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1641366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팬픽 공지사항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 노래가 끊기는 점은, 되도록 빨리 수정해서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DOKS 혹은 D.O.

 

 

도경수를 하나의 브랜드로 따졌을 때 불리는 명칭이었다. 처음엔 이름이 개냐며 비웃을 따름이었지만 스펠링 하나하나 숨겨진 내적의 뜻은 내가 흘린 비웃음에 대한 수모를 겪게끔 만드는 게 당연했다.


 

정확히 뭐하는 회사인지는 관심이 일제히도 없다만 전 세계적으로 존나게 유명하다는 건 이미 인터넷으로 닳고 닳을 정도로 봐서 알고 있다. 음식이면 음식, 음악이면 음악 등, 여러 다방면으로 퍼지는 회사는 내가 인정하기 전부터 승승장구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모든 분야에서 빈틈없이 명성을 알리고 다닌다는 것. 그걸 빌미로 국내를 휘어잡고 있다는 것. 머지않아, 도경수가 세계시장을 휘어잡지 않을까. 도경수를 평가하는 브랜드 평론가는 물론 문화 평론가까지 도경수를 이렇게까지 극찬했다. 우리는 이미 도경수라 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휘어 잡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평론가들의 얘기에 입을 떡하니 벌릴 지경까지 이르렀다.

 

 

도경수에게 독심을 품고 있었는지 도경수를 까는 기사들이 하나둘씩 나올 때마다 좋아요를 백만 개씩 누를수 있을 만큼 악바리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당당히 자부할 수 있었다. 왜냐고 묻는다면, 가차 없이 물음에 대답할 수 있었다. 도경수는 날 가만두지 못해서 안달이었다.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잊어버릴 줄 알았건만 기억력은 또 오지게 좋은지 제가 하기 싫은 티를 내면 그 사건을 다시 들추며 협박하는 꼴이 정말로 우스꽝스러웠다. 그러니까, 그 협박을 인화해서 풀어보자면 나는 갑이고 너는 을이니 덤비지 말고 저리 짜지라는 소리였다 이거다. 제 심장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악, 내 쿠크. 괜히 오기가 생기는 마음에 그 사건 발생 이후로부터 도경수에 대한 기사나 얘기들은 귀를 열어 알아보기 시작했고 그 결과로 도경수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파악은 마쳤는데. 문제는 바로 이 상황이었다. 그냥, 도경수 대란에 숟가락을 끼얹은 것만 같았다. 쏟아져 나오는 기사를 대충 흘겨보며 스크롤을 내렸다.

 

 

 

 

[ ...괜찮아요? ]

 

 

 

 

아주 조용하던 어느 날 도경수를 대상으로 인터뷰 기사가 나온적 있었는데, 거기서 도경수는 말했다. 우리가 접히지 않은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씩 건들여 볼 예정이라고. 이런 도경수의 인터뷰에 극찬하고 환호하는 사람들은 많고도 많았다. 그 바늘 따라가는데 실 따라간다는 속담 처럼. 역시라는 단어는 도경수의 옆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역시 도경수. 역시 도대표. 도경수는 어딜 가거나 극찬을 받기 마련이었는데 그 접하지 않은 모든 것에 패션이 포함되어있다는 건 물론 그 분야가 회사의 지분 반을 차지할 거라는. 이전 프로젝트를 미루고 패션사업을 위로 끌어올려 DOKS 와 또 다른 브랜드로 만든다고. 이게 뭔 개똥같은 소리인지 당최 이해를 못하겠다만 하나둘씩 올라오는 개인적인 견해들을 훑어보면 그냥, 회사를 하나 더 설립한다는 말이었다. 이 인터뷰가 알려지는 순간 도경수는 논란의 화제 중심에 섰고 그에게 쏟아지는 건 온통 물음표 천지였다. 존경의 시선을 건네는 게 아닌 물음표. 아무 상관없는 내가 왜 이 일에 신경을 써야 되나 싶기도 했지만 솔직히 이해가 안 되는 건 맞았다. 도경수를 큰 틀로 잡고 그 틀 안에서 분야들만의 자리가 있기 마련인데 분야들 중 패션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작았던 데다가, 세계시장을 휘두를 정도로 큰 손을 가지고 있던 도경수가 유일히 눈길을 두지 않는게 패션이기도 했고, 도경수는 말 그대로 한 공장의 총괄을 맞는 거지 그 분야를 세세하게 다를 수도 없기에 분야마다 담당하는 디렉터들이 있다고 들었다. 이런 식으로 갑작스레 브랜드를 빼낸 이유는 뭔지. 단순히 새로운 시장의 호기심으로 발을 들이는 것 밖에 안 보인다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전체적으로 기대는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말을 들어보면 회사 간부들까지 도경수를 말리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기사에 나와있었는데…….

 

 

 

 

[ 뭐가. ]

 

 

 

 

자기가 관심 있는 거 외엔 일저히 손도 대지 않는다는 도경수의 원칙을 순식간에 깨버리고 만든게 DOKS의 또다른 이름. D.O.였다.

 

 

기사 봤어요, 괜찮냐구요.

 

 

이미 실시간 검색창에 떠있는 건 어김없이 도경수로 도배 돼있었다. 실시간 검색창이 전부다 도경수로 도배된 걸 보면 벌써부터 기사가 수두룩하게 났다고 파악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볼을 긁적였다. 도경수를 깔땐 언제고 왜 이제 와서 친한 척이겠냐만은 속이 상하는 건 도경수에 대한 수도 없이 올라오는 기사의 수와 비례했다.

