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업찬(세훈이 업어키운 찬열이)
-세훈아 누가 너 업어 키웠지?
-엄마여
-아니 그게 아니고 내가 너 연습생..
-엄마가 키웠는데여
세.업.찬.
w. 물오름
형이랑 둘이 돌아다니는거 생각보다 오랜만인 것 같다. 데뷔 후에는 주로 둘씩 돌아다니기 보다는 셋이서 넷이서, 그리고 매니저 형까지 끼워서. 뭐 어쨌든 여럿이서. 나름 오랜만에 둘이 나오니 나도 기분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형형 나 버블티.
-초코지?
-응 그거.
나는 버블티 형은 까페모카 휘핑 안 올린 것으로. 어차피 단데 휘핑은 왜 빼냐고 물었더니 휘핑은 느끼하고 맛 없단다. 그리고 휘핑을 안 올리면 나름 쌉싸름한 맛도 있다나 뭐라나. 아무튼 모자 푹 눌러쓰고 차가운 음료수까지 입에 물고 있는데도 덥다. 더워 더워.
-형 나 더워.
-세훈이 더워? 아 어쩌지, 여기 딱히 들어갈만 한데 안보이는데.
-혀엉
형 손 붙잡고 찡찡거렸더니 곤란한 눈빛으로 이리저리 들어갈만한 곳을 둘러보는 것 같다. 이럴 땐 은행이 짱이긴 한데 이런 차림으로 들어갔다간 강도취급 당하겠지? 라는 형의 질문에 대충 끄덕이곤 혀를 쭉 내빼고 헐떡였다. 내가 개띠라 그런가.
내가 지치고 힘들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잡은(그냥 잡고 싶어 잡은)형 손을 살살 흔들며 어딘가로 들어가길 기다리고 있는데 형이 나를 휙 끌어 어딘가로 성큼성큼 내려간다. 뭐야 여기 어디야. 이리저리 둘러보니 책들이 보인다. 오른쪽엔 음반도 보인다. 서점인가?
-내가 예전에 친구들이랑 너무 더워서 막 여기저기 헤매고 있는데 여기가 보이는 거야. 그래서 들어왔다? 근데 되게 시원했어.
강남역 교보문고. 생각보다 취향 고급스럽다고 생각했다가 결국 여기도 임시 방편이었단 소리 듣고는 맥이 빠졌지만 진짜 시원해서 암말도 안하고 여전히 형 손만 붙잡고 이리저리 구석을 향해 걸었다. 이리저리 사람들 눈 피해 걸어들어온 코너는....취미? 취미 코너엔 뭐가 있어서 데려온거지?
-자 세훈이 너는 이거 보고 나는 이거 볼테니까 얌전히 땀 식히면서 앉아있어.
형이 내 손에 쥐어준 책은 '집에서도 하는 간편 요리책'. 형 손에 있는 책은 'DSLR 정복기'. 아 뭐야 왜 나는 요리책인건데.
-뭐야. 나보고 요리나 보고 있으라고? 싫어, 나도 카메라 볼래.
-쓰읍. 그거 보고 이따가 집가서 오빠 맛있는거나 해줘봐. 경수나 씽이 형한테 부탁하면 혼난다 너.
-아 왜! 그리고 형이 왜 오빤데!
-오늘만 오빠해라 쫌. 내가 니 쪽쪽 빨아마실것도 사줬는데.
-오글거리게.
오빠는 개뿔. 내가 여자야? 내가 좀 마르고 예쁘긴 하지..만...가끔 코디 누나가 여자 옷 입히긴 하지만....그래도 툴툴거리는건 속으로 넣어두고 뭐가 맛있을까 싶어 책을 이리저리 뒤적거렸다. 뭐 이렇게 풀떼기 밖에 없지? 이런거 맛 없는데. 나는 고기가 좋아. 형도 고기가 좋겠지? 고기고기고기갈비찜? 가알비이찌이임? 헐 대박. 오늘 이거 해야지. 근데 뭐 이렇게 필요한게 많아. 고기만 있으면 되는거 아니었어? 양넘은 또 뭐 이렇게 만들기 힘드냐. .....패스. 불고기? 재워야 한다고? 패스. 갈비탕? 그래 갈비찜보다는 낫겠지? .....패스. 오오 생선이다. 병어찜? 병어가 모르니 패스. 낙지 볶음? 낙지 손질이 어려워 보이니 패스. 해물탕? 내가 미더덕을 못 먹으니 패스.
요리가 이렇게 어려운 거구나. 나는 이리저리 책을 넘기다 아무리 봐도 내가 할 수 있는 요리는 없을 것 같아 책을 슬쩍 내려놓고 형한테 찡찡거리려고 고개를 돌려 형을 봤다. 이 인간은 왜 책 읽는 것도 멋있고 난리. 흥. 좀 멋있네. 나름 얼굴 가리겠다고 쓴 안경도 잘 어울리고 머리에 대충 눌러쓴 것같은 모자도 멋있고 책 읽는 옆테보면...씨 짜증나. 형은 나 그렇게 안볼거 아냐. 난 잘생기지도 않고 삐쩍 마르기만해서 볼 것도 없는데. 짜증나 진짜.
