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민] 봄은 있었다.A w. 르망 추적추적 비가 오는 날 이었다. 미친 듯이 덮쳐오던 더위도 새벽부터 내려오는 비로 인해 한층 누그러져 서늘하다는 느낌이 날 만큼, 어느새 여름은 한발 물러 서 있었다. 쫘르륵 촤르륵. 빗소리에 맞춰 돌아가는 물레 소리와, 작업실을 가득 채우는 젖은 흙 내음. 잔잔히 귓가에 퍼지는 음악은, 민석의 기분을 한껏 끌어올려 주었다. 자신의 라면 그릇을 만들어 바치라는 형의 반 협박에 의해 이른 아침부터 물레 앞에 앉은 민석은 작은 손을 이리 저리 꿈지럭대며 어느새 그릇 하나를 뚝딱 만들어 냈다. 만들어 낸 그릇을 건조대에 올리고는 손을 씻어내며 화이트보드를 바라봤다, 조금 있으면 아이들이 수업을 받으러 올 참이다, 방학마다 여는 도자기 교실은 의외로 인기가 있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흙을 조물 대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민석의 흥밋거리 중 하나였다. 콧노래를 부르며 작업실을 청소하고, 흙을 손질 해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뻐근한 어깨를 두드리며 의자에 앉은 민석은 휴대폰을 집어 들어 익숙하게 게임을 켰다. 삐용삐용 귀여운 캐릭터를 열심히 달리게 하다 곧 싫증이 났는지 휴대폰을 내려두고 기지개를 켰다. 대충 아이들이 올 시간이었다. 밖에선 요란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민석은 자신의 앞치마를 꺼내어 입고 아이 용 작은 앞치마 여러 벌을 꺼내어 각 의자위에 내려놓았다. 문이 열리고 밝게 웃으며 아이들이 들어왔다. 선생님 하고 부르며 끊임없이 재잘대는 아이들에게 민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하나 앞치마를 입혀 주었다. 인원수를 체크하고 출석부를 정리 하는중, 딸랑, 종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종이에 박아 놓은 시선을 들어 아이의 손을 잡고 들어 온 남자의 얼굴을 눈에 담은 민석은 머릿속을 뒤 흔드는 오래 된 기억에 인상을 찌푸렸다.다정한 웃음을 가득 지어내며 아이를 데려다 주고, 볼에 뽀뽀를 하는 저 남자는, 분명 루한이었다. 몇 년만에 본 루한은, 여전히 따뜻하고,부드러운 느낌이 물씬 풍겨왔다. 잘근 입술을 깨물던 민석은 앞치마를 가지고 아이에게 다가갔다.고개를 들어 다가오는 민석을 바라 본 루한은 잠시 기억을 더듬는 듯하더니 생각이 난 듯 눈을 크게 떠 저를 바라봤다. "김민석?" * 새 학기, 교실을 감싸는 어색한 기류에, 민석은 괜히 손가락만 만지작대며 눈을 굴려 주위를 살폈다. 새 학기의 설렘에 조금 서둘러 집을 나서 도착한 민석의 반에는, 아직 비어 있는 자리가 많았다. 멍하니 제 옆자리를 쳐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민석은 옆자리로 떨어지는 가방을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짙은 쌍커플의 두 눈이 참 매력적이었다. 올망졸망 하게 들어 찬 이목구비에 민석은 힐끗 힐끗 눈을 굴리며 루한을 훔쳐 봤다. 그 시선을 느낀 루한은 웃으며 민석을 바라보다, 민석의 가슴언저리에 걸린 명찰을 톡톡 손으로 두드렸다. “김민석?” 갑작스런 질문에 고개를 살짝 끄덕인 민석은 요상한 표정을 지으며 옆자리에 앉는 루한을 또 다시 힐끗 쳐다봤다.가방을 내려두고, 기지개를 켜던 루한은, 몸을 돌려 민석을 바라봤다. “나는, 루한” * 하루 종일 복잡한 마음에, 민석은 제 정신이 아니었다. 제 발에 걸려 넘어지지를 않나, 잘 만들던 그릇을 부숴버리지 않나. 생각은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와 민석을 뒤 흔들어 놓았다. 하마터면 아이들이 만든 도자기를 죄다 깨 부숴버릴 뻔 했다. 어느덧 창밖으로 내려오는 빗줄기는 조금 강해 져 있었다. 초록색 우산을 펼쳐 든 민석은 거리에 진동하는 비 내음을 느끼며 집으로 향했다. 온 몸이 바닥으로 꺼지는 느낌이었다. 피곤해, 하고 중얼대며 집 안으로 들어 온 민석은 그대로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늦은 아침, 잠에서 깬 민석은 멍하니 자리에 앉아 밍기적 거리며 느릿하게 하품을 해 댔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더라. 하고 곰곰이 머릿속을 헤집다 저를 향해 말갛게 웃어 보이는 한 얼굴을 떠올려 내고는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결혼을 한 건가." 어쩐지 마음이 갑갑하게 조여 오는 듯 했다. ‘사랑해, 민석아.’ 머릿속을 울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찌르르 가슴이 울렸다. 민석은 자신을 뒤 흔드는 복잡한 생각을 털어내려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티비를 틀었다. 왁자지껄 한 예능 프로그램을 멍하니 바라보며 기계적으로 웃음 짓던 민석의 얼굴은 어느새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지금은 제 개인 블로그에 그냥 끄적이는 중인데, 혼자 쓰다보니 어떤지도 잘 모르겠고, 그래서요.어떻게 보셨어요? 간단하게 평 좀 해주세요ㅜㅜ 다음 글[EXO/카디/조각글] 역저능아12년 전 르망 l 작가의 전체글 신작 알림 설정알림 관리 후원하기 이 시리즈총 0화모든 시리즈아직 시리즈가 없어요최신 글최신글 [EXO/루민] 봄은 있었다.(완) 312년 전위/아래글[EXO/루민] 봄은 있었다._C 412년 전[EXO/카디] 역저능아_B 912년 전[EXO/카디] 역저능아_A 2112년 전[EXO/루민] 봄은 있었다_B 412년 전[EXO/카디/조각글] 역저능아 1912년 전현재글 [EXO/루민] 봄은 있었다_A 412년 전공지사항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