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장 민윤기랑 연애하기 11-2 (부제 : 민윤기와의 비밀연애란 下)
w. 달비
11-3
간만에 친구들과 술 약속이 있는 날이었다.
민윤기한테는 미리 말을 해놓았고 그도 알겠다고는 했지만 조금만 마시라고 어찌나 신신당부를 하던지…. 나도 알겠다는 대답과 함께 민윤기를 안심시켰지만 아니, ‘간만의’ 술 약속인데 어떻게 조금만 마실 수가 있겠어요? 버스 탈 정신머리만 남겨둘 때까지 마실 것이어요. 어차피 민윤기도 오늘 술 약속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다 마시면 연락하라고, 데려다주겠다고 한 거고. 뭐, 민윤기 주량이야 내가 잘 알고 있어서 많이 마실 거란 걱정은 안 되지만 이따 혼날 걱정은 되지…. 몰라, 일단 일은 저지르고 보자.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하면 되지.
“야. 너 오빠가 술 조금만 마시라고 하지 않음?”
“……?”
“그러고 혼나려고.”
“…몰라, 건배-!”
두 손까지 불끈 쥐며 나 오늘 달린다. 라며 친구들에게 선전포고를 했지만, 말이야 그렇지 민윤기는 술 얼마 먹지도 않을 게 분명해서 날 기다리게 될 텐데 무작정 마음 편하게 술을 마실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래서 술이 술인가요? 일은 저지르고 보는 거라며 다짐 아닌 다짐을 하자마자 밀려드는 고민들에 멈칫하긴 했…. 우리 테이블에 쌓여가는 건 초록색 병이고 붉게 물드는 거라곤 우리들의 볼 뿐이었더랬지.
민윤기에게 카톡 오는 횟수가 잦아졌다. 아마 자리가 거의 끝나가는 분위기인 것 같은데 우리는 아직 한창일 뿐이고, 나는 ‘곧 나갈 거야.’라는 말만 몇 번째 반복 중인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있는 술 약속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인 건지 아니면 이 시간을 방해하기 싫은 건지 또 전화는 하지 않은 채 카톡으로만 간간히 조금만 마셔. 얼마 안 마셨지? 등의 걱정하는 이야기들로만 가득 채웠다. 예를 들면,
- 아직 마시고 있어?
응. 아직이요.
오빠는?
- 나도 아직.
- 조금만 마셔.
알았어~요~
뭐, 이런.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워서 소주 한 병을 더 시켜서 빠른 속도로 잔을 돌렸다. 쌓인 초록색 병들만 해도 하나, 두울…. 거의 한 병 반 꼴로 마신 것 같다. 각자.
가게를 나오자마자 민윤기한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가지도 않았는데 어. 하는 민윤기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냥 목소리만 들었을 뿐인데도 이미 충분히 달아오른 볼이 뜨거워짐에 어설프게 휴대폰을 들지 않은 반대쪽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며 엘리베이터에 올랐고, 전화가 끊어지기 전에 1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입구 끝에 민윤기가 있었다.
버스정류장이 코앞인 친구들은 민윤기를 보자마자 인사한 뒤 바로 내게 손을 두어 번 흔들고 나서야 제 버스정류장을 찾아갔고 나는 그런 친구들 뒷모습에 마저 인사를 하고 나서 애꿎은 신발 앞코만 아스팔트 위로 콕콕 내리찍으며 괴롭혔다. 그냥, 이렇게 술 마신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엠티 이후로 한 번도 없었는데 부끄럽기도 했고 술 많이 마시지 말라고 했는데 미안하기도 했고…. 술 취한 와중에도 이러는 걸 보면 참 나도 중증인 듯 싶다.
“나 봐봐.”
“…….”
“많이 마셨네.”
“…….”
“가자.”
학교 근처 술집이었기에 차마 손을 잡을 수 없는 우리는 그저 거리만 가깝게 유지한 채로 버스정류장으로 향했고, 그대로 지름길로 빠지는 줄 알았더니 민윤기가 택시 한 대를 잡는다. 그리고 그대로 나를 집어넣고, 자기도 올라타…. 올라타?
“…? 왜 택시 타?”
“넌 조용히 해.”
“아직 버스 안 끊겼는데….”
“응. 조용히 해.”
