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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랍콩] 남고 단짝이 푸는 첫사랑 썰 1st, 랍콩 | 인스티즈

 

남고 단짝이 푸는 첫사랑 썰 1st, 랍콩.

W. 늦잠

 

"콩아, 이콩빈아."

 

더운 여름 한 날, 보충 내내 엎드려 잠만 자던 원식이 눈을 뜨고 좀비처럼 홍빈에게로 다가가 가방을 챙기고 있는 홍빈의 어깨에 턱을 괴고 홍빈을 불렀다.

귀찮다는 듯, 대충 왜, 하고 대꾸를 하고 찰싹 붙어있는 원식의 머리를 콩 때린 홍빈은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리는 원식의 자리로 가 원식의 가방까지 챙기기 시작했다.

ㅡ물론 원식은 여전히 홍빈의 어깨에 턱을 괸 상태라 원식의 자리까지 원식을 질질 끌고 갔다ㅡ

 

"아오, 더워. 더워. 덥다고, 김원식."

 

홍빈이 챙겨준 가방을 메고도 아까 그 자세 그대로 찰싹 붙어있는 원식을 보다 끙끙거리며 원식을 떼어냈다.

절루 가, 너. 나 더워. 옆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던 홍빈이 원식에게 얘기했다. 그제서야 스물스물 홍빈의 옆으로 가서 선 원식은 여전히 눈이 반 즈음 감긴 상태였다.

 

"어제 대체 뭘 했길래 오늘 이렇게 자?"

 

교복을 팔랑거리며 걷던 홍빈이 원식을 흘끔 보며 물었다. 그 말에 원식은 기지개를 쭉 펴며 지하 2721층 문을 두드릴 것 같은 톤의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냥, 어제 옛날에 있었던 일 생각 좀 나서. 홍빈아, 오늘 걸어서 가자. 그 얘기 해줄게."

 

야동과 게임 말고도 김원식을 잠 못 들게 만드는 일도 있나? 아, 노래 만드는 것도 빼고. 인상을 쓰며 생각을 하던 홍빈은 그 일이 궁금해져 고개를 끄덕였다.

아, 더운데. 재미만 없어 봐라, 진짜. 내일 버스비 다 내라고 그래야지. 원식을 노려보던 홍빈이 궁금해, 빨리. 하며 원식을 보챘다.

 

"예전에, 나 초등학교 때. 어, 날짜도 오늘 즈음이었을 거야. 튼, 여름에 우리 지역에서 좀 떨어져있는 곳에 수영장이랑 놀이공원이 합쳐진, 유명한 곳이 있었어.

근데 우리 고모가 일 때문에 잠깐 그 근처에서 몇 달 머무신다고 고모가 머무시는 곳에 놀러 갔었어. 아, 덥다."

 

귀를 쫑긋 세우고 원식의 얘기를 집중해서 듣던 홍빈은 아, 덥다한 마디에 원식의 등을 찰싹 때리며 빨리, 빨리. 하며 아이처럼 보챘다.

원식은 그런 홍빈을 귀엽다는 눈빛으로 봤지만 더운 날씨 플러스 이야기에 대한 궁금함으로 열이 잔뜩 올라있는 홍빈에겐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알았어, 알았어. 아빠랑 동생이랑 나랑 고모가 머무시는 곳에 갔는데……."

 

#

 

어린 날의 원식은 지금과 같이 노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다. 그런 개구쟁이가 고모가 계시는 곳에 간다고 하니 들뜰 수 밖에 없었다.

원식의 고모가 머무시던 곳은 모텔과 비슷한 곳이었다. 원식은 고모가 나가기 전 준비하신다고 분주하실 때 심심하다며 여동생의 손을 붙잡고 1층 로비로 향했다.

로비에서도 크겍 재미가 있을 것은 없었다. 그래도 아빠가 내려오셔서 동전을 받아 옆에 있는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마시고, 잡기 놀이에 조금씩 신나질 무렵, 자신의 또래인 남자 아이 하나가 로비로 들어왔다. 동시에 고모가 내려 오셨고, 고모는 그 아이에게 인사를 하며 원식에게 소개를 했다.

원식아, 인사 해. 네 친구야. 이름은…. 아쉽게도 원식은 지금은 그 아이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외모에 대해 기억나는 건 자신에 비해 하얀 피부와 조금은 여리여리한 몸, 그리고 까맣고 큰 눈. 그것 뿐이라고 했다.

 

원식은 그 날 부터 삼 일 정도를 그 곳에서 머물기로 했다. 그리고 그 소년과도 그 삼 일을 함께 보냈다.

