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 그러니까.. 내가 눈을 뜨고 그 난장판을 피우고 아침을 먹고 여기서 살라는 말을 하고 이렇게 어색하게 앉으니 딱 1시다.
혼자 있으면 맨날 축구게임이나 하고 쇼파와 한 몸이 되서 쳐 자기만 할텐데... 아 이제 뭐하지..
"니 짐은 있나?"
"아니요..."
"옷도 그거 한 벌이가?"
말 없이 고개만 끄덕끄덕.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일어나 탁상 위의 차키를 집어들었다.
"가자. 옷 사러"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문을 여는데 따라오는 기척이 보이지 않아 뒤를 돌아보니 신발이 없어 나만 바라보고 있다.
"아 참 신발도 없지.. 업히라"
업히라고 등을 내밀어도 묵묵부답. 괜찮으니까 업히라- 그래도 묵묵 부답. 괜찮다- 그냥 업히라- 그제서야 망설이면서 내 목에 손을 감아오는 OO이.
기집애들이 고집이 세다고 했는데 그 말이 틀린건 아닌가 보다. 워낙 말라서 가벼울거나 생각했는데 역시 예상대로다.
"그러니까 니는 천사같은기가?"
"천사?"
"그래 천사. 천사가 지상으로 내려오면 아무런 기억도 안난다디. 니도 그런거 아이가? 옷차림도 그렇고.."
처음 듣은 OO이의 큭큭 거리며 웃는 소리. 웃음소리도 예쁘네. 웃는 얼굴은 못 본게 영 아쉽다.
"니가 우리집에 와 있는것 부터가 신기하다 아이가. 우리 집은 지문 인식 까정 해야 하는데"
"천사였으면 좋겠다."
"와?"
"천사는 예쁘잖아요. 하얗고... 그리고 마음씨도 착해요."
"니도 예쁘다. 하얗고. 마음씨는 얼굴에서 보인다카데. 니 얼굴을 보면 다 안다. 착할기라"
다시 들려오는 OO이의 낮은 웃음 소리. 아- 이번에도 못봤다. 웃는 얼굴. 언제 보지? 괜히 업었나?
어제 주차한데로 잘 있는 내 애마. 리모컨 키를 누르자 삐빅-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차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조수석에 OO이를 앉혀놓고는 운전석으로가 시동을 걸었다. 안전벨트 매라- 어떻게 매는 거예요? 이렇게 하는기다. 손으로 시늉을 해줘도 못 알아듣는다.
아 거참 답답하네. 직접 해주려 다가가니 OO이의 숨결이 내 볼을 간지럽힌다. 조금만 이렇게 더 있고 싶다.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정신 차려 박주영!
"마트에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 내 혼자 갔다 올게. 여자 옷 볼 줄은 모른다. 그래도 예쁜걸로 가져 올게"
"예쁜게 어떻건데요?"
"뭐 그냥... 여자 애들 입는거, 유행하는거 사오면 되는거 아이가"
"아저씨가 사오는거 입을게요"
"내가 뭐 사올 줄 아나-"
살짝 살짝 웃는게 참 예쁘다. 특히 입가에 박힌 보석과 같은 보조개 말이다. 아니... 그냥 예쁘다고. 다른 마음이 있는건 아니고.. 그냥.. 예쁘다고.
괜시리 이상한 마음이 들어 땀이 조금 난다. 운전석 창을 조금 열자 OO인 저도 바람이 쐬고 싶은지 창문을 열어다라고 한다.
지잉- 하고 내려지는 조수석 창문. 검은 머리칼이 바람에 날린다. 불어오는 바람에 기분이 좋은지 살짝 살짝 웃는다.
"와, 기분이 좋나?"
"네- 근데 나는 진짜 누굴까요? 아저씨 말 처럼 천사일까요?"
"귀신만 아니면 된다."
내 우스갯 소리에 OO이도 웃고 나도 웃었다. 귀신이면 어떻게 할거예요? 무당 불러서 퇴치할기다. 아저씨 너무해!! 내가 밥도 해줬는데- 뭐가 너무 하나-
"내 금방 갔다올게 잠깐만 있으라. 답답해도 밖에 나가지 말고"
"신발도 없는데 어떻게 나가요-"
"알았다. 뭐 먹고 싶은건 없나?"
"음.... 아이스크림!"
"알았다. 얌전히 있으라"
차키를 그대로 두고 혹시 몰라 휴대폰까지 주고 왔다. 지갑만 덜레덜레 들고 백화점 안으로 들어갔다. 뭐 여자애들 입는게 다 거기서 거기겠지.
