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룸에서 나온 너징은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있었음.
방금 전 연기하는 김종대를 떠올리다가 풋, 웃음을 터뜨림. 종대오빠... (아련)
구미호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손을 씻는데 왜 안 옴? 비누칠까지 꼼꼼히 하면서 느긋하게 기다림.
"저기요."
굳. 드디어 왔구나.
너징은 대답없이 비누를 닦아내고 손을 탈탈 털어냄.
지금은 내 손이 털리고 있지만 이제 곧 네가 털릴거란다, 미호야. ^^
세면대에서 돌아선 너징, 문 앞에 있는 구미호를 보며 화들짝 놀라는 척.
"어머, 이게 누구야?"
"..."
"혹시 방금 날 부른 거였어? 난 또.. 내가 누군지 알면서 '저기요'가 뭐야~? 선배님이라고 해야지. ^^ "
".. 진짜 재수없어."
어머, 자기소개 하지마렴.
대뜸 구미호가 너징을 향해 재수없다고 해도 너징은 미소를 유지함.
그게 마음에 안들었는지 구미호는 인상을 잔뜩 구기면서 너징 앞에 섬.
아직 가시지 않은 물기에 손을 앞에 축 내밀고 있던 너징은 구미호에게 휴지 좀 달라고 부탁함.
구미호가 황당하단 표정으로 쳐다보면 너징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휴지를 뽑아 남은 물기를 닦아냄.
"요새 인기 좀 얻었다고 그러나본데, 한번 포기했으면 다른 거나 하면서 살지 왜 또 돌아왔어요?"
"미호씨가 보기엔 제가 인기있는 것 같아요? 와, 신나라~"
"... 그래봤자 잠깐이지. 그 조그만 회사에서 뭘 하겠다고."
구미호가 콧방귀를 끼며 너징의 회사를 비웃음. 너징 똑같이 비웃어 줌.
요새 자기때문에 그 대형 기획사가 침몰하고 있다는 건 꿈에도 모르고 있는 소릴하네.
하긴, 그 큰 회사의 주식을 한순간에 폭락시키는 구미호의 능력은 가히 대단하다고 할 수 있음.
자신의 처지가 곧 어떻게 될 지도 모른 채 아직도 턱을 당당히 치켜세우고 다니는 모양새가 참 안쓰러음.
"글쎄, 회사가 작아서 좋은 점도 꽤 있거든."
"하, 그딴게 어딨.."
"있지, 미호씨. 일단 자리를 옮기는 게 어때? 다른 손님들도 써야하는데 우리가 차지하고 있으면 공인으로써 민폐잖아."
".. 흥, 진짜 귀찮게 하네."
"자자, 일단 밖으로 나가자구. ^^"
구미호는 먼저 획하고 화장실에 빠져나갔고, 너징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그 뒤를 따라감.
깁스를 하고 절뚝거리며 걷는 모양새가 안쓰러우면서도, 왜 그렇게 됐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소름이 돋음.
뭐가 저리도 당당한건지.
안하무인격인 구미호를 무너뜨리는 건 식은 죽 먹기임.
그냥 조금만 살살 긁어대기만 하면 알아서 물고 스스로 무너져내릴테니까.
뭐, 지금 상태를 보니 더 도발할 것도 없겠는데?
구미호의 뒤를 따르는 너징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걸림.
"헛된 꿈이라면 빨리 포기하는게 좋을 걸."
"응?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데?"
"오빠한테 꼬리칠 생각 하지말라고."
"미호씨, 정말 아까부터 무슨 소릴 하는거야? ㅇㅅㅇ"
얘 봐라. 말이 짧다?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묻는 너징에 구미호는 주먹을 꽉 말아쥐고 입술을 깨물었음.
"야!!! 이 미친년아!! 자꾸 시치미 뗄래?! 너 박찬열 좋아한다고 하는거 다들었어!! 찬열이 오빠한테 꼬리치지 말란 말이야!!"
"... 야? 미호씨, 지금 나한테 야라고 했어?"