 

 

 

 

[ 그게 왜. ]

 
[ 괜한 곳에 신경 들이붓지 말고 민석이나 잘 챙겨. ]

[ 잔소리 듣기 싫으면. ]

 

 

 

 

기승전 민석이. 꽤나 공들였던 질문이 이렇게 차갑게 내쳐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도경수 다운 대답이다. 턱하고 막히는 숨이 헛웃음으로 변해 뱉어지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신경 쓰지 말고 민석이나 잘 돌보라는 전형적인 아빠의 대답은 일하기 싫다는 핑계로 기사나 찾아보고 있던 내게 정곡을 찌른 거나 마찬가지였다. 강선생이 신상을 샀다고 발라줬던 립스틱이 옅게 발라져있는 입술을 혀로 훑었다. 사람이 선의를 베풀면 선의로 받아줘야 한다고 배웠다. 괜히 모르게 자존심이 짓밟히는 기분은 숨길래야 숨길 수가 없음을 알았을 때 결국엔 표정을 마구마구 구겼다. ……걱정해줘도 지랄이야. 복수가 살짝이나마 첨가된 분노감이 점점 끓어올라 머리끝까지 차오를 때 휴대폰은 다시 한번더 밝은 빛을 내며 소리를 연속으로 내뱉었다.

 

 

 

 

[ 또 싸가지없게 말했다고 삐지지 말고. ]

 

 

 

 

싸가지 없는건 자기도 아나보다…….

 

 

 


[ 걱정 안 해도 될만큼 알아서 잘 케어하고 있어. ]

 

[ 걱정 말고 일이나 해. ]

 

 

 

 

" 허, 누가 걱정했다고. "

 

 

 

 

착각도 유분수지. 어이가 허를 찌르길 반복했다.

 

 

 

 

[ 오늘은 민석이 데리러 내가 갈게, 전해줄 것도 있고 해서. ]

 

[ 먼저 가지 말고 기다려. ] 

 

[ 얼굴이나 보자. ]

 

 

 


 

 

 

결과는 보란 듯이 대박이었다. 땅을 치고 후회하고도 남을 부정적인 의견은 뒤로 결과는 당연하게 엄지를 들수 있을 정도로 포털사이트를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오늘도 여전히 검색창에 도배를 하고 있는 도경수를 이어 미친 듯이 올라오는 기사들을 하나둘씩 읽어볼 테면, 한마디로 그냥 역전의 결과를 불어 일으킨 것이었더랬다. 약간의 조소를 머금고 있는 도경수의 사진이 제 휴대폰 화면 대문짝에 위치해 있는 걸 뚫어져라 주시했다. 아마, 조만간 도경수 서사로 된 창업 종류나 자신의 라이프를 그려내는 책 (그냥 지자랑.) 이 나올것 같다는 내 예감은 틀리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기사 내용은 이러했다.

 

 

날린 돈과 쏟아부은 돈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하늘을 치솟았다. 확률은 50대 50으로 그냥 도박의 판을 치는 거나 다름이 없는 경우였다. 기대는 저조했지만 확신과 믿음 하나로 밀어붙였다는 말을 이어 꽤나 이번 사업에 힘을 많이 실었다는 인터뷰 내용에서는 유명하다고 꽤나 이름 날린 디렉터들과 디자이너들을 사재 끼듯 모은건 물론, 자기가 직접 디렉팅을 했다고 도경수는 말했다. 기존의 프로듀싱하고 있던 디자인을 한마디로 갈아엎고 새판을 갈아끼웠다는 브랜드 소개의 덧붙힘과 일부 모델들이 옷을 착용해 찍은 사진까지. 보여줘도 되나, 하고 궁금증을 가질 정도로 도경수는 그 자그마한 인터뷰에서 짧은 문장 안에 모든 걸 보여줬다. 입을 떡하니 벌렸다. 당시에 했던 인터뷰가 기사화되고 논란이 많이 있었다며 이에 대해서 묻는 기자에 아무 상관 아니라는 듯 도경수만의 말빨로 자연스럽게 넘어감을 보여줬다. 역시 도경수. 기자 특성상 특종을 잡아야 돈벌이가 있는걸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지만 안 그래도 성격 거지 같은 사람한테 예민한 부분을 들썩이며 살살 긁는건 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도경수는 도경수가 맞다는듯. 대처는 이세상 최고라고 믿을 정도로 흐트러짐을 개미 똥만큼 보여주지도 또 들춰내지도 않았다. 이런 부분이 꽤나 흥미를 불어 일으키기도 했다. 말빨이 아주, 더럽게 쎄서.

 

 

사실, 나도 몇개 구입해 입을 정도로 디자인은 쩔었다. 국내에서는 물론이오, 해외에서까지 대박을 쳤다 더래서 회사는 이미 축제 분위기였고 이에 대한 기사들을 따려 이곳저곳 연락을 넣는 기자들 때문에 도경수는 나에게 연락을 일저히 하지도, 닿지도 않았다. 고생을 했던 모양이었다. 매일같이 닥달을 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는 도경수는 민석이나 잘 챙겨주라는 문자를 뒤로 아무 소식도 없었고 난 그 소식을 인터넷으로 하나둘씩 접해야 했다. 그러니까, 내가 먼저 문자를 보냈겠지. 마지막 문자를 나타내는 기록들에 달은 8월이 아닌 7월을 표시해있었고 꽤나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걸 짐작하게 만들었다.