화난 듯한 말투에 괜히 움츠러들어 창문만 바라보자 민윤기가 날 한 번 보더니 제 어깨 쪽으로 내 머리를 기울여준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민윤기 어깨에 머리를 기댄 상태. 그리고 슬쩍 잡아오는 손은 덤.
“눈 붙여. 술 냄새 여기까지 나.”
“…얼마 안 마셨….”
“중간에 내리고 싶지.”
“미안.”
우리의 대화를 들은 듯 택시 기사님께서 백미러로 흐뭇하게 쳐다보시며 민윤기에게 여자 친구 데려다주는 거냐며 묻자, 네. 조금 많이 취해서요. 하며 대답하는 민윤기의 대답에 안 그래도 술기운에 붕붕 뜨는 기분이 간질거리기까지 해 눈을 꼭 감고 속으로 잘 다독이느라 고생했다. 여자 친구래….
집까진 금방 도착했다. 버스 타면 꽤 오래 걸렸을 거리를 택시를 탐으로써 두 배는 빠르게 도착한 것 같다. 민윤기는 날 내려놓고선 다시 그 택시를 타고 가는 줄 알았더니만 택시비를 지불한 뒤에 나를 따라 내리고 만다. 왜 안 가냐고 묻자 집 앞까지는 바래다주겠다며 손을 잡아오는 민윤기의 모습에 뭔가, 약간 연인의 정석? 여자 친구와 남자 친구의 정석? 그러니까, 연애의 가장 기본적인 것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만 같아 훅 끼쳐온 설렘에 민윤기 손을 잡은 손에 힘을 실었다.
“조심히 들어가.”
어느새 엘리베이터 앞에 마주선 우리,
“…응.”
“아, 아쉽다.”
민윤기는 그날 밤처럼 나를 꼭 안았다.
“그땐 어떻게 안았나 몰라. 심장 떨려 죽겠네.”
오늘밤도 어김없이 민윤기가 밀려왔다.
11-4
아. 머리 깨질 것같다.
이제 와서 어제 그렇게 달리는 게 아니었는데…. 하고 후회해봤자 이미 너무 늦은 것. 오늘도 학교를 간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통탄스럽지만 그나마 오후수업임에 감사할 따름이다.
학교 갈 준비를 하며 어제 있었던 일을 하나씩 떠올렸다. 일단 조금만 마시라는 민윤기의 말을 무시한 채 나는 주량을 살짝 넘겼고, 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민윤기가 택시를 태웠고, 그렇게 우리 집 앞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줬고, 그리고 안았…. 안았…. 민윤기랑 안았어…. 아, 잠깐만. 술김에 민윤기 허리 끌어안았던 것 같은 건 그냥 내 착각인 거지? 뭔가 기억이 약간 조작됐을 거야.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허리를 그렇게 꽉 끌어안았을 리가 없는데. 없는데….
아무래도 오늘 자체휴강 할까봐.
.
.
.
“야…. 나 어떻게 하냐고….”
“커플 사라져.”
“아, 김여주 인간적으로 솔로 앞에서 이러지 말자.”
“…너무해.”
“카톡이나 확인해. 겁나 징징대네.”
- 잠깐 봐.
- 여기 단과대 뒤쪽.
“야…. 나 오빠한테 갔다 온다. 아 망했어….”
“그냥 모른 척 해, 븅신아. 빨리 사라져.”
“응. 잘 가. 그냥 바로 강의실로 와.”
“오냐. 간다. 이따 봐….”
“남자 친구 만나러 가면서 표정 좀 보소. 웃어라, 좀.”
.
.
.
결국 그렇게 못 볼 것 같던 민윤기 앞에 섰다.
아무 말 않고 고개만 푹 숙인 채 어제처럼 신발 앞코만 괴롭히자 민윤기가 답답했는지 물어온다.
“왜 나 안 봐.”
“…….”
“뭐, 어제 때문에 그래? 너 실수 안 했어.”
“…아니이, 그게 아니라…."
“그럼 뭔데. 속은 괜찮고?”
“응…. 속은 괜찮은데….”
“근데, 뭐.”
“어제 오빠랑 안은 거 생각나서….”
뭐야, 그것 때문이었어?
고작 그것 때문이냐는 뉘앙스로 말하며 피식 웃은 민윤기는 오늘 좀 귀엽다며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준다. 별 게 다 귀엽대.
