹구름이 빗방울을 떨어트렸다. 아직 적실 정도는 아닐만큼, 아이를 향해 움직이는 자신을 보고 광장은 조금 조용해졌다. 함성소리대신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제가 입은 이 검은색 옷때문이라는 것은 알고있지만 대현은 그저 걸어갔다. 호흡하는것 말고 할 수 있는게 생겼다.

 

 

 

'우리 애좀 살려줘요'

 

 

 

대현은 걸었다. 마치 산책가는것마냥 걷는 걸음소리에 아이에게 다가가던 괴물이 발을 멈추고 대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소리를 들으려는 듯 귀를 기울였다.

 

 

 

"히,끅...!"

 

 

 

아이가 눈물어린 눈동자롤 자신을 바라보았다. 대현은 아이가, 광장안의 모두가 자신을 바라본다는 것을 느꼈다. 대현은 숨을 들이마쉬었고, 괴물을 몸을 틀었다. 곧, 몸을 숙이는 괴물의 모습에도 대현은 걸음을 멈추지않았다.  납작하게 엎드렸던 괴물의 몸이 빠르게 아이에게 튀어올랐다. 아이가 비명을 질렀다.

 

 

 

'우리 아기 좀 살려주세요" 

 

 

 

 그와 동시에 대현은 바닥을 박차올랐다. 아이에게로 가까워지는 괴물에게로는 왼손을, 오른손으로는 아이를 감싸안았다.

 

 

 

'제발'

 

 

으득!

 

 

 

흙바닥위로 피가 떨어졌다. 손끝에 엉킨 질척거림에도 대현은 주먹을 풀지않았다. 품안에 안긴 아이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제 심장박동보다 빠른 템포에 작게 아이의 등을 쓸어주며 대현은 위를 바라보았다.

 

 

 

툭,

 

 

 

볼 위로 제 핏방울이 떨어졌다. 왼손에 혀를 잡힌 괴물이 입을 다물지못해 이빨이 박힌 왼손은 아직 제 몸에서 떨어져나가지않았다. 작게 발을 구르던 괴물이 곧, 제 아래 깔린 대현에게 발톱을 들이대었다. 대현은 저와 괴물의 몸통 사이로 빠르게 아이를 굴려보내고 자유로워진 오른손을 뒷주머니에 넣었다. 볼에 떨어진 핏방울 위로 빗방울이 떨어졌다.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붉은 빗물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대현은 뒷주머니에 있는 칼로 괴물의 배를 찔렀다. 그와 동시에 괴물의 혀를 잡고있던 왼손을 힘주어 빼내었다. 손에 잡힌것이 뽑아나오고, 좌우로 길게 가른 배에서 피가 터져나왔다. 괴물이 알수없는 소리를 질렀다. 저를 향하는 발톱을 피해 몸을 한바퀴구른 대현이 가른 배속으로 손을 넣고는 빠르게 뛰는 그것을 잡아뜯었다. 손끝에 느껴지는 박동에 입술을 짓이겼다. 괴성을 지르며 흙바닥을 구르던 괴물은 한차례 몸을 크게 비틀더니 몸을 부르르 떨다가 이내 더이상 움직이지않았다. 그와 반대되게 여전히 제 심장소리와 비슷하게 뛰고있는 손에 잡힌 붉은 덩어리를, 대현은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콰직,

 

 

 

 

그리곤 발로 짓밟았다. 두어번 짓이기자 괴물의 심장은 형체조차 알 수 없어진 붉은 자국이 되버렸음에도, 대현은 손끝에 남은 심장박동에 그 붉은 자국을 계속 발로 짓이겼다. 한방울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점차 굶어졌다. 광장안은 어느새 빗소리에 잠겨 함성소리도, 웅성거리던 소리도 사라졌다. 대현은 이명처럼 귀를 울리는 소리에 손에 힘을 풀었다. 철커덩,하고 칼이 떨어졌다. 머리카락을 폭삭 젖힌 비가 자꾸만 울부짖었다.

 

 

 

'우리 애좀 살려주세요'

 

'우리 아기좀 살려주세요'

 

'제발'

 

 

 

이게 뭐라고, 전쟁터를 뒹굴었던 대현에게, 죽음은 익숙해진 것이였는데, 죽기전의 부탁도, 익숙해져버린 것이였는데, 대현이 고개를 돌렸다. 바닥에 쎄게 부딪혀버린건지 아이는 기절한채 몸을 웅크리고 있다. 대현은 아이에게 다가갔다. 질척해진 바닥이 대현의 발목을 잡고 늘어졌지만, 대현은 그저 가만히 걸었다. 손끝에서 붉은 빗방울이 떨어져나갔다. 대현은 바닥에 몸을 눕힌 아이에게 몸을 숙이곤 아이를 안아들었다. 인간의 모습으로 놀란채 자신을 바라보는 빅믹들을 무미건조하게 훓으며, 대현은 마침내 그와 눈을 마주쳤다. 영재는 저와 눈을 마주한채 피하지않는 대현에 당황하였다. 당연히도 그들은, 인간들이 모두 죽을거라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었기에, 살아남은 저 둘을 어찌해야되나 난감해졌다. 지구에 남은 마지막 두 인간. 재미있어 죽겠다는 눈으로, 용국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B.A.P/대총] VICMIT _01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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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잘 봤어요! 글 분위기가 너무 좋네요..ㅎㅎ
8년 전
독자2
아정 말 다음편이 기대되는군요!!!!! 졸려웠는데 잠이 다 깰정도!!!!!!!!!
8년 전
비회원29.30
와 진짜 좋아요!ㅠㅠ 스케일이 장난이 아니예요 이제서야 이걸 보다니.. 작가님 다음편은 언제 연재해주실건가요?ㅠㅠㅠㅠㅠ완전 재밌는데..
8년 전
비회원245.107
재밌다....다음편 기대하겠습니다!!!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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