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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 악토버(OCTOBER) - The Spirited Garden

 

하루하루가 즐겁다. 학교에 있는 시간 자체가 나에겐 의미가 있었다. 좋아하는 별을 멀리서 보기만 하고, 주변을 맴돌기만 하다가 대뜸 별이 우리집 앞마당에 떨어진 것만 같다. 가까이에서 볼 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는. 담임이기도 하고 학생부 담당이시기도 한 선생님은 작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나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름은 물론이고 선생님도 나도 축구를 좋아한다는 공통 관심사도 알게 되어서 이야기도 즐겁게 한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 익숙해졌다. 3학년이 된 지 몇 주가 지났다. 이제 선생님을 마주보고 즐겁게 웃으며 이야기해도 얼굴이 빨개져서 창피를 당하는 일은 면할 정도가 되었다. 심장은 물론 뛰지만 그나마 잔잔해졌다.

 

 

하지만 그것 말고도 달라진 점이 하나 있는데, 그건 내가 너무 많이 웃는다는 것이다. 그게 박장대소일 때도 있고, 흐뭇한 미소일 때도 있다. 선생님은 늘 나를 웃게 만드셨다. 학생회 일이든 반에서의 일이든 선생님과 대화를 하는 것은 너무나 즐겁다. 그 주제가 뭐든지 간에. 선생님은 너무 귀엽고, 예쁘고, 또 순수했다. 모든 면이 좋았다. 하지만 그것이 때로는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물론 어느 누가 동성에다가 학생회장에 성실함 타이틀을 달고 있는 학생이 선생인 자신을 좋아하리라는 것을 예상이나 할까 싶지만서도.

 

 

전에는 건의함에서 학생들이 적어 놓은 건의사항을 방과후에 함께 정리했다. 원래는 부회장도 함께 했어야 하는 일인데, 그날은 부회장이 아파서 조퇴를 했다. 부회장한테 미안하긴 했지만 속으로는 기뻐서 날아갈 것 같았다. 선생님과 전보다 가까워졌다고는 해도 반에서든 학생회실에서든 둘이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드물었으니.

 

 

소소한 잡담을 하며 종이를 책상에 흩어놓고 하나씩 펴며 목록을 정리했다. 선생님이 종이를 펴서 그 안에 쓰인 건의사항을 읽으면, 내가 목록에 쓰는 것이다. 목소리는 3학년이 된 이후로 학교에 가는 날이면 매일 들어왔지만 역시 둘만 있을 때는 몇 배는 부드럽게 느껴졌다. 그 일이 끝나고는 축구 얘기를 했다. 선생님은 학교에 축구를 자기처럼 좋아하는 학생이나 선생님이 드물어서 나와 대화하는 것이 정말 좋다고 했다.  그리고 당연히 그 말을 들은 나도 좋았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선생님이 예전에 축구선수를 꿈꿨고, 지금도 종종 친구들과 함께 한다는 것을 알았다.

 

 

 

 

"알베는 여자친구 있어?"

"네?"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다. 물론 평범한 선생과 학생이라면 평범하게 받아들였겠지만 선생님을 좋아해온 나로서는 그러기가 힘들었다.

 

 

 

 

"아뇨. 저 없어요."

"어어? 왜?"

"왜냐고 물으셔도… 저 여자한테 별로 인기 없어요."

"아닐걸. 내가 지나가다 들은 것만 해도 몇 명인데. 꽃피는 고등학교 시절을 즐겨야지."

"선생님 이런거에 관심 많으시죠."

"당연하지. 니네 연애하는 거 구경하는게 얼마나 재밌는데."

 

 

 

 

선생님이 배시시 웃는데 안 따라웃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싶었다. 대화내용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지만 선생님의 미소는 언제나처럼 예뻐서 그냥 따라웃고 말았다.

 

 

 

 

"좋아하는 애도 없어? 우리반이면 쌤이 이어줄게. 나 이런거 진짜 잘하거든."

 

 

 

 

아, 그거였구나. 언젠가 반 여자아이들이 얘기하는 것을 얼핏 들은 적이 있다. '다니쌤이 나 걔 옆자리에 배정해줬어! 청소구역도!'하고. 듣고 있던 다른 여자아이는 '나도 말해볼까... 좋아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한테 말하는 건 별로지만 다니쌤은 뭔가 믿음이 가.'라고 했다. 선생님이 아이들 사이에서 큐피트 노릇을 하신다는 소문이 사실이었구나 싶었다. 워낙에 성격이 젠틀하신 편이라 여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기도 하고, 그렇게 예쁜 사람을 남자든 여자든 가만히 두진 않았을테니 연애도 많이 해 보셨을 것 같고. 학생들도 좋아하시고. 그다지 의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말을 꺼내기 전에 선생님이 먼저 물어오실 줄은.

