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과 조련남 박지민
: 위험한 상견례
아니, 엄마 갑자기 이렇게 온다고 하면,
- 시끄러워, 이 년아. 숨은 쉬고 사나 봐야될 거 아니야. 그래도 딸년인데.
엄마는 입도 진짜. 딸년이 뭐야, 딸년이!
시끄러워. 아무튼 내일 갈 거니까 그렇게 알어. 아, 그 날 지민이랑 밥이나 먹게 식당도 좀 알아 보고. 내 말은 듣지도 않은 채로 전화를 뚝 끊어버린 엄마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 아줌마는 가면 갈수록 억척스러워 지는 것 같아, 아주. ' 여보, 열 좀 내지마시오….' 하며 엄마의 옆에서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손부채질을 하고 있을 아빠가 눈에 선했다. 멍하니 손에 쥔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는 내가 이상했는지 옆에서 영화 시간을 기다리며 테이블에 늘어져 있던 지민이가 몸을 일으키곤 내 양 볼을 감싸쥐곤 제 앞으로 끌어당겼다.
왜, 어머니가 뭐라셔? 무슨 일 있으시대?
붕어처럼 뻐끔 열린 입에 달달한 카라멜 팝콘을 하나 입에 넣어준 지민이에 몇 알을 낼름 받아 먹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뭐 일이 있는 건 아니고. 내일 올라온대, 엄마랑 아빠. 팝콘을 내 입에 넣어준 뒤로 콜라에 빨대를 꽂고 나에게 건네주던 지민이가 브레이크라도 걸린 자동차처럼 끼익 멈췄다. 그래, 그럴만한 일이긴 하지. 입 안 가득 팝콘을 머금은 채 미안하다는 듯이 어색하게 웃자 지민이가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어버버 거렸다.
내일 시간 돼? 너 강의 있는 거 아니야?
아니, 뭐 없기는 한데에….
그럼 너 자취방 가까이에 있는 식당으로 예약할까?
아니, 아니 안 되지! 식당은 맛있고 좋은 데로 가야지! 내 말에 발끈한 지민이가 벌떡 일어나면서 무릎으로 테이블을 쳐 팝콘이 우수수 떨어졌다. 허둥지둥 눕혀진 팝콘통을 일으킨 지민이가 급하게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맛, 맛집 검색…. 저도 당황했는지 중얼대면서 조그만 손으로 톡톡 자판을 쳤다. 영화 시간이 다 됐는지 전광판에 우리가 볼 영화의 제목이 반짝였고, 나는 정신없이 핸드폰에 집중하고 있는 지민이의 팔을 끌어 당겼다.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
그럼 벌써 식당 예약까지 다 한 거야?
당연하지. 차까지 친구한테 빌렸잖아, 나.
차는 왜 빌려가지고….
아침부터 엄마 아빠에게 줄 선물을 사야 된다며 전화로 나를 깨운 지민이에 급하게 일어나 대충 보이는대로 옷을 껴입고 나오니 어디서 온 건지 모를 삐까뻔쩍한 차가 나를 반겼다. 분명 우리 빌라에서는 이런 차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당황스러운 마음에 지민이를 찾을 생각도 못한채로 검은색의 차만 빤히 바라 보고 있는데, 창문이 쓰윽 내려가고 예상치도 못했던 지민이가 차에 앉아 있었다. 평소에는 잘 끼지도 않은 선글라스까지 끼고. 멍한 채로 가만히 있는 나를 끌어 조수석에 앉힌 지민이는 쌩하니 백화점으로 향했다. 물론 운전을 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실전에서 차를 몬 건 처음이라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 좀 무서운 것도 플러스.
나 사고 안 내거든?!
무의식 중에 차시트를 꽉 잡고 있는 내 손을 보았는지 힐끔 옆을 보고 소리친 지민이가 핸들을 쥐고 있던 왼쪽 손을 떼어냈다. 봐봐, 나 한 손으로도 운전 잘한다? 나는 지민이의 호통에 놓았던 차시트를 다시금 꽉 잡았다. 지금, 한 손 운전이 문제야? 내 목숨이 걸려있는데, 어?! 내 얼굴이 하얘져가는 걸 본 건지, 아니면 자기도 불안했던 건지 하하 어색하게 웃으며 핸들에 다시 손을 가져간 지민이가 시야를 앞으로 고정했다.
자, 됐다. 이제 내리세요 OO 어린이.
아, 주차 한 번 했다가 사람 한 명 골로 보내게 생겼네 이 친구…. 30분동안 나갔다 들어왔다를 몇 번이나 했는지 지켜보고 있던 나까지도 진이 빠졌다. 주행은 어째 저째 친구에게 배운 건지 누구에게 배운 건지는 몰라도 곧잘하던 아니, 좀 하던 지민이는 역시 주차에는 말짱 꽝이었나 보다. 주차장 들어갈 때부터 식은땀 빨빨 흘리던 것 부터 알아봤어. 자기도 힘이 들었는지 잠금을 풀면서 차에서 내리던 지민이가 한 번 이마의 식은땀을 훔쳤다.
어머니랑 아버지는 건강 식품이 좋겠지? 저번에 홍삼 좋아하셨으니까.
