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둥이야 |
"여보세요?" '오빠. 지금 자요?' "내가 전화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안자고 뭐했어요? 얼른 자요." '지금 나 걱정해주는거에요? 우와...나 감동했어요." "나 내일 일찍 출근해야되요. 얼른 자요." "...네..." 상단바를 보니 새벽1시 반이었다. 이렇게 늦게까지 안자고 뭐하는건지.. 상단바 밑으로 보이는건 활짝 웃고 있는 ㅇㅇ이의 모습. 배경화면을 바꿔야지 하면서도 막상 바꾸지를 못하겠다. ㅇㅇ이가 섭섭해 할 게 분명하니까. 이러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하면서도 머릿속에서만 이성적이지, 막상 행동하는 건 이성적이지 못했다. 처음봤던 카페에서 그날도 이성적이지 못한 판단을 내렸었다. 분명히 머릿속에서는 안돼.안돼. 하면서도 행동은 그 반대였다. 퇴근 하면 항상 가는 카페가 있다. 크리스가 하는 카페인데 친구라는 이유로 지정석을 만들어줬다. 입구에서는 잘 안보이는 창가자리. 항상 그 자리에서 크리스가 내려주는 쓰디 쓴 에스프레소와 달디 단 치즈케익이 내 메뉴이다. 그날도 그랬다. 평소처럼 그 자리에 앉아 에스프레소 한모금, 치즈케익 한입. 그 때 문득 네가 다가왔다. "저기요..." "네?" "왜 항상 오빠만 여기 앉아요..? 저도 이 자리 앉고 싶은데.." 사복을 입었는데도 학생이라는 느낌이 확 풍겼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을 하는데. 그냥 무시하면 될 것을 나는 '앉아요.'라고 답해주었다. 항상 비어있던 내 앞자리에 네가 앉으니 뭔가, 어색하기도 하면서 설레기도 했다. 너무 오랜만에 느껴보는 느낌이라 더 그랬다.
"여기 되게 조용해요. 이런 분위기 좋아하시는 구나?" "네..." "회사 다녀요?" "네." "그럼 명함 있겠네요? 저도 한장 주세요." 얼떨결에 명함을 한장 건내주었다. 왜 그랬는지 지금까지도 잘 모르겠다. 내 명함을 받고는 활짝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뒤로 나에게 매일 같이 톡과 전화가 왔다. ㅇㅇ은 지금 열아홉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는 고삼. 자기 앞가림을 해야 할 때인데, 내 앞가림만 해주고 있다. 아침이 되면 아침 먹었어요? 오늘은 많이 덥데요. 같은 나를 걱정해주는 톡을 보내온다. 처음엔 웃으면서 봤다. 귀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ㅇㅇ은 학생이고 나는 직장인이란걸. 해야할 것도 다르고 위치도 다르고 그냥...다 다르다는 걸. 그래서 연락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었는데. 이 말괄량이 소녀는 절대 내 말을 듣질 않았다. 여느 때 처럼 카페에서, 내 앞자리에 앉아있는다. "ㅇㅇ아." "네 오빠." "내 나이 정확히 모르죠?" "저보다 많은 건 알아요." 태연하게 받아치는 너를 보니 심각성을 전혀 못 깨우치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그 심각성을 조금이나마 말해주려고 입을 열었다. "나 서른이에요. 열 한살 차이에요. 내가 초등학생 때 ㅇㅇ이가 태어났어요. 게다가 지금 ㅇㅇ이는 고3이고 나는 직장인이고. 같은 위치가 아니잖아요. ㅇㅇ이는 지금 공부해야되요. 나 같은 아저씨랑 만날게 아니라." "내가 언제 오빠 아저씨라고 부른 적 있어요? 오빠 아저씨 아니에요. 저도 알고 있어요. 근데 사람 좋아하는게 죄에요? 이렇게 까지 직접적으로 말 할 필요 없었잖아요." 급격히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미안해 ㅇㅇ아. 근데 어떡해 이게 사실인걸. 네가 딱 일년만 빨리 태어났으면 좋았을텐데...
