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장 민윤기랑 연애하기 11 (부제 : 민윤기와의 비밀연애란 上)
w. 달비
11-1
꿈. 굳이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꿈같았다.
그러니까, 민윤기와 사귀게 된 그 이후부터가 말이다. 내가 연애한다는 것을 아는 친구들은 우리끼리 이야기를 할 때라든가, 혹은 비밀연애를 하고 있는 우리이기에 학교에서 알게 모르게 비밀 인사를 나눈다든가, 뭐 그럴 때 가끔 먼저 이야기를 꺼내곤 했다. 물론 친구들의 물음에 꼬박꼬박 대답은 해주지만 가끔은 그 사실이 너무 간질거려서. 나와 민윤기, 이제는 우리가 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선 한동안 내가 큰 이슈였다. 물론 내가 연애한다는 사실을 아는, 아주 가까운 친구들 말이다. 학기 초반에 다뤘던 과에서 가장 멋있는 사람부터 시작해 관심을 갖게 되고, 그 관심이 호감이 되고, 결국엔 좋아하기까지의 과정을 모두 알고 있었기에. 특히 연애 소식을 알리던 그날 밤, 아주 늦은 밤이었던 그때는 더.
첫 데이트에서 성공적으로(?) 손을 잡았던 우리는 이제 둘만 있을 때면 종종 손을 잡곤 했다. ‘고작’ 손잡는 게 뭐라고 부끄러운 건진 모르겠지만 몇 번을 잡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그 맞닿음의 여운이란. 대체 손잡는 게 뭐라고.
민윤기와 사귀게 된지는 2주가 다 돼가지만 여전히 설레고 좋다. 사실 이제 ‘고작’ 2주겠지만 말이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도 좀처럼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어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라 누가 재촉하지도 않는데 혼자 안절부절 못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심지어 지금까지. 지금 당장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어쨌든 ‘학교’라는 큰 범위 안에 함께 속해있음에 내 눈동자는 쉴 새도 없이 움직이고 만다. 그보다 내가 먼저 발견해 미리 준비하고 싶어서. 그게 뭐든 말이다. 에를 들어 외모라든가, 아니면 주체 못할 내 감정이라든가.
.
.
.
“뭐해.”
아차, 실수. 다음 수업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그러니까 흔히 말해 ‘우주 공강’이라 끼니를 해결하고 학교 내 편의점에 앉아 친구들과 신나게 떠든다고 민윤기가 오는 걸 못 봤다. 지금쯤 이 단과대에서 수업을 마치고 내려올 시간이라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그새 까먹고선…. 거울 못 본지 꽤 오래 됐는데….
“어, 오빠.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 안녕. 수업 기다리는 거야?”
“네. 아직 30분이나 남았어요.”
“야, 오빠 오셨잖아. 왜 고개를 못 드냐.”
“…….”
민윤기와의 비밀연애, 그 1장 첫 번째 법칙. 학교에선 존댓말을 사용한다.
……. 사실 법칙이고 뭐고 그딴 거 안 만들었다. 그냥 서로의 암묵적인 약속 정도? 평소에는 잘만 떨어지던 입이 왜 안 떨어지는 건지….
민윤기는 제 수업도 곧 시작이니 여기 잠깐만 앉아있다 가겠다며 내 옆자리에 앉아 살짝 등을 돌린 채로 휴대폰만 만지기 시작했다. 춤 연습 때문에 입학 전부터 얼굴을 익혔던 탓에 우리는 다른 동기들보다 민윤기가 편할 수밖에 없었고, 그건 민윤기도 마찬가지. 근데 뭐 지금 애들 표정 보면 이제는 조금 불편해진 것 같기도 하고….