손 안에 무언가 있으면 가만두질 못하는 지민이가 차키의 열쇠고리를 검지 손가락에 끼워 빙빙 돌리던 지민이가 내 옆으로 와서는 물었다. 홍삼은 무슨 홍삼이야. 대충 싼 거로 사. 내 말에 눈썹을 축 늘어트리곤 울상을 짓던 지민이가 입을 불퉁하니 내밀었다. 씨, 씹귀지만 참아야지…! 아니이, 그래두. 나는 잘 보이고 싶단 말이야.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로 말한 지민이가 앞 뒤로 흔들거리던 내 손에 깍지를 껴 제 손과 맞잡으며 어깨에 기대왔다. 결국 내가 지민이에게 안기는 꼴이 됐지만.
아, 아니 그러니까 그렇게 비싼 거는….
미래의 장모님, 장인어른인데 잘보이고 싶어, 나.
그래도 지민아,
끈질기게 따라오는 시선을 애써 피하며 고개를 돌리고는 모기만한 목소리로 말하는데 금방 한 손으로 내 볼을 살짝 쥔 지민이가 제 쪽으로 돌리더니 말을 하고 있던 내 입술에 제 입술을 맞대왔다. 읍, 읍! 눈동자를 굴려 금요일 오후라 북적이는 주차장의 사람들을 살피고 어깨를 밀어내자 헤헤 하고 귀엽게 웃어 보인 지민이가 다시금 내 손을 잡아왔다. 아, 살려주세여 진짜. 어레스트…. 빨개진 얼굴에 정신도 못차리고 앞에 있던 턱에 걸려 넘어질 뻔한 나를 여유롭게 잡아준 지민이가 손을 잡은 나를 이끌었다.
자, 가자 미래의 부인님.
아, 쿵하고 떨어질 뻔한 심장이 붙어있을만한 가슴팍을 부여잡고 지민이에게 질질 끌려갔다. … 이건 심쿵 정도가 아니야 심멎이라고.
지, 지미나 이제 그,
아, 그거 말고 이거로 주세요. 그리고….
이제 진짜 그만.
계산대 위에 스물스물 넥타이 클립을 올려놓던 지민이의 손목을 번뜩 잡자 힐끔 나를 본 지민이가 불퉁하게 입을 내밀었다.
아까 홍삼집에서 거나하게 세트 2개를 산 지민이는 커다란 쇼핑백을 한 손으로 질질 끌고 다니다 이거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빈 손으로 내 손목을 잡고는 마치 쇼핑백 두개를 쥐고 가는 것처럼 질질 끌고서는 옷 매장이 즐비해있는 곳으로 향했다. 세트 고르기 부터 힘이 빠진 나는 어쩔 수 없이 지민이의 뒤를 졸래졸래 쫓기만 했다. 쇼핑백 하나와 나를 달고 구석구석을 둘러보던 지민이가 어떤 스카프 하나에 꽂혔는지 우다다다 하고는 그 매장으로 뛰쳐갔다.
이거 포장 좀 해주세요.
손에 쥔 스카프를 살펴볼 새도 없이 계산대에 내민 지민이는 매장 직원에게 포장을 맡겨놓고는 뒷짐을 지고선 영감님 처럼 매장 안을 돌아다녔다. 게다가 그냥 돌아다닌 것만도 아니고, 눈에 띄는 넥타이가 있다 싶으면 덥썩 집어서는 포장도 채 하지 못한 직원에게 넥타이의 포장을 요구한다던가, 마음에 드는 넥타이 클립이 보이면 나 몰래 슬쩍 계산대 위에 올려놓는다던가 무슨 만수르라도 된 것 마냥 행동을 하면서. 아니, 우리 지민이 파산하는 거 아닌가 몰라 진짜.
지민아, 손.
이이! 이거는….
안 돼. 너무 많이 샀어. 우리 엄마 아빠가 산신령도 아니고 무슨.
왜 이렇게 선물을 못줘서 안달이야. 나의 단호함에 결국 입을 꾹 닫은 지민이가 코로 한숨을 쉬었다. 언니, 이거 클립은 빼주시고 스카프만 계산해주세요. 허둥지둥 포장지를 자르고 있던 직원에게 미안한 마음에 어색하게 웃으며 말하자 그제서야 한시름 놓았다는듯 숨을 크게 내쉰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에 아부지 선물 드렸으니까 이번엔 엄마 선물로 하는 거야. 어린이를 어르는듯한 내 말투에 고개를 끄덕이던 지민이가 탐탁치 않은듯 눈을 세모꼴로 뜨고는 나를 째려보다 내 허리를 감싸 끌어안고는 제 쪽으로 끌어당겨 자기 무릎에 앉혔다.
내가 애도 아니구. 알아서 한다니까….
알아서 하다가는 너 빈털털이 돼, 으억! 공공장소라는 걸 자각하지 못한 나는 태연하게 지민이의 말에 받아치다 얼떨결에 마주친 직원의 눈에 허둥지둥대며 급하게 일어나려하다 휘청였다. 그런 나의 허리를 다시금 단단히 잡아 받힌 지민이가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는 웅얼댔다. 아, 그래도 오랜만에 만나는 건데…. 힐끔 직원 언니를 보자 애써 못본 척 포장하고 있는 스카프에 눈을 고정하고 있는 게 보였다. 죄송해요…. 힘이 빠져 축 늘어진 지민이의 손에 덜렁거리며 곧 떨어질듯한 핸드폰을 내 손으로 잡아채고 지민이의 등을 토닥이는데, 갑자기 진동이 울렸다. 뭔가 싶어 지민이의 핸드폰을 들어 보니 액정에 꽉 찬 가족 사진과 함께 '엄마' 라고 떠있는게 눈에 보였다. 어머니가 갑자기 웬 전화시지. 어리둥절한 마음에 그새를 못참고 나를 껴안고서 매장 안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지민이의 눈 앞에 핸드폰을 갖다대자 저도 놀랐는지 핸드폰을 쥐고는 급하게 귀에다 댔다.
