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침묵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 했다. "아, 어제 여주가 연습실에서 넘어져서 쇄골쪽이 부었었거든요" 수호가 급히 나서서 이야기를 지어냈다. 나에게 몰렸었던 시선은 다 수호에게 쏠렸다. "..여주가 많이 아파했는데, 그때 치료해주고 병원 데려가 주었던게 세훈이에요." 수호가 말을 마치자 Dj오빠의 다급하며 과장하는 듯한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런거였군요! 세훈씨, 그걸 말로 해야지. 아무리 편해도 숙녀분인데 그렇게 옷을 막까면 안돼죠ㅋㅋㅋ"
"아!! 매일 까먹어요. 여주가 워낙 털털해서ㅋㅋ" 세훈이 갑자기 다시 내 옷을 정리해 주더니 내 옷을 털어주기까지 하고는 웃어보였다. 급히 Dj오빠가 화제를 돌렸다. "네! 지금 남자가 봐도 진짜 거부감이 없어요ㅋㅋ. 여주씨는 평소에도 애교가 없죠??" "네. 내숭도 없고, 애교도 그닥..ㅋㅋㅋ" "어? 나한테는 애교 막 부리던데." 찬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른 목소리가 치고들어왔다.
백현이 말을 하고선 나를 돌아봤다. 어제밤일을 얘기하는것 같다. 급히 고개를 숙여 눈을 피했다. Dj오빠가 크게 반응하며 나에게 물었다. "오. 여주씨, 진짜에요? 백현한테만 애교했어요??" "네..? 아.. 그게 무슨 애교에요..ㅋㅋ오빠 그냥 장난 좀 친거였잖아요" "아~. 새로운 커플이 생기나 했는데 철벽을 치네요ㅋㅋ" 어떤 말도 잘 넘겨주는 Dj오빠의 능력에 세삼 감탄했다. 그렇게 멤버들은 이번 컴백곡에 소개와 자랑을 했다. 어느새 40분 녹화의 시간이 끝나고 모두들 정리를 시작했다. 멤버들끼리 웃고 장난치며 라디오촬영장을 나설 동안 나는 메니저오빠에게 불려갔다. 비상구계단에 따라 들어가니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김여주. 너 아까 목에 그거 뭐야?" "...사실 벌레 물린 거예요. 갑자기 그렇게 옷을 벌려서 당황했다구요" 내 짜증섞인 대답을 듣자마자 고개가 돌아가며 볼이 화끈거렸다. "..니가 아주 애들인생 망치려고 작정을 했구나?" 처음본 화난 메니저오빠의 모습과 아픈 볼에 놀라 한마디도 못하고 있었다. "지금 그 자국. 누가봐도 입으로 낸 자국이야. 행동 똑바로 안해?" 어이가 없었다. 내가 오히려 이상한 애 취급을 받았다. "..전 적어도 제 몸은 똑바로 관리해요. 사실 오빠도 알고 계시지 않았어요? 제가 이팀에서 어떤 취급 받는지. 그냥 쉬쉬하고 넘어가시는거 잖아요." 그동안 쌓인게 워낙 많았었고, 멤버들이 대놓고 나를 괴롭힐때 메니저오빠도 조용히 분위기를 수긍하며 모른체 했던걸 눈치 챘었기에 속사포로 내뱉었다. 눈물이 차올랐고 메니저오빠가 당황했다. "김여주..." 급하게 내 이름을 뱉는 메니저 오빠를 뒤로 한체 급히 비상구를 나왔다.
그런데 비상구입구 옆에 걸터앉아있던 백현이 보였다. 깜짝 놀라 움찔했지만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걸어갔다. "야. 형이 뭔 말 했냐." 자신도 다 듣어서 다 알고있을게 뻔한데 굳이 다시 한번 물어보는데 어이가 없었다. 그대로 뒤도 안돌아보고 나갔다. * 숙소로 바로 돌아가는 차안은 피곤함에 절어있었다. 인터넷은 이미 아까 라디오생방의 일로 떠들썩했다. 나는 이미 무대에 서기도 전에 온갖 욕을 먹게됬다. 'ㅋ...? 저게 어딜봐서 다친거냨ㅋ 누구랑 잤니..? ㄱㄹ인정' '와대박. 저런 쓰레기도 감싸주는 수호인성갑' ';;;다된 밥에 재뿌림?ㅋㅋ여주야. 탈퇴해' 인터넷기사 댓글을 보다 폰을 집어넣다. 멤버들 대부분이 자고있었지만 수호 만이 생각에 잠겨 있는듯 했다. 아까부터 나에게 말을 걸듯 말듯 초조하게 바라보던 그가 이내 눈을 감았다. 이 목의 키스마크가 누구꺼냐고 묻고 싶겠지. 진실을 알게된다면 그의 표정이 어떨지 볼만 하겠다. * 다음날 아침 일찍 리허설을 하러 방송국에 갔다. 나는 바보같이 어제일도 잊고 첫 무대의 설렘과 긴장으로들떠있었다. 모두들 차에서 내릴 준비를 하는데, 백현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여주야. 너 팬들 앞에서 제대로 당하는 법 알아?" 또 무슨 꿍꿍이겠거니, 싶어 무시했다. 이미 스카프로 목도 가린 상태니까 아무도 자국을 보지는 못 할 것이다. 차에서 내리자, 방송국 앞에있던 수많은 팬들이 달려왔다. "까아아악!! 디오오빠!! 여기요!!" "종인오빠, 잘생겼어요!!" 아침부터 준비한 플랜카드를 들고 소리를 지르며 몰려오는 팬들에 통로가 거의 막혔다. 나를 반기는 팬은 없었고 심지어 욕도 했기에, 한시라도 빨리 지나가고 싶었다.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내 목쪽으로 가길래, 얇은 스카프를 더욱 감싸며 어깨를 움추리며 지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내 어깨를 감싸며 볼에 쪽-하고 뽀뽀를 해왔다. 순간 멈칫했고, 많은 팬들이 여기를 주목했음을 알게됬다. "여주야. 이거 하나면 너 이제 끝이야. 예상했어? 난 벌써 셀렌다. 팬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