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seven days(7일 동안) # Tuesday5
관계를 가질수록 익숙해졌다.
나에게 고통 뿐이었던 섹스는 조금씩 쾌감도 안겨주었다.
그래도 아릿한 아픔이 함께 했다. 그래도 섹스를 하는 것은 쑨양의 표정이 너무도 좋았기 때문에 괜찮았다.
다정한 그도 좋았지만 쾌락에 열띄고 땀에 젖은 그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이성을 거의 잃고 본능에 의존하며 절정에 다다른 얼굴은 오로지 나만 알고 싶을만큼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나에게 쾌락보다 아픔이 더 큰 섹스를 감내할 수 있었다.
그는 그런 자격이 있으니까. 나의 사랑스러운 사람.
데이트도 했다. 전처럼 화려한 데이트보다 좀 더 일상적이고 소소한 데이트를 했다.
산책로를 걷거나 서점에서 책을, 화방에서 미술도구를 함께 고르고 집 근처 카페에서 음료와 함께 담소 나누기.
그 모든 것이 행복했다. 그와 함께하는 것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나와 함께 할 때 입가에 맺히는 쑨양의 얼굴이 참 좋았다.
그 중에서 매일하는 것은 아파트 근처의 산책로를 걷는 것이다.
어느 신혼부부들처럼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밀담을 나누었다.
정돈된 길을 걷다가 인적이 드물어질 때면 가볍게 혹은 깊은 키스도 나누곤 했다. 그 경험은 특별했다.
"하아, 하아."
"으음...아아..."
밖에서 들뜬 한숨과 뜨거운 타액이 오고가는 키스를 할 때 묘한 쾌감이 들었다.
누군가 볼 수도 있다는 점이 그렇게 만드는 것 같았다.
꽤 중독적인 느낌에 쑨양과 난 밖에서도 곧잘 농도 짙은 입맞춤을 나누었다.
아주 달달했다.
-
"앗! 하앗!...으흣."
통증은 하루도 빠짐없이 나를 괴롭힌다. 쑨양과 함께 있을 때도 찾아오기도 했다.
그럴 때면 핑계를 대고 화장실를 찾았다.
장기가 비틀어지고 끊어지는 고통때문에 미치는 나를 보여주기 싫었고 아직도 그에게 말을 못했기 때문이다.
화장실 선반 깊숙이 숨겨놓은 약통을 꺼내어 수돗물과 함께 삼켜 통증을 잠재웠다.
변기통을 잡고 숨을 몰아쉬었다.
탕!탕!
"태환! 괜찮아요!"
"...음...네!...괜..찮아요."
그의 걱정을 화장실 문 사이에 두고 듣노라면 통증이 완화되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만큼 그를 속이고 있다는 점이 나를 죄어왔다.
언제 말할까. 어떻께 말할까.
항상 생각은 하지만 실천하지는 못했다.
그에게 말하려고 할라치면 메마른 목은 가뭄에 시달린 논바닥처럼 갈라지는 것 같았다.
그 말을 꺼내면 지금의 행복한 시간이 깨어지기라도 할듯이.
아무것도 쏟아내지 않은 맑은 물이 담긴 변기물을 내렸다.
쏴아아아 소리를 내며 순환되는 물을 보며 크게 숨을 들이내쉬었다.
"세수 좀 해야겠다."
고통의 바다에 빠질 때마다 몸은 식은땀으로 흥건해졌다.
벽거울에 비친 남자는 무척 창백하고 아파보였다.
눈물과 식은땀으로 범벅된 퀭해보이는 나의 얼굴을 쓸어보았다.
피부가 버석거리는 것 같다.
세면대에 물을 받아 세수를 해서 눈물과 땀을 씻어내고 땀으로 젖은 몸도 닦아내었다.
수건으로 닦고 나니 한결 나아보였다.
문을 열고 나가니 코 앞에 쑨양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슴처럼 촉촉한 눈망울을 보니 내 심장이 아려왔다.