 

 

 

 

 

 

 시대의 순애보

 

 

 

 

 

 

 

" 선생님. "

 

" ……어, 민석아. "

 

" 아빠, 아빠 언제 와요? "


 

 

 

오늘도 수고했다는 강선생의 토닥임을 뒤로 교무실은 고요함에 휩싸였다. 아아, 피곤하다. 저절로 탄식이 흘러나왔다. 요 근래에 밀리고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제 몸 겨룰 시간도 없었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뻐근한 어깨와 이리저리 저리기 시작하는 팔 부근을 급하게 주물렀다. 일할 때는 미처 몰랐던 통증이 왜 이때서야 느껴지는지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었다. 멀찍이 떨어져 있던 쓰나미가 잔잔한 파도를 패연히 덮친 기분이었더랬다. 제 데스크에 놓여진 파스는커녕 들어있지도 않은 빈 봉지에게 포커스를 옮겼다. 파스가 제 인생의 원동력이라 덧붙일 정도로 달고 사는 게 매일 매일이었는데 타이밍은 거지같이 뚝 떨어진 파스에 약국을 가자, 하고 생각했던걸 따르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여름의 흔적에 의해 봉지가 작게나마 흔들렸다. 빈 봉지가 바람에 맞 부딪혀 나는 소리는 고요함을 유지하던 교무실의 분위기를 한순간에 흐트러지는데 한수 해보였다. 소리가 굉장히 거슬렸다. 머리를 작게 흔들며 강선생을 따라 의자를 뒤로 재끼고 그위에 등 언저리를 겹쳤댔다. 눈을 감았다. 그냥, 나른해 뒤질것만 같다.

 

 

 

 

" ……선생님. "

 

 

 

 

팔 부근이 꽤나 간질거리던 느낌이 몸에 들어서게끔 만들던 주된 원인은 다름 아닌, 민석이었다. 누가 봐도 푹 잔듯한 포근한 느낌을 주는 상기된 두 볼과 붕뜬 머리, 부분 부분 베게 자국이 낙인 되있는 모습을 하고선 눈을 연신 꿈벅 거리는 민석이의 모습은 곧바로 몸을 베베 꼴 정도로 귀여웠다. 씹덕체의 끝판왕이다, 시발. 입가에 대롱대롱 매달린 물방울은 침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도경수 밑에서 이런 자식이 나올 수가 있는지 정말로 의문이었다. 뺀질 하기 그지없는 도경수와는 달리 이질적으로 판단을 내렸을 때 성격하며 행동 하나하나에 묻어 나오는 씹덕의 표본 하며, 그냥 존제 자체로도 닮은 점이 하나도 없는데 도대체 어디가 도경수의 2세라는 건지. 아마, 토론 100분에 나가도 적합할 정도로 이 주제에 대한 수많은 논쟁과 다툼이 있을 거라 예상했다. 모찌모찌한 볼이 옴짝달싹 움직이며 앳된 목소리가 한적한 교무실을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또 다시 선생님을 부르며 시선을 맞추는 민석이를 뒤로 의자를 집어던지고 금방이라도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했다. 손끝이 간질거렸다. 허억, 허억……! 작디작은 손을 제 팔위에 올려두며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을 원하는 듯 물음을 던지는 민석이를 급히 제 품에 안아들었다.

 

 

 

 

" 어, 그건 나도 잘……. "

 

 " 아빠가 물어보면 다 가르쳐 준댔는데. "

 

" … …. "

 

" 선생님이 다 가르쳐 준댔는데……. "

 

 

 

 

아무래도 도경수가 민석이에게 밑밥을 깐게 분명했다. 그럴 리가 없다면, 이렇게 민석이가 제 옷깃을 쥐고 올려다 볼 이유가 없지 않냐라고 확신할 수 밖에 없을 터였다. 아주 뿌려도 거름 깔듯이 철철철 뿌려놨나 보다. 설사 같은 놈. 저렇게 여린 애한테 악질 같은 밑밥을 투척한다는 것도 모자라 이상한 찌라시까지 주입시킨 걸 보면 자기 자신이 똥보다 못한 놈과 비례해도 마땅할 정도로 인정하는 수였다. 제 허리께의 옷깃을 그러 쥐고 있는 작은 손을 매만졌다. 머릿속에 드리워지면 질수록 잡쳐지는 기분을 어떻게 숨길 수가 있을까.  아마, 돈으로 환산해봐도 어느 정도는 나오겠다만……, 그래도 존나 개취급을 받고 있다고 확신할 정도로 구려지는 느낌을 얼굴에다가 곧바로 표출해냈다. 그 새끼한테 당하고 굴려지는 게 얼만데, 시발. 급격히 미간이 좁혀졌다. 입안에 미친 듯이 고여지는 침을 면상에다가 뱉고 싶을 지경에 이르렀다.

 

 

 

 

[ 5분 후에 도착. ]

 

 

 

 

제 데스크에 놓여진 휴대폰이 내는 상큼한 소리를 뒤로 멍하니 쳐다보기도 잠시 곧바로 잡아들었다. 저 개새끼를 제 휴대폰에 저장하는 날에는 제 손에 지장을 찍을 것이라 다짐하고 저장을 하지 않았던 게 화근이 되기는 개뿔, 간결하게 단어들을 문맥에 맞춰서 보낸 텍스처는 누가 봐도 도경수였다. 꽤나 과하게 비유하자면, 괜스레 서류를 검토해보는 느낌이었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건 기분 탓이라 생각했다. 민석아, 애비님이 5분 후에 도착하신단다. 하하, 시발. 또 그 새끼를 웃는 얼굴로 마지 해야 한다는 게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미친 듯이 끓어오르는 욕구를 가라앉히려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미지근한 게 입안을 감싸는 느낌이 영 좋지 않다.

 

 

 

 

" 민석아, 아빠 거의 다 도착하셨데. "

 

" ……정말요? "

 

" 아빠 오시기 전에, 빨리 코코몽 하고 뽀로로 챙기러 갈까? "

 

 

 

 

아빠가 그리도 좋은지 시무룩해있던 낯빛에 금세 웃음이 드리워지는 걸 보면 어린아이가 맞구나 싶었다. 이래서 유치원교사 할맛이 나는가 싶었다. 민석이를 비롯해 다른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바라볼 때면 저절로 미소가 입가에 그려지는 건 어쩔 수 없는 판단 어린 상황이었다. 빨리 가자며 제 옷깃을 잡아끄는 민석이를 다시 고쳐들며 콧잔등을 작게 튕겼다. 정말로, 귀여워 미치겠다. 유치원은 항상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말과 비례해, 행복 가득한 미소를 머금고 사는 아이들을 보는게 하루하루 일상화 됨으로써 힘들어지기커녕 어느새 삶의 원동력과 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한 자질이었다.

