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슬픈 일이 뭔 줄 알아요? 기억을 못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세상에서 제일 슬퍼요.
"여기서 뭐해요?"
뭐라고 사과를 해야 할까 꽃집 앞을 서성이는데 문이 열리며 선호씨가 나왔다. 나였어도 누가 내 가게 앞에서 손톱 물어뜯고 있으면 호기심에 나와봤을걸?
"아.. 오늘 날이 좋아서 산책 중이었어요."
"여주씨는 산책을 서서 하나 봐요. 안에서 뚫어져라 쳐다봤는데 안 느껴졌어요?"
"뚫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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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진심인데..! 왜 웃어요?"
"월세 안 돼요. 전세도 안 되고 무조건 사야 하는데."
난 생각 자체가 마인드맵처럼 다양하게 뻗어나간다. 무조건 사야한다는 말에 화분을 사간 아까 그여자가 떠올랐고 난 어떻게든 이겨먹겠다고 되도 않는 애교를 부려버렸다.
오늘로써 흑역사 또 채우는 건가.
"공짜로 주시면 안돼용!? 웅??"
"응?"
역시나 내 예상대로다. 재욱이가 뜯어 말릴 때 그만 뒀어야 했는데.
곧 그는 갑작스럽게 내 볼을 꼬집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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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고백인데?"
"와 내가 이렇게 막무가내였구나.. 죄송해요.."
그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니까 뭔가 죄짓는 느낌인데. 근데 맞는 말이라 뭐라고 할 수도 없다. 아니라고 부정은 못하고 지난날의 나를 한탄할 뿐이다.
"앉아서 조금만 기다려줘요. 아, 앞으로 이런 말 안 할래요. 또 홀랑 가버릴 거잖아."
"아니 아까는.. 사실 두 분 무슨 사이인 줄 알고.. 제가 방해하는 걸까 봐.."
"방해요? 방해 좀 해줬으면 좋겠네."
네? 그럼 표정은 왜 굳어졌는데요?"
"오해할까 봐 그렇죠. 여주씨가 오해하는 거 싫으니까."
"오해요???"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걔랑 저 그냥 친구예요. 꽃도 걔가 사간 거고요. 저 아무한테나 꽃 주는 그런 놈 아니에요."
"아..? 그럼 저는 아무나가 아니에요??"
대꾸도 없이 우당탕탕 마감을 마친 그와 어색한 퇴근을 했다.
난 걸어가면 한 10분 정도 걸릴 만큼 가깝고 선호씨는 걸어가면 아마 20분 정도 걸릴 거다.
그래서 일부러 지름길인 척 멀리 돌아가는 중이다.
"이상하다 왜 이렇게 오르막길이 많은 것 같지?"
"원래 올라갔다가 쭉 내려가야지 지름길이 될 수 있는 거예요."
물론 개구라다.
"어? 여기 익숙한데?"
"...네? 저는 처음 보ㄴ.. 아, 여기 거기구나. 잘 알죠."
"여기 골목 꺾으면 바로 저희 집이에요. 저희 집 가는 지름길이었어요? 어떻게 알았어요?"
"오.. 저 지름길 앱 만들까 봐요.. 어떻게 여기가 나왔을까..?"
"아, 여기가 아니구나.. 제가 착각했나 봐요. 다시 밑으로 내려갈까요?"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순간 어떤 남자가 성큼성큼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거다.
정말 말 그대로 성큼성큼. 빠른 걸음으로.
"..맞네! 너 닮은 사람인줄. 너가 어쩐 일로 여자를 다 데려오냐?"
"..야 들어가."
"안녕하세요 전 김선호랑 같이 살고 있는 변요한이라고 해요. 그래서 성함이?"
"안녕하세요! 저는 선호씨 꽃집 옆에서 카페 하고 있는 김여주라고 해요."
"아~ 어제 그분이시구나? 얘가 갑자기 막 뛰쳐나가는 거예요 뭐에 홀린 것처럼."
"..맞네! 너 닮은 사람인줄. 너가 어쩐 일로 여자를 다 데려오냐?"
"..야 들어가."
"안녕하세요 전 김선호랑 같이 살고 있는 변요한이라고 해요. 그래서 성함이?"
"안녕하세요! 저는 선호씨 꽃집 옆에서 카페 하고 있는 김여주라고 해요."
"아~ 어제 그분이시구나? 얘가 갑자기 막 뛰쳐나가는 거예요 뭐에 홀린 것처럼."
"..맞네! 너 닮은 사람인줄. 너가 어쩐 일로 여자를 다 데려오냐?"
"..야 들어가."
"안녕하세요 전 김선호랑 같이 살고 있는 변요한이라고 해요. 그래서 성함이?"
"안녕하세요! 저는 선호씨 꽃집 옆에서 카페 하고 있는 김여주라고 해요."
"아~ 어제 그분이시구나? 얘가 갑자기 막 뛰쳐나가는 거예요 뭐에 홀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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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제 갈게요. 선호야 늦게 들어와."