지금 야, 소리가 문제야? 누가 누구더러 미친년이래. (짜증)
"그래! 했다! 하면 뭐 어쩔껀데?!"
"미호씨는 진짜 재밌는 사람이라니까.^^"
너징은 진심으로 웃음이 남.
너징이 원하는대로 구미호가 흥분했으니 이제 슬슬 시작해야겠음.
"... 어,어떻게 그걸.."
ㅋㅋㅋㅋㅋㅋㅋㅋ 캬, 연기 좋고. b^^b
"기가 막혀서 진짜. 오빠는 너 완전 싫어하거든?"
"그건 이미 알아.."
"그러면서도 찬열오빠를 아직 좋아한단 말이야? 풉, 넌 베알도 없니?"
"... 찬열오빠가 나한테 왜 화가 난건지 잘 모르겠지만, 뭔가 오해가 있을거야. 그것만 풀면.."
너징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몸을 살짝씩 떨며 말함. 누가보면 금세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음.
구미호는 너징을 잔뜩 비웃음. 너징은 그런 구미호를 잔뜩 비웃음.ㅋㅋㅋ
"오해? 푸핫. 맞아~ 너 엄청 오해받고 있더라?"
"..."
"같이 연습했던 친구들은 배신하고 후배까지 괴롭힌 나쁜년이잖아, 너."
"무슨.."
"정말 남자들은 순진하기도 하지. 보이는게 다가 아닌데 말이야."
"..."
"그러니까 좀 조용히 살지 그랬어? 괜히 나대니까 다리까지 다치고, 회사에서 쫓겨나고, 욕 먹는거 아냐. 키킼"
너징의 눈썹이 꿈틀거림.
구미호가 다리 얘기를 꺼내자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었음. 역시 그 때 계단에서 너징을 민 건 구미호였음.
키킥거리는 구미호의 웃음에 살짝 소름이 돋긴 했지만, 너징은 좀 더 구미호를 찔러봄.
근데 너징의 그런 노력이 민망할 정도로 알아서 꺼내놓더라.ㅋ.ㅋ
"사진합성같은건 돈만 주면 얼마든지 할 수 있고, 다리를 다친 것도 이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다들 의심도 안하더라?"
"..."
"너 그 사람들한테 그것밖에 안 돼. 그러니까 괜히 과거 들먹이면서 붙어봤자 너만 찌질하다고, 알아?"
-쾅!
"!!"
"..."
갑자기 카페 안쪽에서 들려오는 굉음에 구미호가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봄.
하지만 바로 잠잠해지니까 구미호는 다시 기고만장해서 얄미운 표정으로 계속 지껄임.
문이 바로 보이던 너징은 문틈새로 얼굴을 내밀고 구경하던 김종대와 도경수를 이미 알고 있었음.
의외라면 거기에 김종인까지 끼어있었다는 거?
구미호가 입을 열때마다 김종인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종잇장처럼 구겨졌고, 김종인의 얼굴이 사라지는 순간 커다란 굉음이 들려왔음.
아마도 김종인이 자리를 박차고 여기에 끼려는 걸 도경수와 김종대가 간신히 막았겠지.
너징은 피식 웃으면서 구미호에게 좀 더 다가가 귓가에 속삭임.
누가보면 너징이 구미호를 안아주는 걸로 알만한 자세였음.
"그래, 너였구나?"
"?"
"다 너였어. 날 계단에서 민 것도."
"..."
"내가 나간 후 설치고 다니면서 안좋은 소문을 퍼뜨린 것도 다 너였어. ^^ "
너징의 말에 구미호는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너징을 팍 밀치며 소리쳤음.
"그래! 내가 그랬다!! 그래서 뭐 어쩔껀데?!"
"야. 다시 한 번 말해봐."
"참나, 내가 무서워할 줄 알았니? 맞아. 너 계단에서 밀춘것도 나고, 합성사진 뿌린 것도 나고, 이상한 소문 퍼뜨리고 다닌 것도 난데. 그래서 뭐?"
"..."
"그게 나란 걸 알면 니가 뭐 어쩔거냐고!"
