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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대가 온다.

 

나눠야 될 얘기가 많다.

 

기다린다.

 

난, 그 새끼 회사로 간다. 

 

 

시발, 문자가 무슨 국어 문학도 아니고. 내가 왜 이런 문자 따위 하나에 머리를 꽁꽁 싸매며 돌아가지도 않는 머리를 굴려야겠냐에 대해 존나 억울했다. 돌리기도 아까운 머리를 이딴 문자 하나에 들어부어야 한다는 자체가 퍽이나 웃긴 요소로 다가왔지만, 이해해야 할수 밖에 없다는 거지 같은 현실에 작게 탄식을 내뱉어 보였다. 고개를 숙였다. 움직일 미동 1 없는 발을 꽤나 예쁘게 감싸고 있는 샌들 코에 포커스를 자연스레 맞췄다. 스트랩 샌들 사이로 보이는 민트색 페디큐어가 참으로 창피해 보이기 시작했다. 검은 아스팔트 위에 뜬금없는 민트라니. 어울려지지 않은 색감들을 하나하나 모아 저졸하게 섞어놓은 것만 같았다. 이질적으로 대조돼 보이기까지 하는 도식적 풍경에 후회 인한 주먹을 그러쥐었다. 캐릭터 양말이라도 신을 걸 그랬다. 패션 테러 중에 갑이라는 검은 샌들에 흰 양말을 소화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했다.

 

 

헉, 하고 숨이 막히는 순간에 눈을 크게 번뜩였다. 이해가 되지도 않는 돌머리에 전등 불이 환하게 켜지며 밝아졌다는 뜻이었다. 뇌리 속을 헤집고 다니는 짧은 문장들을 하나둘씩 잡아 해석한 즉슨, 이어 유치원 앞으로 차가 온다는 말이었고. 난 그 차를 곧장 타야 하고. 도경수네 회사로 끌려가 웃는 얼굴로 수많은 담소를 나눠야 하고. 모든 끝을 맺을 때는 경찰서……. 감방에 쪼그려 앉아 눈물겨운 콩밥을 꾸역꾸역 먹고 있는 모습 연상케하는 상상이 뇌리 속을 재빨리 스쳤다. 떡하니 예상되는 시나리오에 애써 부여잡고 있는 정신 줄이 나약하게 흔들렸다. 투명 렌즈가 안착해있는 눈동자가 시려오는 걸 깨달았다. 눈가가 아려오기 시작했다.

 

 

제 손에 들린 종이 쪼가리가 우악스럽게 구겨짐을 느꼈다. 돈 만의 특유 비릿한 냄새라던가 꺼끌 거리는 감촉이 제 손에 닿고 감싸는 느낌이 썩 좋지는 않았다. 여러 사람들의 손을 타고 지갑도 아닌 제 손에 머물러 있는 것도 모자라 놓칠세라 꽉 쥐고 있었으니 떡하니 냄새가 베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주시만 해도 보이는 향기 아닌 향이 제 코끝에 다을 것만 같았다. 주름져 있는 미간을 매만지며 침이 저절로 꼴딱꼴딱 넘어갔을 터였다. 제가 주먹을 쥔 이유는 절대, 절대로 악의적인 의도로 가한 행동이 아니었다. 단지, 무서움과 두려움에 사로잡힘에 떨고 있음을 표출하는 거뿐이지. 메마른 목에 억지로 갈증을 요구하며 물 마냥 꿀꺽꿀꺽 넘겨지는 침이 부끄러워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이건 필사, 쫄았다는 증명을 보여주는데 한수하고 있다는 거다. 제 눈동자가 미친 듯이 떨리는 건 숨길 수가 없었다. 도경수의 의도가, 내가 왜 떨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도가. 참으로 궁금해질 터였다.

 

 

 

 

" 반갑습니다. "

 

" … …. "

 

" 모시겠습니다. "

 

" ……예? "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속담이 딱딱 들어맞았다. 쥐새끼가 물이 아닌 똥통에 빠진 꼴과 다름이 없는 처지였다. 도경수가 왜 몇 주간의 틈을 비워놨는지에 대한 미심쩍은 부분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나를 간 보기 위함이었음을. 아니면 자신의 명에 맞게 일에만 급급한 처지였음을. 자칫 삼아, 그 틈을 미끼 삼아 제 숨을 조여온 건 아니었는지 짐작이 가기 시작했다. 맞다, 그래. 도경수는 그러고도 남을 충분한 인간이었다. 가지고 있는 게 셀 수 없을 만큼이나 무한대로 뻗어 자신의 뒤에 있는 도경수는 두려울 것 하나 없어 보였다. 그러니까 첫 만남부터 경찰을 운운한 거겠지. 꽤나 턱턱 들어맞는 추리 아닌 제 추리가 술술 풀어 나갈 때면 괜스레 사로잡히는 기분이 다운돼버리는 걸 느꼈다. 이 사건의 시발점부터 지금까지 나를 천천히 목 죄어 왔다는 거로 밖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빠앙. 하고 자동차의 클락션이 동네 떠나가라는 듯이 크게 울렸다. 배짱도 좋다. 이 한적한 거리에서 소음만 내뱉는 꼴이 고개를 두어 번 저어 보이는데 한수했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금방이라도 제 주위에 도경수가 조소를 띄운 낯빛으로 저를 마주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시발,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정색을 빨아도 모자랄 경우에 웃는 얼굴이라니. 그냥 벽에 똥칠을 하는 거보다 더 싫다. 모순적인 두려움 속에 숨기고 있던 불쾌함이 저절로 표출해나가기 시작했다. 온몸에 열이 뻗치는 기분인 만큼 잔뜩 더운 머리를 헝크리며 미심쩍은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면 유치원과 제 거리를 얼추 계산해보면 한 20걸음이려나. 그냥, 얼마 가지도 않고 생난리 블루스를 치고 있었던 거나 다름이 없었다. 분명히 피부를 정리할 때만 해도 많이 걸었던 것 같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며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고 있더랬다. 괜히 파도 밀듯 밀려오는 부끄러움이 제 주위를 감싸고돌았다.

 

 

아, 미친. 잊고 있었던 심부름이 문뜩 떠오르기 시작했다. 강선생은 아마 교무실에서 입술만 물어뜯으며 전전긍긍을 하고 있을거라는 게 머릿속에 드리워졌다. 솔직히 이 어지럽고 복잡한 상황에서 뭘 해야 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제 주위에 누군가가 있다면, 뭘부터 시작해야 하고 뭘 끝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수없이 던지고 답을 받아먹고 싶었다 이거다.

