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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망 전체글ll조회 1991


여전히 그는, 예전부터 함께 왔었던 커피숍 앞에서 팔짱을 끼며 느긋히 도경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업 재벌 2세, 라는 드라마 틱한 네임이 붙여도 잘 어울릴 법한 그는 검정색 슈트를 잔뜩 빼어 입고 벽에 기대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점짓 무거운 표정과는 달리, 여학생이나 붙들고 다닐 휴대폰의 핫핑크 케이스는 도경수의 입꼬리에 웃음을 달기에 가히 충분했다. 단지 아이러니한 매치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저 것도 그이의 생일 때 저가 생일 선물로 준 케이스이기 때문이었다. 이내 입꼬리를 내리고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 갔다. 5시 25분, 시간이 점점 늦어질 수록 찬열의 번쩍거리는 구두가 더 고개를 끄덕이며 땅에 머리를 부딪혔다. 찬열의 조급함을 느낀 경수는 땀으로 약간 젖은 뒷 목덜미를 한 번 쓸고는 뜨듯한 바람에 앞머리가 휘날릴 정도로 신호등을 건너며 찬열의 이름을 크게 내 질렀다.

 

[찬, 열 씨이이이!]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던 찬열의 얼굴이 점점 펴지기 시작했다. 경수 씨, 천천히 와요. 그러다가 넘어져서 울면 누가 책임집니까? 찬열의 목소리에는 장난끼가 잔뜩 서려있었다. 경수가 찬열의 앞에 우뚝 섰다. 허리가 구부정한 자세로, 헉헉 거리며 찬열을 올려다 보았다. 땀에 푹 젖은 경수를 보며 찬열은 ‘비에 푹 젖은 똥강아지’ 와 경수를 비교했다. 조그맣고 복슬한 강아지가, 딱 여기있네. 뜨끈한 경수의 뒷덜미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 마저, 웃음기가 설여있는 듯 했다.

 

 

“헉, 흐읍. 저 왔어요, 찬열 씨. 아……, 죄송해요 진짜.”

“화 났어요?”

“아, 찬열 씨. 죄송해요, 먹고 싶은 거 없어요?”

 

 

허겁지겁 도경수가 박찬열의 팔에 매달리며 구원의 눈빛을 보냈다. 미친, 경수 씨. 오늘따라 심히 더 귀엽습니다. 밖으로 내 뱉으면 그게 무슨 낯 뜨거운 말이냐며 등짝을 세게 맞을게 뻔 해, 마음 속에만 담아두는 게 낫겠다고 찬열은 생각했다. 일부러 분위기를 무겁게 잡고 있는 것도 나름 좋은 방법이라 뼈저리게 느끼는 날이었다.

 

 

 


ambitious 3

- Lemans

 
 

 

 

 

오랜만에 만난 찬열은 심각할 정도로 예전보다 더 수척해졌다. 분명, 키는 좀 더 훌쩍 큰 것 같은데 푹 패여 들어 간 볼이 안쓰러웠다. 상사가 안 잡아 먹어요? 예전에 완전 고약하다구 하지 않았었나. 아아, 여전히 남 깎아 내리기엔 능하지. 근데 요즘은 사모님하고 화해를 하셨나 나름 잘 해주셔. 갑자기 안 하시던 커피까지 한 잔 타 주셨다니까. 찬열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경수의 뒷 목덜미를 잡아 주물렀다. 줄곧 경수가 종인에게 해 주던 행동이라, 사실 머릿 속에는 종인이 반을 차지했다. 집에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거야, 뽀로로 보면서. 설마 다치지는 않았겠지? 차가운 손길에, 뜨듯하던 경수의 목덜미가 차츰 식어갔다.

 

 

 

“도경수, 무슨 생각을 그리 해.”

“아니, 아무 것두 아니에요. 그나저나 그 동안 잘 지냈었다니, 되게 다행이다.”

“나랑 있을 때는, 적어도 내 생각만 하랬잖아. 나 그 동안 잘 지냈다고는 말 안 했는데.”

 

 

 

 

저 진짜 다른 생각 안 했다니까요, 그리고 밖에 있을 때는 좀 그런 부끄러운 말 자제하라구 했잖아요. 경수가 발끈하며 찬열의 볼을 쭈욱 늘여뜨렸다. 그나저나, 그 동안 잘 못 지냈다는 건 무슨 소리예요? 분명 저번에 전화로는 잘 지내고 있다구, 걱정 같은 거 하지 말랬잖아요. 경수가 점짓 걱정이 서린 눈빛으로 찬열에게 신호를 보냈다. 안 좋은 일 있었어요? 아, 빨리 말 좀 해 보라구요. 찬열은 말을 할까, 하지 말까 그저 입술만 오물조물, 옴쌀달싹하며 경수의 마음을 애꿎게 애태웠다.

