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y for paris#
복숭아
W Bohemian Heal
"야"
"야, 야. 일어나라고"
"순영아, 내려가서 밥 먹어. 이모가 깨울게"
"네, 근데 ㅇㅇ가 왠만하면 잘 안 일어나ㄴ.."
"야 이 개떡같은 가시나야 넌 졸업여행 아침에도 늦잠이야?!!!!! 빨랑 안 일어나?!!!"
"아 엄마!!!"
아침은 언제나 전쟁이다. 출근길 지하철 전쟁, 버스 전쟁, 정체된 길거리. 그리고 졸음과의 전쟁.
![[세븐틴/권순영] 복숭아, 03: 첫사랑니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02317/6ac71e81be3936fe88c5d720661c570a.gif)
03: 첫사랑니
***
고등학교 첫 입학식, 그리고 수학여행. 당일로 성큼성큼 다가온 졸업여행까지 매번 시계 분 초 움직이듯 정확한 시간 권순영의 목소리로 단 한번이라도 일어났다면 나는 이미 성공한 사람일테다. 오늘도 역시 이불을 걷어내지 않는 나를 포기한 권순영은 먼저 일층으로 내려갔고 남은 건 ㅇ여사의 매운 손찌검 뿐이였다. 등을 철썩 철썩 내려치는 스파이크에 더 두껍게 이불을 말아 덮고 몸을 보호하다 이건 무슨 매직카펫임? 갑자기 붕 떠오른 내 몸에 이불을 헤치고 위를 올려다 보니 자연스레 날 안고 욕실 바닥에 던져주는 권순영이 보였다. 가뜩이나 따가운 등에 째진 눈초리로 권순영을 올려다 보니 밥을 먹다 다시 올라온 건지 그는 숟가락을 물고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너"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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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지각하면 진짜 놓고 간다"
"아 나가. 씻을 거야"
"빨리 씻어 같이 먹게"
"아 좀만 기다려!!"
"이십분 준다"
내 몸을 둘둘 말았던 이불을 수거해 반듯히 접으며 욕실문을 쾅 닫고 나가버린 권순영 덕에 존나 전투적인 아침이 시작되었다.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몇 년만에 제대로 입은 옷인가, 교복 대신 오랜만에 옷장을 살펴 옷을 챙겨 입은 뒤 일층으로 내려오니 내 덕에 여전히 숟가락만 물고 있는 권순영이 보였다. 그와 오랜시간을 책상에 찐뜩하게 붙어버린 껌딱지처럼 함께해서일까, 혼자 밥을 먹거나 조용한 집 안에 있는 외로움이 소름돋게 싫었다. 같이 살면 닮나요, 너 역시도 그랬고 어느새 엄마와 아빠는 식사를 마치고 함깨 우리의 이마에 키스한 채 신발장으로 향하며 손을 흔들었고 나는 네 옆에 앉아 숟갈을 들어 국을 한입 떠 밀어넣었다.
"아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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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먹어, 국그릇 바뀌었어"
어느새 식어버린 국에 에퉤테 거리는 내 앞에 자신의 국그릇을 놓아준 너를 고개돌려 바라보니 너는 무표정으로 내 숟갈 위에 계란조각을 얹어주고 있었다. 아침이고 점심이고 잘도 목으로 넘어가더니 오늘따라 목 안에 뭔가 꽉 꽉 차 있는듯 삼켜도 좀처럼 넘어가질 않았다. 내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너는 꾸준히 우물거렸고 깨작이며 밥을 밀어넣는 내 모습이 바보같았는가, 국을 떠먹다 피식 웃었다. 그리고 이내 내 입안으로 들어오는 장조림
"넌 밥만 먹냐? 반찬도 먹어. 네가 그래서 키가 이지훈만한 거야"
"아 흐즈므!"