그 날 이후로 정말 ㅇㅇ이는 연락이 없었다. 매일 아침마다 오던 톡도 가끔씩 오던 전화도 이젠 없었다. 그래. 원래 이랬었잖아. 잘된일이야.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
"팀장님! 오늘 회식 있는거 아시죠? 제가 맛있는 데로 예약해놨습니다!" "어.그래.가야지." 핸드폰 배경화면을 보다가 팀장실 문이 열리는 줄도 몰랐다. 박찬열 사원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나갔다. 아, 나 왜이러고 있지? 일이나 해야겠다.
한잔, 두잔, 계속 마시다 보니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박찬열사원은 아까부터 내가 이상했다며 어디 아프냐고 물었다. 티 났나? 티 날 만큼 내가 ㅇㅇ이를 생각했었나?
"안되겠어요. 팀장님 제가 집가지 바래다 드릴게요." 박찬열사원이 쓸데 없는 친절을 베풀었다. 나는 분명 됬다고 말 한 것 같은데... 눈을 떠보니 ㅇㅇ이가 있었다. "안되겠어요. 팀장님 제가 집가지 바래다 드릴게요." "아 됐어! 내가아...갈 수 있어..."
그 말을 끝으로 준면은 엎어져버렸다. 하는 수 없이 찬열은 준면을 끌고 택시에 올라탔다. 준면의 신분증을 보고는 택시기사에게 압구정으로 가주세요. 라고 말하고는 준면의 단축번호 1번을 눌렀다. 1번을 꾹 누르자 핸드폰 배경화면이었던 ㅇㅇ의 사진이 떴고 사랑둥이 라는 글자가 떴다. 찬열은 당연히 친동생 일 것이라 생각을 했다. 전화를 걸어보니 어린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빠..?' "안녕하세요. 저 혹시 김준면 팀장님 동생분 이세요?" '네?' "저는 김준면 팀장님 밑에서 일하는 박찬열이라고 하는데요. 팀장님께서 많이 취하셔서...집으로 와 주실 수 있으세요? 지금 가는 길입니다." '집이..어딘데요..?' "팀장님 집 모르세요?" '오빠가...잘 안데려가 줬거든요..' "아,그럼 압구정동에 있는 오피스텔로 오시면 됩니다." '네.금방 갈게요.'
찬열이 준면을 힘들게 지탱하고 있으니 ㅇㅇ이 왔다. "안녕하세요. 저 박찬열입니다. 팀장님한테 이렇게 어린 동생분이 있는 줄은 저도 몰랐네요." ㅇㅇ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준면의 집에 도착했다. 준면의 생일을 누르니 다행히도 문이 열렸고 찬열은 준면을 침대에 눕혀놓았다.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그럼 저 가볼게요." 술냄새가 풍기는 준면의 자켓을 힘들게 벗겨주었다. "나한테 공부하라고 그랬으면서 나 괴롭히고 있어 진짜." ㅇㅇ은 입술을 삐죽내밀며 넥타이와 양말도 벗겨주었다. 그리곤 어지럽혀 있던 거실과 주방을 정리했다. 그래도 준면이 깨질 않자 심심해서 준면이 누워있는 침대 밑에 앉아 준면의 핸드폰을 구경했다. 배경화면인 저번에 찍었던 자기 사진을 보고는 슬쩍 웃어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번호를 쳐보니 사랑둥이 라고 저장 되있었다. 그걸 보고는 준면이 귀여워 침대에 누워있는 준면을 한 번 쳐다보았다.
"어? 깼어요?" 설마했다. 꿈 속 이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아니였다. 몇번을 눈을 감았다 떴지만 내 눈 앞에 보이는 건 ㅇㅇ이었다. "박찬열 사원이 데려다줬어요. 나한테도 전화해주고." 하여튼 박찬열. 친절이 너무 과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는 ㅇㅇ이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수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그 생각을 다 정리하기도 전에 일어나 ㅇㅇ의 옆에 앉았다. 나를 꿈뻑꿈뻑 큰 눈으로 보고있는 네가 너무 귀여웠다. "오빠..." 갑작스런 포옹이었을텐데도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너도 기다렸었구나? 나는 더 기다렸어. 연락하지 말라고 했는데 정말로 안해서... 많이 섭섭했어.
"미안해요." 정말.정말 많이 보고 싶었다. 네가 나를 빤히 쳐다보니까 당장이라도 키스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내 입술이 네 입술 바로 앞까지 갔다가 마음을 가다듬고는 네 이마에 맞췄다. "우리 사랑둥이는 아직 애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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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