엄마, 웬일이야?
- 어머, 얘 웬일이긴. 너네 어디까지 마중 나왔나 싶어서.
… 마중?
- 그래, 마중. 우리 지금 기차 안인데, 안 나오려구?
워낙 볼륨을 크게 해놓고 전화를 하는 습관이 있는 지민이라 무릎 위에 앉아있는데도 어머니의 목소리가 내 귀로 들려왔다. 뭐야, 오늘 어머니 오시기로 했어? 혹시나 전화 너머로 내 목소리가 들릴까 소근거리며 입모양으로 지민이에게 말하자 정말 지민이는 몰랐다는 듯이 어벙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 주옥 됐다. 손에 힘이 빠져 떨어질 것 같은 핸드폰을 두 손으로 고쳐 쥔 지민이가 소리를 높였다. 언제 온다고 했었어, 엄마?
아니, 느이 아버지보고 연락하라고 했었는데. 설마 연락 못 받았니? 여보, 연락 안 했어요?
'몰라.' 핸드폰 너머로 무뚝뚝한 아버님의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 … 역시. 눈을 감고 한숨을 쉬는데 지민이가 흥분을 했는지 다리를 들썩여 저절로 내 몸도 흔들거렸다. 아니, 아빠는 진짜아!!! 내가 아무리 연락을 안 해도 꼭 필요한 건 제발 하자고 했잖아요!!!! 우리 엄마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신 전형적인 부산 사나이의 아버님은 세상을 왕따 시킨다는 주의로 절대로, 그 어떠한 일이 있어도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을 잘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종종 우리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지민이의 부모님을 뵙게 된 적이 많았다.
- 어머, 어떡하니.
아으, 진짜아. 아빠 때문에 내가 못살아!!!
- 너 이번에 이사한 자취방이 어디니. 우리가 택시라도 타고 갈게.
' 아니에요, 어머님! 저희 금방 갈테니까 도착할 때쯤에 전화 주세요. 역으로 갈게요.' 다급한 어머님의 목소리가 들렸고, 씩씩거리며 숨을 몰아쉬고 있는 지민이를 대신해 전화기를 받아들어 어머니께 데리러 간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제서야 안심을 하셨는지 알겠다며 어머님은 아버님을 나무라며 전화를 끊으셨고, 갑자기 드는 생각에 나는 지민이의 무릎에서 벌떡 일어났다. 빈, 빈 손으로 갈 수는 없어…. 당황한 지민이는 나를 멍하니 올려다 봤고, 얼굴이 굳은 나는 척척 어색한 몸짓으로 계산대로 향했다.
저, 저어기…. 아까 뺐던 넥타이랑 넥타이 클립 있죠?
그거도 좀 같이 포장 좀…. 정성을 들여 포장을 하고 이제 스카프를 쇼핑백에 넣을 참이었던 직원이 고개를 번쩍 들고는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제는 지민이와 철저히 상황이 뒤바껴버렸다. 넥타이랑 클립 만으로도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나도 가면서 홍삼 가게나 들려야 겠다. 아니, 저 스카프도 사야겠는데?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는 것과 동시에 내 품에 쟁여져 가는 물건들도 많아지자 식겁을 한 지민이가 나에게 금방 달려와서는 졸졸 쫓아다니며 물건들을 쏙쏙 빼서는 다시 진열장에 올려뒀다. 이이, 진짜! 그만 사, OOO! 너 거지 된다!
**
아니, 이이가 분명히 너네한테 연락을 한다고 했는데….
아빠도 참. 내가 전화해도 그렇게 안 받더니. 아니, 그래도 오는 전화는 받아야 되는 거 아니냐구요!
… 차 샀냐.
지민이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신 것 같은 아버님이 뒷좌석에서 나지막히 하는 질문에 지민이는 두 손으로 쥐고 있던 핸들에 머리를 박았다. 물론 그사이로 내가 잽싸게 손을 넣어서 쿵 소리는 안 났지만. 불쑥 들어온 내 손에 힐끔 나를 보고 입꼬리를 올려 웃은 지민이가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자 다시 핸들을 두 손으로 단단히 쥐고 앞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저녁은 드셨어요? 앞좌석에 앉아 혹시나 사고가 날까 지민이를 살피다 뒤로 돌아보며 묻자 어머님이 고개를 젓고는 옆에 있던 언니의 어깨를 두드렸다. 안 그래도 지민이 매형이 식당 예약해놨다더라. 거기서 밥 먹고 짐 놔두러 가는 게 어떠니.
민서방이 오늘 너 보러 못온다고 직접 찾아가며 예약한 거란다. 얼마나 고맙니.