구미호가 너징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밈. 너징은 순순히 뒤로 밀려주면서 가만히 듣고만 있었음.
계단 코앞까지 아슬아슬하게 밀려난 너징은 계단 밑을 슬쩍 쳐다봄.
그 때 누군가를 발견하고 너징은 씨익 웃었음.
그럼 이제 끝을 내볼까?
너징은 마지막으로 구미호를 도발함.
"어쩌긴 뭘 어째. 이젠 네가 바닥을 길 차례야."
"뭐야?! 이게 진짜!!!"
"앗."
예상은 했지만 순간 몸이 붕 뜬 느낌에 옛날의 기억이 떠올라 눈을 질끈 감음.
구미호가 한번 더 너징의 몸을 강하게 밀면서 중심을 잃고 계단 밑으로 떨어지고 있음.
음.. 이럴거였으면 낙법이라도 배워놓을 걸 그랬다... ;ㅅ;
떨어지면서 너징은 혹시라도 또 다리가 부러져 춤을 못추게 되면 어떡하나 걱정했지만,
이상하게 입가엔 계속 미소가 지어져 있음.
-털썩
"..."
"... 내가 듣고 싶은 얘기가 참 많은데."
"!!!"
"구미호. 너 지금 무슨 짓을 한거야."
"오,오빠.."
너징은 바닥에 구르는 대신 어떤 남자의 품에 폭 떨어졌고, 너징의 어깨를 꽉 잡아준 사람은 다름아닌,
아까 김종대가 전화로 진짜 불러서 한참전에 도착해있던 박찬열이었음.
너징은 아까 계단 밑을 확인하면서, 계단 밑에서 심각하게 굳은 표정으로 너징과 구미호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박찬열을 봤음.
사실 박찬열이 자신을 구해줄까, 라는 확신은 못했지만...
구미호는 박찬열의 등장에 얼어붙었는지 꼼짝도 못하고 있음.
"징어야!!!"
"오징어!"
문 뒤에서 구경하던 아이들도 너징이 계단에서 떨어지자 깜짝 놀라서 달려와 너징의 상태를 확인함.
김종대는 금세라도 울음을 터뜨릴 얼굴이고, 도경수도 눈이 두배가 됨.
박찬열 덕분에 무사한 너징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다가도 아이들은 바로 구미호를 경멸하는 눈으로 노려봄.
특히 김종인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구미호를 한 대 때릴 기세임.
하지만 너징은 알고 있음. 김종인은 여자를 절대 때리지 못한다는 걸. 그 속이 얼마나 부글부글 끓을지..ㅋㅋㅋ
"다,다들 어떻게... 조,종인오빠. 이건.."
"닥쳐."
"꺅!"
이야.. 김종인...
화 많이 났구나...?
구미호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김종인의 팔을 붙잡으며 변명을 해보려고 했지만,
김종인이 그 손을 거세게 쳐내면서 구미호는 난간 쪽으로 철퍼덕 넘어지고야 말았음.
'역겨우니까 내 이름 그 입에 담지마.' 라고 쌀쌀맞게 구미호에게 말한 김종인은 고개를 돌려 떨리는 눈동자로 너징을 바라봄.
너징은 아무런 표정없이 김종인을 바라보다가 여전히 자신의 몸에 팔을 두른 채 구미호를 노려보고 있는 박찬열을 올려다 봄.
"야, 씨발. 너.."
"!!!"
박찬열이 분노하며 구미호에게 욕을 날리려던 차에 너징은 깜짝 놀라 박찬열의 입을 틀어막음.
아무리 그래도 너 엑소인데... 여기서 그런 욕은 하면 안되지, 안 돼.
오래 있지 않고 박찬열에게서 떨어진 너징은 위쪽을 바라보면서 물음.
"종대오빠, 잘 찍었어요?"
"어? 아, 응! 찍긴했는데, 징어 너!! 내가 얼마나 놀랐는데애애애?!"
"고마워요. 그럼 볼 일은 다 끝났으니까 갈까요?"
"어..어.. 응.. 그래..."
"경수오빠도 고생했어."