 

 

 

 

" … …. "

 

" 타시죠. "

 

 

 

 

보기만 해도 헉 소리가 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제 앞에 세워진 차는 입을 떡 하게 벌려지게 만들었다. 이건 분명 미드에서 주야장천 보던 레알 비싼 차였다. 자동차 브랜드는 일제히 모른다고 당당히 자부해도 한국에는 이런 차가 몇 대 없다고 읊조릴 수 있었다. 이게 정녕 진짜 차란 말인가, 하고 다시 곱씹을 정도로 차를 이어주는 하나하나의 선은 정말로 고왔다. 왜 부유계층들이 외제차를 운운하며 미친 듯이 사들이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더라. 그들에게 동감을 표하는 듯 남몰래 고개를 끄덕였다. 자동차 외부를 감싸고도는 검은 아우라는 선과는 달리 대조됨으로써 순식간에 무서운 분위기를 장악했다. 시발, 그래도 존나 멋지다. 여러 분위기를 한 번에 조성할 수 있다는 게 이리도 간지가 흘러넘칠 수가 없었다. 입안에 수두룩하고 고이는 침을 애써 꿀꺽 삼켰다. 감탄사를 자욱하게 내뱉었다.

 

 

저 미친 듯이 사람이 오고 가는 도로가 아닌 왜 한적한 거리에? 쌩쌩 달려야 할 차가 여기 왜? 그것도 왜 내 앞에 서있는지가 의문이었다. 오늘따라 가지는 의문은 더럽게 많다. 도경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그냥 개판임. 월월. 가슴속 저 밑에서 짜져살던 숨이 비집고 튀어나와 턱 끝을 마주했다. 금방이라도 땅이 꺼질듯하게 내뱉을 것만 같았다.

 

 

당황을 타게 만든 건 한순간이었다. 이 사람이 오고 가는 인도도 아닌, 그렇다고 차들이 미친 듯이 지나가는 거리도 아닌. 그냥 잡으러 어우러져있는 거리라고 치자 이 거리에서 오토바이는 몰라도 한 외제차가 거리를 비좁게 만들며 떡하니 지키고 있는 자체가 이상했다. 클락션이 한 번 더 크게 울렸다. 거리 사이에 상가 중간에 끼어 마주하고 있는 주택빌라에 살던 주민들이 그대로 뛰쳐나와 주민 신고를 할 것만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클락션을 연속해서 누르는 차에 귀를 결국엔 틀어막았다. 미친 새끼. 곧바로 상가 쪽에 몸을 붙였다.

 

 

그렇게 몇 초간의 정적이 이어지고 나서야 이 차가 여기에 죽치고 서있었던 이유를 알았 차렸다. 오늘이 무슨 날인가, 입이 저절로 벌어짐을 느꼈다. 그 차 하나에 보낸 수없는 비난과 아니꼬운 제 시선은 그대로 나한테로 돌아왔고 결국 심장 한편이 작게 쑤시기를 반복했을 터였다. 1차 어택은 도경수의 문자, 2차 어택은 보기 힘들다는 외제차. 저를 보며 미친 듯이 라이트를 깜박이는 걸 봐선 이게 뭔 신종 지랄임을 느꼈고 저 안 운전대를 잡고 있는 새끼는 필사 도경수네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외칠 수 있었다. 운전석 문이 부드럽게 열렸다.

 

 

 

 

" 대표님, 수행 비서입니다. "

 

" … …. "

 

"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

 

 

 

 

제 미심쩍은 눈빛이 남자에게로 닿았다. 검은 슈트와 검은 차 올백으로 단정히 내린 머리하며 매섭게 바라보는 눈빛이 도경수와 꽤나 닮아있었다. 그렇다고 외모나, 뭐 키는…… 아닌듯. 겉 말고 속내가 비슷하게 닮아있다 이거다. 남자의 이마를 보기 좋게 덮고 있는 머리칼이 바람에 의해 살랑였다. 도경수의 내음이 미친 듯이 풍겼다. 허리 바로 위까지 찰랑이는 머리를 애써 매만졌다. 비싼 돈 들이며 관리한다고 자부한 나보다 더 좋아 보이는 건 기분 탓이었을 거다. 남자는 고개를 작게 숙였다. 무서운 낯빛을 뒤로 예의를 표한다는 뜻이었다. 자신이 대표님 비서라고 칭해 옴으로써 남자가 말하는 대표는 누가 봐도 도경수였다. 안전하긴 개뿔, 그 남자와 나 사이를 감싸는 정적은 곧바로 생매장을 당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저게 바로 동굴 목소린가 싶었다. 앳된 얼굴 뒤로 들리는 톤이 꽤나 굵은 게 의외였다. 몸을 흠칫 떨기에 당연한 상황이었다.

 

 

어이구야.

 

 

남자는 친히 뒷좌석 문을 열어주는 부담스러운 행동을 표출해내기 시작했다. 낯빛이 점차 선해짐을 느꼈다.

 

 

 

 

 

 

고급스러운 차 내부. 그 사이에 끼여있는 나. 묵묵히 운전을 하는 비서. 그 사이를 오고 가는 고요한 정적.

 

 

얼마 가지 않고 차가 머무른 곳은 예상했듯 도경수네 회사였다. DOKS. 코팅돼있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63 빌딩만 한 회사가 제 포커스에 맞춰졌다. 그만큼 존나 큼. 몇 발자국만 더 가면 도경수를 마주한다는 사실이 이리도 믿기지가 않았다. 내가, 진짜, 진짜로 왔구나. 기사로만 접해왔던 건물이. 설마 내가 갈 거라고 예상을 거느렸던 내 생각이. 설마가 사람 잡는 말이 문뜩 떠올랐다. 제 앞에 마주하고 있는 건물과 경찰서가 자꾸만 오버랩이 되는 모습이 친히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손에 진동이 오는 마냥 보기 싫게 떨린다. 뒷좌석 문을 친절히 열어주는 비서에 눈짓으로 작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시선이 닿았다. 이런 식으로 까지는 안 해도 되는데. 이런 식의 호의는 처음 받아봐서 그런가 괜스레 부담스러운 감정은 숨길 수가 없었다.

 

 

클러치를 그러쥐고 있는 손에 힘을 들이부었다.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에 떡하니 위치한 큰 로고가 꽤나 고급스러워 보였다. 와 닿는 첫 느낌은 모던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다른 색색깔의 로고처럼 과하지도,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은 적정선을 지키는. 검은색을 골라 이렇게 풍겨내는 분위기가 도경수답다 생각했다. 보기만 해도 도경수만의 미묘한 무언가가 치솟아 올랐다.