첫 날, 원식과 원식의 여동생, 그리고 소년은 고모가 머무시는 방 침대에 나란히 누워 TV를 보기 시작했다.

하필 그들이 만난 첫 날은 만난 지 얼마 안 되어 번개로 번쩍거렸고, 비와 천둥 소리로 가득했다. 덕에 아무 곳에도 나가지 못 하는 셋은 방에 꼼짝도 없이 박혀있게 되었다.

아무리 동갑이라고 해도 처음 만난 원식과 소년은 어색했다. 셋이 누워 TV를 보다 너무 심심했던 원식은 소년의 허리를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간지럼을 잘 탔던 소년은 원식의 손이 닿자마자 몸부림을 치며 난리가 났다고 한다. 한참을 웃던 둘은 그제서야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했다.

밖에서 고모가 사오신 바게트 빵을 같이 먹기도 하고, 또 번개가 치는 창 밖을 나란히 서서 보기도 하고.

둘은 제법 말도 잘 통했다고 한다. 어색해 질 때 즈음엔 원식이 소년을 간지럽혀 다시 분위기를 띄우고. 그 날, 둘은 처음 만난 사람이 아닌 것처럼 친해졌다.

 

둘째 날, 비가 그쳤다. 소년은 역시 그 날도 원식의 고모가 머무시는 방으로 찾아왔다.

막 씻고 나갈 준비를 하던 원식과 여동생도 그를 반겼고, 오늘은 자신이 근처를 구경시켜 주겠다며 얘기를 했다.

원식은 좋다며 고모에게 놀다 오겠다고 얘길 하고서 동생의 손을 꼬옥 잡고 소년을 따라 나섰다.

소년은 그들을 데리고 근처의 유명한 놀이공원으로 데리고 갔다. 소년은 입구에 서있는 남자에게 무어라 얘길 하더니 원식과 동생을 데리고 그냥 안으로 들어왔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여기 돈 내야 들어올 수 있지 않아? 하고 물으니 소년은, 여기 우리 엄마 일하셔! 하며 웃으며 둘을 데리고 수영장이 있는 실내로 들어갔다.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예전에 유치원 캠프 때나 이 곳에 와봤던 원식은 우와, 하며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소년은 여기야, 하며 실내에 있는 작은 가게의 안으로 들어와 엄마, 여기 어제 얘기한 친구들! 하며 원식과 원식의 여동생을 소개했고, 그들도 소년의 엄마로 보이는 분에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소년의 엄마는 소년을 꼭 닮아 꽤 예쁘시게 생기셨다. 소년의 어머니의 외모에 원식은 또 우와, 하며 감탄을 했다고 한다.

여기 있어, 이거 먹고 놀아라, 하며 소년의 어머니가 도넛과 마실 것을 들고 오셨다. 배가 고팠던 셋은 도넛을 금방 먹어 치우고서 또 어딜 갈까, 하며 고민을 했다.

아, 하고 소년이 소리를 내며 원식과 눈을 맞추며 얘기했다. 우리 집에 안 갈래? 만화책도 많아.

 

밖으로 나온 그들은 그리 멀지 않은 소년의 집으로 향했다. 가며 근처를 소개하기도 하며 걷던 셋은 드디어 소년의 집에 도착했다.

안에 형이 있다며 형에게 원식과 동생을 소개한 소년은 원식의 손을 잡고 제 방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소년의 손이 원식의 손에 닿은 순간, 어린 원식의 가슴이 조금 떨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분명 같은 나이였음에도 제 손을 붙잡는 소년의 손은 작았다고, 그렇게 기억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거 진짜 재밌어, 하며 그 작은 손으로 제 만화책을 가지고 오는 소년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제 옆에 꼬옥 붙어 앉아선 이거 봐, 하며 작은 손으로 책장을 넘기는 소년을, 원식은 지금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밖이 어둑해졌을 때 즈음, 소년이 원식에 돌아가자고 얘기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소년의 뒤를 따르던 원식이, 먼저 소년의 손을 잡았다.

제 손을 잡아오는 큰 손에 놀란 소년은 눈이 동그래져 원식을 보았고, 또 그 예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그 날, 원식은 어린 나이에 첫 사랑을 시작했다.

 

#

 

이야기를 들을 수록 홍빈의 표정이 읽을 수 없이 변해갔다. 더워서 그런 건가, 원식이 손을 들어 홍빈의 얼굴에 손을 댔고 홍빈은 고개를 저으며 원식의 손을 잡아 내렸다.