 

 

 

 

" 민석이는 아빠가 그렇게 좋아? "

 

" 으응, 아빠가 최고에요! "

 

 

 

 

민석이는 악질 같은 저 새끼가 그렇게 좋나 보구나. 꽤나 힘들게 돌려서 말한 물음에 돌아오는 대답은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엄지를 치켜드는 민석이의 손이었다. 민석이의 광대는 물론 제 광대가 슬며시 올라감을 느꼈다. 곱게 접은 눈으로 시선이 맞닿았다. 제발, 소원이 있다면. 도경수의 지랄 맞은 성격은 닮지 않았으면.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그런 신사 같은 남자로 커줬으면. 그냥, 도경수의 모든 것을 닮지 않았으면…….

 

 

제 품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사물함으로 아장아장 걸어가는 민석이를 뒤따라 걸어가면 자신의 키도 훌쩍 넘어 보이는 사물함 문을 능숙하게 열어 재끼곤 가방을 꺼내 차곡차곡 자신의 물건을 담기 시작하는 동그란 뒤통수에 손을 얹어 보였다. 제 손가락 사이사이로 감기는 머리칼의 느낌이 좋다. 찰랑찰랑 거린다. 이건 뽀로로, 이건 코코몽…… 이건, 아빠 선물! 가방을 우악스럽게 펄쳐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장난감들을 하나둘씩 집어 들어 가방에 넣다 말고 돌돌 말아져있는 도화지를 잡으며 중얼거리는 민석이의 얼굴엔 미소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마, 고사리 같은 손에 쥐어져있는 흰색 도화지는 오늘 수업시간에 그린 그림 일거라 작게 짐작했다.

 

 

좋아하는 것이나 사람을 주제로 그림을 그린다는 수업에 제일 좋아하던 게 민석이었다. 도화지를 하나둘씩 나눠준다는 내 말에도 첫 번째로 튀어나온 게 민석이었고, 제일 먼저 자신 있게 그림을 제출한 것도 민석이었다. 그냥, 수업시간에 제일 참여를 열심히 한 게 누구냐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민석이라 말해줄 수 있을 만큼이나 활발했더랬다. 누가 봐도 자신과 아빠라고 깨닫게 하게끔, 도경수와 손을 맞잡은 채로 풀밭에 서있는 모습을 연상케하는 그림을 숨이 넘어갈 뜻하게 설명해대는 민석이를 대충 안아들고 칭찬을 해준게 몇시간 전인데. 수업시간에도, 노을이 져가는 지금의 시점에도, 민석이는 빨리 자랑하며 아빠한테 안기고 싶다는 마음이 전해져올 정도로 도화지 끝 부분을 매만지며 아빠를 애타게 찾았다.

 

 

 

 

" 금방 오신다고 했……. "

 

" 민석아. "

 

 

 

 

5분 하고도 훨씬 지난듯 시간이 훨씬 지체되버린 것 같은데, 도경수는 나타날 기미를 일체히 하지 않았다. 제 손목에 차인 시계의 표면 부분이 꺼끌거렸다. 매사에 약속이란 약속은 칼같이 지키는 사람이 단숨에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꼴이란. 정말로 풉, 하고 웃음이 나올 터였다. 이래놓고 나한테 고 나리질을 해? 하며 화가 끓어오를 지경에 약간의 굉음을 내며 유치원 문이 열렸고 그 문틈 사이로 보이는 건, 역시나 도경수였다. 검은 양복에, 말끔하게 올린 머리하며 재킷 사이로 빠져나오는 고급진 메탈 시계가 저를 확실히 주눅 들게 만드는데 한수했다. 어깨가 점점 위축되는 걸 느꼈다.

 

 

 

 

" 오늘도 수업 잘 들었어? "

 

" 응! "

 

" 선생님이 민석이 잘 챙겨줬고? "

 

" 응, 민석이 예뻐해 줬어. 선생님이! "

 

 

 

 

자신에게로 달려가 안기는 민석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던 도경수는 물었다. 막, 이렇게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막, 안아주고 그랬어! 괜스레 민석이한테까지 감시 받는다는 기분이 느껴짐에 소름이 오도도 돋는건 기분 탓일 거다. ……이런 모습이 영 어색해야 말이지. 남몰래 고개를 저었다. 시선을 거두는 낯빛에는 달달한 꿀이 첨가돼있는 것만 같다. 보기만 해도 끈적하게 녹아버릴 것 같은 도경수의 모습은 전형적인 아빠의 모습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긴, 아빠니까. 제가 묻고 제가 대답하는 이 상황이 우습기 짝이 없었지만 정확하게 딱딱 들어맞는 확답들은 어려운 퍼즐을 손쉽게 풀어 나가는 것처럼 이나 가벼웠다. 입가에 미소가 드리워지는 걸 느꼈다. 서로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 모습이 꽤나 보기 좋았다.

 


갑과 을이 아닌, 학부모와 선생으로. 공식적인 만남을 가주했을 때의 첫 만남은 지금과는 다른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그 낯섬에 치를 떨었다지, 내가. 그때의 아빠 다리 맡에서 낯을 가리고 있던 민석이를 이어 그런 아이를 달래주지도 그렇다고 이 나이때 부모들은 다 한다는 그 기본적인 작별 인사도 하지 않은 체 등만 떠밀어줬던 도경수의 첫 모습은 날카로웠더랬다. 삼류 드라마에는 나오는 요소는 기본으로 깔아, 재벌 아빠와 그 2세 아들 사이에는 각종 트러블이 생기기 마련이었던 것처럼 보기만 해도 둘 사이에 자그마한 벽이 있을 거라 예상했을 터였다. 상황들이 머릿속을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갈 때 탄식 어린 한숨을 작게 내뱉었다. 하루 사이에 아이에 대한 모든 가정사를 알아버린 탓이었는지, 그냥 바짓가랑이나 붙잡고 있는 아이가 불쌍해서 그런 거였는지. 첫 만남 때부터 왜 이런 편견을 가져버렸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닐때 그 원인은 아마, 도경수의 대한 독심과 반감 때문에 아닐까라고 괜스레 짐작한다.