 

 

 

 

" 어서 와요. "

 

" … …. "

 

" 생각보다 빨리 오셔서 놀랬네. "

 

" … …. "

 

" 비서가 일을 잘해서 그런가. "

 

 

 

 

비서는 제 앞에 멀찍이 서있는 상태로 자연스레 길을 안내했고 간혹가다 한 번씩 고개를 돌려 나에게 시선을 두는 걸 보면 안 그런척하면서 시선을 쫓고 있다는 걸 대강 느꼈다. 내가 설마 튀기라도 하겠냐는 모양이었다. 시발, 여기까지 와서 발 빼고 뛰쳐나갔다간 바로 경찰서 행인 걸 누구보다 잘 아는데. 티 안 나게 으름장을 놓았던 도경수의 문자가 떠올랐다. 머릿속에 그려냈을 뿐인데 현실로 펼쳐질 것 만 같은 상상이 이리도 무서울 줄 몰랐다. 고개를 연신 저었다.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걷던 비서는 어느새 제 짧은 보폭에 발을 맞췄다. 비서 교육을 잘 받은 건가 아니면 본질이 예의가 바른 건가. 내가 느끼기엔 비서가 취하는 행동이 일종의 배려와 다름이 없었다. 후자인 거 같기도 하다만, 그냥 존나 부담스럽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내 바람이었다. 평생 이런 걸 받아봐야 어떻게 하던가 하지. 평범한 집안에서. 평범하게 커서. 평범한 직장을 얻고. 평범한 삶을 사는 나한테서. 비서라는 사람이 베푸는 모든 행동에 대해 쓰레기 주제에 이런 호의도 영광이라며 박수를 쳐주며 빌빌 기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식은땀으로 축축이 젖은 손을 마주 잡았다. 누가 보면 다한증이 있는 줄 알겠다. 곧바로 데스크 옆에 위치해있는 엘리베이터로 발걸음을 옮기는 비서를 따라 졸졸졸 쫓으면 비서는 어느새 버튼을 눌러 문이 열리게 금 행동을 취했고 또다시 손을 건네면서 먼저 타라는 선의를 베풀었다. 썅.

 

 

비서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도착한 사무실에도. 저한테 맞춘 포커스를 다른 영역으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비유를 하자면 그냥 감시를 당하고만 있는 것만 같았다. 목구멍이 갈증으로 메말라가기 시작했다. 존나 회사는 더럽게 넓다. 걸어도 걸어도 목적지는커녕 한없이 긴 길만 마주하고 있더랬다. 이때쯤이면 나올 법도 한데 끊임없이 나오는 길은 턱 끝에 고인 욕을 뱉어내기에 충분한 요소였다. 이 길고도 긴 길은 도경수의 돈 지랄이라고 판단할수 밖에없었다. 시발, 나도 돈으로 지랄 좀 해보고 싶다만……, 그럴 능력 안됨. 항상 머릿속에서 차지하고 있는 잡생각들이 이리도 구슬프기 짝이 없었다. 고개를 작게 숙였다. 이런 빌어먹을.

 

 

조용한 복도를 구두 소리와 샌들 질질 끄는 소리만으로 채우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을 때는 어느새 제 눈앞에 커다란 문을 마주하고 있었고 비서는 망설임 없이 그 문을 여는 아주 당찬 행동을 보였다. 잔말 말고 빨리 들어가라는 독촉의 시선이 따갑다. 마음 같아선 비서의 눈깔을 그대로 뽑아버리고 싶은 욕구가 끓어올렸지만 마주친 눈 너머로 느껴지는 살벌함에 그 욕구를 잠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 어쩔수 없다. 도망가 봐야 얼마 안 돼서 비서한테 잡힐게 뻔했고 창문으로 튀어내리기엔 내가 서있는 층의 높이가 어마어마했다. 뭘 하든 간에 운이 안 따라주는 건 기분 탓일 거다. 기분 탓은 무슨, 현실임 시부랄. 부담스럽기 그지없는 비서를 뒤로 그 열린 틈 사이로 끝내 발을 살짝 들였다.

 

사무실 안에 사무실이 더 있어! 존나 신기해! 시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 마트료시카 인형인 줄. 온몸에 전율이 퍼졌다. 맥 하나하나가 미친 듯이 날뛰는 느낌이었다. 이 풍경은 분명 재벌 드라마에서만 보던 형식적인 대기업 회사 내부 풍경이었다. 고급스러운 금색 테두리가 눈에 들어왔다. 또다시 어마어마한 돈 지랄임을 느꼈다지만 인테리어상으로는 부족함 하나 없이 내부를 깔끔하게 덧보일 수 있게 한수했다. 비서는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뭐 들어가라던지, 또 문을 열어주는 친절한 행동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생각할 즈음에도 비서는 묵묵히 데스크 위에 올려져 있는 각종 종이 무더기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기만 했더랬다. 존나 뻘쭘하네. 방 한편의 옷걸이가 되는 간접적인 체험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허수아비라던가. 에어컨이 가동되는 윙윙 소리가 귀 주변을 장악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비서가 살포시 웃는 게 등 뒤로 느껴졌을터였다. 그냥 보기용 가벼운 웃음이었는지 아니면 눈치만 보는 제가 웃긴 건지. 실실 웃는 거 봐선 후자인 게 틀림없었다. 비서는 어느새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들어가면 된다는 말을 읊조렸다. 고개를 얼떨결에 끄덕였다. 그럴 거면 빨리 말해주던가, 새끼가. 샌들을 신고 있는 발이 작게 시려 옴을 느꼈다.

 

* 마트료시카 대표적인 러시아의 민예품. 인형의 몸체는 상하로 분리되고, 인형 안에 크기가 더 작은 인형이 3~5개 반복되어 들어 있는 구조이다.

 

 

 

 

 

" 뭐, 변한건 하나도 없네요. "

 

" … …."

 

" 저기 소파에 앉을래요? "

 

 

 

 

차가운 문고리를 조심스럽게 돌리자마자 열리는 문에 한번. 제 눈앞에 펼쳐지는 내부에 두 번. 제가 그렇게 작은 눈이 아님을 자부할 수 있다지만 사무실 내부를 한꺼번에 담을래야 담을 수가 없었다. 이제야 도경수를 만나기 직전까지 긴 복도를 오가며 미친 듯이 걸었던 걸 기억했다. 도경수와 시선이 닿았다. 업무를 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셔츠를 걷은 팔과 이리저리 풀어헤친 넥타이. 힘줄이 돋아나있는 손에 쥐고 있는 만년필과 그 밑 자리 잡고 있는 각종 서류들. 그날과 다름없이 깔끔하게 내린 머리를 작게 쓸어올리는 행동까지.

