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미호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나참, 이럴 땐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 지...
대놓고 하기 싫은 표정으로 인사를 해오는 모습에 너징은 물론 멤버들 모두 눈꼬리가 씰룩거림.
무엇보다 너징은 들은게 있었기 때문에 데뷔를 한다고 당당히 찾아와 인사를 하는 구미호가 신기함.
SM... 무슨 일 있나...? 혹시 사장이 구미호에게 약점이라도 잡혔나 의심스러움.
그 짧은 시간에 실력이 월등하게 향상됐을 리가 없는데...
물론 너징이 누구를 평가할 그런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브이가 너징의 바짓가랑을 붙잡고 피처링을 부탁하던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림... 또르르...
"데뷔 축하해요. 같이 열심히 해봐요."
"... 흥."
어쨌든 후배가 인사를 하러 왔으니, 너징이 나서서 구미호에게 손을 내밈.
어차피 데뷔일도 별로 차이 나지 않고 같이 잘해보자는 의미였음.
그런데 구미호는 너징이 내민 손을 빤히 쳐다보더니 콧방귀를 끼고는 고개를 까닥이며 그대로 대기실을 빠져나갔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인식하기도 전에 쾅 닫혀버린 대기실의 문을 멍하니 쳐다보던 너징은, 머쓱하게 손을 거두고 돌아섰음.
"ㅁ,뭐 저런게 다있어?!"
구미호의 태도에 둘째가 잔뜩 열이 받아 소리침. 셋째와 막내도 표정이 썩 좋지 않음.
너징이 애써 웃으며 신경을 따른 데로 돌리려고 해봤지만 쉽게 풀리지 않는 모양임.
하지만 정작 가장 마음이 좋지 않은건 너징이지.
구미호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까 도경수와 나눈 대화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데... ㅂㄷㅂㄷ
그녀에게 웃음을 보여준 게 용한 일임.
미호. 오늘 음악방송에서 솔로로 데뷔한다고 들었는데, 대형기획사에서 데뷔했다는 자부심이 대단해보임.
고작 몇개월이라도 선배는 선배인데, 대기실 문을 노크도 없이 벌컥 열지 않나.
인사하러 왔다는 애가 시종일관 건방진 태도를 일관하다가, 선배의 손을 쌩까고 지 멋대로 자리를 뜸.ㅋㅋㅋ
아, 레드슈즈에게만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걸지도 모르겠음.
레드슈즈에는 구미호가 싫어하는 너징이 있었으니까. 근데 너징도 구미호가 싫다 이거야.
어차피 오래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금세 나가준 것이 고맙기도 함.
"응. 무슨 일이야?"
-잠깐 나올 수 있나.
"왜?"
-.. 줄 게 있어.
"잠깐만."
무대의상으로 옷을 갈아입고 목을 풀고 있는데 전화가 옴.
이름을 확인한 너징이 전화를 받자마자 인사도 없이 처음부터 용건을 물었더니 상대쪽에서도 괘념치 않고 다짜고짜 나오란다..ㅋㅋㅋ
전화를 끊은 너징은 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남.
옆에 있던 막내가 어디가냐고 묻길래 솔직하게 말하려다가 그냥 화장실을 다녀오겠다 하고 대기실에서 빠져나옴.
멀리 갈 것도 없이 대기실 문 바로 옆에 벽에 기대 서있는 도경수를 보고 너징이 한소리 함.
"여기 이렇게 서있으면 오해받아."
"무슨 오해?"
"레드슈즈가 엑소 꼬신다고."
"내가 기다리고 있었는데도?"
"우리보다 한참 선배면서 그런 것도 몰라? 소문이란건 원래 다 약자한테 불리하게 돼있어."
".. 그럼 빨리 주고 갈게."
현실적인 내 말에 도경수는 잠시 말을 아끼더니, 아까부터 들고 있던 걸 너징에게 건네줌.
이게 뭔데? 라고 물으면서 대답도 듣기 전에 물건을 받아든 너징은 내용물을 확인하고는 활짝 웃음.
"어! 이거!!"
"아직 좋아하지?"
"당연하지!!!"
흰색의 종이봉투 안에는 너징이 예전부터 좋아하던 쵸콜릿 네박스가 들어있었음.
멤버들이랑 한박스씩 사이좋게 나누어 먹으라는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고 인사를 함.
그리고 도경수는 대기실로 돌아가기 전에 다시 멈춰서더니,
"너희가 왜 약자야. 엑소나 레드슈즈나 똑같아. 그렇게 생각하지마, 징어야."
라고 하더라. 너징이 한 말이 꽤나 신경쓰였나 봄.ㅋㅋㅋ
도경수는 사건이 있었던 그 날, 너징에게서 폰번호를 받아갔음.