어머님이 뿌듯한듯 운전을 하고 있는 지민이에게 넌지시 말씀하시자 옆에 앉아있던 언니가 부끄러운 건지 볼을 빨갛게 물들였다. … 어떻게 해서 이 집안은 하나같이 씹덕이에여? 네? 언니를 보고 뿌듯하게 웃으며 어머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오른 쪽 손으로 내 손을 툭 친 지민이가 작은 목소리로 나를 불러왔다. 오늘 너네 부모님 오셔서 같이 먹기로 했잖아. 어떡해애? 아, 맞다. 우리 엄마. 어머님과 아버님의 생각에 정신이 없어 엄마를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급하게 밑에 두었던 가방을 올려 안에 쑤셔 넣었던 핸드폰을 찾으려 허둥지둥대는데, 그런 내가 이상했는지 어머님이 고개를 쑥 빼고 나와 지민이를 살폈다.
무슨 일 있니?
아니이, 엄마 그게 오늘 OO 부모님도 오시기로 해서 약속을 잡아뒀는데 어떡하지?
어머, 정말? 어떡하니.
호들갑은. 지민이의 말에 놀라서 허둥대는 어머님의 모습을 보고는 아버님이 나지막하게 말씀을 하셨고, 언니는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예약 무르라구 말할게요. 나긋하게 말한 언니의 얼굴이 곧 울듯 울망울망해졌다. 아, 내가 나쁜X이지…. 순식간에 좋던 분위기가 바뀌었고, 언니는 그러니까, 아주버님이 전화를 안 받는다며 울상이었고 어머님은 큰일났다는 소리만 반복하셨다. 지민이도 운전을 하며 식은땀을 뻘뻘 흘리길래 얼른 휴지를 꺼내 살짝 닦아주는데,
그럼 같이 먹지 그래.
아까 어머님을 나무라고 나서는 한 마디의 말도 없이 창 밖만을 바라보며 묵묵히 계시던 아버님이 드디어 한 마디를 꺼내셨다. 아버님의 한 마디에 차 안은 금방 조용해졌고, 언니도 힐끔 눈치를 보며 핸드폰을 다시 가방으로 넣었다. 아, 그러면 되겠네. 언제 자리 한 번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곰곰히 생각을 하시던 어머님은 박수를 한 번 짝 치며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언니는 괜히 나와 지민이의 눈치를 봤다. 너무 이른 거 아닐까요, 엄마….
민서방이 예약한 식당으로 오시라 그래.
아, 아빠?
….
한 번 한다하면 꼭 하는 성격이신 아버님은 지민이의 말을 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셨는지, 다시 고개를 창 밖 쪽으로 돌리며 풍경을 감상하셨고, 지민이는 불안한 눈빛으로 정면을 한 번, 아버님을 한 번 바라봤다.
**
어, 엄마. 내가 지금 나갈게.
오셨다니?
다 와가신다고 해서요. 제가 나가보려구요.
그래, 그래. 그러렴. 긴장을 하신듯 손수건을 곱게 꺼내 이마를 톡톡 닦으신 어머님이 나를 보며 웃으셨다. 저도 긴장돼요. 어떤 욕을 처먹을지 몰라서…. 아부지의 차를 타고 오시던 엄마의 다 와간다는 전화를 받은 나는 다른 말이 나오기도 전에 지민이 부모님 얘기를 꺼냈고, 한동안 묵묵부답이던 엄마는 좀 있다가 보자면 전화를 툭 끊었다. 무서워 죽겠네. 밤이 돼 은근히 부는 바람에 맨 살인 팔을 쓸며 식당 앞으로 나가자 저기 멀리에 차를 대고는 앞에서 꽃단장을 하고 있는 엄마가 보였다. 엄마! 하고 소리지르자 얼굴에 무언가를 두드리고 있던 엄마가 고개를 홱 들더니 욕을 할듯 입을 들썩였다. 급하게 운전석에서 내린 아빠가 그런 엄마의 입을 막았고.
… 아니, 나도 뭐. 오실 줄 알았나.
쭈뼛쭈뼛 엄마와 아빠의 앞으로 걸어간 나를 째려보던 엄마는 욕이 나오기 전에 잽싸게 건넨 나의 한 마디에 뒷목을 잡았다. 피부 관리도 안 하고, 옷도 별 그지 같은 거 입고 왔는데 웬 상견례야 이 가시나야! 어!? 아빠는 벌써부터 욕을 하는 엄마가 예상이 됐는지 멀찌감치 떨어져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려니 하늘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이 가시나 때문에 내 명이 못살아요, 내가. 한숨을 푹 쉰 엄마가 조그만한 가방에서 립스틱을 꺼내더니 차 창문에 대고 곱게 입술에 빨간 칠을 했다. … 제 명에 살겠구만 뭐. 중얼거리는 내 말을 들은 건지 엄마가 애써 잘 칠해놓은 입술을 깨물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데,
어, 어머니!
이런 딸 년이 진…. 어, 지민이니?
네, 어머니. 잘 지내셨어요?
엄마는 큼큼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욕을 하던 입을 톡톡 치고서는 뛰어오는 지민이에게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였다. 그제서야 멀리 있던 아빠도 슬금슬금 지민이의 곁으로 오고. 잘 지냈지. 뭐하러 나왔니, 곧 들어갈 거 였는데. 내게 욕을 속시원하게 하지 못한게 아쉬웠는지 나를 힐끔 보던 엄마가 툭 말을 했고, 지민이는 헤헤 웃으며 뒤에서 나를 감싸안듯 당겼다. 어깨에 뭔가 툭 떨어져 돌아보니, 아침에 차에 벗어두었던 가디건이었다. 아까부터 쌀쌀하길래, 혹시 OO 추울까봐서요. 지민이의 말에 아빠는 뒤에서 허허 하며 웃었고, 엄마도 못말리겠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얼른 들어가기나 하자. 기다리시겠다.