민윤기가 앉자마자 흐르던 정적에 제 스스로 민망했는지 편하게 얘기해. 하며 의자를 뒤로 좀 빼더니만 진짜로 이쪽엔 시선을 두지 않은 채 폰만 들여다보자 그제야 아까처럼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되고 만다. 물론 그 소란스러움에서 나는 제외하고.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고 있지만 민윤기와 가까운 몸뚱이 절반의 감각은 온통 그에게 집중돼 있어 내가 코로 말을 하는 건지, 아니면 입으로 말을 듣는 건지 모를 만큼 집중이 다 흐트러져있을 찰나에,
“야, 오빠 눈에서 꿀 떨어지시는데?”
“……?”
“니네, 다 조용히 해. 나 수업 간다. 졸지 말고. 연락할게.”
무심코 돌린 고개에 민윤기와 눈이 딱 마주치면 나보다 더 당황한 민윤기가 급하게 휴대폰을 고쳐 들고선 가방을 손에 든 채 벌떡 일어난다. 간다고 말하며 머리에 손을 얹는 건 빼먹지 않고.
“너랑 오빠, 진짜 안 걸리는 게 용하다. 조만간 걸릴 듯.”
11-2
"어, 여주-."
민윤기와 사귀기 시작하고부터 유난히 김태형이 나한테 친한 척을 하기 시작했다. 이유라고 할 것 같으면 이 선배도 모든 걸 알고 있으니까. 염병. 우리가 아니라 김태형 때문에 다 걸릴 판이다. 나와 민윤기 단 둘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와서는 우리 둘 사이에 끼고 앉아 싱글벙글 웃고 있는 거다. 아무 말 없이. 물론 바로 민윤기한테 맞, 아니 처 맞긴 했지만. 맨 처음에 김태형이 나한테 장난을 걸어올 때면 조마조마해서 동공지진 한 상태로 김태형을 이상하게 쳐다보곤 했는데 그런 눈빛으로 보면 상처 받는다느니, 민윤기 보는 것과 너무 다른 게 아니냐느니. 차라리 정호석한테 말한 게 나았을 것 같아. 김태형도 춤 연습 때부터 봐서 대충 성격이 어떤지 파악하고는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너무 겉만 팠나보다. 하긴, 친하게 지낸 건 아니었으니까. 그냥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저 인간은.
“안녕하세요.”
“와, 겁나 딱딱했어. 오빠아, 안녕하세요오. 해봐.”
“……."
“응?”
“…오빠.”
“엉?”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지금 윤기오빠한테 오빠 지금 이러고 있는 거 다 말해도 돼요?”
“아니, 미안해! 수업 열심히 듣고, 밥 잘 챙겨 먹고! 난 수업 들으러 간다! 형한테 이르지 마!”
.
.
.
“수업 몇 개 남았어?”
“하나! 5시 수업이에요.”
“끝나고 같이 가.”
“혀엉-!”
“뭐.”
"여주도 안녕!"
“네. 안녕하세요.”
달려올 때부터 히이- 하고 웃는 모습이 오늘 뭔 일을 쳐도 제대로 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설마 했지.
근데 그 설마가 사람 잡을 줄은 몰랐던 거고.
친구들과 마지막 수업을 기다리며 잠깐 화장실 갔다 나오는 사이에 그새 수업이 끝났는지 민윤기와 마주쳐, 간단한 이야기를 하던 도중 김태형이 들이닥쳤다. 김태형이 온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들이닥쳤다.
가볍게 인사부터 시작한 김태형은 내게 별 시답잖은 질문을 해대며 말을 걸었고 그럴수록 안 좋아지는 건 비단 내 표정뿐만이 아니었다. 더 심각한 건 민윤기였지. 김태형은 정말 모르는 건지, 아니면 모르는 척을 하는 건지 점차 굳어지는 그의 표정을 보지도 않은 채 내게 계속 말을 걸었으니 말이다. 말을 하면 할수록 신나서 어쩔 줄 모르는 김태형의 모습을 보면 이미 다 알면서 그러는 것 같기도 하고.
“넌 수업 없냐.”
“저 여주 옆 강의실에서 다섯 시 수업이에요. 부럽죠?”
“…….”
"여주야, 이따 같이 올라가자."
“네? 아, 저 친구들….”
“다 같이 올라가자!”
“…네.”
