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지고 꽃이 부끄러워한다. 04
w.이가탄
아침이 밝았고 내 예상대로 난 깊게 잠들지 못했다. 잠깐에 쪽잠은 잤으나 그마저도 꿈에 아른거린 윤기와의 옛 기억에 잠에서 깨야만 했다.
문을 열어 방 안에서 밖을 내다보니 아직 아무도 깨지 않은 것인지 조용하기만 했고, 아침 준비를 하려 몸을 일으키려 하니 옆에 문을 사이에 두곤 누군가 마루에 앉았다.
갑작스런 인기척에 놀라 방 안에서 나와 문을 닫으니 윤기가 앉아 있었다.
"잘 잤어?"
"...네 오라버니도 안녕히 주무셨는지요"
잠을 못 잤으나 못 잤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날 잠 못 이루게 한 당사자가 바로 앞에 있는데 어찌 그렇게 말하겠어
내 대답을 듣곤 일어나 나와 마주 섰다.
그러더니 조금에 장난끼가 느껴지는 서운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나는 누구 때문에 편히 자지 못했는데,"
"......"
"그 누구는 잘 잤다고 하니 좀 서운하네."
달이 지고 꽃이 부끄러워한다. 04
아침을 먹곤 오라버니가 전에 부탁한 붓을 사러 장터로 향했다.
사실 아침을 먹고 서당으로 간 오라버니에 집 안에는 윤기와 저 둘 뿐인 것이 어색하여 장을 간다는 말로 윤기를 떼어놓고 조금이나마 편하게 있으려 했건만
오랜만에 이곳 장 구경이나 할 겸 나와 같이 장에 가겠다며 따라 나서는 윤기에 그냥 조용히 나갈 것을 잠시 후회 하다가
그래도 집 안에 둘이 있는 것 보다는 같이 돌아다니는 편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같이 집을 나왔다.
장터에는 어제 축젯날 보던 음식들이 있었고 그 음식들을 보니 그 날 봤던 도령이 생각이 났다.
축젯날 대뜸 내 이름을 묻더니 꼭 찾겠다며 속삭이던 그 도령은 잠시 기억 속에 잊혀질 만큼 조용했다.
그 날엔 너무 당황스러웠는데 하긴 이 넓은 땅에서 이름 하나 안다고 날 어떻게 찾겠는가
만약 정말 찾아온다면 그 전설이 정말 맞는 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윤기의 말에 생각을 지워내야 했다.
"뭘 그렇게 생각해"
"...그것이"
"몇 번이나 불렀는데 답도 안하고"
"왜 부르셨어요?"
생각에 잠겨선 잠시 귀도 멀었는지 몇 번이나 나를 불렀다는 윤기의 말에 괜시리 미안했다.
"이거 어때?"
내 머리 옆에 꽃 핀을 가져다대며 어떠냐 묻는 윤기였다.
그 핀은 어제 내가 달고 다니던 꽃과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물음에 전 이런 것은 잘 안 어울린다 말했다.
그리곤 고개를 떨구어 나를 지그시 바라보던 윤기의 시선을 피했다.
그 시선에 나도 모르게 설레고 두근 거려 이 감정을 들키기라도 할까 걱정 됐다.
그런 내 행동에 윤기는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으며 말했다.
"축젯날엔 잘만 끼고 다니더만"
"...그것은"
"나 봐봐."
"......"
"잘 어울려."
내 떨구고 있던 고개를 손으로 들어 올려 자신과 눈을 마주보게 만드는 윤기에
눈을 내리니 자신을 보라는 말에 하는 수 없이 그를 봐야만 했다.
그리곤 갖다 대던 핀을 내 머리에 꽂아 주고 잘 어울린다는 말을 했다.
언제 이런 걸 준비 했냐며 떨리면서도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축젯날 네 모습을 보고 사뒀지."
"......"
"잘 꽂고 다녀."
"......"
"축젯날 생각나고 좋네."
이러다간 해가 진 후에 붓을 살 것 같아 걸음을 빠르게 내딛었다.
심장도 걸음을 따라하는 것인지 빠르게 뛰었다.
달이 지고 꽃이 부끄러워한다. 04
궁 안은 다른 모습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조용하기만 하던 세자가 축제를 갔다 온 이후로 누구를 찾아야 한다며 소란이 였고,
궁 안의 신하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아니 이름 석자 가지고 이 넓은 땅 덩어리에서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는 사람을 어찌 찾으라는 말인지 안 그렇소?"
"...조용히 하시오"
"아니 말이 안되잖소 말이"
"그래도 어쩌겠소. 세자마마가 마음에 들었다잖소"
신하들은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방을 붙였다.
그 방에는 꽃을 단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세자빈 간택을 할 것이니 계급에 상관없이 이런 모습을 하고
을미(乙未)년 신사(辛巳)월 경신(庚申)일 조선궁 앞으로 오라는 글이 쓰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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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사귀고 보니 다정한거 다 부질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