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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륜(륜)입니다.

비축분이 있어서 이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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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seven days(7일 동안) # prologue2




죽음을 선고 받은 이후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내 주변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먼저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갑작스러운 사표에 상사는 어안벙벙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갑자기 이게 뭔가?"

 

내가 불치병에 걸려서 더이상 살 수 없는 몸이라고 절대 알리고 싶지 않았다.

쓸떼없는 오기와 자존심이었지만 내 심정을 결코 공감할 수 없는 타인에게 연민을 받기 싫었다.

홀로 외롭게 죽을지언정 동정은 받기 싫었다.

이따위 병때문에.

그래서 그의 말에 내가 말할 수 있는 말은 한마디 뿐이었다.

 

"그냥...힘들어서요."

 

그냥 업무가 힘들어 쉬고 싶다면 그 동안 못 쉬었던 휴가를 내라고 했다.

휴가를 내고 충전이 되면 다시 나오라고 했다.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남아 있는 시간이 얼마 없었고 그 휴가 뒤에 남는 건 죽은 나의 육체 뿐, 다시 복귀할 수 없다.

때문에 강경하게 사표 수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상사는 쉽게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몇번을 다그치며 내 마음을 돌릴려고 애썼다.

끄떡하지 않는 나에게 욕설하며 협박했다가, 달래주다가, 애원했다가, 이랬다 저랬다 하기를 반복했다.

점점 짜증이 차올랐다.

사표 제출로 실랑이는 이 상황이 너무도 싫었다.

이렇게 쓸모없게 흘러가는 시간은 나에게 너무도 중요한데 이렇게 허비시키고 있었다.

이곳에서 조용히 퇴장하고 싶었기 때문에 감정에 치우쳐 박차고 나가지 않고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 말했다.

 

"사표 수리해주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더이상 대답을 듣지 않고 개인적인 물건만 간단히 챙긴 후 그 자리를 벗어났다.

천천히 닫히는 문틈으로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더이상 의미가 되지 못했다.

 

그 다음은 셔츠와 자켓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블랙으로 드레스코드를 맞추고 꽃집에서 하얀국화를 한다발 사서 납골당으로 향했다.

그곳에 모셔놓은 부모님 앞에 서서 국화 한송이를 꺼내 유골함 앞에 살며시 놓았다.

부모님은 고등학생 때 한날 한시 사이좋게 돌아가셨다.

아들만 홀로 두고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셨다.

 

"엄마, 아빠.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무척 오랜만에 뵙네요. 죄송해요. 찾아뵙지 못해서. 맨날 바쁘다는 핑계로 찾아오지 못해서 정말 죄송해요."

 

한마디, 한마디 꺼낼때마다 눈가가 뜨거워졌다.

차오른 눈물은 뺨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눈물 방울이 턱끝에 잠시 머물다 딱딱한 대리석 바닥에 떨어져 산산히 부서졌다.

 

"흡...이제 곧 엄마, 아빠 아들 태환이가 두분 곁에 갈거에요. 너무 빨리 왔다고 내치지 마세요. 알았죠?"

 

유골함 옆에 함께 두었던 부모님 사진이 담긴 액자를 꺼냈다.

닳아 없어지도록 사진을 한참을 매만졌다.

액자를 잡고 있던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떨어뜨리지 않도록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꼭 잡았다.

액자 위에 눈물 방울이 떨어져 유리를 타고 흘렀다.

 

"흑...흑...살고 싶어요. 흑. 엄마, 아빠. 나 살고 싶어. 아직 죽기 싫어. 나 아직 서른도 안되었는데...지금 가면 너무 빠르잖아. 엉엉."

 

정말 죽기 싫었다.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할 일도 많은데 벌써 죽기 싫었다.

그런데 내 몸은 이제 죽어야 된다고 말한다.

내가 얼마나 큰 죄를 지었길래 이런 벌을 내리는 건지 묻고 싶었다.

 

"엄마랑 아빠 보고싶은데...그래도 살고...싶어. 끄흑. 아직 나 데려가지 마요...제발 놓아줘요. 끅."

 

눈물로 세수를 하고 차오른 슬픔때문에 딸꾹질이 났다.

밝았던 하늘이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쉼없이 울고 울었다.

목이 쉬어 갈라져 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대성통곡했다.

 

 

 

납골당에 있는 화장실에서 찬물로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씻어내었다.

세면대에 달린 커다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정말 가관이었다.

내내 운 덕에 토끼처럼 새빨갛고 퉁퉁부었다. 하도 소리치며 울어서 목은 따끔거렸다.

목소리라도 낼라치면 바람빠진 풍선처럼 쉭-쉭-하는 소리가 났다.