 

 

……와.

 

 

보기만 해도 감탄사는 시냇물 흐르듯 졸졸졸 흘러나왔다. 내부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깔끔했더랬다. 시크와 모던의 정석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블랙과 화이트로 보기 좋게 정돈돼있는 인테리어에 이어 꽤나 특이한 사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을 때 풍기는 분위기는 정말로 고급스러웠다. 섣불리 걸어 설 안될 그 분위기가 가히 저를 억제하고 있는 느낌이었을 터였다. 도경수는 피곤한 듯 눈가를 어루만지며 저를 반겨왔다. 보낸 문자가 거짓말이 아니었음을 새삼 느꼈다. 정말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중요하다던 서류뭉치들을 재껴놓고 일어날 이유가 없어 보였다. 턱하고 막히는 숨들을 천천히 내쉬었다.

 

 

저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시선이 닿을 때 괜히 꺼림칙한 기분을 숨길 수가 없었다. 변한 거 하나 없다는 말의 의도를 당최 모르겠다. 시발, 그럼 내가 뭐 고치기라도 했겠냐? 어이가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미간을 힘껏 구겼다. 뭘 어떻게 해서 나타나야 하는지 곧바로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 했다. 니처럼 금이라도 온몸에 도배질을 해서 와야 되는 거니. 퍽이나 웃겼다. 어쩌라는 건지. 자신은 뱉은 말이 아무 의도가 없어 보임을 알려주는 듯 도경수는 태연스럽게 눈썹을 들썩이며 사무실 중간에 위치해있는 소파를 손짓했다. 앉으라는 무언의 신호였다.

 

 

 

 

" 죄송해요, 일하는 중이어서. "

 

" … …. "

 

" 많이 지저분하죠. "

 

 

 

 

예. 존나요.

 

 

도경수는 당연스럽게 소파 맞은편에 털썩 주저앉았다. 손에 들린 머그 컵에는 갓 내린 커피에 몽글몽글 뜨거운 김이 피어 올라오기를 반복했다. 커피 내음이 제 코끝을 간지럽혔다. 방금 전까지 앉아있었던 도경수의 데스크는 존나게 더러웠다. 앞에서 말했듯이 서류들이 쌓여있는 건 물론이오,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종이들은 탄식을 자아내기 충분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소파도 마찬가지였다. 소파 와 소파 사이에 놓인 또 다른 탁자는 도경수의 데스크와 북붙을 한 것 마냥이나 더러웠고, 더러웠다. 기승전 개 더러움. 금방이라도 종이 무더기를 들춰보면 좀벌레가 나올듯했다. 사무실 꼴이 이러니, 나중에 귀한이 올 때는 어떻게 대접하는지 참으로 궁금해질 터였다.

 

 

종잇장이 넘겨가며 갈라지는 소리가 사무실에 울러펴졌다. 나도 일하는 도중에 왔습니다만. 어처구니가 없었다. 방금 전까지 도경수가 읊조린 말을 들어보면 나긋한 말투 속에 날카로움이 담겨있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일을 하느라 바쁘니 이런 거 치울 여유는 개미 똥만큼도 없다, 라는 내적의 뜻으로 다가왔다 이거다. 그럴 거면 왜 불렀냐 시발. 일하는 도중이면 일이나 하던지.

 

 

 

 

" 음, 무슨 얘기부터 시작해야 될까. "

 

 

 

 

DOKS 대표이사 도경수

 

 

본 데스크 위에 놓인 아크릴 명패가 괜스레 어깨를 위축이는데 한수했다. 입술이 메말라 가는 건 기본이었다. 도경수의 물음 아닌 물음을 뒤로 정적이 훑고 지나감으로써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삭막하기 그지없었다. 커피를 머금은 입에서. 혀로 축이는 입술에서. 정갈하게 꾹 다문 입술에서. 어떤 얘기들이 자잘하게 흘러나올지가 궁금했다. 오만가지 잡생각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겉면을 훑던 굵은 손가락이 두어 번 움직이는 걸 주시했다.

 

 

 

 

" 아직까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 일은. "

 

" … …. "

 

 

 

 

지금 내가 도경수 앞에서 취해야 할 행동은 억지스러운 조소를 자연스럽게 띄우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당신이 뭘 했든 간에 화를 낼 수밖에 없었어요. "

 

" … …. "

 

" 충분히 알잖아요. 어떤 상황이었는지. "

 

" … …. "

 

" 자제를 하려고 노력했는데, 안되더라구요 그게. "

 

 

 

 

걷은 셔츠 밑으로 보이는 푸른 힘줄들이 눈에 들어왔다. 꽤나 남자답다 생각했다.

 

 

이 사건의 시발점은 난데. 잘못의 중심은 난데. 그걸 잡고 꼬투리를 물고 물줄 알았건만, 예상 외였다. 도경수는 정중히 사과를 표했다. 말투가 선해졌다는 걸 느꼈다. 경찰서를 운운할 것 같던 도경수의 입에서 꽤나 나긋하게 말이 흘러나오자 적잖게 당황을 했다는 걸 숨길 수가 없었다. 눈을 적잖게 깜박였다. 몇 시간 전 문자 내용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반복해서 사과를 하는 도경수가 태연하게 느껴진다는 건 누가 봐도 거짓말이었다. 낯설었다, 이런 게. 도경수가 시선을 내리깔았다. 분명 난, 그냥 단순히 밑밥을 깐 거라 생각했다.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오게 만들 단순한 떡밥. 정형적인 떡밥. 절대로 진심을 향한 사과가 아니라 생각했다.

 

 

 

 

" 그건, "

 

"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요. "

 

" … …. "

 

" 그런 부분을 다 떠나서, 숙녀한테 무례하게 범한 게 너무 마음에 걸려서 그래요. "

 

" … …. "

 

" 다시 한번 정중히 사과할게요. "

 

 

 

 

뭐랄까,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싹수없이 내뱉는 말투와 대조됨으로써 낯선 느낌을 조성하는 도경수가 이리도 따스해 보일 리가 없었다. 진지한 눈빛 사이로 시선이 닿았다.

 

 

 

 

" 어찌 됐든 당신이 이 일에서 제 3자 아니에요? "

 

" … …. "

 

" 눈 감고 넘어갈 생각은 없다는 거 알아줬으면 해서. "

 

" … …. "

 

" 짚을 건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죠. "

 

 

 

 

미친 새끼.