-형형
-응, 왜?
-요리 어려워. 나 안할래.
-에이. 세훈이한테서 밥 좀 얻어먹나 했는데, 어려워 그렇게?
-형이 한 번 보던가. 다 어려운 것밖에 없어. 형은 그 책 재밌어?
-나름 재밌는데? 나중에 시간나면 출사도 가보려고. 그 때도 같이 갈래?
-생각해 보고. 근데 갈 수 있겠어? 사생이 몇명인데.
-오늘 봐. 몰래 나오니까 안 따라 오잖아. 우리 알아보는 사람도 없을걸?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왼편에서 들려온 한 마디.
-어? 걔 아니야? 아 싸랑해요?
-형. 알아본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렇지?
뭔가 조금씩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느낌이 들길래 형이랑 책을 조용히 내려놓고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가 미친듯이 골목을 뛰어 들어갔다. 골목 어느 중간까지 몇몇 뛰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으나 좀 뛰어들어가니 아무도 안 따라오는 것 같다.
-하여간 우리 세훈이랑 데이트 좀 하겠다는데 도움을 안주네 도움을.
-내가 잘생겨서 그래.
-풉. 피식. 큭. 픽. 하.
-그래 내가 미안.
인터넷 소설에 나올 것만 같은 웃음으로 내 말에 대답하는 형을 뒤로 하고 내 멋대로 앞으로 걸어나갔다. 뒤에서 알아서 잘 따라오겠지 뭐. 근데 쫌 배고픈데..
-세훈이 안 배고파? 오랜만에 떡볶에 먹으러 갈래? 겁나 매운거?
-나 매운거 잘 못 먹는데.
-그럼 물에 씻어드세요.
미워 저 인간. 꼭 저렇게 말해야 속 시원하지. 이번에도 형 손에 질질 끌려 떡볶에 집에 들어가니 형이 척척 세팅을 하고 주문을 한다.
-매우면 형한테 말해. 물에 씻어줄게.
-다 먹을거거든? 나 무시하지 마라.
테이블에 놓여진 딱 봐도 매워보이는 떡볶이 한 접시. 순대 한 접시. 그리고 어묵 국물 한 그릇. 형 눈치를 살살 보다가 나름 비장하게 떡을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뭐야 먹을만 한데.......???????!!!!!!!!!!매워! 맵다고! 씨 형은 매워 보이는 기색은 있지만 딱히 매워서 괴롭지는 않다는 표정으로 잘만 먹고 있다. 독한 박찬열. 나는 그런 형이 얄미워서 더 꾸역꾸역 먹었던 것 같다. 내 입이 내 입이 아닌 것 같다. 집에 가서 피똥 쌀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오지만 잘 먹는 찬열이 형이 부럽고 또 얄미워서 막 먹었다. 벌써부터 속이 아파오는 것 같아.
둘이서 순대 2인분 떡볶이 2인분 그리고 같이 나온 어묵 국물 까지 다 마시고선 배를 통통 두드리며 배부른 느낌을 즐기는데 옆에 있던 학원이 끝난건지 사람이 우루루 몰려오길래 형이랑 눈짓 발짓으로 사인을 주고받고선 빠르게 나와 골목을 벗어났다. 아 진짜 데이트 한 번 하기 힘드네.
우여곡절 끝에 택시를 타고 아까 그 통로로 몰래 숙소로 무사히 들어가서 쇼파에 나란히 털썩 앉고는 마주보고 씩 웃었다.
-세훈아 저녁은 세훈이가 하는거지?
저 인간 마무리는 잘 하나 싶더만 꼭 저렇게 초를 치지 꼭.
세훈이의 일기
찬열이 형이 어제 자는 나를 업어줬다며 더운데 밖에 데이트하러 가자고 해서 나갔다.
팬들 몰래 빠져나간 밖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형이 버블티를 사주고 형은 휘핑크림 뺀 까페모카를 먹었다.
기억해뒀다가 다음에 사줘야지.
덥다고 짜증냈더니 형이 서점으로 끌고가서 요리책을 쥐어줬다.
생각보다 요리는 많이 어려운 것 같다.
갈비찜을 해주고 싶었지만 너무 어려워서 포기했다.
나중에 엄마한테 해달라고 해야지.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 같길래 나와서 떡볶이 집에 들어가서 매운 떡볶이를 먹었다.
너무 매운데 형이 너무 잘 먹길래 나도 따라 먹었다.
속이 아픈 것 같은데 나름 맛은 있었다.
사람들 눈을 피해 돌아다니는게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찬열이 형이랑 데이트는 재밌었다.
오늘 세훈이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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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몽님! 암호닉 언제 남기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제가 암호닉 받은 기억이 없어서요................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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