"빨리 먹어. 오늘 늦으면 담임한테 완전 깨져"
입안에 장조림을 쿡 밀어 넣어준 너는 금새 밥그릇을 비우고 먼저 몸을 일으켰다. 팔을 걷고선 시계를 찬 뒤 칫솔을 입에 문 권순영은 나 역시 금방 뒤따라 몸을 일으키자 식탁을 치우고 고무장갑을 낀 채 길쭉한 다리로 내 종아리를 툭툭 치기 시작했다. 존나 키크다고 자랑하냐, 말로 하면 좀 좋아. 칫솔을 물어 으브브 거리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권순영을 한심하게 바라보다 그의 입에서 칫솔을 빼 주니 그는 애처럼 웃으며 실실 웃었다. 참 많은 게 변했는데, 심지어 이 집의 인테리어까지. 어떻게 네 병신같은 웃음은 변하질 않는 거니
"내 방에서 코트 좀 가져다 줘"
"아 니가 꺼내"
"나 설거지 하잖아, 아 빨리"
다시 권순영에게 칫솔을 물리고 나 역시 칫솔을 꺼내 문 뒤 이층에서 코트를 쟁여 입은 뒤 가방을 든 채 일층 끝, 그의 방으로 달려갔다. 권순영의 향이 깊게 베인 그의 방, 원목 옷장 문을 열고 뒤적거려 코트를 고르다 갈색 코트를 꺼내었다. 그의 코트를 꺼내 나오니 어느새 준비를 마쳤는지 수건으로 입가를 닦으며 내 앞에 선 그에게 코트를 건네고 나 역시 입가를 헹군 뒤 신발장으로 달려갔다. 여직 시간이 꽤 남아 아주 약간의 여유로움을 가진 채 신발장 앞에 섰다.
"권순영 나 신발 좀 꺼내줘"
"어디있는데"
"내 팔에 안 닿는데에"
"뭐, 니 팔 안 닿는 곳이한 두곳이야?"
"아침부터 맞고 싶냐"
"어떤 거 꺼내줘"
꼭 한번씩 잘나가다 매를 버는 너의 장난에 단화를 가르켰고, 그 옆 운동화와 함께 권순영은 손에 쥐어주었다. 굽이 있는 단화에 올라서도 널 한참이나 위로 올려다 보아야 했다. 그냥 기분이 전처럼 뭔가 이상했고 넌 여전히 별 느낌 없는지 전과 비슷한 무심한 표정으로 돌아와 문꼬리를 잡았다 놓고선 내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단화끈을 리본으로 열심히 묶고 있었다. 묵묵히 끈을 묶은 뒤 내 어깨에 걸린 가방을 저의 어깨 위로 옮긴 뒤 "가자" 짧은 말 한 마디와 문을 열어 젖히는 널 따라가며 나는 방금 느낀 이 기분의 이유찾기를 미뤘다. 그냥 오늘은 그리고 내일은 졸업여행이 시작되고 끝날 이틀은 복잡한 기분에 젖어있기 싫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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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권순여여여영!!!!"
"...저거 뭐야"
"오 하느님"
내가 지금 보는 게 정상이 맞겠지. 제발 그렇다고 말 좀 해줄래. 하느님, 아 제발. 대체 어디서 구한 건지 부승관이 써서 흉측한 건지 아님 그냥 원래 흉측한 건지 말 이룰 수 없는 선글라스를 쓰고 양 팔을 벌린 채 버스 앞에서부터 빠르게 달려오는 부승관의 모습에 권순영은 급하게 내 손목을 쥐고 자신의 등 뒤로 나를 숨겼다. 그래 난 안 볼란다, 더이상 저 미친놈을 감당할 수 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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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순영아 으캬캬갸컄!!!!1!"
오, 주여.
***
"인원체크한다, 앉아"
"권순영 나 가방에서 거울 좀"
"봐서 뭐한다고. 어제부터 퉁퉁 부은 얼굴이랑 똑같으니까 잠이나 자"
"아 귀찮으면 귀찮다 말을 하던가!"
"나 잔다"
"우리 자깅, 잘 거야?"
"와우 시발"
인원체크를 시작한다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 뒤 버스 좁은틈을 지나치며 종이에 체크하며 고생하는 최승철이 보이지 않는 건지 마구 들이대는 부승관을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식겁해 밀어내는 권순영, 그 상황에 과자만 처 먹으며 웃는 이석민, 벌써 잠든 전늘보와 이지훈. 개판이 따로 없었다. 귀를 막아도 파고드는 소름돋는 부승관의 애교에 울상짓고 있자 차는 출발했고 왼쪽 비어있는 자리에 최승철은 털썩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앉아 내게 이어폰을 내밀었다.