 

 

그럼 그렇지. 참나, 하고 헛웃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이게 진정으로 병 주고 약을 주는 건가. 태풍이 지나가기라도 한 듯 혼란스러운 머리는 제자리를 찾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 새끼가 지금 나를 간 보나, 싶기도 했다. 된장국 간 보듯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간 보기에 성공한 도경수에게 금방이라도 의지의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얼굴은 개 닮아가지고 하는 짓도 개다, 이 개새끼야. 잠시나마 마음을 내려놓았던 게 화근이었다. 금방이라도 제 손에 칼을 들고 싶을 만큼이나 끓어오르는 욕구가 어느새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금세 도경수는 웃는 얼굴로 나를 마주했고 그걸 볼세에, 나도 따라 웃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구슬프기는 처음이었다. ㅂㄷㅂㄷ.

 

 

 

 

" 바로 경찰서 갈 생각은 없어요. "

 

" … …. "

 

" 기사 퍼지는 건 상관없는데, 숙녀분이 하루아침에 포털 사이트에 도배 되는 상황은 별로 탐탁지가 않아서. "

 

" … …. "

 

" 어, 맘 놓으라는 소리는 아니에요. "

 

 

 

 

시발, 이 새끼가 사람을 자유자재로 사람을 갖고 놀기에 충분한 자질을 지니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아챈 내가 병신 머저리였다. 그 안에 휘휘적 거리는 내가 얼마나 웃겼을까, 도경수는. 성격 파탄자 새끼. 도경수는 예상가는 시나리오를 쫘났는지 막힘없이 말을 술술 내뱉었다. 언제 신고할지 몰라요. 그 말 하나하나에 말없이 당황을 타기 시작한 건 나고.

 

 

 

 

" 생각을 해봤어요. "

 

" … …. "

 

" 사적인 관곈데, 공적인 부분으로 나아가면. 둘 다 피해잖아요. "

 

" … …. "

 

" 보는 눈도 많고. "

 

" … …. "

 

" 그래서 말하고자 한 결론은. "

 

 

 

 

심부름꾼이 돼줬으면 해서.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 해오던 양쪽 귀가 드디어 잘못됐음을 느꼈다. 귀가 의심스러웠다. 도경수는 이내 등 언저리를 소파에 겹쳐댔다. 여유롭기도 하다. 꼬고 있는 다리를 포함하는 자세하며, 한 손에 들고 있는 커피까지. 다른 손에 들고 있는 흰 종이가 영자신문이었으면 모든 게 완벽한 화보였다. 어디서 개가 짖나 하고 생각했을 터였다지만 개와 도경수가 오버랩이 되어 겹쳐 보이는 모습이 퍽이나 웃겼다. 진정히 내가 마주하고 있는 건 도경수가 아니라 개임을 이제야 알아차렸다.

 

 

 

 

" 네? "

 

" 말 그대로. 심부름꾼. "

 

" … …. "

 

" 악덕고용주 마냥, 빡세게 시키지는 않아요. "

 

" … …. "

 

" 내가 와 달랄 때만 와주는 거. 이게 끝. "

 

" … …. "

 

" 경찰서보다는 낫잖아요. 안 그래요? "

 

 

 

 

도경수는 이내 종이를 내려놓았다. 이게 말로만 듣던 주종 관계인가. 제가 몇 번이고 되물어볼 정도로 도경수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가관이었다. 개를 대입해서 풀어보면, 자신의 주위에서 개껌이나 물어뜯으라는 소리였고. 현실적으로 정리를 해보자면, 그냥 자신의 수발이나 들어라는 소리였다 이거다. 드디어 개판을 끝을 보는구나. 금방이라도 도경수 곁에 다가가 무릎을 꿇고 혓바닥을 내밀어야 할 것만 같았다.

 

 

 

 

" 기간은 내가 정해요. "

 

" ……아니, 그래도. "

 

" 싫으면 변호사 부르고. "

 

 

 

 

내 살다 살다 이렇게 노답은 난생처음 마주한 거 같더랬다. 꼴에 지가 갑이라고 요구하는 건 참 많았다. 발암 걸릴 것 같다. 도경수를 몰래 곱씹으며 내뱉었던 생각이었다. 

 

 

 

 

" 제안 마음에 들죠. "

 

" … …. "

 

" 그럼. 내가 고민을 한 게 며칠인데. "

 

" … …. "

 

 

 

 

자신이 묻고 답하는 상황에 내가 말할 수 있는 틈은 있을레야, 애초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다.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하는 꼴이 존나 웃겼다. 도대체 이 사이에서 어떤 행동과 모션을 취해야 할지가 풀어나갈 하나의 과제였다. 턱 끝까지 차오르는 말을 애써 삼켰다. 암요, 암요. 하며 허리를 굽혀야 하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도경수의 거지 같은 견해에 긍정을 표시해야 하는지. 이 상황에서 뇌리 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엔 둘 다 적절하게 섞어가며 행동을 취하는 게 물음을 해소해줄 하나의 답일듯했다.

 

 

문뜩 유치원에서 이를 갈고 있을 강선생이 천천히 떠올랐다. 앞뒤 다 잘라먹고 자기 말만 주야장천 하는 누군가와 쏙 빼닮았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아메리카노 사다 줘야 하는데, 샷 추가해서. 제 클러치 속 휴대폰과 각종 화장품들 속에 끼여 미친 듯이 섞이고 있을 지폐와 동전들이 마음속 한편에 결리기 시작했다. 언제 한번 지금과 동일한 상황이 만들어진 적이 있었다. 제가 이 유치원에 첫 근무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됐을 당시 지금과 별반 없이 강선생이 심부름을 시켰었고 난 곧장 카드를 건네받으며 커피를 사 올 수밖에 없는 당연한 상황이었는데. 하필이면 가는 도중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던 게 화근이 되어버렸다. 심부름도 잊은 체 안 들어가 봐도 되냐는 친구의 물음에도 애써 고개를 끄덕이며 지금 낮잠 시간이라서 별수없어. 라고 몇 분을 떨던 그때의 나는, 저지른 모든 행동이 비수로 꽂힐 줄은 예상치도 못 했을 거다. 천진난만한 게 문제였다. 그렇게 여유롭게 다른 선생들 커피까지 뽑고 유치원 탕비실로 들어가기 전까지 난 내가 뭘 잘못한지 몰랐다만 저에게로 날아오는 잔소리 아닌 잔소리는 충격을 먹기에 당연한 처지였다.

 

 

으, 지금 생각해도 강선생의 잔소리는 뇌리 속 깊숙이 박혀있을 정도로 충격이었다고 읊조릴 수 있었다. 또 이렇게 도경수와의 만남이 끝나고 나면 호랑이 소굴을 제 발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이번엔 또 얼마나 무시무시한 잔소리를 퍼부어줄지 무척이나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이 모든 미래의 일을 확신할 수 있게 해주는 도경수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싶었다. 개 씨바라마.