그 이후로 이따금씩 너징을 불러내어 이런 것들을 챙겨줌.
도경수의 선물에 구미호는 말끔히 잊어버리고 기분 좋아진 너징은 도경수의 말대로 멤버들에게 초콜릿을 한박스씩 건네고,
의자에 앉아 바로 박스를 뜯어 초콜릿 하나를 입에 쏘옥 집어넣음.
막내가 그런 너징을 멀뚱히 쳐다보다가 물음.
"언니, 비밀연애해요?"
"ㅋ,켁. 뭐?!"
"아니.. 언니가 아까 분명 화장실 다녀온다고 했는데, 갑자기 초콜릿 선물을 받아오니까.. 혹시나 해서요..."
"막내야! 언니가 무슨 연애야!!"
"왜요? 언니는 연애하면 안돼요?"
어머어머, 얘 봐라. 이런 순진한 얼굴로 돌직구 쩔어... ;ㅅ;
그런 거 아니라고 몇십번은 말해주고 나서야 막내가 알겠다면서 물러섬.
먹다가 걸린 초콜릿때문에 목이 따끔따끔함..ㅠㅠ
-똑똑
누군가 대기실의 문을 두드림. 오늘따라 손님이 굉장히 많네...
매니저오빠가 먼저 문을 열었다가 깜짝 놀라더니 문을 두드린 사람을 안으로 들여줌.
"오리, 안녕?"
"... 어.. 한뚝배기님이 왜 여기에.."
이미 삼주 전에 벗었던 가면을 다시 쓰고 나타난 건 '한뚝배기 하실래예?' 였던 변백현이었음.
너징의 질문에 오리랑 결혼하려고? 라며 능글맞게 한쪽 무릎을 꿇고 손을 내밀음.
이 쏴람들이... 연애에, 결혼까지. 오늘 단체로 날 놀리기로 작정을 했나..?
너징이 어색하게 웃으며 장난도 잘치시네요, 라고 얘기하면 변백현은 가면을 벗으면서 장난 아닌데? 라고 대답함.
단호한 표정에 잠시 당황하자 변백현이 웃음을 터뜨리며 화제를 돌려버림.
어머, 얘봐라? 절대 장난이라고 안 하네??? (음흉)
"있잖아. 오늘 우리 회사에서 미호 데뷔하는 거 알지?"
"네. 아까 인사도 왔었어요."
"응. 미호가 우리 대기실에 와서 이상한 소리를 하길래."
"이상한 소리요?"
뭔가 짚이는게 있다만...
"너희들이 미호한테 엄청 무섭게 굴었다면서?"
"... 네?"
"푸하하, 너희 표정보니까 완전 딴세상 이야기네."
뭐가 그리 좋은지 배까지 잡고 웃는 변백현의 모습에 레드슈즈 일동 황당잼....
변백현은 자기가 생각해도 너희가 그럴 것 같진 않았다고 말함.
그렇게 생각해준 건 고마운데 구미호 하는 짓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대답도 못하고 있었더니,
"어어? 후배님들. 지금 내 말 씹고 있어? 선배님 말이라서 맛있나~? 그래??"
"아."
그런거 절대 아니라고 번뜩 정신을 차리며 대답을 하면 변백현은 또 개구지게 웃음.
그렇게 웃지 마세요... 심장에 좀 무리가 오는 것 같으니까.... ;ㅅ;
".. 저기 선배님... 그럼 미호라는 분 말 듣고 저희 혼내러 오신 거예요..?"
"응? 'ㅅ' 아닌데??'
셋째가 오해를 받은게 걱정됐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본 거겠지만 변백현의 표정.. 응, 저건 진짜로 아닌 것 같다..ㅋㅋㅋㅋ
"말했잖아. 나 오리랑 결혼하고 왔다고. ^^"
"아, 선배님!!"
"오빠."
"네..?"
"너 94년생이지? 나 이거 직접 검색해본거다. 하핳. 근데 난 92년생인데..."
"... 알고 있어요.."
"진짜? 그럼 선배님 말고 오빠라고 불러줘. 물론 너희들도!"
다짜고짜 오빠라고 불러달라는 변백현때문에 다시 한 번 더 일동 황당잼....
오빠라고 안부르면 자신의 대기실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뻐기는 바람에, 결국 다들 한번씩 오빠 소리를 하고야 말았음..ㅋ
만족했다는 듯이 다음에 만나도 계속 그렇게 부르는 거라고 강제 약속까지 하고 대기실로 돌아가려던 변백현을, 너징이 잠시 멈춰세움.
"저기 선ㅂ.."
"쓰읍."
".. 오빠..."
"옳지~"
"다른 분들은요?"
"응? 다른 애들?"