![[세븐틴/권순영] 복숭아, 03: 첫사랑니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1/14/23/b6430254b15488b0eeaa84f960e661dc.jpg)
"들어, 빌려줄테니까"
"버스에선 있었지만 내릴 때는 빈손일수도 있어. 권순영꺼 빌릴게"
"나 두개야. 들어도 돼"
최승철 덕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재생시키니 개판인 그들의 상황의 음성들이 이제서야 흐려지기 시작했다.
(작가시점)
멀미 탓에 차가 출발하고 이십분도 채 되지 않아 ㅇㅇ의사와 관계없이 고개는 자꾸만 떨어졌고 갑갑하게 채웠던 셔츠 단추를 풀러내리다 저의 어깨 위로 얹어진 작은 머리통에 작게나마 입꼬리를 올렸다 사진을 찍겠다며 난리를 치며 그녀의 얼굴에 휴대폰을 들이대는 이석민과 부승관에 조용히 손바닥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 여직 도착까진 멀었고 도중 휴게소에 버스가 서도 그녀를 깨우지 않았다. 어느새 그녀의 얼굴과 가까히 기대어진 순영의 얼굴, 두 사람은 잠에 빠져들었고 얼마 되지 않아 ㅇㅇ의 위로 남색 극세사 담요가 올려졌다. 다들 하나 둘씩 잠에 들어 조용한 버스 안 깨어있는 건 오직 한사람 뿐이였다.
"도착!!!"
시원하다 못해 휑한 목을 감아 휘몰아치는 바다바람임에도 아이들은 기분좋게 바닷가로 뛰었다. 옭아맸던 자유의 억압에 풀려난 그들의 밝은 모습 맞춰 날씨도 맑았고, 비몽사몽한 ㅇㅇ는 천천히 그들을 따라 폭폭 발이 빠지는 모래사장을 걸었다. 금새 다가와 조그만 그녀의 옆에선 순영은 어깨에 팔을 두르고 그녀의 머리를 헝클였다.
"잠만 자더니만, 오랜만에 바다 보니까 좋아?"
"말이라고. 가슴 뻥 뚫린 거 같다"
"날씨 좀만 덜 추웠으면 좋았겠는데"
"내년에 날씨 덜 추울 때 한번 더 오지 뭐"
내년도 함께 일 테니. 그들은 자연스레 흘러가듯 약속을 했다. 그리고 이내 그녀는 친구의 부름에 그에게서 빠져나와 달려 갔고 순영은 천천히 그녀를 뒤따라가며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었다. 일년만에 다시 꺼내입은 코트라 그런가, 작년에 뭔가를 주머니에 넣어두었는지 왼쪽주머니 안에서 걸리는 촉감에 그는 잡혀지는 종이를 꺼냈고 다시 천천히 주머니에 넣은 뒤 고개를 수그렸다. 웃음이 살짝 새어나온 그의 표정을 본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스무살을 두 달 앞 둔 우리의 열여덟. 그가 처음으로 ㅇㅇ에게 새로운 감정을 가졌던 그 시간의 그녀의 사진이 순영의 주머니 속에 반쯤 접혀 담겼다.
-ㅇㅇ시점-
"으아아아아갘!!!! 야 호빵맨 새까야 이거 안 놔?!!! 부승관 이 개새끼야!!!!!!"
![[세븐틴/권순영] 복숭아, 03: 첫사랑니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1/14/23/3699b772784b65816bb22665d2b7dca6.jpg)
"푸핰핰핰타캌"
"아으아아갘가ㅡ!!!! 존나 빠뜨리면 저승까지 쫓아가서 소금물에 절여버릴꺼야 이 미친 새끼야으아얔아!!!!!!!!!"