 

 

 

 

" 유치원 선생이신가 봐요? "

 

" ……네? "

 

" 여기 서류에 나와있길래. "

 

" … …. "

 

 

 

 

민석이 맡기면 편하겠다.

 

 

도경수가 작게 중얼거렸다.

 

 

도경수는 자신의 앞에 놓인 커피를 조심스럽게 들이키며 말했다. 손에 들린 종이 뭉치들이 작게 흔들림을 느꼈다. 유치원 선생. 얼굴에 벙찜이 드리워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나 딴에는 당황이라도 한 듯 턱, 하고 막혀오는 숨이 메마른 제 목을 작게 작게 찔러대기를 반복했다. 물이라도 벌컥벌컥 마시고 싶은 심정이었을 정도로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지만, 도경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가관이었다. 지금 저 펄럭이는 종이에 제 신상정보가 담겨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러지 않고서야, 제 직장을 가볍게 운운할 리가 없었다. 이제는 하다 하다 뒷조사 까자 하나 싶었다. 사람이 그렇게 못 미더워 보였는지 이렇게 굴 파듯 신상정보를 달달 털어간 걸 봤을 때 난 진짜 잘못 걸렸다고 생각했을 터였다. 씨바, 그냥 외국으로 튀는 건데. 스케줄상 괜히 미뤄놨던 유럽여행이 눈앞에 아른거렸더랬다.

 

 

 

 

" 저기, 제 직장은 어떻게……. "

 

" ……아. "

 

" … …. "

 

" 뭐, 조금? "

 

 

 

 

당당했다, 도경수는. 두려울 거 하나 없어 보였다. 가슴속 언저리의 무언가가 꽁기꽁기해지기 시작하는 기분이 뭐랄까, 썩 좋진 않았다. 이런 상황은 내 27년 동안에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있을레야 생각하지도 않았다. 먼 훗날 평범하기 그지없는 유치원 선생과 한 유명 대표이사가 이렇게 사적인 만남을 가지고 심부름꾼이니, 어쩌니를 읊조리며 마주하고 있다는 자체를 누가 상상이나 해낼까. 이런 도경수의 행동에 어처구니가 없고 화가 치솟아 오르는 건 당연했다. 묵언 속에 담긴 뜻을 알아들은 도경수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아니, "

 

" … …. "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남의 정보를 마음대로, "

 

" 그럼, 당신이 들은 얘기들이나 장면들은 어떻게 되는 건데요? "

 

" … …. "

 

" 이래도 억울하시나. "

 

 

 

 

저 시발…….

 

 

 아무래도 우악스럽게 닿은 인연이 악연이 될 것 같은 필이 뇌리 속을 스치기 시작했다.

 

 

 

 

 

 

 

 

이 시대의 순애보

 

 

 

 

 

 

 

 

[ 백화점 가서 와이셔츠 좀 사 와. ]

 

[ 내 이름 대고. ]

 

 

 

 

퇴근시간이었다. 뻐근하기 그지없는 어깨를 이리저리 돌렸다. 서류 작성기간이 꽤나 늘어나서 그런가, 허리와 목 그리고 어깨까지 영 쑤시는 게 말이 아니었다. 우두둑. 하고 뼈와 뼈끼리 맞부딪혀나는 소리가 드디어 내가 늙었다는 시초임과 다름이 없더랬다. 어쩐지 요 근래에 온 삭신이 쑤시기 시작하더니. 강선생이 디스크 조심하라며 아침에 나누어줬던 비타민과 파스가 제 개인 데스크에 위치해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렸다. 이렇게 아플 거였으면 파스라도 붙이고 오는 건데. 우러나오는 탄식 속에 안타까움이 섞여있었다. 뒤늦게 후회해봤자 이미 유치원과 저 멀리 떨어진 도로였고 그 도로 한가운데 버스정류장에 멀찍이 서있었을 터였다. 

 

 

제 손에 힘겹게 기대에 있는 휴대폰에서 상쾌한 문자 벨 소리가 울렸다. 야경이라면 믿을까, 어두운 밤거리에 가로등 여러 대와 자동차 헤드라이트 하나에 의존하며 도로를 쌩쌩 지나가는 모습이 제 눈에는 그 예쁘다는 거리의 야경이나 다름이 없었다. 색색들의 향연들이 그 흑백 도화지에 어우러지는 모습이, 모든 풍경이. 꽤나 아름다웠을 터였다. 문자메시지의 근원지는 누가 봐도, 일일이 잠금 화면을 풀어 확인을 하지 않아도 32살의 근성남 도경수였다. 지겹지도 않나 보다. 이제는 이런 텍스처 하나하나들이 자연스럽기까지 했다. 매일같이 똑같은 시간에, 한결같은 모습으로, 꼬박꼬박 문자를 넣는 도경수가 이제는 안쓰러워 보인다면 기분 탓일 거다.

 

 

 

 

[ 20분. ]

 

 

 

 

눈언저리를 매만졌다.

 

 

나만의 퇴근시간을 방해하는 너란 놈은. 개 쓰레기 새끼.

 

 

 

 

 

 

 

 

" 안녕하세요. "

 

" … …. "

 

" 대표님이 또 시키셨나 봐요. "

 

" 아……. "

 

 

 

 

며칠 틈을 주며 백화점에 와이셔츠만 주구장창 사가는 나를 직원들이 수상한 낯빛으로 쳐다보는 게 당연했다. 툭하면 와이셔츠에, 함으로 입에 머금지도 못하는 윗사람의 명을 가볍게 읊조리지를 않나. 많아봐야 일주일 정도의 틈을 주며 들락날락하는 나를. 내가 봐도 미심쩍은 시선을 보냈을거다, 아마. 처음엔 그 시선이 견디기 힘들었다. 워낙,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을 일제히 싫어하는 성격이라 여러 사람에게 주목을 받는 것도, 한 사람이 뚫어져라 보내는 시선도. 아무리 당찬 성격이라 자부해도 한편에 쑤셔 박혀있는 소심함이 꾹꾹 제어를 하는데 무턱대고 나설 수도 없는 판단이었다. 그날도 다름없이 말끔한 화이트 셔츠를 고른 뒤 직원이 서있는 데스크를 발걸음을 옮기기 직전까지 나는 미친 듯이 망설였던걸 기억했다. 내가 왜 이런 시선을 받고 이겨내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자체가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경수는 자신의 이름을 대고 셔츠 하나 사 오는 게 뭐가 그리 어렵냐는 듯으로 나에게 물어왔었다지만 그 심부름을 받고 아무 말없이 실천하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모든 게 문제였다.

