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Fantasy
손을 뻗었다. 자꾸만 뿌얘지는 시야 사이로 겁을 먹은듯한 너의 표정이 보였다. 살려줘,살려줘 민규야 토막토막 끊겨져 나오는 말들로 너에게 중얼거렸다 살려달라고 나좀 여기서 구해달라고. 너에게 물린 상처에선 피가 흐르고 손으로 막으며 몸을 둥글게 말아도 목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몸을 찢어내는 고통이였다. 불에 데여도 이것보단 덜 아플거라고 생각할만큼 몸서리쳐졌다. 민규야..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주저앉은채로 뒤로 주춤 거리는 너의 발목을 붙잡았을 때 너는 잔뜩 질린 얼굴로 내손을 쳐내곤 빠르게 도망가버렸다. 컥컥거리며 숨이 막혀오고 피비린내와 함께 올라오는 나무의 냄새는 나를 더욱 괴롭혔다. 거울에 비춰진 내 모습이 괴로움으로 다가오고 변해가는 눈동자색에 파득거릴때 누군가 내손을 꽉 잡았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났다.
"원우야"
"....하아"
"...괜찮아?"
걱정스러운 눈을 하고 나를 보고있는 형을 끌어안았다. 형의 하얀 옷에 내 땀방울이 묻어나 자욱을 만들어내도 어린아이가 엄마의 품을 찾듯이 그렇게 계속 품을 파고 들었다. 무서웠고 또 아팠다. 다시금 돌아가는 듯한 시간에 다시금 느껴지는 고통에 펑펑 눈물을 터뜨려내자 가만히 내등을 토닥이던 형이 이마에 입을 맞췄다. 괜찮아 원우야, 괜찮아. 다정한 목소리로 한참을 나를 달래려 안은 팔에 힘을 주고 있는 형의 품에서 한참 울다 눈을 감았다. 조금만이라도 다 잊고 편하게 잠들고 싶었다.
* * *
막막했다. 지훈을 어둠으로 몰고간 지하실의 문은 열리지 않았고 힘없이 주저앉아 한참을 생각했다. 지훈이의 손을 잡을지 아니면 원우의 손을 잡을지. 솔직히 후회도 많이 했다. 원우를 그때 그렇게 버려두지 않았다면 내가 그때 원우를 살렸더라면 이렇게 서로에게 상처를 남길일이 없었을텐데. 입술을 깨물다 밝아오는 아침에 옷을 갈아입고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는 가방을 어깨에 걸쳤다. 거실에 싸하게 멤도는 공기에 한숨을 푹 쉬다 밖으로 나와 학교로 한참을 걸어갔다. 새벽의 공기가 나를 반기고 멍하니 생각없이 한참을 걷다 눈앞에 보이는 인영에 걸음을 멈췄다. 원우야. 내부름에 원우는 나를 돌아보며 웃음을 지어주었다. 햇살이 내린듯 밝은, 내가 널 처음봤을때의 그 웃음을.
"민규야, 일찍 왔네?"
"그러는 너도"
"잠이 안와서.."
묘하게 달라진 이유는 너도 나와 같은 사람이 되었다는 것. 그거 하나였다. 전처럼 내 손을 잡고 어깨에 기댄채로 나란히 등교를 하는 너와 내 모습을 본 승관이 표정이 조금씩 굳어갔다. 둘이 뭔사이냐고 물어보지 않는걸 보면 대충 눈치를 챈걸까. 그냥 하나하나 의심이 드는것도 생각을 많게 하는것도 많아졌다. 좀 쉽게 쉽게 가고 싶은데 그게 안되는건가, 아니 안되는 걸까. 지훈이를 애써 머릿속에서 지웠다. 지금은, 지금은 내 손을 잡고 있는 이아이가 나에겐 더 소중했다.
그게, 이지훈한테 못할짓이라도.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 * *
잠이 들기 무섭게 하얀 방이 나를 반겼다. 눈이 아플정도로 하얗고 또 하얬다. 옥죄고 있는 이불을 끌러내리고 일어서면 하얀 방바닥 위로 빨갛게 물든 내 발자국이 찍혔다.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게 어디인건지, 도대체 무엇인지. 알길이 없었다. 조심스레 방을 둘러보다 밖으로 나오자 빛이 쏟아져 내렸다. 자연스레 주춤하며 얼굴을 가리고 하늘을 바라보자 구름이 흘러가다 햇빛을 막아주었다. 시선을 내려 고개를 돌리면 주변엔 온통 학생들이였다. 혹시나 싶어 조금 더 고개를 돌리자 운동장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는 민규와 한솔이 그리고 나와 원우가 보였다. 저때 우린 참 좋았는데.
"아아 김민규우 나 줘 응? 나주세요"
"와 전원우 애교 부리는거야?"
"뭐 최한솔 불만이냐?"
"맨날 싸워 왜"
최한솔 짱싫음. 유치하게 말을 뱉으며 나를 끌어안는 원우의 모습이 보이고 눈물이 눈가에 고였다. 너는 날 저렇게도 좋아했었는데, 너는 날.. 정말로 사람처럼.. 대해줬었는데.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부들부들 떨려오는 손이 하얗게 질렸다. 행복했던 기억들이, 하나둘씩 눈앞으로 지나갈때마다 조금씩 무너져 내렸다. 나에게 설렌다는 표정으로 너의 이야길 해줬던 그때, 나를 아낀다면서 항상 옆에 붙어다녔던 그때 나는. 널 조금 더, 조금 더 좋아했어야했는데. 우리가 어리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나는 널 그렇게 만들지 않았을텐데. 나는 그때 민규가 너무 좋아서, 그래서 너가 너무 미웠어 원우야. 소리 없는 울음이 터졌다. 주저앉은 내 시야로 내가 민규 몰래 혈액을 섞은 음료수를 건넸던 모습이 들어왔다. 저잔만 아니였으면, 저때에 너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이지훈"
"어?"
"전원우가 너 많이 아끼는거 알지?"
"....."
"너도 좀 잘해줘, 우리 원우한테"
퍽이나 다정하게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너의 이야길 웃으며 하는 민규가 미웠어, 그땐 그래서 나는. 그러니까 나는. 깔끔하게 시야가 지워지고 다시 하얀방에 홀로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은 핏방울이 되어 바닥을 수놓았고 들려오는 너의 비명과 민규의 겁먹은 목소리가 나를 괴롭혔다. 그만해, 그만 귀를 막고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그일이 이렇게 우리를 힘들게 할 줄 알았다면 나는 그러지 않았을텐데, 내가 너무 어리석었어. 미안해, 미안해 원우야.
네 안녕해요 다들?! 오늘은 셋의 과거가 몽글몽글하게 나왔네요 하하하하하 대충 다 눈치를 채셨겠죠..?
음 하루하루 글을 쓰니까 아이디어가 딸리지만 항상 재밌게 봐주셔서 늘 감사해요 사랑합니다!
암호닉 ; 화상 송송이 구피 뿌뿌뿌 윤천사 하리보
내님들 애껴요 하트 내님들 모두 사랑해요 오늘도 수고많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