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책에서 본적이 있다.
노란 포스트잇에 [밥 꼭 챙겨먹어요] 라던가 [오늘 비 온데요 우산 챙겨나가요] 라는
딱 한줄짜리 메모를 적어 냉장고에 붙이며 사랑하던 연인을
책으로 볼땐 한번쯤 받아보고 싶다, 설레겠다 생각했는데 직접 받아보니 당황스러울 뿐이였다.
책이랑 다른점이 있다면 이 포스트잇 메모를 쓴 사람이 난 누군지 모른다는 것과 냉장고가 아닌 우리집 현관이란 점
그리고 책처럼 달콤한 걱정이 아닌 장난기 섞인 [안녕?!] 그 아래 조그마하게 적인 [난 너 아는데 넌 나 모르지?] 멘트가 나를 수줍은 웃음이 아닌
당황함과 신기함에 얼떨떨한 표정을 짓게 한다는 점이다.
집에 도착한지 몇분이 지났지만 내 시선은 어느새 현관에서 내 손으로 옮겨온 포스트잇에게 가 있었고 발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복도 센서가 꺼질때까지 멍하게 서있던 난 복도가 어두컴컴해 지고나서야 집으로 들어섰다.
그러니까 이게 벌써 일주일전 이야기다.
그리고 오늘도 역시나 야자를 끝내고 집에오자 무엇보다 날 반기는건 언제나처럼 현관문 앞 내 눈높이보다 살짝 높은곳에 위치한 노란 포스트잇이다.
첫날 안녕을 이어 [오늘 날씨 너무 덥던데 괜찮았어?]
[살이 조금 빠진 것 같던데 너무 무리하지마! (훔쳐본게 아니라 아.. 훔쳐본게 맞긴한데 나쁜 마음 없었어! 순수한 마음으로.. 아 뭐래ㅠㅠㅠ)]
[너무 늦게 다니지는 마. 위험해!!] [이게 벌써 여섯 번째야 일주일이 다 지나가네?] 라느 멘트가 쓰여진 포스트잇들이 있었고
그리고 오늘로 일곱 번째로 내방 책상서랍속으로 들어올 포스트잇엔 [일주일!! 처음할땐 엄청 부끄러웠는데 이젠 설레네 ///]
일주일째 보다보니 나도 이젠 포스트잇속 정성스레 눌러쓴 글씨의 주인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궁금하네.. 어떻게 생겼을라나”
일주일동안 매일 포스트잇을 확인하고 가지고 들어가는게 습관이되었고 한가지 더 생긴 습관이 있다면
매일 센서등이 꺼질때까지 몇 번이고 포스트잇속 멘트를 곱씹다 집에 들어간다는거다. 오늘처럼 내일도 그렇게
하루하루 다를 것 없는 삶을 사는게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당연하다싶이 하는건데 정체모를 아이로 인해 하루하루 다른 삶을 살고있게 됬다.
너무나 평범한 내가 그리고 이젠 나도 야자가 끝나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한시라도 빨리 그 아이의 포스트잇을 보고싶어서
야자가 끝나는 종소리를 듣자마자 집으로 향했다.
빨리 가고 싶은걸 애써 눌러가며 기대되는 마음에 조금씩 웃음이 새어나왔다.
집 앞. 오늘도 내 눈높이 보다 살짝 높은곳에 붙어있는 노란 포스트잇.
손을 뻣어 내 손 위에 얹어 눈으로 포스트잇속 글자를 한글자 한글자 음미했다.
괜스리 퍼지는 웃음을 막을 생각을 안했다. 다른 날과 조금 다른게 있다면 포스트잇 멘트.
오늘은 [이제 궁금해진거야? 많이 기다렸는데.. 오늘은 센서등 꺼져도 20초만 있다가 들어가]
아이가 나타날 것 같다.
그렇게 짧은 문장을 몇 번이고 곱씹자 어김없이 센서등은 꺼졌다.
그리고 떨리는 20초가 지나가고 있었다
20초 내 눈이 감겼다. 15초 윗층 계단에서 일어서는 소리가 들렸다.
10초 계단을 내려오는 발걸음소리가 들렸다.
5초 내 뒤에 누군가 슨게 느껴졌고 센서등이 켜졌다.
1초 그애가 날 불렀다.
“안녕, 봉이야”
"이렇게 인사하고 싶었어. 궁금하다고 해줘서 고마워"
노란 포스트잇은 다음날부터 분홍빛 포스트잇으로 바뀌었다.
***
조각글!! 줄 수 있는게 이런 조각글 밖에 없다ㅠㅜ 가진거라고 미련한 손 밖에 없다ㅠㅠㅠㅠ
이게 널 웃겨할 수 있을진 모르지만 그래도 올려본다 니가 좋아하길 바래본다...~
추석선물이에요 인물을 못 정하겠어서 정해주시면 셉틴이 시점 글도 오도록 해볼게요!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