 

 

 

 

" 애한테 성추행 하라곤 말 안 했는데. "

 

" ……뭐요? "

 

" 장난. "

 

 

 

 

도경수를 중심에 두고 거지 같은 저 감정의 키워드가 하나둘씩 생겨나 수식어처럼 따라다니는 일은 당연했다. 워낙 도경수가 못되게 굴었어야지.

 

 

무서움? 낯가림? 그딴건 없었다. 애초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냥 자신들을 포장하기 위한 한 종의 눈속임이었다. 시발, 그 계략에 넘어간 나나, 강선생이나, 원장이나 그냥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람의 본성이 하나둘씩 드러난다는 말이 정확하게 일치했다. 도경수나 민석이나 하루아침에 사람을 바보 멍충이 똥개 말미잘로 만들어버린 거나 다름이 없다 이거다. 그 본성을 알아차렸을 때 곧바로 떠오르는 제 생각이었다. 아빠나, 아들이나 내심은 똑같다. 겉만 다르면 뭐하나 싶었다, 안이 똑같은데. 불쾌함이 제 몸을 감싸고도는 게 더럽다. 검지로 포동포동한 볼을 연신 건드리며 머리칼을 정리해주던 도경수는 이내 보기 힘들다는 조소를 입꼬리에 매달기 시작했다.

 


민석이를 자신의 품에 가두며 부둥부둥 거리던 도경수는 꺼림칙한 눈빛을 하고서 나에게 포커스를 맞췄다. 그 시선에서 느껴지는 불쾌함이 제 심장을 콕콕 찌르기 시작했다. 표정이 썩어 문드러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내 언젠간 저 새끼를 꼭 족치고 지옥을 간다는 제 좌우명이 뇌리 속을 천천히 스쳐 지나가기 시작함을 느꼈다. 제 입에 고여있는 욕지거리가 내뱉지도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러있는 느낌은 꽤 좋지 않았다. 제 은색 메탈 시계가 순식간에 은팔찌로 변해버린 기분은 가히 말해서 범죄자가 된 느낌이었다. 내 살면서 이렇게 당황한 건 초등학교 때 바지에 오줌을 지린 이후로 처음이다.

 

 

 

 

" 진짜 장난인데. "

 

" … …. "

 

" 민석이한테 별일 없었지, 오늘? "

 

" 보시면 모르시겠어요? "

 

 

 

 

있게 만들면 곧바로 경찰서 보내실 분이. 굳어지는 제 낯빛을 보며 살풋 웃던 도경수는 장난이라며 곧바로 말을 덧붙여왔다. 장난을 쳐도, 뭐 이딴 장난을……. 구닥다리 같은 놈. 재벌이라는 사람이 이렇게나 드립력이 구려서야, 사회생활은 잘 하는지 괜스레 드는 의문이었다. 민석이를 다시 고쳐 안으며 물음을 던지는 도경수를 피해 고개를 저으며 바닥에 널브러진 가방과 삐져나온 장난감들을 집어 들었다. 당연히 없어야지. 도경수가 숨을 작게 내뱉었다.

 

 

 

 

" 학부모 대하는 태도가 왜 그래. "

 

" 제가 뭘요. "

 

" 경찰서 갈까? "

 

 

 

 

어머, 민석이 아버님! 왜 그러세요! 무릎을 꿇으라면 곧바로 꿇을수 있을수 있었다. 낮게 가라앉아있던 목소리가 외국인 크리스티나 마냥, 높아지기 시작했다는 걸 느꼈다. 곧바로 손바닥과 손바닥을 마주해야 할 것만 같았다. 사바사바. 체면이고 뭐고, 일단 살아야 되지 않겠냐는 내 원칙은 도경수를 만남으로써 생기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쭉ᅳ, 유지를 하고 있더랬다. 이새끼 때문에 원칙이나 좌우명이나 바뀐건 더럽게 많다. 존나 캐릭캐릭체인지 인줄. 이렇게 보면 도경수는 참 사람을 굴복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고 본다. 시발색히. 웃는 것도 마음에 안 들고, 항상 뻔뻔함에 차있는 목소리도 마음에 안 들고. 그냥, 다 마음에 안듬. 사람의 약점은 또 어찌나 잘 아는지, 아마도 이게 도경수가 이 바닥에서 살아남게 하는 패기 중 유일한 하나가 아닐까 생각했다.

 

 

 

 

" 수고했어. "

 

" … …. "

 

" 언제 한번 교무실에 간식이라도 보낼게. "


" ……갑작스런 호의는 필요 없는데. "


" 호의는 아니고. 내 자식 잘 보살펴줘서 고맙다는 학부모의 마음.  "


" 그게 그거, "


" 부담스러우면 말아. "

 

 


 

낯간지럽게 호의를 갑작스레 베풀며 간식을 이리저리 보내준다는 도경수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봤다. 갑자기, 왜 친한 척인가 싶었다. 역시나 드는 부담과 낯선 감은 숨길래야 숨길수 없이 곧바로 표출해내기 시작했다. 어깨를 뒤로 내뺐다. 니 새끼한테 호의를 받아도, 샅샅히 뒤져보면 숨어있는 독들이 뿜어져 나올 것만 같은 불안감을 애써 웃음으로 떨쳐내며 손사래를 치려는 순간, 상종하기도 싫다는 듯 작게 미간을 좁히며 말을 끊는 싸가지없는 행동에 이어 문 밖을 나서는 도경수의 뒤통수를 쌔려 갈겨만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했다. 저 싹수는 어디서 배워왔는지. 아마, 저것도 본성일 거다.