 

 

“그냥, 평범하게 지냈어. 너 없으니까 보고 싶어서 미쳐 죽는 줄 알았다고.”

“그런데 경수 씨는, 나 하나도 안 보고 싶었나 봐? 얼굴이 활짝 펴서 조꼬딩 경수 보는 줄 알았습니다.”

 

 

 

 

내 앞에서 다른 생각도 하고, 많이 컸지. 그렇지? 꽤 투박해진 손가락으로 경수의 부드러운 갈색 빛 머릿털을 쓸었다. 입술을 쭉 내밀고는, 그저 비죽였다. 다른 생각 안 했다니까 자꾸 그래요. 그런데요, 찬열 씨 평소에 끼니는 잘 챙겨 드시는 거 맞아요? 아까부터 신경 쓰였다구요. 볼은 푹 패였지, 인상이 바뀌었다니까. 안 그래도 작년 겨울에 감기 심하게 앓았잖아요. 안 그래 보여도, 은근히 할아버지라니까.

 

내가 할아버지에요? 그럼 도경수 씨는 할머니 하심 되겠네. 박찬열의 입꼬리가 귀에 걸린 것 마냥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울그락 불그락, 경수의 귀가 차츰 더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아, 너무 약올라……!

 

 

 

“찬열 씨는, 저 놀리는 게 세상에서 제일 즐겁죠?”

“이야, 어떻게 알았어요. 역시 도경수는 박찬열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안다니까.”

 

 

 

세상에서 놀림 받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도경수의 머릿 속에는 온통 시커멓게 물든 참을 인(忍)으로 가득했다. 형만 아니었어두, 진즉 엉덩이를 찼을 것이다. 머리에 김이 슥슥 나오려던 걸 찬열이 손바닥을 펼쳐 막아 주었다. 아이, 예뻐라. 코코아 다 식겠습니다. 안 마셔요? 그제서야 경수가 치켜 뜬 눈을 부드럽게 원상복구 하고는, 흰 컵을 두 손으로 조심스레 들었다. 호오, 호. 달콤한 향기 덕분에 뇌가 흐물흐물 해 질 것만 같았다. 이래서 코코아가 좋다니까.

 

 

 

 

“날씨도 뜨거운 데 무슨 코코아.”

“맛있잖아요. 달콤하구, 오히려 커피 마시는 사람들이 더 이해가 안 가요. 어떻게 그렇게 쓴 걸 매일마다 마실 수가 있죠?”

“경수 씨가 그래서 애기 입 맛이라는 소리를 듣는 거예요. 멍청아, 땀 뻘뻘 흘릴 거면 핫초코 말고 아이스 초코를 마시지 그랬어요.”

“저 멍청이 아니거든요? 나쁜 입, 때찌.”

 

 

 

경수가 꽤나 깜찍한 말투로 찬열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와, 도경수 미쳤다. 미친 거 맞죠? 오랜만이어서 그런 가, 끼가 철철 흘러. 남이 볼까 무섭다. 찬열이 앞에서 뭐라 쫑알대든, 경수는 아무렇지도 않는 다는 듯이 달콤한 향기를 내 뿜으며 핫초코를 홀짝였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좀 식었는 지, 끝 맛이 맹맹했다. 맹맹하지만, 질리지 않는 핫초코. 문득 박찬열이 머릿 속에 떠 올랐다. 자주는 못 보지만, 연락은 늦고 매일 저를 놀리기에 바쁘지만. 여전히 좋은 사람, 박찬열. 웃음을 머금으며 찬열을 빤히 바라보는 경수가 찬열의 눈에는 세상에서 제일 예뻐 뵈였다 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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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헉찬열이설마경수를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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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찬열이 경수 넘보는거예요? 경수도 찬열이 좋아하능거예요? 그럼 앙돼요. 니니가 때찌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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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잘보고갑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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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잘보고 가요ㅜㅜㅜ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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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달달하네요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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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둘이 오래된 연인사이면...니니는 무슨관계지 아는동생???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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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둘은연인사이고 니니는 뭐징????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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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ㅜㅜ찬디카였다니 ㅠㅠㅠㅠ니니는 어찌되는거ㅇ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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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경수 네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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