 

 

이제는 직원들과 사담을 주고받을 정도까지 친해졌다는 걸 오늘래야 새삼 느꼈다. 가볍기 그지없는 발걸음으로 콧노래까지 덧붙이며 매장 안으로 들어설 때 정갈한 복장과는 이질적으로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뱉으며 인사를 건네오는 직원을 향해 고개를 살짝 까딱였다. 어머, 안녕! 매장 한켠에 있는 데스크에 팔을 괴고 있던 직원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애써 무시한 채 흘러내리는 머리를 작게 쓸어넘겼다. 오늘따라 매장 내부가 밝은 거 같기도 했다. 특유의 느낌들이 새삼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아마, 저 직원은 얼굴에 머금고 있는 미소 하나가 매장 분위기를 띄우는데 한수 기여를 한 것 같기도. 꽤나 고가를 판매하는 매장이라 함은 누구나 다 천장에 열매 마냥 달려있다는 샹들리에가 오늘따라 더욱더 반짝임을 표하고 있었다.

 

 

발은 자연스레 셔츠 코너로 옮겨져 있었다. 셔츠 한 장 한 장을 넘기는 손길이 빨라졌다는 걸 느꼈다. 오늘은 뭘 사가야 되나 싶었다. 셔츠 컬러들을 생각했을 때 기본적으로 떠오르는 컬러들만 모여있는 무더기들을 끝내 흥미 없는 낯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제 고르는 것도 지겨웠다. 괜스레 도경수에게 오프라인 쇼핑몰들을 추천해주고 싶은 욕구가 충만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도경수는 참 특이했다. 여태까지 사다 바친 셔츠들은 한 번밖에 입지 않는 건지, 아니면 그냥 뽀대로 모셔두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그 널리고 널린 셔츠들 중에서도 또 새로운 걸 사 오라는 도경수의 말은 가히 말해서 어마어마한 돈 지랄과 사치였다 이거다. 차라리 입지도 않을 거면 그걸로 치킨이나 사주던지, 시발. 휴대폰 화면을 넘기듯 재빨리 움직이는 손이 멈췄다. 누군가 제 어깨를 가볍게 두어 번 두들겼다는 걸 느꼈다. 

 

 

 

 

" 고생이 많으십니다. "

 

" ……네, 뭐. "

 

" 그래서 지금은 셔츠 고르고 계신 거고? "

 

 

 

 

낯설지도, 그렇다고 친하지도 않은 비서는 웬일인지 먼저 아는 체를 해왔다. 예의를 갖추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변함이 없네, 이 사람은. 비서의 눈꼬리에 웃음이 젖어있는 게 정말로 보기 좋았다. 남자치고 웃는 모습이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예쁘다. 눈언저리에 져있는 작은 주름들이 약간의 웃음이 예뻐 보일 수 있도록 더욱더 도움을 주는 포인트를 주고 있는듯했다. 비서가 다시 한번 물었다. 물음을 던지는 낮은 목소리에 걱정 어린 투가 담겨있었다. 비서의 시선은 뭐랄까, 꽤나 안쓰러움 섞인 불쌍한 낯빛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다는 걸 느꼈을 터였다. 제 마음을 다 읽고 있는 것 같았다. 걱정이라 읽고 동정이라 쓴다. 미심쩍은 본심을 애써 숨기며 고개를 끄덕였을 터였다.

 

 

 

 

" 어쩌겠어요. 성격 더러운 대표님 탓이지. "

 

" … …. "

 

" 저도 뭐, 밑에서 굴려지고 있는 건 똑같은 처지라. "

 

" … …. "

 

 

 

 

어떤 심정인지 다 이해가 가네요. 다시 한 번 더 고운 미소를 입가에 매달았다. 너머로 보이는 골드빛 샹들리에와 잘 어우러지는 것 같았다. 간접적인 메게가 담긴 자그마한 위로가 새삼 고마웠다지만 그 웃는 얼굴로 뒷담 아닌 뒷담을 까는 솜씨가 한두 번이 아님을 깨달았다. 왠지 등 언저리가 오싹한 걸 느꼈다.

 

 

 

 

 

 

 

 

" 오늘은 좀 늦었네. "

 

" … …. "

 

" 셔츠는 사 왔어? "

 

 

 

 

저 고급진 사무실 안에서 도경수가 뭘 하고 있을지 일제히 관심도 없었다. 그냥 빨리 셔츠나 두고 집에나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올라가는 속도가 매우 느린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기나긴 복도를 끊임없이 걸을 떼도, 수십 번 수백 번씩 한 생각이었다지만 사무실에 다가와지면 질수록 꿈꾸던 잡생각 하나하나를 곱게 접을 수밖에 없었다. 또 저문을 열고 들어가면 잔소리를 들을게 뻔하고 뻔했다. 어깨에 묻어나있는 피로가 하나둘씩 쌓이는 느낌이었더랬다.

 

 

이제는 어서 오라는 말 대신 자신이 시킨 목적부터 묻는 것도 익숙해진 탓이었다. 머리 언저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제 손에 들린 상자를 눈앞에 휘저었다. 그래요, 니가 원하는 셔츠 여기 있어요. 될 대로 되라는 식이었다. 제 손동작에 힘없이 딸려가는 상자가 위태로워 보였다.

 

 

 

 

" 그렇게 사람을 굴리고 싶으시면 심부름센터를 하나 차리시지. "

 

" 귀찮아서. "

 

" … …. "

 

" 봐, 나 할 일이 산더민데. 어떻게 나가. "

 

" … …. "

 

 

 

 

퍽이나. 도경수의 손에는 여전히 커피가 들려있었다.  갓 내린 원두의 내음과 도경수의 향수 냄새가 제 코끝을 감싸고 돌기를 반복했다. 정반대의 향과 향이었다지만 어우러져 나오는 미묘한 향이 흐릿한 정신을 꽤 맑게 해주는 듯했다. 눈을 두어 번 깜박였다. 도경수는 데스크에 몸을 기댄 채로 눈짓했다. 시선을 옮기라는 신호였다. 내가 왜 이 새끼의 말을 곧장 들어야겠냐는 제 주장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눈동자를 천천히 굴리기 시작하는 내가 웃길 지경이었다. 존나 찌질하다. 이내 자꾸만 흘러내리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포커스를 옮겼다. 곧바로 보이는 건 노트북을 중심으로 나열돼있는 상자들이었다. 상자 안에 담긴 이상한 무언가들 그리고 흩어져있는 종이들까지. 정말로 헉, 소리 나게 많은 양이었다.