 


어느새 제 손에 들린 가방과 장난감은 도경수의 손에 안착해있었다. 한손은 민석이를 나머지 한손은 가방과 각종 장난감들을 손이 노래질 정도로 힘겹게 들고 있는 도경수를 거두어 줄까 싶었지만, 됐다며 거부반응을 보이는 도경수에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눈이 느릿하게 접혔다, 펴지길 반복했다. 눈을 저렇게까지 깜박이는 걸 보면 꽤나 피곤한 모양이었다. 이런 저런 유치원의 갖가지 소식을 전해줄 때도, 민석이를 중점으로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눌 때도. 도경수의 하품을 멈출줄 몰랐다. 작게나마 눈물이 맺힌 눈 언저리를 매만진다. 제 말이 지루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또, 무슨 프로젝트를 준비한다나 뭐라나. 가까이서 마주한 도경수의 다크서클이 턱끝을 찌를 만큼이나 날카로운 걸 알았을 때 도경수는 일에 많이 지쳐있는 모습이었던 건 확신할 수 있는 한 가지였다. 우연찮게 봤던 기사가 문뜩 떠올랐다. 어느새 도경수는 관자놀이를 매만지며 넓은 정원을 가로질러 가기 시작했다. 난 거기에 힘겹게 뒤따랐고. 도경수 씨!

 

 

 


" 나중에 민석이 손에 쥐고 있는 도화지 꼭, 봐요. "

 

" 왜. "

 

" 오늘 수업시간때 그린 건데, 엄청 열심히 한거라서. "

 

 

 

 

그림도 완전 피카소 뺨치던데. 어느새 노을이 저물어 감을 느꼈다. 기온차가 많이 바뀌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만, 반팔만 입고 있는 내게 바람이 살갗을 파고드는 느낌은 어찌할래야 할 수도 없이 쌀쌀하다고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또다시 소름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팔을 애써 문지르며 도경수의 뒤꽁무니만 졸졸졸 쫓아다니는데 어느새 정원을 가로질러 나오는 주차돼있는 자신의 차를 향해 키링을 능숙하게 누르더니 깜박, 하고 불이 켜지는 자동차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매번 봐왔던 자동차지만 볼 때마다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존나 때깔 하나 더럽게 고움.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며 앞치마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었다. 손을 주머니로 쑤셔 넣어봐도 싸한 느낌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가디건이라도 대충 걸쳐 입을 걸 그랬다. 또다시 말을 거는 제 말에 대충 대답을 받아치던 도경수는 어린이 차 시트까 끼워져있는 조수석에 민석이를 태워놓고 문을 닫자마자 빵, 터져버렸더랬다. 제 말이 그렇게 웃겼나 싶다.

 

 

 

 

" 내 자식한테까지 비위 맞춰줄 필요는 없어. "

 

" 비위 아니거든요? "

 

" 비위 아니면 뭔데, 그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위 맞는거 같아요, 시발.

 

 

 

 

" 웃겨 죽겠네, 진짜. "

 

" … …. "

 

" 매번 고생해, 민석이 잘 챙겨줘서. "

 

" ……알면 됐어요. "


" 그래. "

 

 

 


고마우면 좀 잘 하던가. 알면 됐다는 말에 숨겨진 내적의 뜻이었다. 도경수의 얼굴엔 또다시 말끔한 미소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어느새 운전석으로 걸어온 도경수는 운전석 문 고리를 잡아당겼다. 보기 좋게 문이 열렸다. 시바, 차가 비싸면 차로 어우러지는 모든 태가 이렇게까지 예뻐 보일 수가 없다. 한 번이라도 만져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지문이라도 묻을세라 곧바로 얻어터질 것만 같은 느낌에 욕구를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그 열린 틈 사이로 말끔하게 들어가 이어 시동을 키는 도경수를 뒤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을까, 이내 자동차의 문은 닫혀버렸고 포커스는 문과 이어져있는 창문으로 자연스럽게 옮겨졌다. 작게 코팅되어있는 창문 사이 너머로 도경수의 행동이 작게나마 흐릿하게 보였다.

 

 

 


" 아. "

 

 

 


제 교무실 탁자에 산더미처럼 자리 잡고 있는 레포트 작성에 대한 휴식이라고 얼버무리며 배웅이라도 해줄까 싶어 차가 유치원을 빠져나가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움직이긴 커녕, 자동차는 제자리에 멀대같이 서있을 터에, 고개를 갸우뚱 저었다. 의아함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기 시작했다. 뭐지. 저와 도경수를 가로막고 있던 창문이 점점 내려감을 느꼈다.


 

 

 

" 그리고 이거. "

 

" … …? "

 

" 초콜릿인데, 피곤할 때마다 하나씩 먹으라고. "

 

 

 


그리고 뻗어진 손에 들려있는 건 조그마한 검은 상자였다. 어색하게나마 그 상자를 건네받았다. 얼떨결에 상자를 받았긴 했는데, 뭘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또다시 머릿속은 혼잡해졌다. 요즘 안색이 많이 안 좋아 보여서. 도경수는 머쓱한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덧붙혔다.

 

 

 


" 비싼거 아니니까 부담스러워 하지 마. "


" … …. "


" 또 아껴 먹다가 똥 만들지 말고. "


" ……아, 예. "


" 갈게. "

 

 

 

 

맛있게 먹어.