“…….”
“부끄럽긴 하더라. 진짜 그땐 어떻게 안았나 몰라.”
“아씨, 말하지 마. 부끄러우니까.”
“아…. 귀여워, 진짜.”
“아니, 뭐 다 귀엽…!”
“야. 너 심부름 좀 해. 따라와.”
…? 갑자기 표정을 굳히며 손목을 잡아오기에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주변을 둘러보자 같은 과 선배들 몇 명이 보인다. 담배 피우러 나왔나보다. 사실 여기가 좀 외진 곳이라 우리 과건, 타 과건 여기로 와서 담배 피우는 일이 잦았다. 약간 흡연자들의 아지트? 선배들은 민윤기를 보자마자 인사를 했고, 나도 민윤기 손에 붙들려 질질 끌려가는 와중에도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자 오냐. 하며 인사를 받아준 후에 바로 담배를 꺼내 들어 입에 문다.
민윤기에게 끌려가는 와중에도 웃음이 나왔다. 그냥, 연기가 너무 어설퍼서. 또 그게 귀여워서. 최대한 학회장스럽게 말한다고 웃음까지 지운 채 대사를 쳤던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엔 글렀다, 글렀어. 그 선배들이 이상한 눈초리로 보지 않은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길 만큼 민윤기의 연기력은 형편없었다. 지금 내 손목을 움켜쥔 손마저 어색할 정도니까. 뭐, 그래서 귀여운 거겠지. 이게 바로 비밀연애의 묘미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냥, 민윤기와 어설프게 걷는 이 길이 마냥 즐겁다.
그리고 생각한다.
“오빠.”
“응.”
“저 이제 수업 가야 해요.”
이번 수업도 역시, 민윤기로 가득하겠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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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새오. 달비애오. ^ㅁ^...! 일주일 안 돼서 돌아왔어요! 이야! 그래봤자 나머지 절반이지만...(먼 산) 그래도 요새 글 꼬박꼬박 들고 오니까 좋져? 다 알아요. (끄덕끄덕) 제가 사실 독방 지박령인데 틈틈이 제 글 언급도 되고 요즘 넘나 기분이 좋습니다. 껄껄. 알랍유! 그리고 저번 편에서 언급을 미처 못했는데 댓글에 제 글을 읽으실 때 비회원이셨는데 회원 되신 분이 엄청 많더라구요. 그런 댓글들 보는데 제가 그만큼이나 안 들어왔구나 싶고... 주륵. 죄송해오... 엉엉... 오랜만에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100개가 넘는 댓글들이 달리면서 요새 너무 행복해서 똑같은 댓글을 여러 번씩 보고 그래요. 심심하면 와서 읽고, 또 심심하면 와서 읽고, 새로운 댓글 달리면 첫 댓글부터 정주행하고... 답글은 틈틈이 달아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번 편은 다 못 달았는데 이번 편은 다음 편 들고오기 전에 다 달아드릴개오...(쥬륵) 아, 그리고 새로운 독자님들이 대학교에 대한 로망이 생긴다고 자꾸 그러시는데 민윤기 같은 학회장 존재하지 않아요. (단호) 이런 일이 일어날 순 있어도 민윤기는 없습니다. 여러분, 민윤기는 민윤기예요. 민윤기는 딱 한 사람 뿐이라구요. 아 맞다 또 태형이가 고민상담에 대해서 폭로했는데 그 고민상담은 학회장 민윤기 7편, 보너스에 나와있습니다! 허허. 그리고 태형이는 그냥 민윤기의 하루살이일 뿐, 두 사이를 방해하는 인물이 아님을... 알아주세요...(별) 암튼, 네. 사담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여러분, 12편에서 봬요! 안녕! 항상 모두모두 고마워요! +) 생각 없이 써서 죄송합니다. 잦다랑 드물다를 헷갈리다니 작가가 미친 게 분명해요. 자기 전에 누워서 글 다시 읽어보는데 종종~ 드물었다. 에서 ????????????????? 너무 놀라서 새벽 다섯 시 반에 노트북을 켰습니다. (쥐구멍) 고치기 전에 대참사를 보신 독자님들 모두 죄송합니다...... 인생...☆ 달비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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