는 개뿔. 이건 뭐꼬- 아니아니 그 보다 저건 뭐꼬- 뭐 이리 종류가 많은지 도대체 뭘 사가야 할지 모르겠다.
OO이는 고등학생 쯤 또래로 보이니까 1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걸로 사가야 되나? 아닌데.. 정확히 나이도 모르잖아? 아오 대갈빡 터지겠다.
에라이- 그냥 10대들이 즐겨 입을법한 매장에 들어갔다. 예상대로 점원 두 명이 날 귀찮게 한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손님-"
"여자 아가 입을긴데.."
"이건 어떠세요?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주세요 다- 유행하는걸로요"
"사이즈가 어떻게 되세요?"
"사이즈는 모르고 아가 삐쩍 말랐디요. 기성보다 작게 주이소. 아, 그리고 신발도.."
계산할 때는 카드 하나 긁으면 그만인데 사고 보니 짐에 꽤나 많다. 그러고 보니 아이스크림 사오랬는데.. 시간 좀 걸리겠다.
그 많은 옷가방을 들고 지하까지 내려가 아이스크림을 대충 골랐다. 쿠키앤크림으로. 성용이가 저번에 맛있다고 한것 같다. 맛 없기만 해봐라 기글새끼.
계산까지 하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겨우 겨우 많은 옷가방을 들고 주차장에 도착해 운전석 문을 열었을 땐 ,OO이는 자고 있었다.
피부는 하얗다 못해 허옇고 머리는 까맣다 못해 꺼멓고 입술은 아주 빨갛다. 뭐 이런... 예쁘네.
옷은 그렇다 치고 신발이 안맞을까봐 얼른 꺼내 신겨봤다. 딱 들어 맞네.
꽤나 큰 부피를 차지하고 있는 옷가방을 뒷자석으로 던져놓고 시동을 켰다. 새근거리는 OO이의 숨소리가 들린다.
얼굴이 빨개지는 느낌이여서 운전석 창문을 내리고 헛기침을 하며 운전을 했다.
현관에는 신발 두 컬레가 놓여있다. 큰것, 작은것. 큰건 내꺼고, 작은건 OO이꺼.
주방에는 컵 두 개가 놓여있다. 검은색은 내꺼, 하얀색은 OO이꺼.
욕실에는 칫솔 두 개가 놓여있다. 파란색은 내꺼, 분홍색은 OO이꺼.
테라스 의자 두 개 중 하나에는 뽀얗게 먼지만 쌓여있었는데 이제는 먼지 하나도 없다.
혹시 약속이라도 있어서 나갔다 오는 날이면 초인종을 눌러 OO이가 문 열어주길 기다리면 된다.
비가 오면 우산 들고 OO이 마중도 나갈 수 있고 밥 시간 되면 앞치마 입고 날 부르는 OO이가 있다.
"아저씨!! 밥 안 먹어요?!!"
"한 판만 하고 간다 안했나-"
몇 분 째 게임기만 붙들고 있는 내 옆에 서서 꽤나 큰 소리로 소리를 지른다. 어쭈- 제법 ㅁ..무섭다.
결국 한 판도 마저 끝내지 못하고 식탁 앞으로 가 숟가락을 들었다. 아침을 다 먹고는 집 근처 카페에 나가 커피 한 잔을 시켜 빨대 두 개를 꽂고선 둘이 나눠 마셨다.
"에이- 아저씨 너무 많이 먹는다"
휘휘 젓다가 휘핑크림이 조금 많이 묻어 덥썩 먹었는데 또 너무 많이 먹는다고 핀잔이다.
"니도 많이 먹었다. 얼마나 많이 먹었으면 다 묻히고 먹나"
"묻었어요? 어디요?"
"일로 와봐라-"
엄지로 쓱- 하고 닦아주자 두 볼이 붉으스름 해지면서 웃는데 귀여워 죽을것 같다. 내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는갑다!!
댓글을 늦게 써주신 분께는 제가 답글 못 써드릴수도 있어요ㅠㅠㅠ 너무 기분 나빠하시지 마세요ㅠㅠ
이런 달달류의 글은 처음이라 서툴지도 몰라요...ㅠㅠㅠ 그래도 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힘이 납니다..
댓글은 저에게 많은 힘은 준다는거 알고 계시죠?ㅎㅎ 다음편으로 또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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