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seven days(7일 동안) # Monday1
Solomon Grundy, Born on a Monday,
솔로몬 그란디는 월요일에 태어나
- 마더구스 <솔로몬 그란디> 1절
쑨양과의 동거는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연인이 된 것은 아니었다.
나도 쑨양도 여자를 좋아하는 정상적인 남자들이었으니까.
친구라기에는 모호한 우리들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해야할까.
소울메이트?
아마 그게 정답일거다.
친구 이상, 연인 이하.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함께 살게 된 우리였지만 오랫동안 사귀었던 것처럼 서로가 편했고 잘 맞았다.
좋아하는 음식이나 웃음코드도 비슷해서 너무 신기하기도 했다.
"쑨양, 어때요?"
보글보글 끓고 있는 찌개의 국물을 숟가락을 떠서 쑨양의 입 앞에 가져대었다.
고개를 숙여 국물 맛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합격점이다.
"그럼 아침 먹어요."
내가 찌개를 끓이고 있는 동안 쑨양이 차려놓은 식탁 위에 받침을 깔고 뚝배기를 올렸다.
뚝배기의 열기때문에 아직도 찌개가 끓었다.
맛있는 냄새가 코끝을 사로잡는다.
"맛있겠다."
나는 혼자서 살 때 항상 텔레비젼을 보면서 밥을 먹었다.
아무래도 혼자는 적적하고 친구가 되어주는 텔레비젼은 식사할 때 필수였다.
그것은 쑨양도 다르지 않았다.
혼자 살며 다 그렇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쑨양과 함께 살면서 부터 더이상 식사시간에 텔레비젼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그도 나도 그 소리보다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대화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우리가 나누는 대화는 누구나 다 하는 일상적인 내용들이었다.
어제 회사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혼자 집에 있을 때 무엇을 했는지.
저녁 식사는 어떻게 차릴까.
그런 소소한 일상이 담긴 대화를 했다. 그러나 그 대화가 몹시 좋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겪어보지 못했던 나라서 더욱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쑨양의 출근 준비를 도왔다.
이제 직장을 그만 두고 시간이 많아진 나는 그의 출근을 도와주는 게 즐거웠다.
직접 회사를 다닐 때는 이렇게 출근 준비가 즐거운지 몰랐었다.
쑨양은 넥타이 매는게 서툴렀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 그의 넥타이를 매어주는 건 내 일이었다.
매일 넥타이를 매어주노라면 마치 그의 아내가 된 것같아 부끄러웠지만 그 기분마저도 나를 즐겁게 했다.
쑨양을 만난 이후부터 모든 게 즐겁고 행복했다.
"오늘은 언제 마쳐요? 야근할 것 같아요?"
"아니요. 오늘 일찍 퇴근할 것 같아요. 오늘 거래선 미팅이 있는데 그것만 끝내면 퇴근할 수 있어요."
"그래요?"
"네. 태환. 영화볼래요?"
"영화요?"
"네. 태환이 우리집으로 온지도 며칠 지났는데 한번도 외출 안했잖아요."
"산책이나 장도 보러다니고 외출 많이 한걸요?"
"그게 무슨 외출이죠? 그냥 동네 마실나가는거지."
"풋."
왠지 내가 거절한다고 생각했는지 뾰루퉁한 표정을 짓는다.
옷장에서 자켓을 꺼내 쑨양에게 건넸다.
"영화 봐요. 무슨 영화 볼까요?"
"재밌는 영화. 제가 알아보고 예매할게요."
"쑨양 바쁘잖아요. 제가 예매할게요. 인터넷으로 예매하면 금방인데."
"아니요. 그냥 제가 할게요. 하고 싶어요."
"알았어요."
영화는 쑨양에게 일임하고 옷을 차려입은 그에게 서류가방을 주었다.
엷은 스트라이프가 가미된 짙은 그레이 색상의 정장을 입은 쑨양은 마치 패션쇼에 선 모델처럼 보였다.
매번 보는 모습인데 같은 남자가 봐도 옷걸이 멋진 남자였다.
"그럼 갈게요. 있다 봐요."
집을 나서는 쑨양을 뒤따라 엘리베이터까지 가서 배웅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닫힐 때까지 손을 흔들며 잘 다녀오라고 인사했다.
이건 나를 위한 의식이었다.
이렇게 그를 배웅하고 나면 행복했다.
아침을 먹은 식기를 정리한 후 간단히 먼지를 털고 집안을 청소했다.
짧은 집안 청소를 마치고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이 작은 방은 하나의 화실이었다.
기본적인 이젤부터 필요한 다양한 화구들, 그것들을 수납할 수 있는 선반, 미술서적을 꽂아놓은 한켠의 책장 등이 갖춰져 있는 나만의 화실이었다.
이곳은 직장을 그만 두고 할일이 없어진 내가 미술을 하겠다고 했을 때 쑨양이 꾸며준 곳이었다.
그와 직접 고르고 골라 꾸민 곳이라 그런지 내게는 가장 사랑스러운 장소가 되었다.
이젤 앞에 놓인 스툴이 앉아 캔버스를 덮어놓은 천을 걷어냈다.
치워진 천 아래에 드러난 캔버스에는 흐릿한 형상이 그려져 있었다.
아직 윤곽이 잡히지 않아 무엇을 그리는지 타인이 본다면 알 수 없었지만 직접 그리는 나는 잘 알았다.
이 그림을 그릴 때는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할 수 있었다.
《띠링》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에서 알람소리가 들렸다. 알람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 화구를 정리하고 캔버스에 천을 다시 씌웠다.
알람은 점심을 먹기 위해 맞춰놓은 것이었다.
그림을 그리다보면 끼니를 거르기 일수였는데 그것을 알게 된 쑨양이 무척 화를 냈다.
건강에 좋지 않다면 꼬박꼬박 챙겨먹으라고 했다.
이미 나쁘진 건강이었지만 그것을 모르는 쑨양은 잔소리했다.
나보다 어린 그가 이렇게 챙겨주는게 기분좋았다.
걱정을 담은 목소리가 무척 듣기 좋았다.
그래서 그날 이후 알람을 맞춰 식사를 챙겨먹었다. 걱정할 쑨양을 위해서.
점심은 간단하게 생크림을 넣은 오믈렛과 토스트를 만들었다.
버터와 잼을 가득 바른 토스트를 한입 뜯어 삼키며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언제 마치려나."
미팅을 빨리 끝내면 평소보다 이른 퇴근이 될거라는 쑨양의 말에 어서 끝났다고 연락오기를 바랐다.
그를 배웅한지 얼마 되었다고 벌써 그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
본편을 들고 왔습니다.
사실 일찍 올리고 싶었지만 바빠서 못 올렸습니다.
오늘도 야근하느라..ㅠ.ㅠ
글이 짧지요? 죄송합니다.
더 길게 올리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했어요.
대신 다음 편은 길게 올리도록 할게요ㅠㅠ
그리고 제목에 대해 설명드릴게요.
영국전래동요 마더구스를 인용한거랍니다.
그래서 7일동안이라고 붙여본건데...
그렇다고 꼭 7일이 7일이 아니랍니다.
은유적인 비유일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