그래도 선배였기에 무시할 수는 없어 김태형의 말에 웃으며 대꾸해주자 그런 나도 못마땅한 듯 민윤기가 틈틈이 내 눈을 쳐다본다.
……. 당신은 고 학번이라 이 사람 말 다 무시할 수 있어도 저는 신입생인 걸요….
“아, 형. 눈에 힘 좀 풀어요. 장난 한 번 못 치겠네, 진짜. 아니, 형…. 아…!”
“작작해라.”
"아씨, 겁나 아파. 야, 여주야."
“분명히 작작하라고 했다.”
“오늘 같이 못 올라갈 것 같다. 있잖아, 이 형이 너 되게 좋아해. 나한테 고민상담…, 아! 형!”
“맞고 수업 가고 싶지, 김태형.”
“아무튼, 여주야! 형이 너 되게 좋아해. 그럼 나 먼저 강의실 간다! 형, 안녕히 계세요!”
“저 새끼, 진짜.”
방금 뭐가 지나간 것 같은데….
음…. 누군지 모를 김태형이 사라지고 나서 한동안 우리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민윤기는 민윤기대로 제 비밀이 탈탈 털린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나는 나대로 그 사실을 당사자 바로 옆에서 들었다는 것에 대한 낯간지러움. 민윤기가 나에 대한 고민상담을 했었다니. 까맣게 몰랐다. 민윤기가 내게 고백하던 날, 그가 지금껏 고민해왔던 일들을 내게 고할 때 어렴풋이 아, 이 사람이 단순히 가벼운 마음만은 아니겠구나. 하고 짐작은 했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도 민윤기는 신경써주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혼자서 되게 깊은 고민을 한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민윤기도 나와 별반 다를 바 없이 주변 사람에게 고민상담을 했다는 게…. 아, 잠깐만. 지금 되게 뭔가 어색해진 것 같아.
“…….”
“…너, 수업 안 늦었어? 얼른 가. 애들 기다린다.”
“…네. 끝나면 카톡 할게요.”
“응. 수업 잘 듣고. 졸지 말고.”
“네.”
“…김태형 말은, 그러니까…. 그냥 뭐 잠깐 물어본 거야. 잠깐….”
아마, 이번 수업은
“알았어요. 이따 봐요.”
그냥 날려먹지 않을까, 싶다.
민윤기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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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비의 말 |
안녕하새오. 달비애오. 빨리 저 일찍 돌아왔다고 칭찬해주세요. 는 절반밖에 들고 오지 못했어요. (무릎꿇) 그래도 일찍 가져왔으니까 한 번만 봐주세요...! 사실 11편 전부를 써서 들고 오고 싶었는데 마침 지금 글이 잘 써져서 쓸 때 써야겠고, 근데 내일 일이 있어서 분량은 이것밖에 뽑아내지 못하겠고... 얼른 독자님들 뵙고 싶어서 이렇게 짧은 글로나마 금방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우럭우럭. 사실, 지난 편 업로드를 할 때 제 글을 기억하시는 분이 아예 없을 줄 알고 다시 새로 시작하려는 마음으로 올린 거거든요. 근데 정말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은 분들이 제 글 기억해주시고 많이 기다렸다고, 보고 싶었다고 말해주셔서 저 정말 감동 받았어요. (뭉클) 오랜만에 찾아봬서 그런 건지 독방에서도 제 글 추천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보이고... 아니, 정말. 누가 추천하고 다니시는 거예요? 이리 와요. 뽀뽀 좀 해야겠어요. 껄껄. 암튼, 제가 댓글은 미처 다 달아드리지 못했지만 모든 분들의 댓글을 하루에도 여러 번씩 읽으면서 정말 웃음 참느라 고생을... 너무 좋아서 웃음이 멈추지 않아오... 여러분, 다들 너무너무 사랑해요. 진짜로! 짧은 글 들고 와서 너무 죄송하고, 금방 나머지 11편 반절 들고 올 수 있도록 할게요. 다들 감사해요. 사랑해요! (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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