어머, 오셨어요?
엄마와 함께 들어오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어머님은 환하게 웃으며 엄마와 아빠를 맞았고 덩달아 언니는 옆에서 수줍게 웃고 있는데 역시나 아버님은 옆에서 고개를 까딱 숙여 인사를 했다. 아빠는 당황한듯 헛헛 웃으며 아버님의 인사에도 웃으며 악수를 건넸다. 지민이한테 말 많이 들었어요. 언제 자리 가질까 했는데 이렇게 가지게 됐네요. 어머님의 상냥한 미소에 엄마는 경련이 일어난듯 부들부들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우리 엄만 저런 거에 꼭 약하다니까. 아버님처럼 전형적인 부산 가시나 (?) 인 우리 엄마는 표현하는 거에 약했다. 23년 내 인생에 사랑한다는 표현을 들어본 것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내 이야기에 아빠가 격하게 동조한 건 함정. 또, 엄마는 살가운 거에 약했다. 그래서 살가운 서울 남자인 아빠의 유혹에 넘어간 건지도 모르겠지만.
아, 따님은 결혼을 하셨다고….
네, 지민이 누나는 작년에 결혼을 했어요. 이 식당도 얘 남편이 예약한 건데, 어떻게 마음에 드세요?
분위기도 좋고, 너무 좋네요.
역시 민서방이야. 어머님의 나지막한 말소리에 언니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작게 웃었다. 예약을 해 놓은 터라 주문했던 음식이 금방 왔고, 어색한 분위기에 조용했던 분위기는 조금씩 시끄러워졌다. 낯을 가려 아빠 뒤에 숨어 음식만 먹고 있던 엄마도 어머님의 살가움에 입을 열었고, 과묵하던 아버님도 상견례는 큰 일이라 생각 되셨는지 평소와 다르게 말을 많이 하셨다. … 비록 5분에 한 마디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크나큰 기적인 거다. 부모님들의 대화 사이에서 나도 아침부터 밥도 먹지 못하고 나와 백화점을 다닌 후라 허기짐에 보이는대로 음식을 입에 집어넣고 있는데, 가만히 있던 발이 무언가에 툭 걸렸다. 하도 음식을 집어넣어 볼이 빵빵한 채로 멍하니 고개를 드는데,
천천히 먹, 아… 귀여워 진짜.
급하게 음식을 집어넣는 내가 걱정됐는지 제 발로 내 발을 툭 치고선 소근소근 입모양으로 말하던 지민이가 내 꼴을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별로 너를 웃길 생각은 아니었는데 말이야…. 하필이면 웃음이 터진 소리가 꽤나 커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고 계시던 부모님들도 나에게로 시선을 집중시켰고, 그 스포트라이트에 당황스러웠던 나는 입에 있던 음식을 꿀떡 삼키려다 결국 사레가 들렸다. 아이고, 이 년아. 옆에 앉아있던 엄마는 컥컥거리는 내 모습에 미간을 찌푸리며 옆에 있던 물을 건넸고, 나는 급하게 물을 목으로 넘겼다.
지민이가 새아가 귀여워서 죽네요, 죽어.
아….
어휴, 이 가시나가 뭐가 귀엽다고.
허리를 숙이고는 아직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는 지민이를 힐끔 본 언니가 그런 지민이를 말리려고 하는지 어깨를 툭 쳤고, 그 모습을 옆에서 보던 어머님이 한 마디를 하셨다. 그 덕에 열이 오른 나는 아직도 음식을 머금은 채 빨개진 볼을 씰룩이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제서야 지민이는 아직도 입가에 남은 웃음을 감추지 못한채로 몸을 일으켰다. 그런 지민이를 보며 아빠는 뿌듯한듯 웃었고, 다행히도 걱정과는 달리 분위기가 더 좋아진듯 했다. 큼큼. 그런 분위기에서 갑자기 아버님이 젓가락을 테이블 위에 탁 소리나게 놓으시더니 헛기침을 하셨다.
결혼 언제 시킬까요.
….
아버님의 말에 좋던 분위기에는 금새 정적이 일었다. 저희 결혼 해여…? 쥐고 있던 젓가락을 나도 모르게 툭 떨어트렸고, 허둥지둥 허리를 굽혀 바닥에 떨어진 젓가락을 줍는 사이에 지민이는 나를 저지하고는 새 젓가락을 달라며 종업원을 불렀고, 부모님들은 입을 열었다. 사, 사돈어른이 참 성격이 화끈하시네요. 엄마가 항상 챙겨주는 손수건을 자켓에서 끙끙거리며 꺼낸 아빠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어머님은 당황한듯 팔꿈치로 아버님을 툭 쳤다.
그러게요. 언제 시킬까 걱정이네요.
OO, OO 엄마?
지민이는 임용고시도 합격해야 할텐데.