 

 

 

 

" 그나마 프리한 게 너라서 불렀는데. 왜? "

 

 

 

 

단지, 귀찮은 게 이유냐고 묻고 싶었다. 이유가 저렇게 질이 떨어져 보이는 건 난생처음이었다. 할 일이 산더미라며 도대체 줄 생각을 안 한다는 도경수의 저 말은 분명 지 자랑임이 틀림없었다. 괜히 욱하는 건 숨길 수가 없었다. 자기보다 프리하게 일하는 누구를 까고 있는 것만 같았다. 오늘따라 후리 하게 일을 마친 내가 낯부끄러워질 터였다.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지만 비수로 꽂힐지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더랬다. 기분이 땅바닥을 향해 저조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지금 이 상태로는 도경수를 마주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또다시 피곤이 미친 듯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한숨을 작게 내뱉었다.  

 

 

이제 가도 되죠. 이 상황을 종결 내고 싶은 제 물음이었다.

 

 

 

 

" 용건 다 끝났죠? "

 

" … …. "

 

" 갈게요. "

 

" … …. "

 

" … …. "

 

" 잠깐만. "

 

 

 

 

뭐요. 왜요. 집 가서 맥주라도 원샷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유리와 사기가 맞부딪혀 나는 소리가 깔끔했다. 근원지는 머그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던 소리였다. 기다려봐. 곧바로 등을 돌리려는 나를 도경수는 말 한마디로 멈춰세웠더랬다. 손을 두어 번 저었다. 가지 말고 기다리라는 소리였다. 뭐, 어쩌라고. 맨발을 훤히 드러내고 있다는 걸 망각하지도 않은 체 발끝을 오므렸다. 도경수가 사뭇 분산스럽게 움직이는 걸 느꼈다. 

 

 

 

 

" 뭔데요? "

 

" 선물. "

 

" … …." 

 

" 입으라고. "

 

" 이걸 왜……. "

 

 

 

 

대뜸 없이 나에게로 건네진 건, 방금 제가 건네준 상자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검은 상자였다.

 

 

 

 

" ……미친."

 

" 예쁘지. "

 

" 네, 완전…… 은 무슨, 별로 안 좋은데요. "

 

" 마음에 드는 눈친데. "

 

 

 

 

안 좋은거 맞아?

 

 

그 상자를 얼떨결에 받아버렸다. 반강제적 도 있지만, 당장 안 받으면 갖다 버릴 거라는 도경수의 말에 그대로 달려가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더럽게 무거웠던 눈꺼풀이 어느새 가벼워졌다. 잠이 확 달아났다는 걸 느꼈더랬다. 상자에 떡하니 박힌 로고는 감탄사를 자아내고 제가 이런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충분한 요소였다. 허억. 하고 입이 벌려지는 건 절대 고의가 아니었다. 꽤나 고가의 브랜드였다. 나 같은 평범한 월급쟁이들은 꿈에도 못 꾼다는 그런 브랜드였다. 일 년에 한번 아이쇼핑 갈까 말까 한. 정말로 월급쟁이들 사이에서 사대하는 브랜드를 순식간에 눈앞에 마주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미친, 시발. 욕이 나오는 건 당연스러웠다. 도경수가 씨익, 웃는 게 느껴졌다.

 

 

 

 

" 이걸 왜 주는 건데요? "

 

" 뇌물. "

 

" ……예? "

 

 

 

 

나를 불러 세워 갑작스레 건네준 상자의 의도도, 안에 담겨진 원피스에 의도도. 뇌물이라는 도경수의 대뜸 없는 말도. 머릿속은 온통 물음표에 가득 찼다. 의도라도 한듯하게 상자 손잡이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가격표에는 0이 수없이도 붙어있는 걸 알아차렸다. 시발, 개쩐다……. 아무리 죽어라 일해도 꿈에도 못 꿀 그런 숫자였다. 입에 침이 고여있다면 금방이라도 흘려내려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했다. 상자 안에 고이 접혀져있는 원피스의 한 쪽을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제 손끝에 닿는 부드러운 실크의 느낌이 이리도 고급 져 보일 수가 없다. 존나 매끈하다.

 

 

 

 

" 사실, 해외로 출장 가는데 그 기간까지만 민석이 돌봐줄 수 있을까 해서. "

 

" … …. "

 

" 요즘 세상이 얼마나 흉흉한지 알잖아. 민석이 혼자 놔둘 수도 없고. "

 

" ……달려있는 비서는 폼이에요? "

 

" 비서랑 같이 가. 출장. "

 

 

 

 

아, 시발.

 

 

 

 

" 알겠지? "

 

" … …. "

 

" 이번 건은 심부름이 아니라 부탁이라고 칠게. 간절하게, 응? "

 

" … …. "

 

" 부탁할게. "

 

 

 

 

 

 

 

 

 

 

 

 

 

 

[EXO/도경수] 이 시대의 순애보 02 | 인스티즈

 

 

 

 

 a private talk.

 

 

다음 화 부터 아마 본격적인 순애보 내용이 시작될 거 같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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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분량에한번놀라고 멋있는경수에한번더놀라요
이혼남경수라서 그런가 더 멋있어 보이는 이유가 뭘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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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09.5
뭐야 경수 츤데레인가여????ㅠㅜㅜㅠㅠㅠ분량진짜 짱짱이에요ㅠㅜㅠㅠ감동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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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22.66
우와...이혼남 경수라니..경수가 순애보인건가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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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1.237
작가님...! 기다렸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매일같이 분량도 혜자고 이어지는 스토리가 너무 재밌어요!! 오늘도 너무 잘보고갑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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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오랜만이에요 작가ㅏ님...ㅠㅜ 경수는 여전히 멋지고ㅠㅠㅠㅠ 여주 성격도 마음에 들고ㅠㅠㅠ 재밌네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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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분량봐ㅠㅠㅠㅜ 여주 말하는 거 왜이렇게 마음에들죠ㅋㅋㅋㅋㅋㅋㅋ입 밖으로 못 내뱉고 속으로 말할 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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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경수야 ㅠㅠㅠ진짜 분량도 짱 ㅠㅠㅠㅠ 무심한 속에 달달함이 느껴져요 ㅠㅠㅠㅠ 너무 재미있어뇨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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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81.72
너무 재밌어요!ㅠㅠ 비회원이라 댓글을 이렇게 남기네요 ㅠ_ㅠ
다음편도 기다리겠습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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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87.140
짱짱!!!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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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와...경수 셔츠 셔틀 시켰어.......파워갑질...쨌든 그럼 민석이랑 같이 지내는 건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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