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노아세요."
"응 안녕."
밤 머갔어요? 어 먹었어. 밝은 초록색의 가벼운 나무 의자를 드르륵 끌어 민석의 반대편에 앉았다. 민석이 발을 통통 바닥에 두들기고 있었는지 신발끄트머리에 민석의 발이 톡 닿았다. 기분이 좋은듯했다. 입가엔 옅은 미소도 짓고있었다. 열어둔 창문 틈으로 햇볕이 들어왔다. 날씨가 좋아보였다. 민석도 좋아보였다. 따뜻한 계절에 어울리는 밝은 행동에 절로 웃음이 났다.
"손생님 기분 좋아요?"
"어. 진짜 좋아!"
"왜요?"
"루한 오랜만에 만나잖아."
"그래서 좋은고에요?"
민석이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귀여웠다. 루한의 발에 발이 부딪히는것 때문에 발을 동동대는건 멈춘듯했다. 그대신 손가락을 툭툭 책상에 두들기며 창밖을 살짝 내다보았다. 저쪽 건너에 개나리가 피어있었다. 예뻤다. 민석처럼. 루한을 오랜만에 만났다며 꼭 어린아이같이 좋아하는 모습을 말없이 보다가 갑자기 할 말이 생겼다. 느낌상 지금하면 민석이 마냥 좋아할것만 같아서. 옷이 잘어울려요. 저도 오랜만에 만나서 기분이 좋아요. 이런말은 말고. 좀 더 민석이 좋아할만한 말. 민석에게 진짜로 하고싶은 말. 민석에게 어울리는 말. 날씨가 좋고 누군가를 오랜만에 본다고 기분이 마구 좋아져 꽃놀이 나온 유치원생처럼 방방떠있는. 하얗게 히죽히죽 웃는 동그란 얼굴에 잘은 모르지만 예쁜 말만 해주고싶었다. 제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가끔씩은 입술을 내밀며 골똘히 생각하고 눈이 마주치면 방긋 웃는 민석에게 서툴더라도 진짜로 하고싶은 말이 생겼다. 민석이 뭐라고 대답할지는 모를일이었지만 일단 지금처럼 예쁘게 웃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루한은 민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생각했다.
"어... 워아이니 항국말로 뭐라고해요?"
"사랑해요!"
"나 밍석 사랑해요."
민석의 눈이 커졌다. 어? 루한이 민석을 똑바로 보았다. 민석도 마주봤다. 그래도 능숙한 편이지만 조금씩 어눌한 발음이 묻어나오던 루한이었는데 이 말 만큼은 똑똑히 들렸다. 진심이다. 순수한 마음이다. 저에게 나비처럼 살랑살랑 불어오는. 오늘 수업은 다 글러먹었다. 밀크쉐이크도 해주려고 오는길에 우유랑 바닐라아이스크림까지 사들고왔건만 나중에나 해줘야겠다. 민석은 여전히 기분이 좋았다.
"루한이 만난 한국사람들중에 나랑 제일 말을 많이해서 그런걸지도 몰라."
"아니에요. 진짜정말. 따른 사람들 만나고 밍석이 제일로 좋았써."
테이블위에 올려둔 루한의 손을 민석이 덥석 잡았다. 루한은 그 뽀얀 손을 한번보고 여전히 방글방글 웃는 민석의 눈치를 살살 살폈다. 좋은건지 미안한건지 알길이 없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웃는걸 보고 생각보다 괜찮은 말일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민석이 가끔 해주던 밀크셰이크가 마시고 싶었다. 작은 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오늘은 좀 달다고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딱 바람이 부는 이 봄에 일대일로 마주앉아서 수업보다는 더 많은 얘기를 하고싶었다. 이따금씩 제가 못알아듣는 말을 해서 다시 말해달라고 물어본대도 괜찮다. 민석의 목소리가 밝을때면 모든 말이 좋았다. 민석도 내가 하는 모든말이 좋았으면 좋겠다.
"오늘은 수업 못하겠다."
"그럼요?"
"나랑 같이 놀러가자, 루한."
"진짜 진짜요?"
"진짜 진짜요."
루한이 소리나게 웃었다. 송샌님도 나 사랑해요? 좋아! 민석도 그걸 보고 웃었다. 예쁘다. 귀엽다. 더 좋은 말 없나? 귀가 발그레해진 민석에게 해줄말은 워아이니. 사랑해요. 였다. 날씨좋고 무엇인가 시작될것만같은 가슴 뛰는 봄날, 그걸 꼭닮은 민석. 그리고 그런 민석을 좋아하는 루한. 삼박자가 들어맞아 서로 통했다. 언어가 완벽히 통하지는 않지만 찡, 하고 울렸다. 민석이 바라보던 빛깔고운 개나리가 햇빛에 더 그 색을 밝혔다. 여전히 민석은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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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방탄 찐팬이 올린 위버스 글인데 읽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