박찬열이나 오세훈이나.. 이런 애들은 반응이 어때요? 라고 묻고는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가 않음.
사실 안봐도 뻔하다. 그 놈들이라면 길길이 날뛰면서 내 욕을 하고 있겠지, 뭐..
너징이 입을 옹알거리며 말하기를 망설이자 변백현은 피식 웃으며 너징의 머리를 슥슥 문지름.
헤어스타일링을 마친 상태라는 걸 알았는지, 최대한 머리가 망가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배려에 웃음이 터짐.
"그녀석들이 키는 커도 생각하는 건 완전 애야. 그치?"
"..."
"미호도 우리 식구이긴 하지만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 잘 모르겠네."
"..."
"뭐, 그녀석들은 한번 큰 코 다쳐보는게 나을수도 있겠다. 애들은 원래 다 다치면서 크는 법이잖아?"
변백현은 한쪽 눈을 찡끗, 하고 감더니 다시 가면을 쓰고 대기실을 빠져나감.
너징은 변백현이 쓰다듬었던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고 한참을 멍하니 생각함.
마냥 개구진 사람인 줄 알았더니, 이런 어른스러운 모습도 있네...
동생들도 의외였는지 변백현에 대해서 토론까지 나누더라.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구미호...
이게 보자보자하니까 보자기로 보이나.
자꾸 신경을 긁네? 진짜 언제 한 번 제대로 걸려라.
"일단 무대부터 확실하게 끝내고 내려오자!"
"네!"
그런데 이게 바로 대형기획사의 힘인가. 오늘 데뷔하는 신인인데 요새 인기급상승 중인 레드슈즈보다 뒷타임이라니.
좀 떨어져있으면 좋았겠지만, 바로 연달아 붙어있는 순번은 누구에게 불리할까?
누구긴 누구야, 이제부터 립싱크의 장을 펼칠 구미호지.ㅋㅋㅋㅋㅋㅋ
데뷔날에도 100% 라이브를 선보인 레드슈즈에 비해 춤도 어렵지 않은데 100% 립싱크를 보여준 구미호에게,
관중들은 매정했음.
"쟤 뭐야?"
"몰라, sm이라던데 난 처음봄."
"나도. sm에 저런 애도 있었나?"
"뭐야.. 레드슈즈가 훨씬 이쁘네."
"스엠 뭐하냨ㅋㅋㅋ 징어같은 애를 방출시켰으면서 겨우 저런 애를 데뷔시키고."
"어? 징어 스스로 나간거 아니였어?"
"아니야.. 내가 들었는데, 징어가 다리 다쳐서 쫓아낸거래.."
"헐... 겨우 그걸로?? 지금은 춤 완전 잘추잖아??"
"그러니까.. 그때 충격으로 우울증도 겪었다고 들었는데.."
보라고 보여주는 미호의 무대는 안보고 관객들은 각자 무리를 이루어 수다를 떨기 바쁨.. ;ㅅ;
오히려 구미호는 사람들이 레드슈즈, 그 중에서도 징어에게 한 번 더 관심을 갖게하는 존재가 돼버린 셈.
더군다나 너징의 과거까지 알고있는 사람까지 나타나고야 마는데..
워낙 예민한 일이었기 때문에 여태 잘 쉬쉬한 것 같지만, 미호를 보는 순간 답답함에 털어놓는 듯.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무대에서 춤만 추기도 벅찬 미호씨는 흐느적흐느적, 진짜 오징어 한 마리가 되심.ㅋ
그 날, 미호와 관련된 기사들의 댓글에는...
[요새 진짜 개나소나 가수한다고 설치네ㅋ]
[춤이 뭐 저래?]
[제목 돌직구 쩌넼ㅋㅋ 노래 안하는 가수래ㅋㅋㅋ 요리 안하는 요리사랑 뭐가 달라ㅋㅋㅋ]
[다들 미호한테 왜그럼? 공부 안하는 학생들도 많은ㄴ데.]
[sm 망하려고 작정했나?]
[빽 존나 든든한가봄. 저 정도로 어떻게 가수가 됐나 싶음]
아주아주 심한 혹평들이 실시간으로 달리고 있었음.
게다가...
[나 쟤보고 레드슈즈 팬 됨ㅋㅋㅋㅋㅋ]
[ㄴ222222222]
[ㄴ3333]
[ㄴ4 레드슈즈 존예]
본인 안티 생성과 더불어 레드슈즈 덕후 생성도 함께 해주시니...
이 얼마나 고마운 분이시란 말이오..!!!
-
미호야 고맙다. ^^
그래도 너가 참 싫다. ^^
예고. 다음화 <혈압주의보> 최고의 빡침을 선사해드립니다.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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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계속 받아요! 빠진 사람 있으면 꼭 얘기해주기ㅠㅠ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