부산 해운대. 젊음과 청춘의 장소에서 무슨 추태인가 싶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였다. 이것들에겐 날 더운 여름이건 금방 손발 얼어버릴 겨울이건 전혀 개의치 않아 It'd be no problem. ㅈㅅ..
여튼 미친 놈들이였다. 살기 위해 벌은 저의 단 한번인 침을 쏘고 난 살기위해 거침없이 버둥거렸다. 가까스로 빠져나와 멀리서 최승철과 파도가 발밑까지 밀려들어오는 곳에서 장난을 치고 있는 권순영에게 달려갔다.
"아!"
발이 푹푹빠지는 덕에 보기좋게 고꾸라진 나의 비명을 들은 건지 화들짝 놀라며 왼쪽에 꼈던 이어폰를 뺀 채 뒤를 돌아본 권순영은 가슴 깊은 곳에서 끌어올랴 한숨을 내뱉었다. 그 한숨에 부여된 의미는 꼭 말로 일일히 하지 않아도 내포된 뜻이 귓 속에 툭툭 박혔다. '넌 열아홉 처먹고 애처럼 넘어지냐. 니가 5살이냐? 이 칠칠아'라는 긴 문장이 네 음성으로 머리에서 들리우고 나는 조용히 찢긴 스타킹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며 몸을 일으켰다.
"쇼를 해라"
"일으켜 줄 생각은 안하냐? 그 길쭉한 팔은 뒀다 뭐하냐?"
"가만히 뒤나 돌아. 치마 접혔어"
권순영은 미간을 찌푸리고 내 어깨를 쥐어 반강제적으로 몸을 돌려 조심스럽게 치마를 펴 내린 뒤 내 앞머리를 헝클여 시야를 가렸다. 양 팔을 뻗어 네 얼굴로 마구 휘두르자 내 양 손목을 턱 그러쥔 그는 피식 웃었다.
![[세븐틴/권순영] 복숭아, 03: 첫사랑니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1/02/1/9ad303d979f87c5237789022c1f95d46.png)
"까분다"
"내가 이 장난 하지 말랬지"
"칠칠 맞아서 그랬다. 칠칠아, 그러게 누가 이런데 올 때 치마를 입는데?"
"지랄, 나만 입었어? 눈 없냐. 우리학교 애들 절반이 입었다"
"시끄러"
쥐었던 양 손목을 놓아주고 먼저 뒤돌아선 너에 꿍시렁꿍시렁 되며 따라가는 걸음, 성큼성큼 걸어가는 너에 뒤처져 콩콩 따라가다 갑자기 허리에 둘러지는 담요에 뒤를 확 돌아보니 서 있는 건 다름아닌 최승철이였다.
![[세븐틴/권순영] 복숭아, 03: 첫사랑니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1/14/23/223e61f9b822ee072cb7d0dd3f0f09aa.jpg)
"감기 또 걸린다. 하고 다녀"
"오빠라 불러도 되냐"
"거부권 있지?"
"씨이, 꺼져"
발끈하는 나에 반응 없이 권순영이 참 잘도 헝클인 머리를 정리해주는 너의 손길에 가만히 있자 차분히 머리를 정리해준 뒤 권순영을 쫓아 벌써 저만치 뛰어가 버린 너였다.
![[세븐틴/권순영] 복숭아, 03: 첫사랑니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1/14/23/6f7f12561fb81c79d94ad27b33911027.jpg)
What do I say We didn't have to play no games
I should've took that chance I should've asked for u to saty And it gets me down the unsaid words that still re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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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은 항상 받습니다! 많은 신청 부탁드립니다♡
분량 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ㅠ
1시간가량 쓴 분량 날렸어요... 딥빡............ 더 빨리 오려 했는데 죄송합니다. 감정의 변동은 이제 차차 시작될 듯 해요, 다음편도 졸업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내 맘 때리는 최승철의 분량도 차차 늘어갈겁니다. 더 좋은 글로 다시 찾아뵐게요! 여러분 굿밤!
독자님들의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비타민을!
![[세븐틴/권순영] 복숭아, 03: 첫사랑니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1/14/8/4fa90c4ba95aadd0371bd53b4067dd31.gif)
(응답 너무 재밌어요..굿.. 준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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