 

납골당을 나오니 황혼마저 저버린 어둑해진 하늘 위에 뜬 달이 나를 내려보고 있고 있다.

이제 어디 갈까.

집으로 가면 되는데 가기 싫었다.

거리를 걸었다. 정처없이 발길이 닿는대로 걸었다.

어디든 들어가고 싶지만 누가 바리게이트를 처놓은 것처럼 들어가지 못하고 문앞에 멈춰서서 한참을 있다가 걸음을 옮기기 일수였다.

휘청이는 몸을 이끌고 걷고 걸었다.

이렇게 걷다보면 어딘가에 나만을 위한 휴식처가 보이지 않을까-라는 어이없는 상상과 함께.

 

툭.

또 사람과 부딪혔다. 고개 한번 까딱이고 다시 걸으려는 나의 어깨를 붙잡는 손길이 있다.

그 손길의 주인이 말한다.

 

"괜찮아요?"

 

깨끗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내 귓속에 파고들었다. 사람과 차량의 소음으로 점철된 거리에서 선명하게 들려왔다.

목소리와 손길을 타고 시선을 그쪽으로 돌렸다. 가슴팍이 보인다.

시선을 좀 더 위로 올리자 목소리와 손길의 주인의 얼굴이 보였다.

서늘하지만 따뜻한 눈매와 꾹 눌린 듯한 입술이 인상적인 남자였다. 그리고 상당히 키가 큰 나보다도 큰 사람이기도 했다.

2미터쯤 되나?

내가 아무말 없이 물끄러미 쳐다보자 다시 한번 물어본다.

 

"어디 아파요?"

 

그냥 길가다가 부딪힌 행인일 뿐인데, 왜 이렇게 신경을 써줄까.

병원을 다녀온 이후로 굳어버린 심장의 끝이 간질간질 가려온다.

그의 물음에 나도 모르게 대답했다.

 

"네. 아파요."

 

거기다 부사를 더 했다.

 

"아주 많이."

 

생판 남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그 남자가 마음에 들은 탓인지, 내 병명을 알게 된 이후 팽팽해졌던 신경이 풀어졌다.

그와 함께 눈앞이 까매졌다. 블랙아웃.

정신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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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태환찡ㅠㅠㅠㅠ아프면 앙대ㅠㅠㅠㅠㅠㅠㅠ으ㅓㅇㅎㅇㅎ헝ㅎ어헝헝ㅎ넣ㅇ넣ㅇㄴ
11년 전
히륜
앞으로 더 아플겁니다ㅠ.ㅠ 쓰고 있는 저도 마음이 아프네요.
11년 전
독자2
힝뭔가 아련하다ㅠㅠ
11년 전
히륜
아련하죠? 계속 슬플거라 더 그럴거라 봅니다.
11년 전
독자3
으헝ㅠㅠ 아주 많이 라는 부사가 이렇게 슬픈 말이었던가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히륜
네. 저도 쓰면서 보니까 슬픈 말이 되더라구요ㅠ.ㅠ
11년 전
독자4
팬더에요!!! 아련하지만너무좋다ㅠㅠㅠㅠㅠㅠㅠ 근데어이가아니라 어이인거아시죠♥ 잘보고갑니다 금손느님작까님 사랑해요
11년 전
히륜
팬더님! 앞으로 계속 아련 예정입니다.
오타 수정했어요. 지적 감사합니다. 타자 치다보니 오타가..ㅎㅎ
금손 아닌데...^^ 감사해요>_< 저도 사랑합니다~

11년 전
독자5
하ㅠㅠㅠㅠ 왜케 슬픈거져ㅠㅠㅠㅠ 빨리 다음펴뉴ㅠㅠㅠㅠ
11년 전
히륜
내용이 슬퍼요. 끝까지..ㅠ.ㅠ
11년 전
독자6
저 울뻔했어요... 부모님 찾아가 담담하게 얘기 꺼내고, 미안해하고, 결국은 데려가지말아달라고 우는 모습이 부모님앞에서 어린아이로 돌아가 속마음을 드러내버렸네요ㅜㅜ
-슈밍 올림

11년 전
히륜
슈밍님!!
그만큼 슬픔을 느끼셨다니 제가 다 아련하네요.
부모 앞에서는 아무래도 속마음을 토해내기 마련이니까요ㅠ.ㅠ 태환아...ㅠ.ㅠ

11년 전
독자7
현실적이어서 더 슬프게 다가오네요 ㅠㅠ 기적이란건 있을수없는거겠죠 흐어엉 ㅠ.ㅠ-마린페어리 올림
11년 전
히륜
마린페어리님! 네. 기적은 없을겁니다.
그래서 더 슬플지도 모르겠네요ㅠ.ㅠ

11년 전
독자8
잘보고가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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