 

 

 

 

 

 

 

이 시대의 순애보

 

 

 

 

 

 

 

오늘도 기분은 좋았다. 그 주된 원인은 교무실 안을 감싸는 시원한 공기 때문이었음을 알았고 제 데스크에 가지런히 놓여진 먹을거리에 기분이 한톤더 업되는 건 숨길수 없는 정확한 사실이었더랬다.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커피 위에 가지런히 놓여진 생크림을 대충 휘적거렸다. 제 움직임에 따라 딸려오는 생크림이 어찌나 예뻐 보일 수가 없다. 그것도 초코시럽까지 올려놓고. 제가 좋아하는 요소들은 꽉 갖춘 데다가 맛까지 좋은 커피를 히히득 거리며 젓고 있으면 이런 제 기분이 좋을 때마다 항상 찬물을 끼얹는다는 일명, 부산 아이스버킷챌린지. 강선생이 어김없이 제 어깨를 툭툭 치며 은근슬쩍 말을 걸어왔다. 그럼 그렇지. 손에 쥐고있는 카페모카가 탐나 보였는지 아니면 인스턴트커피만 주구장창 먹던 입이 고급스러워졌는지. 강선생은 먹지도 않는 아메리카노에 샷을 추가하는 것도 모자라 사이즈는 그란데로 사오라며 저에게 돈을 건네줬고 스트로우를 쪽쪽 빨며 앉아있던 나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체 그 돈을 건네받을 수밖에 없었다. 대충 두어번 끄덕이며 데스크 위에 흐트러져 놓여있는 휴대폰을 잡아들었다. 매일같이 핫초코만 주구장창 타먹던 강선생과 오버랩이 되는 모습이 영 꼴불견일 수 밖에 없다. 워낙 귀가 얇던 강선생에게 또 무슨 바람이 치 닿았는지 의문이었다. 아니면, 그냥 폼 잡는거 일수도. 여전히 의자는 뒤로 재낀제 상상의 피날레를 펼치고 있는 강선생을 뒤로 입맛을 쩝쩝 다셨다. 제 생각도 그렇듯 교무실에 서류를 작성하고 있던 이선생도 저런 낯빛을 하는거 봐서는 후자인게 틀림없었다.

 

 

 

 

010-0112-0408

 

[ 맞죠. ]

 

 

 

 

시간이 낮인 만큼이나 삭막하기 그지없는 유치원을 조심스럽게 빠져나왔을 때면 강렬히 내리쬐는 햇빛에 답답한 정도고 최고조를 찌를정도로 더럽게 답답한 머리를 쓸어 넘겼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게 아닌 땀에의해 축축히 넘어가는 머리칼의 느낌은 썩 좋지 않았다. 이 한 여름날에 머리를 자를까 하고 생각만 주구장창 했던게 화근이었다. 그냥, 머리를 밀었어야 했다. 민소매를 입고 있었던 탓인지 땀에 의해 척척 붙는 머리는 기본이오, 유치원을 빠져나오기 전 정성스레 발라놓았던 파데는 쩍쩍 갈라질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시발, 이럴순 없어. 코와 인중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대충 닦으며 휴대폰을 액정에 비친 제 얼굴을 꼼꼼히 살폈다. 오늘따라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예뻤던 제 얼굴이 달걀귀신 인 마냥 햐얗게 뜬게, 이리도 꼴보기 싫을줄 몰랐다. 애써 튀어나오는 한숨을 삼키지도 그렇다고 빼내기도 못하는 상태에서 제 볼을 두들겨 스머지를 하고 있을때 마주하고 있는 휴대폰은 보기 좋게 하얀색 알림이 뜨며 화면이 탁, 하고 켜졌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예? 발신번호는 저장되어있지도 않은 모르는 번호에다가, 다짜고짜 맞냐며 확답을 가지고 물어오는 문자메시지를 이어 뒤이어 오는 문자들에 멍하니 문자만 바라보기 마련이었다. 머릿속은 온통 물음표로 가득 찼다.

 

 

 

 

[ 그때 그 쥐새끼. ]

 

[ 아니에요? 맞는 거 같은데. ]

 

 

 

 

쥐새끼.

 

 

여러 문자들 중 단연히 눈에 띄는 글자는 쥐새끼, 쥐새끼였다. 제 팔에 소름이 오도도 돋는 걸 보면 이 문자가 묻는 쥐새끼는 나였고, 나를 쥐새끼라 칭해오며 당사자는 도경수 인건 확실치 하다못해 당연한 사실이었다. 손이 덜덜 떨렸다. 제 번호를 반강제적으로 뜯어 가져갔던 도경수는 며칠이 지나도 문자 한통 없더니 이런 식으로 사람을 덜덜 떨게 만드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었다. 금방이라도 이 부근에 있는 경찰서에 체포되어 감방에 갇힐 것만 같았다. 주체 없이 떨리는 엄지손가락으로 회색 자판을 하나하나 눌렀다. 눈앞에 콩밥이 아른거렸다. 예,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그 문제의 쥐새끼입니다. 껄껄.

 

 

 

 

[ 아니라고 하면 경찰서 갈려 그랬는데. 아쉽다. ]

 

 

 

 

이 새끼는 사람을 지리게 하는데 뭔가가 있다. 제 답장을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인지 곧바로 장난이라며 놀라지 말라던 도경수 문자는 알다 모르게 살벌함이 첨가돼있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의도가 그런 의도가 아니라지만, 그런 의도인 것 같은 기분. 그러니까, 나도 뭔지 모르겠다고. 평소에 쓰지도 않던 ㅎㅎ,^^, 를 연속으로 보내며 도경수의 눈치만 주야장천 보는 내가 느껴지기에도 정말로 찌질해 보였다. 이런 식으로 사람의 간을 쪼으는 너란 새끼는 처음이다. 자존심이 쎄기로 유명했던 나도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이 새끼가 뭐라고 빌빌 기냐 싶었지만, 현실은 현실인 듯. 잘못했다간 감방 가는 건 한순간이라는 게 뇌리 속을 스치자마자 곧바로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을 터였다. 쿡쿡 쑤시는 간이 아프다. 차두리를 불러줘……! 텍스처에서도 느껴지는 특유의 비웃음이 포함돼있는 문자와 대화를 주고받을 때면 도경수는 편하게 잘 지냈냐는 사담을 뒤로 운을 떼기 시작했다. 이제야 문자를 한 목적은 그러했다.

