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스케줄이 없다니! 上
"후으암, 배고프다."
우현이 배를 긁적이며 사무실 안쪽에서 나왔다. 사무실 안쪽엔 커다란 방이 있는데 관계자 외 출입금지란 팻말이 강렬하게 붙여져 있어 거남마저도 들어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그런데 그 곳에서 우현이 나온 것이었다. 그렇다. 그 방은 성규와 우현 그리고 명수와 성열 동우가 살고있었던 것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꽤 넓은 거실과 작지만 커다란 방 세개가 있었고 거실엔 킹사이즈의 침대와 TV, 컴퓨터와 같은 가전제품이 있었다. 우현이 자연스레 TV를 틀곤 침대에 드러눕자 왜인지 오늘따라 일찍 깬 성규가 우현이 나온 방에서 나와 우현의 옆에 누웠다. 형 배고파요. 살 빼. 성규가 웃으며 말했다, 마침 주말 아침이라 TV에선 맛집탐방 프로그램이 했고 우현의 뱃속에선 우렁차게 꼬르륵 소리가 났다. 형 진짜 배고파용. 우현이 애교섞인 목소리로 성규의 가슴팍에 머리를 부비는 순간 두번째 방의 문이 열리고 명수가 나왔다. 명수가 부은 눈을 꿈뻑이며 바라본 세상은 성규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은 우현이었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
아,아니 그런게 아닌데! 우현이 명수를 향해 소리치자 명수는 꼴뚜기같이 변한 얼굴로 씨익 웃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전 형의 사랑을 응원해요! 닥쳐 미친 놈아. 성규가 명수의 말을 듣자 미간을 찌푸리며 우현을 밀어내 거실 한 켠에 있는 작은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에 우현의 눈이 더 쳐지며 시무룩해져선 침대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내 팔자야. 우현이 리모콘을 들어 채널을 바꾸며 하품을 찍찍 해댔다. 그 시간 성열은 욕실 안에서 샤워를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욕조 안에 들어앉아 물에 얼굴을 묻곤 숨을 내쉬자 뽀글뽀글하며 기포가 올라왔다.
"헉."
분명 무슨 소리가 들렸는데? 저는 절대 말을 하지 않았으므로 다른 누군가가 한 말이 분명할텐데 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아무도 없었다. 뭐지? 성열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시 물 안에 얼굴을 묻었다. 굳게 닫힌 문 뒤에서 꼴뚜기 한마리가 얼굴을 붉힌 채 심호흡을 하고있단 건 모른채. 명수는 우현과 성규의 호모질을 보곤 세수나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욕실 문을 열었다. 그러자 보이는 건 요염한 성열의 자태. 김명수 오늘 볼거 못 볼거 참 많이 본다. 명수가 숨을 훅훅 내뱉으며 다시 동우와 저가 같이 쓰는 방 안으로 들어가자 동우는 제 핸드폰에 대고 무슨 짓을 열심히 하고있었다.
"뭐 해요?"
"장동주 나쁜년, 나쁜년, 나쁜년."
동우는 옛 여자친구의 셀카에 낙서를 잔뜩 해놓으며 욕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 시발, 여긴 정상적인 놈이 나밖에 없나. 명수가 작게 욕을 하곤 이층침대의 위로 올라가 벌러덩 드러누웠다. 집에 가고싶다, 클럽도 가고싶고. 성규는 언제나 우현을 데리고 나갔기에 명수는 바깥공기도 못 쐬고 성열과 함께 깍두기 형아들의 체취만 맡아댔다. 겨울이라 그리 심하진 않았지만 우락부락한 엉아들의 몸냄새는 언제 맡아도 지옥이었다. 오늘은 꼭 나가봐야지. 명수는 절대 이뤄지지 못 할 결심을 하고 있었다.
*
"먹어."
"뭐야. 엄청난거 해주려는 줄 알았는데."
"맞을래?"
우현이 깨갱하며 그릇에 얼굴을 쳐박았다. 성규가 부엌에 들어가자마자 물이 끓는 소리와 칼로 무언가를 써는 소리, 달큰한 향기가 우현의 코 끝과 귀를 자극해 우현은 성규가 무언가 대단한걸 만들어 주는 줄 알았는데 성규가 내온건 다름 아닌 곤부로수두였다. 일명, 콘푸로스트. 호랑이 기운이 쑥쑥 돋아난다는. 우현은 콘푸로스트를 줄거였으면 주방에서 나는 향기와 소리는 대체 무엇이었는지 심히 궁금해졌다.
우현이 콘푸로스트를 네그릇이나 말아먹고 나자 성규가 그릇을 빼앗아 싱크대로 던지듯 내려놓았다. 그리곤 랩으로 감싸놨던 훈제오리를 꺼내 성규는 몰래 먹었다. 그렇다. 우현이 맡았던 향과 들었던 소리는 모두 성규가 자기 먹으려고 한 훈제오리였다는 것. 우현이 알았다면 배신감을 느끼겠지만 우현의 식욕이라면 훈제오리를 세마리는 먹었을테니까. 성규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며 고갤 끄덕였다. 암 그렇고 말고. 혀엉…. 히익! 어느새 성규는 제 뒤로 와 제 허리를 꽉 감싸안은 우현을 보곤 깜짝 놀라 젓가락을 내던졌다. 어,어떻게!
"밉다. 어떻게 나만 빼고."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진짜 미워, 나 몰래 먹으려고 했죠. 나한텐 콘푸로스트 먹였으면서."
우현의 눈빛이 서글펐다. 단지 훈제오리를 못 먹어서.
현성의 꽁냥질이 시급합니다 수열의 꽁냥질이 시급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호원과 이성종이 시급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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