고향이 같은 부산이라 그런 건지, 아님 성격이 맞는 건지는 몰라도 엄마는 아버님의 말씀에 뿌듯한듯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당황한 건 우리 아빠랑 어머님 뿐. 그리고 지민이랑 나도. 티만 안 냈다 뿐이지 많이 당황했는지 지민이는 제 옆에 있던 물컵도 못 알아보고 언니의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왜, 너는 결혼 안 할 생각이냐. 그런 지민이의 모습에 아버님이 고개를 쭉 빼고는 지민이를 보며 말했고 지민이는 풉 하고 물을 뿜었다. 아니요, 아버님 그게 아니라….
하, 할 거예요. 일단 시험 합격하고 교사되면 그때 생각하려구우, 그러려구 말 안 꺼낸 거죠!
당황한 주제에 소리를 빽 지른 지민이가 주먹을 불끈 쥐고는 아버님을 바라봤고, 아버님은 지민이의 대답에도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는 먼저 말을 꺼내면 어떡, 읍! 보다 못해 옆에 있던 언니가 지민이의 입을 막았고,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보고 엄마 아빠와 눈을 마주친 지민이가 입을 닫고는 들썩이던 엉덩이를 다시금 의자에 붙였다. 아니이, 그러니까 그게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모기만한 소리를 안타깝게도 정확히 들은 우리 엄마가 웃으며 박수를 쳤고 그런 엄마를 아빠는 팔을 뻗어가며 말렸다.
아니 그럼 당신은 결혼 안 시킬 거예요?
아니, 얘기가 왜 또 그렇게 돼 OO 엄마….
사부은 어떠세요.
단도직입적으로 어머님에게 질문을 건넨 엄마는 옆에 있던 내게 손짓을 했고 나는 급하게 컵에 물을 가득 따라서는 엄마에게 건넸다. 아까부터 당황한 것 같던 어머님은 눈동자를 굴리다가 아버님을 한 번 지긋이 보고는 고개를 돌리더니 나를 보고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애들만 좋다면 저희도 좋죠. 어머님의 대답에 엄마는 홱 고개를 돌렸고, 엄마의 눈빛에 흠칫 어깨를 떨던 아빠도 결국 졌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
아빠는 아빠 마음대로 내 여자친구한테 청혼을 하고 그래….
무슨 청혼이야, 그게.
아, 그래두….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저녁을 다 먹고는 일어난 어머님과 아버님은 일을 다 끝내고 데리러 오신 아주버님의 차를 타고는 서울에 알아두었던 호텔로 향했고, 숨 쉬는 걸 봤으니 됐다며 내 어깨를 툭툭 친 엄마는 저녁 먹는 내내 안절부절해 힘이 빠져있던 아빠를 질질 끌고는 다시 부산으로 향했다. 덕분에 우리는 편안하게 차를 타고 내 자취방으로 왔고, 그냥 헤어지긴 아쉽다며 나의 손을 잡아끈 지민이에 의해 가까운 놀이터 안 시소의 양 끝에 앉았다. 사실, 오랜만에 그네를 타고 싶었지만 동네에서 노는 고등학생들이 자리하고 있던 터라 일부러 멀리 떨어진 시소에 앉았다.
나 엄청 당황했단 말이야.
청혼을 아버님에게 뺏겼다며 한참을 투덜대던 지민이가 바닥에 쿵 하고 앉아 나는 위로 풀썩 솟아올랐다. 무서움에 손잡이를 꼭 쥐자 지민이가 킥킥대며 웃었다. 그래도 우리 엄마 아빠가 너 많이 좋아하니까 다행이다. 결혼 이야기도 수월하고. 아까 있던 고등학생들이 갔는지 조용한 분위기에서 지민이가 나지막하게 말했고, 괜히 부끄러워진 나는 고개를 숙였다.
막 예뻐 죽겠다고 엄마가 그러더라. 우리 누나도.
우리 엄마 아빠는 그냥 네가 아들인데, 뭐.
내가 그 집 식구가 되고 싶은 건 맞는데, 아들 말구.
그러니까, 아들 말고 장모님의 박서방 같은 존재라고 해야 되나 막 그런 거 있잖아. 나를 놀리려 일부러 빙빙 돌려말한 지민이에 못말리겠다는듯 웃자 시선을 맞춰온 지민이가 마주보며 헤헤 하고 웃었다. 그럼 나도 뭐, 어머님의 새아가 같은 존재라고 해야 되나 막 그런 거. 그거 하고 싶네, 참. 지민이의 말투를 따라하자 손으로 얼굴을 가린채로 고개를 젖혀가며 웃던 지민이가 잠시 후에 벌떡 시소에서 일어났다. 덕분에 쿵 내려앉은 나는 엉덩방아를 찧었고. 아, 꼬리뼈 씨부랄. 이 분위기에 욕도 할 수 없고…. 입을 앙 다문채로 엉덩이를 문지르며 아픔을 삭히던 나에게 다가온 지민이가 바로 내 앞에 쪼그려 앉아서는 나를 지긋이 바라봤다.
귀여워, OO 어린이. 아팠어요?
가벼운 손길로 내 엉덩이를 톡톡 친 지민이에 얼굴이 달아오르자 그런 나를 본 지민이가 한 손으로 내 양볼을 부여잡았다. 덕분에 볼이 찌부가 된 나는 입술만 툭하니 내밀게 됐다. 붕어처럼 튀어나온 입술에 꼭 아기새가 모이를 먹는 것처럼 여러번 짧게 입을 맞추던 지민이가 광대쪽으로 튀어나온 내 볼을 검지 손가라으로 꾸욱 누르고는 손을 뗐다. 멍한 표정으로 방금 지민이가 꾹 누른 오른쪽 볼을 쓸자 무언가 툭하니 걸렸다.