 

 

처음 봤을 때 말이 헛나간건 보시다시피 화를 억누를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날카롭게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이 점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당신이 들었던 얘기들, 봤던 모든 장면들. 들어선 안됐을 모든 걸 훗날 평범한 당신이 들었으니 실수로 마주친 거라 해도 그냥은 넘어갈 생각이 없다고. 파파라치는 물론, 제 혈통도 모르는 비밀을 당신이 한순간에 알았으니 이런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협조 부탁한다고. 한마디로, 나는 갑 너는 을이라고.

 

 

 

 

[ 텍스처로 얘기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이해도 잘 안 갈 테고. ]

 

[ 조금 있다 당신 직장 앞으로 차 한 대가 갈 예정이에요. ]

 

[ 나눠야 될 이야기 많잖아요, 우리. 그거 타고 우리 회사로 곧장 왔으면 해서. ]

 

[ 비서가 조금 험악하게 생겼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잘 모셔다 줄 거에요. 아마. ]

 

[ 되도록 빨리 왔으면 좋겠다, 기다릴게요. ]

 

 

 

 

설마가 사람 잡는다던데.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망했다, 시발!!!!!!!!!!!!!!!!!

 

 

 

 

 

 

 

 

 

 

 

 

[EXO/도경수] 이 시대의 순애보 01 | 인스티즈

 

 

 

 a private talk.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대표 사진
비회원171.17
헐 ㅠㅠㅠㅠ완전 재밌어요...짱짱
글도 짱 잘쓰시네요..다음편 빨리 보고싶네요!!

10년 전
대표 사진
비회원248.185
작가님 글 너무 잘보고있어요!!! 아직 2개의 글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너무 재밌네요 ㅋㅋㅋ 경수얔ㅋㅋㅋㅋㅋ♥ 두사람의 케미가 기대되네요!! 오늘 하루 마무리 잘하세요~
10년 전
대표 사진
독자1
우와 작가님!! 오랜만이에요ㅠㅠㅠㅠ글은 역시 좋아요ㅠㅠㅠ
10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글 너무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 잘보고갑니다ㅎㅎㅎㅎ!!
10년 전
대표 사진
비회원28.114
ㅋㅋㅋ 완전 글 너무 내스타일 ㅜㅜ 신알신 해야지 ~~ 여주도 웃기고 터지는 민석이 ... 그리고 경수 ㅋㅋ 아~~너무좋다 ㅎㅎ
10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혜자스러운 분량!에다가 재밌다니 자주 와주세요 작가님글좋아요!!
10년 전
대표 사진
비회원11.237
경수가 약간의 츤데레 기질이 있는거 같아요ㅠㅠㅠㅠㅠ 취저입니다ㅠㅠㅠㅠ 글도 너무 잘쓰시고 작가님만의 스타일이 눈에 확확 보이네요!!
10년 전
대표 사진
독자4
으아 분량엄청많은데 재미있게 술술넘어가며봐서그런지 짧다고 느껴지네요..! 분량짧다는게이니고재미있어서그만큼짧게느껴진다는소리임당..히히
다음편기대되네요

10년 전
대표 사진
독자5
뭐야...ㅠㅠㅠ이거 정말 ㅠㅠㅠㅠㅜ신알신 신청하고 가요!!
10년 전
대표 사진
비회원87.140
분량도 많고 재밌는데 왜 댓글이 안달릴까요....ㅠㅠ 경수때문에 설레네요!!!
10년 전
대표 사진
독자6
오오 뭔가 갑질로 사람을 살짝씩 열 오르게 하지만 약간 츤츤대는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피어있길바라] 천천히 걷자, 우리 속도에 맞게2
10.22 11:2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만큼 중요한 것이 존재할까1
10.14 10:27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쉴 땐 쉬자, 생각 없이 쉬자
10.01 16:56 l 작가재민
개미
09.23 12:19
[피어있길바라] 죽기 살기로 희망적이기3
09.19 13:16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가볍게, 깃털처럼 가볍게
09.08 12:13 l 작가재민
너의 여름 _ Episode 1 [BL 웹드라마]6
08.27 20:07 l Tender
[피어있길바라] 마음이 편할 때까지, 평안해질 때까지
07.27 16:30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흔들리는 버드나무 잎 같은 마음에게78
07.24 12:2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뜨거운 여름에는 시원한 수박을 먹자2
07.21 15:4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은 찰나의 순간에 보이는 것들이야1
07.14 22:30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이 필요하면 사랑을2
06.30 14:1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새끼손가락 한 번 걸어주고 마음 편히 푹 쉬다와3
06.27 17:28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일상의 대화 = ♥️
06.25 09:27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우리 해 질 녘에 산책 나가자2
06.19 20:5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오늘만은 네 마음을 따라가도 괜찮아1
06.15 15:2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세상에 너에게 맞는 틈이 있을 거야2
06.13 11:5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바나나 푸딩 한 접시에 네가 웃었으면 좋겠어6
06.11 14:3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세잎클로버 속으로 풍덩 빠져버리자2
06.10 14:2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네가 이 계절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해1
06.09 13:15 l 작가재민
[어차피퇴사]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있지 말 걸1
06.03 15:25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회사에 오래 버티는 사람의 특징1
05.31 16:3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퇴사할 걸 알면서도 다닐 수 있는 회사2
05.30 16:21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어차피 퇴사할 건데, 입사했습니다
05.29 17:54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혼자 다 해보겠다는 착각2
05.28 12:1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하고 싶은 마음만으로 충분해요
05.27 11:0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출근하면서 울고 싶었어 2
05.25 23:32 l 한도윤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