최대한 숨겼지만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문밖으로 들렸나보다.
아직도 용기가 나지 않는 나는 거짓말로 쑨양을 안심시켰다. 그런 내가 구역질났다.
"배가 너무 아파서 그랬어요. 걱정 많이 했어요?"
평이한 내 말투에 쑨양은 눈을 감았다 뜨며 나를 꼭 안았다.
"네. 걱정했어요. 이제 괜찮아요?"
"I'm OK.(괜찮아요.)"
무척이나 걱정했다는 말투로 내가 좋아하는 나즈막한 목소리로 내 귓가에 속삭였다.
예민한 귓가에 닿는 그의 숨결에 오싹함을 느꼈다.
그가 닿는 모든 감각이 성감대였다.
나보다 훨씬 큰 덩치의 남자를 껴안고 등을 쓰다듬으며 진정시켰다.
조용히 나긋한 어조로 허밍을 담아 쑨양의 등을 쓸었다.
한동안 그렇게 서로의 몸을 품에 안았다.
쑨양. 당신에게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요.
항상 내 머릿속에 떠다니는 가정했던 최악과 상상했던 달콤함에서 달달함을 더 원했던 나.
이제 내가 아프다고 해도 떠나지 않을 것 같지만 그 때문에 말을 못하는 것이 아니었다.
쑨양 그가 받을 상처가 싫었다.
이 다정하고 여린 남자는 분명 슬퍼할 것이고 대신 아파할 것이다.
죄라면 나를 좋아하고 사랑해준 것 뿐인데, 그런 그에게 상처를 입히기 싫었다.
쑨양을 사랑할수록 더욱 심화되었다.
"쑨양. 키스해줄래요?"
단단한 가슴 위에 묻었던 얼굴을 들어 그의 눈동자에 시선을 맞추었다.
검은 그의 눈동자는 별빛이 아름답게 빛나는 밤하늘을 닮았다.
쑨양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내 입술에 입을 맞추었고 나는 눈을 감았다.
그는 입술에서 나의 뺨을 타고 콧등을 지나 이마에도 키스를 했다.
그리고 감아 버린 눈꺼풀 위로 쑨양의 입술 감촉이 느껴졌다.
피부의 감각이 그의 달콤함을 전해주었다.
어떠한 의식처럼 쑨양은 나의 감긴 눈 위에 조심스럽고 다정하게 키스했다.
그의 입술이 떨어지고 나는 눈꺼풀을 들어올려 그를 올려다보았다.
쑨양의 눈동자에 깃든 슬픔이 느껴졌다.
아, 이렇게 다정한 그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지?
모르고 있는 지금도 이토록 슬퍼하는 그를 두고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나를 안아줘요."
단순히 안는 것이 아니라 그의 것을 품고 싶었다.
나의 말에 그도 느꼈는지 내 몸을 번쩍 들어올려 침실로 들어갔다.
체격이 나보다 큰 쑨양이래도 너무 수월하게 드는 그를 볼 때면 정말 그 순간만큼 여자가 된 기분이다.
성큼성큼 침대로 향하는 쑨양의 목을 팔로 휘감았다.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눈에 보이는 목줄기에 입을 맞췄다.
움찔하는 쑨양을 보고 좀 더 깊게 빨아 자국을 남겼다.
항상 내몸에 피어났던 붉은 꽃이 그의 몸에도 피어났다.
그 꽃 위를 혀로 핥았다. 점점 움찔거림이 심해지는 쑨양을 느끼며 또 다른 꽃도 새겼다.
그가 나를 침대 위로 내려놓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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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챕터 마지막입니다.
어떠셨나요?
요즘 즉석으로 매번 쓰는데...
비축분이 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는 요즘입니다.
수요일까지는 아마 달달할테니 그 달달함에 취해주시길 바랍니다^^
어쩌다보니 각 요일챕터마다 5편씩 쓰게 되고 있네요=_=;;;
(언제 끝낼려고 이럴까요;;; 밝은 이야기 쓰고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