 

"그래서, 마지막 날은? 아직 하루 남았잖아."

 

평소와 다른 홍빈의 표정에 어깨를 한 번 으쓱하던 원식이 다시 입을 열어 이야기를 꺼냈다.

 

"예상치도 못 하게 되게 일찍 출발하게 되었어. 그래서 그 아이랑도 별로 오래 못 있었고. 그 날도 걔가 아침부터 왔어. 지금 보면 걔 잠도 없었나 봐. 아침마다 우리 보러 왔네.

튼 그래서, 출발하기 전에 잠깐 첫 날처럼 셋이 침대 위에 엎드려서 TV 봤었어. 그 나이에도 마지막인 건 알아서 축 늘어져서.

너무 어색해져서, 또 내가 간지럽혔어, 걔. 첫 날처럼 웃고 노는데도, 좀 속상하더라. 마지막이라는 게.

그렇게 엎드려서 한참을 간지럽히다, 그 좁은 방에서 숨바꼭질도 하고. 걔가 옷장에 숨었는데, 딱 내가 옷장 열자마자 걔가 튀어나와서 내 허리 꼭 안았다?

그 날 중에, 그 때가 제일 좋았던 것 같아. 아으, 진짜. 걔 다시 한 번만 보면 소원이 없겠다.

그렇게, 뭐. 갈 시간 되어서 그냥 헤어졌지. 둘 다 슬퍼져서 거의 울상이 되어서, 잘 있어. 그렇게."

 

홍빈이 갑자기 손으로 이마를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이상해, 그렇게 중얼이던 홍빈이 원식의 눈을 바라봤다.

 

"식아, 나 이상해. 뭐지, 정말."

 

고개를 갸웃거리던 홍빈이 갑자기 그 자리에 멈추었다. 또 왜 그래, 하며 원식이 홍빈에게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파? 하고 물었다.

홍빈은 동시에 원식의 허리에 팔을 감고 원식을 세게 끌어안았다. 한참을 원식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이리저리 부비던 홍빈이 입을 열었다.

 

"식아, 그 때. 이런 기분이었어?"

 

-

늘 못난 글 봐주셔서 감사해요. 이 이야기는 작가의 실화!

정말 오래 된 이야기라 끙끙 앓으면서 썼어요. 거의 7년 정도가 지난 지금에도 잊지 못 하는 여름이네요.

마지막 홍빈이가 원식이에게 한 이야기는, 대충 다들 눈치 채셨겠죠?

못난 글 봐주셔서 감사해요! 오늘도 여전히 더워요. 다들 몸 잘 챙기시길 바라요.

다음 글도 아마 제 실화로 올 것 같아요. 이러나 저러나 다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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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대박이예요ㅠㅠㅠㅠ 완전 뭔가 간질간질하고 달달해요ㅠㅠ 이게 실화라니 작가님 부러워요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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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
결국 여름 날의 꿈으로 끝났지만 ;-; 전 이런 일들이 많은 것 같아요. 다른 이야기도 있으니 다음에도 꼭 봐주세요! 봐주셔서, 그리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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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ㅠㅠㅠㅠㅠㅜ제...빅스픽은처음인데이픽정말감동이에요ㅠㅠㅠ저에게도이넌필력을.. 달달하고...진짜우와 짱이에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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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
저 필력 좋은 거 전혀 아니에요! 독자님도 쓸 수 있을만한 필력이에요 ;-; 감동이라니.. 과분해요! 봐주셔서 감사하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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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헐..ㅠㅠㅠㅠ진짜 이런픽 좋아요 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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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
좋아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인데 칭찬이라니 ;-;! 봐주셔서 감사하고, 또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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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우왓 달달하네요ㅠㅠㅠㅠㅠ랍콩행쇼ㅠㅠ잘읽고가요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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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헐대박 ㅠㅠㅠㅠ달달해여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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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으아 ㅠㅠㅠ 진짜 달달하네요 ㅠㅠ 쓰차 풀려서 방금 ㅠㅠㅠ 러휴ㅠㅠ 작가님 진짜 좋아합니다 ㅠㅠ 그리고 실화라니......헐.....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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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와....진짜 좋아요!!!이게 작가님 실화라니... 진짜 좋은기억이네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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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ㅠㅠㅠㅠ달달 ㅠㅠㅠㅠㅠㅠㅠㅠㅠ역시 ㅠㅠㅠㅠㅠㅠㅠ랍콩은 ㅠㅠㅠㅠㅠㅠ달달하고 ㅠㅠㅠㅠ설레고 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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