너징이 묻자 김종대는 대답하면서도 발끈하여 소리침.
그런 김종대에게 상큼하게 미소를 보여주면서 가자고 했더니, 김종대 얼굴이 갑자기 얼굴을 붉어짐.ㅋㅋㅋ
도경수에게도 한마디를 던지니까 김종대와 함께 계단을 내려와 너징의 머리를 콩 쥐어박음.
'이따 봐, 너. 혼날 줄 알아.' 라면서 옆에 서는 도경수에게는 혀를 살짝 내밀며 베시시 웃었음. 하나도 안 무섭다, 뭐.
"잠깐만."
"..."
우종대 좌경수를 거느리고 돌아가려던 찰나,
너징을 멈춰세운건 박찬열이었음. 이어 김종인도 계단에서 빠른 걸음으로 내려와 너징 앞에 섬.
너징이 차가운 눈빛으로 박찬열과 김종인을 바라보고 있으면 김종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함.
"다 들었어.. 대체 이게...."
"이제 좀 알겠어? 너흰 완전 호구였다는 거."
"..."
너징의 말에 김종인이 고개를 푹 떨어뜨림.
박찬열이 중얼거림.
"역시.. 스스로 나간게 아니라 쫓겨난 거였어..?"
".. 그래. 나 쫓겨난거야. 다신 춤 못추는 음란한 생활의 연습생. 그게 내가 쫓겨난 이유고."
"모든게 전부 구미호가 꾸며낸 일이었지."
도경수가 확실하게 한마디를 덧붙여주면, 박찬열과 김종인이 구미호를 잠깐 쳐다보고 다시 너징을 바라봄.
너징은 단번에 미안해진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 눈들이 싫어서 빨리 돌아가고 싶었음.
그동안의 행동들이 모두 오해를 안고 했던 것인걸 알지만 이미 너징에게 너무 큰 상처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그들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웃어줄 수가 없었음. 역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온걸까...
"조만간 또 보게 될거야. 모든 걸 다 끝내면 우리들의 관계도 정리해야겠지."
"..." "..."
"나 구미호 잡느라 너무 지쳤거든. 그러니까 우리 여기까지만 하자."
너징은 뒤돌아걸어가고 박찬열과 김종인은 멍하니 너징의 뒷모습을 바라봄.
김종인이 다시 움직여 너징을 잡으려고 했지만, 박찬열이 김종인을 저지함.
지금 얘기해봤자 기분만 더 안 좋게 할 뿐이라고, 조금 기다려보자고. 고개를 절레절레.
"징어야."
"..."
"징어야!"
"ㄴ,네?"
단호하게 말은 했지만 박찬열과 김종인의 표정이 자꾸 떠올라 멍하니 걷는 너징의 몸을 김종대가 획 돌려 껴안음.
방금 뭔 일이 일어난건가 싶었다가 화들짝 놀라면서 김종대한테서 떨어짐. 옆에 있던 도경수의 눈썹이 꿈틀거림.ㅋㅋㅋ
"뭐하는거야~ 앞에 전봇대 있는데 조심해야지~"
"아.. 고맙습니다..."
너징이 뒤를 확인해보니까 거의 코앞까지 다가온 전봇대에 탄성을 흘리며 김종대한테 인사를 함.
김종대가 너징을 웃으면서 바라보면 도경수가 굳이 너징과 김종대의 사이에 끼어들며 물어봄.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응?"
"맞아, 그건 나도 궁금한데? 이 동영상말이야. 신고라도 하려는거야??"
"아.. 경찰서까지 뭐하러 가나요. 선생님한테 가요."
"선생님?"
도경수와 김종대는 선생님이라는 단어에 무슨 소린가 싶음.
그러다 동시에 머릿속에 떠오른 인물이 있었고, 두 사람은 입을 쩍 벌린 채 경악을 하고 너징을 쳐다 봄.
너징은 아주 해맑게 웃으며 먼저 앞장 서 걷기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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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 쟁여두지 못하겠어..
그러니까 한 편 더 봐요.ㅋㅋㅋ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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