분명 길을 착각했다고 했지만 그의 친구는 선호씨가 말해준 그 집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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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쟤가 원래 저런 애가 아닌데 갑자기 왜 저러지? ..갈까요?"
"어디 가려고요? 선호씨 집 여기잖아요ㅋㅋㅋㅋㅋㅋ"
"아 여주씨 몰랐구나? 친구 본가가 여기에요. 저희 집은 여기서 멀어요. 엄~~청."
"야 김선호 올 때 맥주 사 와!!!!"
창문을 활짝 열고 소리치는 친구에 그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 본가가 여기에 있는데 친구랑 같이 사는 게 더 이상하지.
친구를 만난 이후로 사이가 너무 어색해져버렸다.
난 어제 일이 신경 쓰여 말도 못 걸고 선호씨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입을 꾹 다물고 걷기만 했다.
"친구분도 보조개가 있네요? 제가 생각해봤는데 보조개 있으면 그 분위기가 음.. 뭐라 해야 하지? 순하고 귀엽고 멋있고 아기자기한 것 같아요."
"그 말 뜻은 친구도 귀엽고 멋있다?"
"아 말이 그렇게 되네..?"
"술 마셨을 때만 그러는 게 아니네요."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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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러길래."
망했다 진짜로. 나 무슨 말을 지껄인 거야..
**
그날로 돌아가 보자.
붕 뜬 느낌, 울리는 좋은 목소리, 방금 감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진한 샴푸 향, 포근한 섬유유연제 향까지.
4콤보로 기분이 좋아진 여주는 그의 목을 더 끌어안아 거북이 등에 기생하는 따개비처럼 더 달라붙었다.
"어 그래 화가 많이 났구나? 야식 같이 먹기로 해놓고 사라져서 많이 놀랐지? 나도 나한테 많이 놀랐어. 근데 이게 잘 생각해보면 기회다? 1인1닭 할 수 있는 기회. 나 지금 전화받을 상황이 아니라서 집 갈 때 전화할게."
그렇다 그는 룸메와 야식을 먹기로 해놓고 무작정 여주를 찾아온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욕이란 욕은 다 얻어먹어서 안 먹어도 배가 아플 정도로 불렀다.
기다릴까 봐 차 타고 최대한 빠르게 왔건만 정작 그녀는 잠에 빠져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에 태우면 혹여나 그녀가 깰까 동네 한 바퀴를 산책 삼아 돌기까지 하는 중이다.
"...킁킁"
"콧물 나요?"
"향이 너무 조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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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덕분에 제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이 밤에 내가 뭐 하는 걸까요?"
"선호씨!!!"
"애타게도 불러주네. 왜요?"
"왜 힘도 쎄요..? 말도 안 돼..."
또 울먹거리는 그녀에 또 안절부절못하던 그는 그네를 밀다 말고 옆 그네에 앉았다.
뭘 해도 울먹울먹 거려서 도저히 뭘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나 더 추가돼써.. 꽃을 든 남자는 힘도 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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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남자요?"
"혹시 선호씨.. 운동도 해요..?"
"가끔?"
"아아아앙악 안돼애애애"
절망하는 그녀를 보며 그는 이게 무슨 상황인가 머리를 굴렸다. 대체 자신이 운동하는 게 이 정도로 절망할 일일까 하며.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잖아요. 출근해야죠."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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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럼틀?"
그녀는 놀이터의 무법자가 될 생각인지 한참을 돌아다녔다. 그는 보호자가 된 심정으로 마지막이야. 진짜로 이것만 타고 가는 거야. 하며 으름장을 놓았지만 그녀는 생각보다 질긴 사람이었다.
한참을 고생하던 그녀는 어느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집 쪽으로 걸었고 그는 또 그녀의 뒤를 따랐다.
"드디어 집 도착이네. 잘 자요."
"잘 못 자여!!!!"
"한 마디만 더 했다간 이마에 뿔 2개 생기겠는데요? 이러다 도깨비 되겠어요."
"차라리 뿔이라도 생겨봐요.. 그럼 좀 못나지겠네.. 그럼 덜 빛나겠어..."
"저랑 약속 하나 합시다. 앞으로 술 마시면 그런 말 안 하기로."
"왜여..?"
"왜요? 지금 왜요라는 말이 나와요?"
"몰라여..."
"다른 남자들은 그런 말 들으면 오해합니다.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 마요. 나도 막 운다? 저 은근 눈물 많아요."
"우는 선호씨 최고.. 진짜 최고.."
그렇게 그녀는 최면에 걸린 듯 최고라며 혼잣말을 하다가 집으로 쏙 들어갔다. 그의 앞에서 토로 피자를 만들지도, 고백을 하지도, 쌍욕을 하지도 않았지만 그는 여주의 술 주정이 자신을 향한 애정이 아닌 모두에게나 하는 주접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다. 그는 눈치가 드럽게 없다.
여러분 댓글 읽는 재미가 쏠쏠하네YO.. 제 일상이 글잡 들어오기가 되었어YO..
독자릠덜 너무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글 열심히 쓰는 선호도조사가 되겠습니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