오늘의 포도 스티커.
어? 스티커?
우리 엄마랑 아빠한테 예쁨 받아서, 고마워서 주는 거야.
아싸, 이제 마지막 한 개만 모으면 포도 한송이 완성이다. 내 머리에 손을 턱하니 올려놓고 나를 내려다 보던 지민이가 스티커가 붙은 곳에 입을 맞췄다. 은근 보면 뽀뽀 성애자야…. 그, 그래서 좋다고. 헤헤 웃으며 지민이를 올려다 보자 팔을 벌리기에 허리에 팔을 감아 끌어안고는 품에 얼굴을 묻었다.
※ 오늘은 귀찮으시더라도 꼬옥, 꼭 읽어주시길 바랄게요!
니예, 그래서 상견례는 위험하지 않았던 걸로…. 여자 주인공의 욕망이 위험했던 걸로!
(그리고 오늘 글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답니다!!! 그게 뭐냐면 비!!!!!!! 밀!!!!!!!!!!!)
이제 다음편이 마지막이네요, 독자 녀러분. 시원섭섭해요, 막.
이번편도 저번편처럼 하이패스로 들고 오려고 했는데, 세 번이나 날라가는 바람에 8ㅅ8
마지막편은 될 수 있는대로 빨리 들고오도록 할게요. 마지막이니까!
요즘에 답댓도 많이 못 달아드리고,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못 전해드렸어요.
그래도 제가 진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 아시죠?!
글에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도 물론, 독방에 서치해서 보면 재밌다고 하고 언급해주시는 분들도 물론.
다다 정말 감사드리고 사, 사랑합니다 ♡
오늘은 마지막편이 올라오기 전의 마지막편이니까 암호닉을 받으려고 생각 중이에요.
그리고 암호닉을 가지고 계신 분들께는 늦게 오시더라도 텍파를 꼭 드리려고 노력을 하려고 합니다.
텍파가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냐면,
01 : 칭찬의 박수
02 :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
03 : 체험 부부의 현장
04 : 사랑하면 옮는다
05 : 내 남자의 첫사랑 엿보기 上
06 : 내 남자의 첫사랑 엿보기 下
07 : 밧줄로 꽁꽁
08 : 단단히 묶어라
09 : Do you know what time it is?
10 : 일반인 코스프레, 줄여서 일코
11 : 디스 민즈 워 - 初반전
12 : 디스 민즈 워 - 終반전
13 : 위험한 상견례
14 : 고시생의 연애학개론
+ 텍파에만 들어가는 외전
15 : 내 여자의 첫사랑 엿보기
16 : 결혼전야 (+ 아내가 잠만 자요)
17 : 엄마, 아빠!
이렇게 17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외전은 제가 욕심을 내다 보니 3편까지나 되는 걸로 헿.
텍파에 관한 이야기는 후기 때 더 자세히 들고 올게요!
아무튼, 그래서 오늘은 이 글에서 암호닉 신청을 더 받도록 하겠습니다!
♨ 암호닉 신청을 하고 싶으신 분 들은 이 글에, 유교과 조련남 13편에 암호닉 신청을 해주시면 진짜 감사히 신청 받겠습니다!
2015. 09. 06 21:00 까지 받아요
(신청 받은 거 확인한 댓글에는 제가 답글을 드릴게요)
그럼 마지막 편에서 봐요 독자님들 ♡
깜빡하고 안 올리 암호닉 명단!
암호닉샘봄 / 방탄분홍머리걔 / 곱창 / 침침워(먼)더 / 포도센세짐니 / 슬요미 / 집순이 / 얏호 / 귀여운주사/ 마름달 / 똘똘이스머프 / 지민이네달빛 / 침침쓰/ 슬요미 / 1600 / 태태뿡뿡 / 커몽 / 망구 / 흑슙흑슙 / 소금 / 블라썸 / 공중전화 / 꿀떡맛탕 / 얌냠 / 호이호이 / 심쿵남 / 포도모으는토끼 / 슈몽 /슙슙 / 또이또이 / 젤리 / 시레 / 또또 / 작까님내꺼하자 / 삼천판다 / 향균물티슈 / 메리츠 / 미스터침침 / 토끼머리띠 / 수박빙수 / 충전기 / 토끼야놀자 / 무민이 / 골드빈 / 94 95 / 들국화 / 다홍 /슙슙 / 치졸이 / 짐그래 / 헤롱헤롱 / 순정 / 뷔글뷔글 / 짐니 / 알매슙 / 불알 / 디즈니 / 꿀벌침침/ 해바라기 / 망망이 / 김데일리 / 아넬로 / 뿌뿌 /착한생각 / 윤기모찌 / 샤파 / 망고빙수 / 쀼쀼 /♥짐니♥ / 뀨뀨 / 요를레히 / 맹고 / 꺄룰 / 우리사이고멘나사이 / 침침맘 / 주지스님 / 엽떡 / 초딩입맛 / 고망맨 / 그대못생겼어요 / 호식이두마리 / 플랑크톤 / 홉이 / 다굠 / 방지민 / 명탐정코코 / 슬아 / 리잰 / 들레 / 윤기선배 / 용서노노해 / 은박지 / 민슈팅 / 슈가! / 과동기침침 / 채영 / 정희망 / 세젤귀세젤예 / 플덕 / 윤기찡 / 밍뿌 / 침침해 / 민슈가 / 민설탕 / 펜잘규 / 민트곰 / 보나 / 외로운쿠키 / ㅇㅅㅇ / 호석이두마리치킨 / 뿌뺘삐뾰 / 섬섬옥수 / 꾹무룩 / 포도알 / 짱구 / 봄봄 / 짱짱맨뿡뿡 / 태태한 침침이 / 알라 / 꼬이 / 미소 / 아말카 / 뀨또 / 호빗 / 치킨 / 치민이 / 감자 / 어썸 / 석류드링크 / 가가멜♥ / 지민아 / 김치볶음밥 / 딘시 / 꽃밭 / 짐그래 / 아카시아 / 달걀 / 박지민워더 / 썸월 / ★작은별★ / 바나나 / 박조련 / 페브 / 태말이 / 921 / 쭐래 / 박뿡 / 맑공 / 지니 / 계피 / 쪼꼬에몽 / 꾹이 / 비바 / 룰난 / 지민쓰 / 찌민 / 민슙 / 연이 / 바닐라슈 / 햇살 / 플랑크톤회장 / 너를애정해 / 8ㅅ8 / 윤민기 / 빠밤 / 감자깡 / 지민엄마 / 유자 / 한탄 / 줍줍 / 요푸 / 까르겟겟 / 망고버블티 / 박지민 / 얌냠 / 콜라 / 윤기융기 / 청바지 / 포도스티커 / 민트 / 수치플 / 솜 / 사과 / 윤민기 / 까만색 / 찹쌀떡 / 자몽주 / 퐁퐁 / 호걸빵 / 소녀 / 후엥 / 눈이침침행 / 슬애기 / 비솔 / 버건디 / 김안녕 / 뿌링클 / 빵빠레 / 마끼 / 심슨 / 요맘때 / 짐짐 / 짐박 / boice1004 / 복동 / 형아 / 두유 / 천상여자 / ☆☆ / 부재중 / 오름 / 잉여 / 모모 / 숨 / 비트윈 / 유교짐니 / 딸키맛 / 자몽 / 우지수박 / 땡글이 / 꾸꾸까까 / 수수 / 냥냥이 / 뉴트로지나 / 핑슙 / 포세이돈 / 슈차 / 하늘하늘해 / 포도맛사탕 / 연모♡ / 감귤 / 미니 / 디보 / 연애학개론 / 잼잼 / ♥포도장미♥ / 아기 / 꿀비 / 딸기 / 어레스트 / 레드 / 반딥 / ♧몽몽♧ / 콩나물제육볶음 / 요덮아놀쟈 / 쿠야 / 짜끄리 / 덕쿠힁 / 꾸꾹이 / 비타민 / 포포 / 인사이드 아웃 / 꾸꾸기 / 흐로로로로로 / 미니미니 / 박뿡 / 두둠칫 / 미니슈 / 김치만두 / 숲 / 누나 / 아침햇살 / 옝니 / 태퉤퉤 / 융기맘 / 홉퍼파워 / 칭찬의박수짝짝꿍 / 포도 / 샤축구 / 말랑이 / 연꽃 / 민빠답없 / 타미 /준회 / 쁘띠젤 / 침침아 / 핑퐁 / 심쿵쓰 / 모찌 / 산들코랄 / 오곡 / 불닭볶음면짱 / 나에케서미아카되지마 / 눈부신 / 힘슈 / 지민이와함께라면 / 빙수 / 별별별 / 짱구 / ☆별☆ / 김뷔 / 포도스 / 뭉치슈가 / 발닦개 / 1230 / 발꼬락 / 슝슝 / 치즈치킨 / 포도스티커판 / 도롱뇽 / 토끼 / 꽃놀이 / 딥크 / 끼부림 / 니나노 / 쀼뀨쀼뀨 / 누텔라 / 둥당 / 슈민트 / 지민어린이 / 낄룩 / 단지 / 플레어 / 육아는일국 / 디기 / 하겐다즈 / 바카0609 / 정국아뭐해 / 여우비 / 너를 위해 / 슈팅가드 / 마니꽃 / 탄콩 / 태꿍태꿍 / 은류 / 젊음 / 미융 / 춐 / 슈카슈카쿠키몽 / 소라 / 규짐 / 설레미 / 1191 / 침을태태 / 진리 / 이사 / 융기융털 / 땡스투박지민 / 이롤슈가 / 유교과의 꽃 / 뀨륵뀨륵 / 라온이솔 / 안개꽃 / 파인애플 / 당긴윤기 / 민슈가는 슈가슈가해 / 작가님하트 / 비비빅 / 늘지민이편 / 홈매트 / 곰씨 / 지민이포도스티커판 / 숲들 / 헤이호옹 / 루비 / 침침아겨론하자 / 갈매빛 / 치즈케익 / 벚꽃나무 / 사랑하껴오 / 쟉하 / 숲속 / 막꾹수 / 사이다 / 민트향초콜릿 / 오레오 / 공구공삼 / 밍 / 은하수 / 웬디 / 미뉸기 / 치즈 / 토끼 / 자몽에이드 / 두콩이 /
아... (먼산) 밑에 날아갔다고 땡깡 피운 거 안 지우고 올렸어 하...
그냥 넘어가주세요 독자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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