 

 

선생님의 장난스러운 웃음이 참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게 만들었다. 그냥 '니가 지금 하고 있는 사랑은 명백한 짝사랑이야.'하고 돌직구를 맞는 느낌이었다.

 

 

 

 

"없진 않은데."

"그래? 누구야? 우리 반이야?"

"네, 뭐…"

"좀 더 일찍 말하지. 자리배정도 청소배정도 다 끝났잖아. 그래서 누군데?"

 

 

 

 

선생님은 나를 정말 흥미롭게 쳐다봤다. 정말 '꽃피는 고등학교 시절을 걷고 있는 학생'이라는 눈빛으로. '사춘기 남고생의 연애사업을 도와주자!'하는 열의가 넘쳐보이는 선생님의 순수한 표정에서 그 이상은 아니라는게 느껴져서 약간, 아주 약간 씁쓸했다.

 

 

 

 

"그건 부끄러우니까 말 안할래요."

"니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나중에 마음 바뀌면 꼭 알려줘? 선생님은 이런 데에 되게 관심이 많거든."

"네. 꼭 알려드릴게요."

 

 

 

많이 놀라실 수도 있지만. 그저 선생님을 쳐다보고 미소만 지었다.

 

 

 

 

"그러는 선생님은 여자친구 없죠?"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선생님이 긍정을 말하고 있는 듯한 오묘한 미소를 띠고 나를 쳐다봤다.

 

 

 

 

"보통 연애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한테 이런거 잘 안 물어보거든요."

"와… 알베 지금은 아니더라도 연애 많이 해봤나보네."

"얘기가 왜 그렇게… 아니라곤 안 할게요."

 

 

 

 

장난스러운 표정을 띠고 말했다. 선생님한테 농담같은 뉘앙스의 말도 던질 수 있게 되었다니 나 자신도 조금 낯설었다. 그 이후에도 평범한 잡담이 오갔다. 친밀한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전혀 특별하지 않은. 하지만 내게는 특별했다.

 

 

 

 

봄의 노을은 여름보다 짙고, 가을보다 향기롭고, 겨울보다 따스했다.

 

 

학생회실 창문으로 비스듬하게 들어오는 노을빛은 선생님의 몸을 감쌌고, 나는 그것을 눈에 담았다. 미소짓는 그의 표정에 걸친 그림자는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내려와 점점 더 길어졌다. 깊은 눈동자는 이 세상 모든 것을 담았고, 하얀 피부와 대조되는 입술은 그의 목소리만큼이나 부드러워보였다.

 

 

그가 교직생활을 하며 잠깐 스쳐지나갔던 학생 정도로 그의 기억에 남고 싶지 않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작년과는 다르다. 그가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듯, 나도 그의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의 그가 나를 그저 학생으로만 보고있어도, 그를 좋아하는 마음의 색이 점점 진해져서 그의 눈에 띄는 날이 오면. 그 깊은 눈동자에 나만 담기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 그렇게 생각했다.

 

 

 

 

학생회장의 <完>

 

 

 

 

 

 

 

 

 

--------------------------

알베편은 이렇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다음편인 여름은 다른 커플로 찾아뵙겠습니다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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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와 하편 기다렸어!!! 글 읽는데 내가 짝사랑 상대를 마주하고 있는듯이 얼굴이 빨개지면서 읽었당ㅠㅠㅜㅠㅜㅠ오랜만에 이런 감정 느끼게 하는 너무 예쁜 글이였어♡
8년 전
여운
흐어 기다렸다니 ㅠㅠ... 그런느낌을 내려고 머리를열심히굴린 보람이있당!!! 예쁜글이라니 ㅠㅠ...♥ 봐줘서 고마워!!
8년 전
독자2
우와 잘 읽었어요 분위기짱.. 신알신하고가여!!
8년 전
여운
신알신 감사드리구 봐줘서 고마워요 ㅇ.<♥
8년 전
독자3
허ㅓ허ㅓ허허허허허ㅓㅓㅎㅎㅎ...... 아 제가 보고있는게 바로 알독인가요??? 저번편도 그렇고 이번편도 그렇고 마음이 간질간질 거리는게..... 아주아주아주 좋습니다!!!!!! 작가님 최소 배우신분.... 다음 컾을 기다릴게요 언제까지나 흐하허헣
8년 전
여운
헣 마음을 간질였다니 씽나!!! 헿 다음컾이 온제 나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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